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임신 5개월 차에 B보험회사와 임신 중인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체결당일 1회 보험료를 납부했다. 이후 보험료를 계속 납부했으며, 보험증권에는 보험기간 개시일이 1회 보험료 납입일로 되어 있다.
그 후 A가 태아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태아가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시력을 상실하는 상해사고가 발생했다.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A는 B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B보험회사는 상법 제737조(상해보험자의 책임)에서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人)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하는데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 또한 위 보험계약 중 ‘출생 전 자녀 가입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태아가 출생 전 분만 과정에서 입은 상해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할 뿐이며,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해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위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A와 B보험회사는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위 보험계약으로서 당시 태아를 피보험자로 삼는 개별약정을 한 것이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태아인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납부해 보험기간이 개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다.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태아도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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