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상가건물 권리금 회수 방해 관련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의하면 임대인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항). 문제는 위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 권리금 계약을 반드시 먼저 체결했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일견 문언상으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충분히 있다. 실제 하급심에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야 한다고 판시한 예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조항의 문구를 곰곰이 살펴보면, 거기에서의 권리금 계약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만을 말하는 것인지, 장차 체결할 권리금 계약도 포함하는 것인지 명백하지가 않다. 현실적으로도 임대차계약과 무관하게 권리금 계약만을 먼저 체결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임차인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논란을 정리했다. 주된 판시이유는 ▲위 조항에서 권리금 계약에 따라라는 문언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상태임을 전제로 하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위 조항은 임대인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의 이행을 방해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밖에 다양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권리금은 임대차계약의 조건과 맞물려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으로서 수긍할 만한 논거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밖에 위 조항 각 호는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반드시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어야 함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논거를 들고 있으나, 위 각 호는 위 조항 본문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논거가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은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을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논거도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은 손해배상 범위를 한정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그것이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 보장의 취지라고 보는 것은 의문이다. 아무튼,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정한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법에서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은 다시 행위자, 행위요건, 행위장소 등 내용으로 구분된다. 우선 행위자는 사업주, 사업경영담당자(대표이사, 등기이사, 지배인 등),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 또는 사용업주, 다른 근로자(소속근로자와 파견근로자 간, 원ㆍ하청 근로자 간 등 포함)이고, 행위요건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등을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의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지위의 우위는 지휘명령관계 또는 직위ㆍ직급이 상위에 있는 것을 말하고, 관계의 우위는 수적측면(개인 대 집단), 인적속성(연령, 학벌, 성별, 출신지역, 인종 등), 정규직여부, 업무역량(근속연수, 전문지식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감사ㆍ인사부서), 근로자 조직구성원 여부(노조ㆍ직장협의회 등) 등에 있어서 우위성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여야 하는데, 행위자의 우위성이 인정되더라도 문제가 된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야 한다. 또한, 문제 된 행위가 사회통념에서 봤을 때 업무상 필요한 것이 아니거나, 필요성에 인정돼도 행위 양상이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폭행ㆍ협박ㆍ폭언ㆍ험담 등 행위, 사적용무 지시,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ㆍ배제, 업무와 무관한 일 반복 지시, 과도한 업무부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행위장소는 괴롭힘의 행위요건을 충족한다면 발생장소가 사업장이 아니어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발생했으면 사용자는 그 사실을 조사해야 하고, 조사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때에도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조사결과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화, 유급휴가 명령 등 조치를 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특히,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는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하지만, 행위자 처벌규정이나 괴롭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사용자의 제재규정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은 업무상 재해(질병)에 포함된다(산업재해보상보호법 제37조 제1항).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할 수 있는지…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해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준강간죄로 처벌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는데,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불능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했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아니한 경우, 이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9년 3월 28일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대해 대법원 반대의견은 첫째, 형법 제27조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사실 관계의 확정단계에서 밝혀지는 결과불발생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점, 둘째,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 셋째, 대법원 다수의견은 구성요건 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발생의 불가능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법원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불능미수 역시 미수범의 한 유형이므로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어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고, 또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이용하여라 함은 행위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 때문에 간음이 용이하게 되었음을 말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해야 함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다수의견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속의 순위

법의 세계에서 보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상속의 문제를 남길 뿐이다. 즉 어떤 사람(피상속인)이 죽으면 다른 사람(상속인)이 그의 재산을 상속하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상속인이 되는가? 사망한 사람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은 상속인이 될 수는 없다. 4촌 이내의 혈족과 배우자에 한해 상속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4촌 이내의 혈족이 여러 명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은 상속의 순위를 체계적으로 정하고 있다. 부동의 제1순위는 역시 직계비속이다. 직계비속이 여러 명 있다면 최근친이 선순위이다. 동친 사이에는 순위 구별이 없어 공동상속이 이뤄지며, 상속지분도 동등하다. 따라서 사망자 갑이 아들과 손자를 두었다면, 아들이 상속인이 될 뿐 손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직계비속이 없으면 직계존속이 제2순위의 상속인이 된다. 이 경우에도 최근친이 선순위이고 동친은 같은 비율로 공동 상속한다. 배우자는 상속 순위와 지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즉, 배우자는 제1순위, 제2순위의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된다. 갑이 사망하였을 때 아들 둘이 있었다면, 갑의 배우자 을은 그 아들들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자식은 없고 부모님이 생존해 계셨다면 을은 그 부모님과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동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에 비하여 50% 가산된다. 예컨대 사망자의 재산을 아들 둘과 배우자가 상속하는 경우, 그들의 상속분 비율은 큰아들 2, 작은아들 2, 배우자 3이 된다는 뜻이다. 만일 갑이 사망하였을 때 직계존속도 없고 직계비속도 없다면, 배우자가 상속인이 된다. 즉 배우자는 제3순위의 단독 상속인이다. 만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모두 없는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이때는 사망자의 형제자매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만일 형제자매도 없다면 사망자의 3촌 혈족(숙부, 고모, 외삼촌, 이모, 조카) 전원이 공동상속인이 되고, 이들도 없으면 4촌 혈족 전원이 공동상속인이 된다. 4촌들조차 단 한 명도 살아있지 않다면, 우리 법이 정한 상속은 이 지점에서 멈춘다. 즉, 배우자와 4촌 이내의 혈족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그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특별조치법에 따른 등기의 효력은 절대적인가

