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한국 상품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유커(遊客ㆍ중국관광객)들로 발붙일 곳이 없었던 국내 면세점이나 명동거리는 썰렁하다 못해 한산하다. 얼마 전 제주도에 기항한 크루즈 선박에서 3천400여 명의 유커들이 ‘애국적 행동’이라면서 하선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유통, 관광, 통관 등 중국의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2015년 10월 중국의 항일 전승기념 천안문 열병식에 한국의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서방세계 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한중관계는 밀월(蜜月)관계로 표현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의 지나친 중국 경사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북한의 도발이었다. 북한은 지난 한해 두 차례의 핵실험과 24번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한국을 위협했다. 중국만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은 한국으로서는 실망과 함께 신뢰도 무너졌다.
사실 사드 배치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3년도 넘었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이 김정은 북한 정권의 핵 포기를 끌어내어 사드 배치가 필요 없게 되기를 바라면서 사드에 대해 ‘불요청-불협의-불결정’이라는 3불 정책으로 일관했다.
중국도 유엔 결의안에 따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였다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김정은은 더욱 호전적이 돼 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China has done little to help!)”라고 일갈했다.
당(唐)대의 문인 왕창령(王昌齡, 698~755)이 지은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이라는 시(詩)가 있다.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낙양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지은 시라고 생각한다.
한우연강입오(寒雨連江入吳ㆍ차가운 밤비 강물을 따라 오나라 땅으로 흐르는데).
평명송객초산고(平明送客楚山孤ㆍ이른 아침 친구 떠나보내니 초나라 산이 외롭게 보이는 구나).
낙양친우여상문(洛陽親友如相問ㆍ낙양의 벗들이 내 소식을 묻거들랑)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ㆍ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항아리에 담겨 있다 전해 주게).
한중관계는 25년이나 되는 오래된 친구(老朋友)사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사랑하여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사업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
최근 미국의 하원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에 대한 경고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자위 조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를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다. ‘한 조각 얼음같이 깨끗한(一片氷心)’ 한국인의 마음을 중국의 벗들이 알아주어 사드 보복이 하루라도 빨리 철회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주열 前 베이징 총영사·㈔한중투자교역협회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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