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버스 운영이 모두 잘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똑버스 운행에 문제점이 지적되는 곳이 있다. 빈 차로 다니는 똑버스가 목격된다고 한다. 한두 명의 승객을 태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민들이 부정적 의견을 내면서 걱정을 한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있고, 계속 운행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다. 부천시 범박·옥길동(2대)과 고강본·고강1동(3대)을 운행하는 똑버스다. 지난 4월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운행 초기인데 시민 지적이 쌓인다. 윤병권 부천시의원이 의회 본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똑버스가 교통 불편 지역을 겨냥한 정책이지만 실이용 수요에 비해 공차 운행이 다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사업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 부천시 집행부를 향해 관련 자료 공개도 요구했다. 차량 운행 거리, 실제 일일 이용객 수, 예산 투입 내역 등이다. 여기에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계획도 물었다. ‘공차 버스’, ‘1명 버스’에 대한 걱정이다. 경기도 똑버스는 성공한 교통 정책으로 꼽힌다. 적극 행정 우수 사례에서 대통령상도 받았다. 국제사회에서도 참신성과 효율성이 인정받았다. 현장에서도 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모범 사례가 파주시 똑버스다. 운정지구와 교하지구를 운행하는 노선이다. 2021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2023년 설문에서 90% 이상이 좋게 평가했다. 그해 누적 사용자가 8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늘려 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대중교통 노선이 불편한 도농 복합 지역에서도 평이 좋다. 이천시의 성공적인 정착이 그중에도 눈에 띈다. 1일 1대 당일 운영에서 선도 지역인 파주를 앞섰다. 이런 성공 뒤에는 공통적으로 해당 시의 적극적 노력이 있다. 파주시의 경우 시민 의견을 수시로 반영하고 있다. 사용자 집중 시간대나 지역 등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이천시도 민관이 함께 참여해 숙의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위한 연구용역 등도 실시하고 있다. 신개념인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다. 호출을 하면 버스가 사용자를 찾아온다.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농촌지역에 필요하다. 교통인프라가 정착 안 된 신도시에도 절실하다. 꼭 필요한 제도다. 물론 시행착오 과정을 겪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금은 정착된 파주·이천시 등도 처음에는 그랬다. 부천에서 빚어지는 논란도 그런 절차로 보면 된다. 현장 상황, 시민 요구, 도로 여건 등을 계속 점검해 가면 된다. 결국은 정착될 것이라 본다.
두 선비가 과거 준비에 매진했다. 중국 진나라시대 이야기다. 한 명은 빛을 내는 곤충에 의존해 책을 읽었다. 다른 친구는 동구 밖에 쌓인 눈을 불빛으로 삼아 공부했다. 두 선비는 큰 벼슬에 올랐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진 에피소드다. 두 선비의 이름은 차윤과 손강이다. 차윤을 도와줬던 곤충은 반딧불이다. 개똥벌레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개똥참외처럼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몸 빛깔은 검은색이다. 앞가슴 등판은 오렌지 빛이 섞인 붉은색이다. 한가운데 선은 검은색이다. 녀석의 신상 명세서다. 매년 6월이면 스스로 빛을 내며 밤에 활동한다. 이들이 연출하는 불빛 향연이 근사하다. 국내에선 녀석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경기도에선 성남 율동공원이 대표적이다. 성남시 주최로 율동공원에서 반딧불이 서식처 탐사 체험도 하고 있다. 반딧불이축제, 반딧불이 체험교실 등도 매년 열린다. 경기도내에서 또 다른 대규모 반딧불이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경기일보 16일자 10면)에 처했다. 남양주 수동면 내방3리가 그렇다. 인근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다. 해당 골프장은 지난해 12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 반딧불이 서식지가 포함된 보전관리지역 150만㎡가 개발이 가능한 생산관리지역으로 변경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반딧불이 서식이 확인됐고 골프장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서식지와 개체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평가받았다. 환경당국은 “해당 골프정 관련 전략환경평가는 용도지역 변경에 대해 조건부로 합의된 것”이라며 “인근에서 반딧불이가 관찰됐고 반딧불이를 비롯한 법정보호종에 대한 보전대책 등은 차후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세부적인 이행 사항을 다시 평가하며 충족되지 못하면 반려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골프장 건설은 기정사실이다. 막을 순 없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다.