일정강점기에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을 통해 소유자를 정하는 사정절차가 진행됐는데, 토지조사부상 조상 명의로 사정된 재산에 대해 구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에 따라 타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을 때, 사정명의인의 후손은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법률적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특별조치법은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등기해야 할 부동산으로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등기부기재가 실제 권리관계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동산을 간이한 절차에 의해 등기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제정돼 한시적으로 시행됐고, 특별조치법에 따라 마친 등기는 권리추정력을 부여해 왔다. 그런데 특별조치법이 지난 1982년 4월 3일 법률 제3562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대장상의 소유명의인으로부터 미등기부동산을 사실상 양수한 자나 상속받은 자만이 소정의 절차에 따라 발급받은 확인서에 의해 대장상의 소유명의인 변경등록을 하고, 위 변경등록 된 토지대장을 첨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수 있었다. 따라서 소유자 미복구부동산을 사실상 소유하는 자는 특별조치법에 따른 확인서를 발급받아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에 위반해 마친 등기에는 권리추정력을 부여할 수 없다.(대법원 1997년 4월 11일 선고 96다33501 판결) 또 특별조치법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로 추정되지만, 그 소유권이전등기도 전 등기명의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승계취득 하였음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고, 보증서 및 확인서 역시 그 승계취득사실을 보증 또는 확인하는 것이므로, 그전 등기명의인이 무권리자이기 때문에 그로부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로서 말소돼야 할 경우라면, 그 등기의 추정력은 번복되는 것이다.(대법원 2018년 1월 25일 선고 2017다260117 판결, 대법원 2018년 6월 15일 선고 2016다246145 판결) 한편, 1975년 12월 31일 법률 제2801호로 전문 개정된 지적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소관청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행정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복구한 구 토지대장에 소유자 이름이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유자에 관한 사항에는 그 권리추정력이 인정되지 않아 소유자 미복구 부동산에 포함된다.(대법원 2010년 7월 8일 선고 2010다21757 판결, 대법원 2010년 11월 11일 선고 2010다45944 판결) 따라서 법률 제2801호로 전문 개정된 지적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복구된 토지에 관해 1982년 4월 3일 법률 제3562호로 개정되기 이전에 시행되던 특별조치법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친 부동산은 권리추정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조상 땅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에 대해

