지난 11월26일부터 2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대부분 지역이 첫눈이었으며 11월 하순에 발생한 이례적·기록적인 폭설이었다.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에도 46.9㎝의 눈이 내려 수령 100년 이상을 포함해 4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여장이 훼손되고 탐방로 일부도 끊어졌다. 경기문화유산돌봄센터가 폭설 피해 긴급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진위향교 대성전 등 도내 지정문화유산 38개소, 비지정문화유산 5개소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확인했다. 내린 눈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습설(젖은 눈)이라 수목, 담장, 기와의 파손이 많았다. 이번 폭설은 우리에게 닥친 ‘기후변화’를 또다시 실감케 했다. 기상청이 2021년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상승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기후 재난의 빈도 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이상 기후 현상이 일상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후변화는 곧 기후 비상사태, 기후 위기를 뜻한다.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인 이런 현상은 인류의 미래에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준다. 기후변화는 해수면을 상승시켜 저지대 지역의 침수 가능성을 높이고 많은 생물종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질병을 유발하고 미래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각종 재난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년간(2002~2021년) 풍수해로 인한 문화유산의 피해 건수는 1천건에 육박한다. 또 최근 10년간 목조 문화유산 927건을 조사한 결과 25.4%인 236건에서 흰개미 등 생물 피해를 확인했는데 이 역시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철의 폭우와 고온 현상,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태풍, 그리고 겨울의 한파·폭설에 맞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2024년 새롭게 정비해 공포한 국가유산기본법에는 ‘기후변화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유산의 취약성을 국가와 지자체가 조사해야 한다’(제22조 1항)고 돼 있다. 법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기후 재난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다. 2023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국가유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 재난으로부터 국가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3개 전략과 6개 핵심 과제로 구성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지자체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문화유산 보호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방 조치도 중요하고 피해 복구 예산 확보도 절실하다. 우리의 전통과 정신이 깃든 문화유산이 기후변화로 인해 훼손과 멸실의 위기에 처했다.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11%로 나왔다. 한국갤럽이 6~7일 실시한 조사 결과다. 눈에 띄는 것은 무응답의 소멸이다. ‘지지도 반대도 아니다’가 단 1%다. 평가에 망설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표는 부정(86%)으로 몰려갔다. TK, 50대 이상까지 돌아섰다. 돌아설 민심은 다 돌아선 셈이다. 그래서 ‘11%’가 궁금하다. 계엄군(軍)을 찬양하는 것일까. 아님 여전히 놓치 못하는 연유라도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게 뭘까. 7일 밤, 국민이 모였다. 국회 앞 국민은 촛불을 들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경찰 추산 15만9천명이었다. 그 시각 광화문에도 국민이 모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이다. 경찰 비공식 추산 집계로 2만명이었다. 15만9천명이야 대세라 치자. 여기서도 궁금한 건 탄핵 반대 2만명이다. 탄핵 표결이 무산되자 ‘이겼다’며 환호까지 나왔다. 설마 계엄이 승리했다고 부른 만세는 아닐 것이고. 이 환호의 의미는 또 뭘까. 복잡한 문제 아니다. 계엄도 싫지만 이재명이 더 싫은 거다. 광화문 구호에서 다 드러난다. ‘이재명 구속하라’ ‘종북세력 작살내자’ ‘계엄령 내린 대통령보다 민주당 횡포가 더 화난다’…. 이재명 대표가 싫은 것이다. 여기에 싫은 사람이 또 있다. 조국 대표다.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은 내란 수사에서 손을 떼라.’ 거친 반응이 쏟아진다. ‘대법 판결 받고 감옥 가라’ ‘더러운 입 놀리지 말라’…. 계엄보다도 싫은 조 대표다. 지금 여론은 ‘86%와 16만’이 끌어가고 있다. 윤석열을 식물 대통령으로 밀어냈다. 국민의힘을 폐족(廢族)으로 내몰았다. 대세를 견인하는 7년 전 기억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의 프로세스다. 2016년 12월 9일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고, 2017년 5월 9일 대선이 치러졌고, 야당 후보가 무혈입성 하듯 당선됐다. 그 흐름의 반복이라면 대통령은 이재명이다. 비명(非明)은 사라졌고 중도도 투항 중이다. 이 와중에도 여전히 ‘이재명 싫다’는 그들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희망도 있다. ‘5월 게임’이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인 이 대표 선거법 사건이다. 3심까지 유지되면 출마 못한다. 그 경계 시점이 5월 말이다. 국민의힘의 ‘질서 있는 퇴진’도 결국은 이 고민이다.