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를 보면 심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운동선수가 온 힘을 다해 경기를 뛰어도 심판의 오심에 의해 승패가 뒤집히거나 경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청장으로 부임해서 역점을 두는 것 중에 하나가 우리 중소기업들이 오심으로 피해받지 않고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인데, 요즘 들어 환경과 관련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환경과 관련된 어긋난 규제나 제도로 중소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면,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폐기물부담금제도가 있다.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를 막고자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재료, 용기의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그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재활용 처리기술이 발달해 폐 플라스틱이 소각되지 않고 재활용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어 재활용 수거업체에서는 오히려 금액을 내면서 제품을 수거해가고 있다. 정부정책에 따라 소비자들도 플라스틱을 재활용제품으로 인정해 분리수거하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그렇다면,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부과되던 부담금제도도 재검토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완제품 중 재료의 90% 이상을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완구제품을 보자.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결부위에 일부 고무, 유리 등이 복합적으로 있어 제품 그대로 재활용할 수 없다며 부담금이 부과된다. 더욱이 부담금도 2007년 ㎏당 7.6원에서 지난 2012년 ㎏당 150원으로 무려 20배 이상 인상됐다. 완구업체는 가뜩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무한경쟁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워지는데, 막중한 부담금으로 이중고에 처한 것이다.
환경과 자원보호를 위해서 가능하면 자원의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그와 역행하는 규제도 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여러 자원이 규정에 얽매여서 재활용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목재에서 나오는 톱밥, 반도체칩이나 태양전지 등에 사용되는 카본가루는 실질적으로는 재활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의 규정상 재활용자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애로를 반영해 필자가 속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이를 ‘손톱 밑 가시’로 분류해 관련부서와 깊이 있는 논의를 벌이고 있으나, 규제 당국과의 견해차가 있어 아직 많은 진척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 다만, 최근 환경부에서 재활용 가능 품목 및 폐기물부담금 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연구 결과에 따라 규정을 정비해 현실에 맞게 부담금 부과 여부 및 요율을 재조정한다고 하니 반길만한 일이다.
산업발전에 따른 환경파괴를 막고자 각종 규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현실에 잘 적용 되고, 산업 여건 변화에 맞게 조정돼야 환경과 산업경쟁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더구나 산업활동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관련 규정을 고쳐서 재활용자원을 확보하고 산업을 촉진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