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혁적으로 토지의 사용ㆍ수익권 포기는 주로 택지 일부를 도로로 사용토록 하는 경우 등에 있어 생기는 문제였다. 종래 판례의 입장은 우선, 토지소유자가 일단의 택지를 조성ㆍ분양하면서 개설한 도로는 토지 매수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 대해 그 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므로 토지소유자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도시계획에 관한 지적 등의 고시 때문에 토지의 사용수익이 사실상 제한되어 부득이 도로예정지를 분할, 나머지 토지를 분할해 택지로 매도했고 매수인들도 도시계획에 맞춰 주택을 건축하면서 도로예정지를 도로로 사용한 것이라면 토지소유자가 무상통행권을 부여했다거나 사용ㆍ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의 사용ㆍ수익권의 포기에 관하여는 법리적 관점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대법원 스스로도 이미 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이므로, 소유자가 제3자와의 채권관계에서 소유물에 대한 사용ㆍ수익의 권능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이를 대세적,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 새로운 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종전 판례와 상충되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에 관한 쟁점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종전 판례의 법리는 타당하다 ▲배타적 사용ㆍ수익권 행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려면 소유권 보장과 공익 사이의 비교 형량을 해야 한다 ▲사용ㆍ수익 권능의 대세적ㆍ영구적인 포기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 토지소유자는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ㆍ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 ▲위 법리는 토지를 도로 외의 다른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지하 부분에도 사용ㆍ수익권 포기의 효력이 미친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특정승계인의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 행사는 허용될 수 있다 ▲사정변경의 원칙에 의해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적 사용ㆍ수익권 포기 문제를 굳이 물권법정주의 위배로 해석해야만 되는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아무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ㆍ수익권 포기 문제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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