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재판 연기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형량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이걸 붙잡고 있다. 그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싫은 거다. 정치적 소신이다. 집회의 자유도 있다. 다만, 그들도 답답한 게 있다. 그날 밤, 윤 대통령이 말했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국민은 없다. 이재명 대표를 지목한 것일 거다. 5개 재판을 받고 있으니까. 조국 대표도 지목한 것일 거다. 항소심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있으니까. 명백한 오류고 과한 표현이다. 법률 전문가인 대통령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모를 리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이재명·조국을 범죄자로 명명했다. 국회를 범죄자 소굴로 확정지었다. ‘반(反) 이재명’ 국민의 논리도 이것을 빼 닮았다. ‘범죄자 이재명’이라고 외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은 안 된다’는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이제 대통령 본인을 옭아 멨다. 내란 혐의 고발이 들어왔다. 고발 됐으니 사건 번호가 붙었다. 자연스런 입건(立件)의 절차다. 이런 통상의 명칭을 언론은 ‘현직 대통령 최초 입건’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범죄자로 몰렸다. 그의 논리니 할 말도 없다. 범죄자 이재명, 범죄자 조국. 그리고 범죄자 윤석열. 모두가 범죄자가 됐다. 2022년 대선 경선(競選), 홍준표 경선 후보가 말했다. “(윤석열·이재명) 누가 돼도 한 사람은 잡혀가게 될 이상한 선거다.” 그리고 2년 반 만이 지났다. 우려는 최악으로 다가 왔다. 수사는 둘 다 받게 됐고, 거리는 다시 증오로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의 수괴로 지목됐다. 검찰 특수본(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수사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9일 밤 신청했다. 검찰은 영장에서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로 규정했다. 동시에 내란의 수괴는 윤 대통령이라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수사를 통해 내란의 수괴로 표현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게 됐고, 소환 시기와 신병 처리 등이 관심 속으로 들어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상 내란죄는 가담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내란을 저지른 자, 모의에 참여·지휘하거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 부화 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의 세 단계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을 두 번째 ‘종사한 자’로 본 것이다. ‘내란을 저지른 자’는 윤 대통령으로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 등 수하를 부려 내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을 이번 내란죄의 가장 윗선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통상의 경우 범죄 수사의 기본 흐름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형식이다. 김 전 장관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영장 실질 심사를 포기했다. 다음 단계라 할 대통령 조사가 거론될 법한 상황이다. 이제 큰 관심은 현직 대통령의 소환 여부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수사’가 ‘수사’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생겼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따로 가고 있다.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가릴 요소에 국무회의가 있다. 이 수사는 경찰 특수단이 ‘선점’했다. 한덕수 총리와 국무위원을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이 군에 내린 지시도 수사 대상이다. 군 관련자 역시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지시 내린 국방 장관은 검찰이, 지시 받은 군 책임자는 경찰이 하는 꼴이다. 대통령 출국금지는 공수처가 했다. 검경의 상대를 향한 감정이 아슬아슬하다. 검찰이 김 전 국방장관을 긴급체포하자 경찰이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적시하자 경찰은 대통령 긴급체포 가능성을 흘렸다. 검찰에서는 경찰청장 내란 공범설을 내비쳤다. 실제로 김 전 장관 영장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갈등을 넘어 감정 싸움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정할 권력도 없다. 계엄이 초래한 무정부 상태가 그 계엄 수사를 뒤덮고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가 실종 상태다. 계엄-탄핵 정국의 후폭풍이다. 혼돈과 혼란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일상의 생업이 먼저인 시민들에도 불안감이 다가든다. 정치가 시민의 일상을 흔드는 사태로까지 가서는 안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지방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청된다. 안 그래도 민생경제에 미치는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절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최근 민생안정대책회의를 했다. 