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가벼운 범죄 사건은 공판절차가 아닌 약식절차로 처리될 수 있다. 검사가 어떤 범죄 사건을 수사한 결과 죄는 인정되지만, 죄질이 무겁지 않아 벌금형으로 처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피고인을 (정식으로 기소하는 대신) 벌금형(예컨대 200만 원)으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약식명령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을 송달한다. 약식명령에 승복하는 피고인은 벌금 200만 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모든 형사 절차가 종결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그 약식명령에 승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죄를 저지른 일이 없어 무죄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죄에 비해 벌금 200만 원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때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그 이후의 절차는 일반 공판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만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자 그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약식명령보다 더 많은 금액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 등)을 선고할 수 있을까? 만일 이것이 가능하다면,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피고인이라도 공연히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약식명령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형사소송법은 종래 ‘불이익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식재판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금액이 더 큰 벌금형 포함)을 선고할 수 없었다.
약식절차가 이와 같이 처리되자 이제 피고인들은 이른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폐단이 벌어졌다. 즉 최악의 경우에도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2017년 12월 19일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종전의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 아닌 ‘형종 상향의 금지’ 원칙으로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의 주의를 요한다. 즉 정식재판 청구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 벌금형보다 더 무거운 형종인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약식명령의 벌금형 200만 원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은 무분별하게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관행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다.
약식명령의 청구를 받은 법원이 당해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스스로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형종(징역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와 전혀 다른 상황임을 유의해야 한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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