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융합농업과 천연물신약

농가가 고품질의 한약재를 제약회사와 계약 재배하여 고가에 판매한다면 어떨까? 이는 농가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신약을 생산하여 판매해야 하는 제약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윈윈 전략이다. 특히 경기도는 산지, 고랭지, 평야지처럼 특용작물의 생육환경이 다양해 약성 높은 한약재를 재배하여 산업화하는 데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 제약기업이 천연물 신약 생산을 위해 원재료를 수십 톤씩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은 왜일까?

국산 한약재가 중국산보다 가격이 비싸고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한약재의 약리활성 성분 함량이 중국산에 비해 수십 배나 더 많고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면 당연히 우리 약재가 사용될 것이다. 그러한 한약재는 활성성분의 함량 보증뿐 아니라 중금속이나 잔류 농약 등의 규격도 믿을만하기 때문이다.

고품질 한약재를 개발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 두 가지가 있다. 먼저는 원생약에 함유된 생리활성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생리활성물질을 고도로 함유하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한약재 표준화’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적절한 기술이 없어 아직 표준화는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 기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융합기술은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매듭 없이 녹여 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학문과 학문, 과학과 기술, 기관과 기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매듭을 풀어 매끈하게 소통시키는 기술이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 기술은 식물학, 멀티오믹스, 약학, 천연물 화학, 의학, 정보통신, 생산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와 기술이 필요하다. 경기도에는 이러한 분야가 한데 어우러진 인프라가 이미 존재하는데 이는 광교 테크노밸리이다.

광교테크노밸리에는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원과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위치하며 경기바이오센터, 한국나노기술원,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경기도 중소기업 지원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기술과 신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필요한 지원 시설이 갖춰져 있다. 융합기술의 적용만을 남겨두고 있다.

융합기술의 적용은 각 요소기술을 다른 요소기술과 엮어 합체를 만들 수 있는 연결고리 기술의 확보로부터 시작된다. 천연물신약은 식물의 2차대사산물을 주요 성분으로 한다. 2차대사산물은 식물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만들어내는 소분자 화합물들이다. 2차 대사 산물이 식물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생합성 경로를 통해 만들어지는지 다른 식물과 동물에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연계기술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완성되면 식물학적 이론에 입각한 선도 물질이 분리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보다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신약의 발굴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선도 천연물질이 확보되고 그 생합성과정이 알려지면 대사 공학을 통해 우량 한약재 품종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우량 신품종 한약재는 경기도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천연물신약 융합농업 기술의 적용은 비단 경기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기능성 천연물을 생산하는 생물이 있는 지구 상의 모든 지역 특히 저개발 국가에도 적용 가능하며 이는 해당국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따뜻한 기술로서 국격의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오는 18일에는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융합연구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약품 표준화, 천연물신약개발, 창의융합농업에 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연구자들이 만나 최선책을 도출할 예정이다. 행정 당국은 이러한 시도를 뒷받침하여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도록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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