시국 상황에 따른 지역사회 및 시민 일상 안정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민생안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3개 분과로 구성했다. 시민 안전 및 치안,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여성과 노인 등 취약계층 전담 등이다. 시는 통합방위협의회를 통해 접경지역의 안전 상황을 관리한다. 연말 연시의 시민 안전 및 치안 대책도 재점검한다. 유 시장은 “1만8천여 인천시 공직자들은 정치 상황에 흔들림 없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불시에 닥친 탄핵 정국은 인천시정에도 불똥을 튕기고 있다. 정부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비 증액을 노렸지만 오히려 깎이게 됐다. 우선 인천형 출산정책 ‘1억+아이(i)드림’의 국비 505억원 확보가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나 인천도시철도 통합 무선망 구축 사업비도 힘들다. 인천발 KTX의 조기 개통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시는 이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 예산안의 350억원에 602억원을 더 증액하려 했다. 내년 제75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 확대 사업비 등도 불투명하다. 그래도 이는 시민들 삶에 당장 절박한 문제는 아니다. 최근 들어 특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이 11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9만명이 실업급여를 신청, 지난해 11월 대비 2천명(2.2%)이나 늘었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도 54만3천명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대비 1만3천명(2.5%)이 늘어난 수치다. 실업급여 총 지급액도 8천426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대비 125억원 늘었다. 실업급여 재정 운용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한다. 정치에 가려진 시민들 삶의 한 단면이다. 지방정부는 시민 삶과 가장 근접해 있다. 취약계층이 보내는 SOS 신호의 1차 수신자다.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사회의 안정을 지키고 혹한기 취약계층의 삶에 버팀목이 돼야 한다. 정치 중립을 지키며 오로지 시민 삶에 집중해야 한다. 비상 상황인 만큼 비상한 자세와 대처가 요구된다. 다양한 계층에 대한 돌봄 복지에도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고향은 한적한 어촌이었다. 행정지명으로는 산둥성 옌타이다. 고기 잡는 배들을 보며 자랐다. 해군에 입대했고, 군함을 지휘하는 장교를 거쳐 국방 수장에 올랐다. 해군 출신 첫 장관이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인 둥쥔(董軍) 국방장관(국방부장) 얘기다. 장관으로 입성하기 전 그의 이력을 좀 더 들여다보자. 소장으로 진급하고 2년 만에 중장에 올랐다. 우리의 대장에 해당하는 상장 진급 후 해군 참모총장격인 해군사령원에 발탁된다. 2020년대 중반이었다. 해군사령원 재직 시절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작전을 지휘했다. 그리고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7차 대회에서 중국의 14대 국방부장이 된다. 지난해 말이었다. 전통적으로 육군이 우위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건 이례적이었다. 대만과의 전쟁 등에 대비해 해군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출세의 길을 걷던 그에게 맞바람이 불어왔다. 지난 11월27일이었다. 미국 언론이 부패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타전했다. 중국 정부는 다음날 정례 발표를 통해 부인했다. 하지만 부패 혐의가 씌워졌다.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리고 또 스캔들이 터졌다. 이달 들어서였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것도 같은 날 뜬구름 잡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쓰면서 말이다. 포풍착영(捕風捉影)이다. 바람을 붙잡고 그림자를 쥔다는 표현이다. 중국 후한의 역사가 반고가 지은 지은 ‘한서’ 교사지(郊祀志)에서 유래됐다. 아무튼 오랜만에 나온 고사성어였다. 그것도 웬만해선 좀처럼 잘 쓰지 않는 워딩으로 말이다. 둥쥔과 포풍착영, 이 두 상수는 어떤 함수관계일까. 장롱에서 썩고 있던 표현을 인용한 배경이 궁금하다. 사유의 사치일까. 어수선한 정국에 말이다.
2025 수능 성적이 발표됐다. 수능 만점자가 11명이 나올 정도로 작년에 비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모양새다. 현역 4명, 재수생 7명이라는 만점자들은 원점수 이외에도 표준점수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일단 만점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나타냈고 그 학생들이 쏟았을 시간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해에는 1명에 그쳤던 만점자를 배출한 수능에서는 국어 표준점수가 150점, 수학 표준점수가 148점이었는데 비해 올해는 국어 139점, 수학 140점으로 대폭 하락했다. 표준점수란 개인의 점수가 전체 응시생의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일반적으로 시험이 어려우면 평균점수는 내려가고 표준점수는 올라간다. 따라서 작년의 150점 근처의 표준점수는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번 수능의 변수는 사회탐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는 작년에 비해 매우 까다롭게 출제됐는데 특히 생활과 윤리 과목의 표준점수가 77점에 이를 정도로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는 표기되지 않고 등급, 백분위, 표준점수가 표기된다. 대학별 반영 기준은 학교마다 다른데 표준점수만 반영하는 방식, 표준점수와 변환표준점수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 등급반영 방식, 백분위반영 방식 등 학교마다 다른 기준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반영식을 잘 살핀 후 유불리를 따져 지원해야 한다. 