A는 임신 5개월 차에 B보험회사와 임신 중인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체결당일 1회 보험료를 납부했다. 이후 보험료를 계속 납부했으며, 보험증권에는 보험기간 개시일이 1회 보험료 납입일로 되어 있다. 그 후 A가 태아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태아가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시력을 상실하는 상해사고가 발생했다.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A는 B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B보험회사는 상법 제737조(상해보험자의 책임)에서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人)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하는데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 또한 위 보험계약 중 출생 전 자녀 가입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태아가 출생 전 분만 과정에서 입은 상해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할 뿐이며,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해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위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A와 B보험회사는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위 보험계약으로서 당시 태아를 피보험자로 삼는 개별약정을 한 것이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태아인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납부해 보험기간이 개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다.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태아도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포항지진과 손해배상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고압으로 물을 넣는 과정에서 작은 지진들이 유발됐고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위치에 도달ㆍ누적되어 지진이 촉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됐다. 촉발 지진으로 보는 경우 유발 지진에 비해 지진 발생에 대한 인공적 힘의 가공 정도가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 조사결과와 같은 인과관계를 재판을 통해 최종 확정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수도 있다. 불법행위에서 과실 책임을 지우려면 행위자에게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지진은 대표적인 자연력 또는 천재지변의 하나이므로 지진 발생이 인공적 힘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쉽사리 예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위 지열발전소는 사전에 지진가능성에 대비해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조사까지 이루어진 점, 외국은 지열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점 등에서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예견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관련해 국가 등이 단순히 일반 개발행위허가를 하는 정도로만 관여하면서 지진 발생 여부를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위 지열발전소는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던 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지진ㆍ화산재해대책법 등에 의하면 국가 등에게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책무, 자연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책무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 등에게 위 지열발전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지진 발생의 위험을 예견하고 회피하려는 조치를 다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해야 할지도 문제이다. 자연력과 인공력이 공동 가공했다는 점, 각 힘의 기여도를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두 가지 힘의 주체를 가정하고 공동불법행위 법리를 원용해 인공력의 주체인 지열발전소나 국가 등에게 부진정연대책임과 같은 전체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전통적 법리에 따라 자연력은 책임능력이 없는 부분이므로 지열발전소와 국가 등이 위 지진 발생에 기여한 범위 내의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

주택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미리 임대인에게 더 이상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통지했다. 그런데 그 후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하여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돈이 없다고 하면서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고, 임차인은 이른 시일 내에 이사를 가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때 임차인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 대항력을 취득하고, 위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 주소이전을 하게 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ㆍ지방법원지원 또는 시ㆍ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주택 또는 건물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사본, 임차인의 주민등록초본, 임대차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입증자료(내용증명) 등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신청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문제가 없으면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내리고, 관할등기소에 임차권등기를 촉탁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마쳐지게 되면 이후 임차인이 주소이전을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있고, 관할등기소에 임차권등기의 촉탁이 있더라도 실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되는 데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므로 반드시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는지를 확인한 후 주소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일단 임차권등기가 이뤄지면 이후에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주더라도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상에는 이전에 임차권등기가 됐던 사실이 남아있게 된다.(등기부등본을 말소사항 포함으로 발급할 경우)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임대인으로서는 자신의 주택 또는 건물에 임차권등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의외로 쉽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이전에 미리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일에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을 때 곧바로 임대차등기명령을 신청할 예정임을 알려 임대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임대차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돌려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소송 패소자, 법정이율 연 12%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신속한 처리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특히, 민법이 정하는 법정이율은 연 5%인데, 이를 현실화하여 소송을 제기 한 이후만이라도 계속 그 이행을 지체한 채무자가 실질적인 채권자의 손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채무자가 낮은 민사상 법정이율을 악용해 변제를 지체하거나 일부러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고자 소를 제기한 이후 지연이자의 이율은 위 민법 법정이율 5%보다 높다. 물론 당사자가 별도로 약정한 이율이 이자제한법을 위반하지 않는 정도라면, 위 민법 법정이율이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이율을 초과해 청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연 40% 이내 범위에서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여건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종전에는 연 20%였다가 이러한 여건 등을 감안해 연 15%로 낮아졌고, 최근 법무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대통령령)에 따라 위 법정이율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2019년 6월 1일부터 법원이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을 때 이를 갚지 않은 채무자에게 부가되는 지연이자는 연 12%로 낮아진다. 다만, 법원에 계속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변론이 종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개정된 법정이율인 연 12%가 적용되고, 변론이 종결됐거나 항소심 또는 상고심 계류 중인 사건은 종전 법정이율인 연 15%가 적용된다. 이러한 지연이자는 돈 때문에 상소를 포기하게 하는 문제가 지적됐지만, 소송의 남발을 막고, 시중 연체금리보다도 높은 이율이었다는 점에서 합리적 조정이라고 본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시효중단 위한 후소의 형태는 이행소송에 국한되는지

