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기업과 고객의 관계변화 대응 전략

과거 20년 전만 해도 ‘공장 굴뚝 경제’에서 기업은 고객들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고객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물자는 턱없이 부족했고, 고객의 요구를 외면한 채 제품만 만들면 팔리는 시대에서 기업(Maker)은 고객(Buyer)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는 순전히 기업의 입장에서 결정됐다. 그런데 지금은 처지가 바뀌었다. 고객이 이제 모든 것을 쥐고 있다. 고객은 이제 자기에게 부족한 어떤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어떤 것을 사기 시작했다.

하버드대의 레빗(T. Levitt)교수는 “기업이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바라는 무엇을 생산하는 것이다. 만약 고객이 사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품도, 상품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객이 제품을 사게 하는 최선의 조건은 무엇인가. 제품은 가치만족의 집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기업의 목적과 기업 이미지의 목적이 일치된다.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얻고 그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 그리고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돼야 하고 그 반대급부로 기업은 이익을 확보해야만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존립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부터 더욱 가속화 되고 심화됐다. 단순한 제품전략만으로는 더는 고객을 확보할 수 없다.

상품이 갖는 차별성, 기호성 즉 상품의 이미지(Product Image) 뿐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든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은 단순히 어느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예전에 TV에서 보는 광고 중의 하나는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삼성이 자동차를 만듭니다’라는 광고다. 자동차 광고를 하면서 어떤 자동차인지 자동차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는 하나도 없다. 다만, 삼성은 기업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어필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제 시장에는 수많은 기업이 내놓은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성능에서 디자인에서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만큼 유사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고객들은 수많은 제품 하나하나에서 차별성을 찾아내 소비하는 대신 그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이미지에서 차별성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어느 기업이 기존의 여타 기업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그 기업의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약하다면 그 제품은 많이 팔리기 어렵다. 지금은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어려운 시대다.

고객이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기업이 가지는 시각적 이미지들, 즉 로고나 상표와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이미지들 뿐 아니라 그 기업이 가진 비시각적 이미지, 즉 기업이념이나 경영철학, 기업정신 같은 그 기업의 정체성(Corporate Identity)을 나타내는 내적 이미지들을 동시에 소비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었다. 기업의 주변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보다 ‘좋은 기업’(Good Company) 또는 좋은 느낌의 ‘호감 기업’(Favorite Company)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지 오래다. 고객들은 이제 어느 기업이 사회와 공생을 꾀하고,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업의 목표로 설정하는 사회가치창출형 기업, 소위 소시오 컴패니(Socio-Company)인가 아닌가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제 모든 기업들은 상품 및 상표의 이미지의 중요성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정체성)를 명확히 하고 차별성 있는 기업의 비전과 주체적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부각시키지 않으면 ‘좋은 기업’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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