또 과목별 반영비율도 꼼꼼하게 확인해 자신의 성적에 가장 유리한 조합을 가진 학교가 어디인지 찾아봐야 한다. 변환표준점수는 선택과목에 따라 같은 원점수라도 표준점수나 백분위 점수의 차가 크게 나타내는 탐구과목의 보정점수다. 통합수능이 시작된 후 교차지원을 하는 수험생이 늘어나면서 선택과목 변환표준점수뿐 아니라 계열 간의 변환표준점수까지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계열의 수험생이 인문계열로 지원하는 이른바 교차지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과탐의 표준점수가 높기 때문에 과탐 선택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올해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사탐런’ 현상이 발생했는데 상대적으로 공부량이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자연계열 학생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미적·기하를 선택한 자연계열 학생들은 과학탐구를 선택하던 과거에 비해 통합수능 이후 미적·기하+사회탐구 선택자가 작년 대비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사회탐구의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됐다는 변수 역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탐런은 주로 중하위권 학생들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이들의 지원 가능 대학은 대부분 백분위 반영 대학이다. 서울 주요 대학들은 거의 표준점수와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아예 계열 구분 없이 통합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기도 한다. 연세대, 한국외국어대, 건국대가 대표적이다. 배치표를 통해 가나다군의 적정 조합을 찾되 수능점수 자체보다는 자신의 성적이 전체 지원자 중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즉 몇 등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배치표는 올해의 변수는 반영되지 않은 과거 데이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는 특히 의대 증원, 무전공 선발 등 그 어느 해보다 큰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향, 적정, 안정 세 가지 조합이 가장 많았는데 최근에는 자신의 성적대보다 무조건 상향을 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다군에서의 변화가 많았고 추가 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또 과목별 가산점이나 반영 비율이 높은 과목을 잘 확인해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막연하게 희망 대학, 학과를 고르기보다는 ‘내가 어디까지는 가겠다’는 확실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세 가지 카드에 모두 합격하면 좋겠지만 세 군데 모두 광탈하는 결과도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가·나·다군에서 각 1개씩 총 3장의 카드를 쓰는 정시전형은 특히 올해 다군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다군에는 모집 학교가 상대적으로 적어 사실상 가·나군에서 결정 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들이 같은 군에 모여 있는 학교가 많아 결국 3장이 아닌 1, 2장의 카드였던 것이 올해는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 무전공 선발과 기존의 가군과 나군에서 다군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시절 우리 사회는 모두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실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그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서울을 능가하는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요소 중 부분적으로 접근하면 서울보다 더 풍부하고 멋지고 잘된 곳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하나의 도시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결과론적으로 ‘서울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는 암묵적 동의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서울이 정말 그 어떤 다른 도시보다 낫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 내재된 서울을 향한 바라보기의 욕구 때문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혹여나 한국 사회가 걸어 온 지난 역사 속에서 서울과 다른 지역의 도시들 간 발생한 정책적 불균형 때문일까. 어쩌면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시작된 제도가 지방자치제도다. 그 흐름 속에서 모든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관리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는 지방의 자율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서울 바라보기를 그만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도시들 중에서 서울보다 살기 좋다거나 굳이 서울에 갈 필요가 없다거나 혹은 서울이 아닌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서울에 가야만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이 도시에 가도 있고 저 도시에 가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이다. 