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세계에서 보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상속의 문제를 남길 뿐이다. 즉 어떤 사람(피상속인)이 죽으면 다른 사람(상속인)이 그의 재산을 상속하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상속인이 되는가? 사망한 사람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은 상속인이 될 수는 없다. 4촌 이내의 혈족과 배우자에 한해 상속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4촌 이내의 혈족이 여러 명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은 상속의 순위를 체계적으로 정하고 있다. 부동의 제1순위는 역시 직계비속이다. 직계비속이 여러 명 있다면 최근친이 선순위이다. 동친 사이에는 순위 구별이 없어 공동상속이 이뤄지며, 상속지분도 동등하다. 따라서 사망자 갑이 아들과 손자를 두었다면, 아들이 상속인이 될 뿐 손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직계비속이 없으면 직계존속이 제2순위의 상속인이 된다. 이 경우에도 최근친이 선순위이고 동친은 같은 비율로 공동 상속한다.
배우자는 상속 순위와 지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즉, 배우자는 제1순위, 제2순위의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된다. 갑이 사망하였을 때 아들 둘이 있었다면, 갑의 배우자 을은 그 아들들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자식은 없고 부모님이 생존해 계셨다면 을은 그 부모님과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동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에 비하여 50% 가산된다. 예컨대 사망자의 재산을 아들 둘과 배우자가 상속하는 경우, 그들의 상속분 비율은 큰아들 2, 작은아들 2, 배우자 3이 된다는 뜻이다.
만일 갑이 사망하였을 때 직계존속도 없고 직계비속도 없다면, 배우자가 상속인이 된다. 즉 배우자는 제3순위의 단독 상속인이다. 만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모두 없는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이때는 사망자의 형제·자매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만일 형제·자매도 없다면 사망자의 3촌 혈족(숙부, 고모, 외삼촌, 이모, 조카) 전원이 공동상속인이 되고, 이들도 없으면 4촌 혈족 전원이 공동상속인이 된다. 4촌들조차 단 한 명도 살아있지 않다면, 우리 법이 정한 상속은 이 지점에서 멈춘다. 즉, 배우자와 4촌 이내의 혈족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그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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