채권자가 전소 승소 확정판결에도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한 채 10년의 소멸시효기간 경과가 임박했고, 여기에 채무자에게 압류할 만한 재산이 없고 채무자의 승인을 얻을 수도 없어 재판상의 청구가 유일한 시효중단 수단인 경우, 채권자가 시효중단을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다시 동일한 내용의 후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후소는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나,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 경과가 임박하여 제기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해 왔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채권자는 시효완성이 임박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 전소와 동일한 이행의 소를 제기했는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이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역시 허용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8년 10월 18일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대법원은 채권자가 내가 시효중단을 위해서 소를 제기한 사실을 확인하여 달라는 새로운 종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한 것인데, 이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송물은 시효중단의 법률관계에 국한되고, 그 판결은 전소 판결로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중단 외에 다른 실체법상 효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채권자는 청구원인으로 전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점과 그 청구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가 제기됐다는 점만 주장, 입증하면 되며 법원도 이 점만 심리하면 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한 반대 입장 역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에 적시된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과연 소송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송의 본래 개념은 법적 쟁송으로서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을 대상으로 하는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말하는 소송의 대상은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이고, 이러한 사실 자체에 대해 채무자가 다툴 여지도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허용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실무에서도 제대로 정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약식명령

비교적 가벼운 범죄 사건은 공판절차가 아닌 약식절차로 처리될 수 있다. 검사가 어떤 범죄 사건을 수사한 결과 죄는 인정되지만, 죄질이 무겁지 않아 벌금형으로 처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피고인을 (정식으로 기소하는 대신) 벌금형(예컨대 200만 원)으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약식명령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을 송달한다. 약식명령에 승복하는 피고인은 벌금 200만 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모든 형사 절차가 종결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그 약식명령에 승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죄를 저지른 일이 없어 무죄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죄에 비해 벌금 200만 원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때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그 이후의 절차는 일반 공판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만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자 그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약식명령보다 더 많은 금액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 등)을 선고할 수 있을까? 만일 이것이 가능하다면,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피고인이라도 공연히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약식명령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형사소송법은 종래 불이익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식재판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금액이 더 큰 벌금형 포함)을 선고할 수 없었다. 약식절차가 이와 같이 처리되자 이제 피고인들은 이른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폐단이 벌어졌다. 즉 최악의 경우에도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2017년 12월 19일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종전의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 아닌 형종 상향의 금지 원칙으로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의 주의를 요한다. 즉 정식재판 청구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 벌금형보다 더 무거운 형종인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약식명령의 벌금형 200만 원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은 무분별하게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관행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다. 약식명령의 청구를 받은 법원이 당해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스스로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형종(징역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와 전혀 다른 상황임을 유의해야 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채무도 재산분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A는 20년 넘게 혼인생활을 하며 사업을 하는 남편 B에게 최선을 다해 내조했다. B는 혼인생활 기간 중 영업부진에 따른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조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A는 B의 말을 믿고 자녀들의 학원비, 병원비, 생활비 등을 마련하느라 금융권으로부터 수 천만 원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B는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가정을 소홀히 하고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를 알게 된 A는 B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이 경우 A의 채무(소극재산)가 이익이 되는 재산(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해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해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분담의 방법 등과 관련,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그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경우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4088 전원합의체 판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채무와 관련해 유의할 점은 모든 채무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제3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한 경우, 그 채무 중에서 공동재산의 형성 또는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하게 된 채무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조합 정관 변경시 유의할 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도시정비사업을 위해 설립된 조합이 조합 정관을 변경함에 있어서 정관 조항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총회에서의 의결 방법을 달리 정하고 있다. 즉, 구체적으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 통상적인 총회 의결 방법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사항 등으로 나눠져 있다. 그런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을 위해 설립된 A조합이 조합 총회를 개최해 정관변경에 대한 결의를 하면서 변경 대상인 정관 조항들 중에는 그 의결방법으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 조합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이 함께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에게 각 조항의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 없이 변경 대상이 된 정관의 각 조항별 또는 의결정족수에 따라 항목을 나누지 않은 채 일괄해 표결을 했고, 조합장은 그 의결결과에 대해 정관 변경안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내용은 부결됐고, 나머지는 가결됐다는 취지로 선언했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이 위와 같은 경위로 가결됐다고 한 정관 조항의 효력에 대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이 총회에서 위와 같이 가결 요건이 다른 여러 정관 조항을 변경하려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원들에게 각 조항별로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에 관해 설명해야 하고, 의결정족수가 동일한 조항별로 나눠서 표결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 조항별 가결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다르게 조항별 가결 요건에 대한 사전설명도 없이 의결정족수가 다른 여러 조항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해 표결하도록 한 경우, 만약 그 표결 결과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관 개정안 전체가 부결됐다고 봐야 하고, 의결정족수가 충족된 조항만 따로 분리해 그 부분만 가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정관의 변경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일괄 투표시 일부 조항에 관해 의결정족수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일부 조항의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정관 개정안 전체가 부결된 것으로 처리된다. 조합이 의결정족수를 갖췄던 일부 조항에 대해 다시 정관을 변경하려면 또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보통 조합 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번거로운 절차, 조합원들의 재참석 등 불편이 야기되는 만큼 이와 같이 일괄투표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 집행부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토지의 사용·수익권 포기

