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모피아 낙하산 이제는 접어야

KB금융사태는 모피아 낙하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모피아 낙하산을 완전히 접어야 할 때다.

금융에 대한 전문성 없는 공무원 낙하산 인사는 금융사의 자치 독립성이 줄어들어 조직력이 훼손되기 쉽다. 또한 비리가 양산되며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최근 금융권에 권력 다툼의 태풍이 적지 않은 상흔을 남기고 지나갔다. 집안의 주도권 싸움에 검찰까지 불러들이고, 감독 당국에 반발하다가 결국 믿은 이사들에 의해 해임됐다.

KB금융지주의 임회장과 이행장이 물려나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국에 걸리면 죽는다는 경계론과 심하다는 동정론이 공존했다. KB금융은 영업 동력과 신뢰가 무너져 소비자의 이탈 현상마저 감지되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 당국의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한 무능함도 드려났다.

동일한 목표와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도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갈등이 이권이나 주도권 다툼일 경우 대화나 기구를 통해 조정되고 융합된다면 추진력을 얻어 모든 구성원들은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다툼에 외부의 힘까지 빌리면 같이 공멸하거나 이겨도 상처가 많이 나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한다. 신용이 중요시 되는 금융업은 더욱 그렇다.

금융은 요소요소마다 자원을 공급하는 국가 경제의 실핏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성장산업에는 자원을 많이 공급하고 사양산업에는 자원회수 등 자원배분 역할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으로 많은 업체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성행, 용인됐으나 그 폐단은 심각했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율경영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이번 KB 금융 사태는 역설적으로 이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낙하산 인사들이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마치 주인양 권력다툼을 했고,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로 이행장은 자진사퇴했으나 임회장은 금융위원회의 3개월의 직무정지의 결정에도 법적대응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금융당국은 임회장 자신사퇴 전방위 압박으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관련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허위 작성 등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국민카드가 은행에서 분사할 때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 없이 개인정보 이전과 관련 추가검사 착수 및 KB금융지주 및 자회사에 감독관을 파견했고, KB금융 이사회에 해임을 요청하여 결국 해임됐다. KB금융은 창사 이래 최대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이번 KB금융 사태는 관치금융 해악의 백미를 보여 준 것으로 건강한 금융을 위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또한, 은행 간부들이 거래기업에 낙하산으로 취임하여 기업을 장악하는 ‘은피아’도 근절되어야 한다.

산업은행 간부 퇴직자들이 대출해준 회사에 대표이사, 감사, 부사장 등 고위 경영자로 취업한 것은 대출을 무기로 은피아들이 기업을 지배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정실주의로 기업을 평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감독기관, 은행, 기업 간 갑을관계나 유착관계 없이 각자 고유의 기능이 잘 수행돼야만 국가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 지름길은 모피아와 은피아 등 낙하산 인사의 관행을 접어야만 가능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