만약 앞서 언급한 지방자치제도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역’을 행정체계와 단위로 접근하기 위해 사용한 ‘지방’이라는 용어의 선택과 이를 기반으로 발생한 서울과 지방의 차이일 것이다. ‘지역’은 오랜 역사를 통해 항상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하는 곳이며 사람들의 삶이 녹아드는 곳이다. 행정적 구분을 위한 ‘지방’이 아니라 사람들이 숨 쉬고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상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 ‘지역’을 얘기하고 ‘지역’을 꾸미고, 그래서 ‘지역’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서울과 지방의 구분에서 서울 바라보기를 멈추고 서울도 지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모든 지역이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는, 그래서 다양한 지역이 만들어 내는 멋진 한국 사회를 상상하자!
2024년 12월3일. 이날은 올해 들어 첫 송년회가 있던 날이었다. 첫 직장의 입사 동기들과 20주년을 자축하며 오랜만에 즐겁게 지냈다. 오후 10시쯤 모임이 파했고, 필자는 입시를 마치고 친구들과 자유를 만끽 중인 딸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다. 잔잔한 캐럴과 함께. 신호 대기 중이었다. 10시30분이 좀 지난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 동료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이 담긴 TV 화면의 캡처였다. 아무리 가짜 뉴스가 판친다지만 이건 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농담이라도 이런 장난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런 캡처가 잘못 퍼져나가면 자칫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어마어마한 일이 현실로 확인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SNS 메시지는 난리가 났다. 머리가 띵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자동차 페달을 밟고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통행금지가 되려나. 주변에 군인들이 깔리고 있나. 이대로 국회로 달려야 하나’ 등등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태워다주겠다 약속한 딸과 친구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약속대로 아이들을 차에 태우니 이 친구들도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긴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6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비상계엄 선포’는 해제됐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이 6시간의 경제적 영향은 어떨까.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암호화폐 시장과 외환 시장이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실시간으로 큰 충격을 줬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 상황은 글로벌 투자 심리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들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계엄 해제 이후 회복되긴 했지만, 비트코인은 계엄령 선포 직후 패닉셀과 함께 가격이 무려 30%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외환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1천390원과 1천400원 사이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 선포 직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1천44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천410원까지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는 듯했지만 주말이 지나면서 다시 치솟아 1천430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도 난리다. 계엄 선포 후 주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을 떠난 외국인 투자 규모는 7천억원에 달하고 코스피 시총도 2천조원 밑으로 추락했다. 우리나라 외화 상황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초래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외화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외환 당국의 시장개입이 확대되면서 외화 보유액 감소와 위기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4천541억 달러였던 외화 보유액은 현재 4천100억 달러 수준이다. 그날 이후 4거래일 만에 우리 증시에서 날아간 시가총액이 대략 144조원이라고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그간 쌓아 올린 K브랜드의 국제적 신뢰 하락이나 국가 신용도 추락 등과 같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비상계엄 선포라는 행위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비상계엄 선포가 그저 경고성이었다고 했다던데, 이 행위가 우리 국민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을 줄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려는 없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은 엄청난 파급력이 있다. 그러므로 그에 상응하는 신중한 검토와 고려가 있어야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잠을 설치는 요즘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절대로 재발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