연혁적으로 토지의 사용ㆍ수익권 포기는 주로 택지 일부를 도로로 사용토록 하는 경우 등에 있어 생기는 문제였다. 종래 판례의 입장은 우선, 토지소유자가 일단의 택지를 조성ㆍ분양하면서 개설한 도로는 토지 매수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 대해 그 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므로 토지소유자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도시계획에 관한 지적 등의 고시 때문에 토지의 사용수익이 사실상 제한되어 부득이 도로예정지를 분할, 나머지 토지를 분할해 택지로 매도했고 매수인들도 도시계획에 맞춰 주택을 건축하면서 도로예정지를 도로로 사용한 것이라면 토지소유자가 무상통행권을 부여했다거나 사용ㆍ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의 사용ㆍ수익권의 포기에 관하여는 법리적 관점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대법원 스스로도 이미 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이므로, 소유자가 제3자와의 채권관계에서 소유물에 대한 사용ㆍ수익의 권능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이를 대세적,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 새로운 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종전 판례와 상충되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에 관한 쟁점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종전 판례의 법리는 타당하다 ▲배타적 사용ㆍ수익권 행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려면 소유권 보장과 공익 사이의 비교 형량을 해야 한다 ▲사용ㆍ수익 권능의 대세적ㆍ영구적인 포기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 토지소유자는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ㆍ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 ▲위 법리는 토지를 도로 외의 다른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지하 부분에도 사용ㆍ수익권 포기의 효력이 미친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특정승계인의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 행사는 허용될 수 있다 ▲사정변경의 원칙에 의해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적 사용ㆍ수익권 포기 문제를 굳이 물권법정주의 위배로 해석해야만 되는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아무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ㆍ수익권 포기 문제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 임차인의 계약 갱신거절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 규정내용이 서로 다른데, 특히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임차인이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더 이상 임차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갱신거절권에 관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러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상가임차인이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볼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6조 1항) 위 6조 1항 후문 규정에 따라 임차인은 계약기간 종료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거절권을 행사해 계약관계를 끝낼 수 있다. 그런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기간만료 전 임차인에게 계약갱신거절권을 인정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 1항 후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당사자 간 사이에 상가건물임대차계약을 할 때 미리 계약기간 만료 전 몇 개월 전(1개월 또는 3개월 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약정해 놓지 않으면, 자연히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게 된다. 이렇게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상가임차인이 뒤늦게 임대차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10조 5항에 의해 해지의사표시를 한 때로부터 3개월 후야 계약해지가 되므로 3개월분의 월차임은 꼼짝없이 부담하게 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은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적인 실수로 보인다. 상가임차인이 이러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계약기간 만료 전 몇 개월 전(1개월 또는 3개월 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라는 특약을 해 둘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속포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할까?

갑은 을에 대해 금 5천만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 을은 채무초과상태로 위 금원을 변제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을의 부(父)가 사망했다. 상속인 을과 병 중 을은 자신의 상속분에 대한 상속을 포기해 부친의 재산을 모두 병이 상속받게 됐다. 이 경우 갑은 을의 상속포기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병에게 을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을 이전하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부담을 포함하는 총체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위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해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참조), 상속의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을이 상속포기가 아닌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병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참조), 상속재산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면 그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상속포기와 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그 효과가 거의 같지만, 사해행위취소 등 법률적인 문제의 적용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접속된 타인의 메신저 내용 열람 시 처벌

A와 B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날 A는 사내 인터넷 개인 메신저를 접속한 상태에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B는 A의 컴퓨터로 가 A가 다른 사람과 나눈 메신저 대화 보관함에 들어갔고, 상사의 험담 내용을 확인한 뒤 이를 복사해 해당 상사에게 보냈다. B를 처벌할 수 있을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위 규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위 법에서 정하고 있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위반행위의 객체인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는 정보통신망으로 실시간 처리전송 중인 비밀, 나아가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돼 원격지 서버에 저장보관된 것으로 통신기능을 이용한 처리전송을 거쳐야만 열람검색이 가능한 비밀이 포함됨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된 다음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저장보관돼 있더라도 그 처리전송과 저장보관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됨으로써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만 열람검색이 가능한 경우 등 정보통신체제 내에서 저장보관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비밀도 포함된다. 타인의 비밀 침해 또는 누설에서 요구되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에는 부정하게 취득한 타인의 식별부호(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보호조치에 따른 제한을 면할 수 있게 하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등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식별부호를 입력해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위 B의 경우 비록 A가 메신저에 접속한 상태에서 이미 전송된 내용으로서 보관하고 있는 메신저 대화내용이라고 하더라도 B가 그 내용을 열람하고, 복사해 상사에게 전송한 이상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정하고 있는 비밀침해에 해당돼 처벌될 수 있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불법적인 몰래 촬영에 대한 형사처벌

예능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가 대유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본인도 시청자들 중의 한명으로서 유명 연예인이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줄도 모른 채 예기치 못한 황당한 상황에 우왕좌왕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당시에는 누군가의 일상을 몰래 촬영한다는 생각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우리와 다르게 살 것 같던 유명 연예인들도 결국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부각되는 오락적 요소가 강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몰래 카메라는 그릇된 성적 욕망의 분출 용도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휴대전화에 촬영 기능이 탑재되면서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사적 영역이 공공연히 침범됐다. 자신의 성적 욕망 만족 내지 영리 목적으로 남녀간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숙박업소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놓거나, 휴대전화로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람의 은밀한 부위를 함부로 촬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며,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위와 같은 불법적인 몰래 촬영을 행위 유형별로 처벌하고 있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사람의 은밀한 부위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참조). 또한 촬영 당시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촬영물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유포한 자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며(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참조), 위와 같은 불법 촬영 내지 불법 유포의 미수범 역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성폭력처벌법 제15조 참조). 나아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탕, 사우나시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자 역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처벌법 제12조 참조). 예를 들어 어느 남성이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갖고 공중 여자화장실에 몰래 침입했다면, 설령 촬영에 실패했거나 촬영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불법 촬영의 준비단계에 이른 자도 처벌한다는 것인데, 이는 불법 촬영이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고 피해 후유증과 파급력이 방대함을 고려해 불법 촬영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라 하겠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시설자금으로 빌려준 돈의 소멸시효

권리자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소멸한다. 이를 소멸시효라 한다. 민법에 따르면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 따라서 만일 대여금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10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고 만다. 그렇다면 다음 사례는 어떠한가. 김씨는 이씨에게 현재 운영하는 노래방을 스탠드바로 변경하기 위한 시설자금이 필요하다. 연말 이전에 반드시 갚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여 2008년 1월 1일 1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돈을 갚지 않았다. 이씨는 김씨를 믿고 기다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2018년 12월 1일 대여금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씨는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데 위 대여금채권의 변제기인 2008년 12월 31일로부터 10년이 되는 2018년 12월 31일 이전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씨의 판단은 옳은가? 결론부터 말하자. 아마도 이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상법 제64조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씨의 대여금채권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라면 그 소멸시효는 5년이다. 위 규정에서 상행위란 영업으로 하는 행위는 물론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보조적 상행위)도 포함한다. 채권자와 채무자 중 어느 한 명만 상인인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 이 사안에서 김씨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시설의 개보수)를 위하여 이씨로부터 돈을 빌리는 행위는 이른바 보조적 상행위(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여기서 김씨가 상인인 이상, 설사 이씨가 상인이 아닌 경우에도, 상법의 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 요컨대 이씨가 김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대여금채권)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이는 상법 제64조의 적용대상이다. 김씨가 돈을 갚아야 하는 변제기를 2008년 12월 31일로 본다면 이씨는 적어도 위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3년 12월 31일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18년 12월 1일에 와서야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렇다면 이씨의 대여금채권은 이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안의 이씨와 같은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원인불명 화재사고시 임차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올 겨울은 강수량이 적어 대기가 건조하고 날씨가 추워 보온 등을 위한 전열기구 사용이 급증해 화재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화재로 인한 법적 분쟁이 늘고 있다. 임차인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해 사용하던 중, 원인불명의 화재사고로 임차목적물은 물론 임차하지 않은 건물부분도 불에 탄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하지 않은 건물에 대한 손해까지 배상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종래 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해 사용ㆍ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ㆍ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돼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원인불명의 화재로 인한 손해 전부를 전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많았다. 대법원은 2017년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해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따라 임차인은 원인불명의 화재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 임차인이 임차하지 않은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에 있어 입증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됨에 따라 책임이 경감 됐다. 이는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바람직한 판례의 변경이라 할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