선진국을 재는 척도 중 하나는 문화와 예술이다. 높은 문화는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물화 중심의 세계를 좇다 보면 사회계약론자들이 지적한 자연 상태에 빠져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한다. 우리나라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있다. 이 기관을 아르코라 부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모토는 ‘문화예술과 국민을 잇고, 문화예술의 내일을 함께하는 아르코’다. 아르코지원기금은 모든 문화예술인이 받고 싶어 한다. 아르코기금을 받아 수준 높은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다. 하지만 아르코가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작가이므로 아르코 사업 중 문학 부문의 개혁만 논하겠다. 첫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신청 작품 심사는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해야 공정해진다. 필자가 처음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것은 2018년도다. 필자는 1990년도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다. 그러나 등단한 문예지가 폐간되자 문단의 주변인으로 남게 됐다. 이렇게 투명 시인으로 존재하다 문학평론으로 다시 등단했다. 재등단 결과 문학평론뿐만 아니라 시 청탁도 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아르코 지원 신청 부문을 문학평론이 아닌 시를 선택했다. 그 결과 미발표작 시 7편이 발간지원에 선정돼 첫 시집을 등단 30년 만에 낼 수 있었다. 필자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심사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 자격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아르코창작기금은 선정되면 3년이 지나야 다시 지원할 수 있다. 3년이 지나니 지원 조건이 바뀌어 있었다. 출판사 계약서와 작품 한 권 분량을 제출해야 했다. 메이저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작가에게 유리할 것이 자명했다. 아르코가 기득권자들의 카르텔에 의해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발간 지원을 포기하고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심사하는 발표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년에 평론으로 지원 신청을 하려고 보니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었다. 조건이 국내외 주요 문학상에 최근 10년 내 수상 이력이 있는 작가였다. 어쩔 수 없이 첫 평론집을 출간하기 위해 인천문화재단에 지원 신청을 했다. 이처럼 아르코는 지원 자격을 자주 바꾸면서 작가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다. 셋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지원금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국내 총예산 700조원이 되는 나라의 문학 지원 기금이 적어도 너무 적다. 2024년까지 문학 발간 지원과 발표 지원 총 지원액이 12억원이었다. 그런데 2025년부터 발간 발표 지원이 없어지면서 12억원의 지원 기금이 절반으로 줄어 6억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선 지원금을 개인당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오른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총지원금은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이라는 이름으로 6억원이다. 이것은 문학을 무시하고 작가를 기만하는 행위다. 국가 총예산 700조원에 대한 분배의 문제다. 2025년 아르코문학작가펠로우십의 경우 선정자는 30건이고 개인당 2천만원씩 총 6억원이 지원됐다. 이재명 정부는 아르코문학지원기금의 총액을 대폭 늘리고 무기명 미발표작으로 심사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정부와 지방정부는 제도적으로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의 부족한 고료를 보조해 주고 아르코나 지역 문화재단 기금으로 발간한 서적을 구입해 각 기관에 배포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문예지에 대한 지원금을 늘려 실질적 고료 상승을 돕는 것도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없어진 문학나눔과 발표지원도 즉각 복원하기 바란다. 유럽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선진국의 척도를 문화예술로 보고 문화예술 정책을 재설계해 블랙리스트 작가들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용주사의 불설대보부모은중경판은 목판 42판, 동철판 7판, 석판 24판 등 세 종류가 있다. 모두 73판으로 1796~1799년 조성됐다. 이 경판들은 정조의 명으로 조성돼 주자소에 내입(內入)됐다가 화성 용주사에 보내진 기록이 ‘주자소응행절목(鑄字所應行節目)’에 수록돼 있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판은 매우 정교하고 장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변상도에는 단원 김홍도의 화풍이 고스란히 살아 남아 있으며 본문은 당대의 명필인 오수 황운조 서풍의 명품 경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전으로 칭송하고 있다. 이는 정조의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바탕으로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혼심을 쏟아 조성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종류의 경판은 당대 최고 장인의 예술성까지 곁들여져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보존 상태가 온전하다는 점, 18세기 말의 국어사 자료가 된다는 점 등에서 가치가 충분하다. 국가유산청 제공
매년 여름 초입에 들어서면 경기 광주시는 토마토의 붉은 활기로 물든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열리는 ‘퇴촌 토마토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퇴촌 대표 농산물인 토마토의 가치를 알리고 방문객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농민들에게는 자긍심과 활력을 전하는 이 축제는 어느덧 광주시를 대표하는 여름 풍경이 됐다. 이 축제는 23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이토록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열려온 데에는 지역주민의 애정과 헌신 이외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물이다. 여름철 축제는 물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다. 더위 속에서 펼쳐지는 야외 행사는 그 자체로 물을 많이 필요로 한다. 토마토를 재배할 때도 물이 필요하고, 축제 인기 프로그램인 토마토 풀장 운영에도 마찬가지다. 손을 씻고, 토마토를 씻고, 물놀이를 하고, 미스트를 뿌리고, 음식도 만들고, 더위로부터 열을 식히고 건강을 지키는 일까지. 축제를 구성하는 수많은 활동이 모두 깨끗한 물과 연결된다. 23년이 넘도록 축제가 지속된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물 공급 인프라가 작동해 왔음을 의미한다. 광주시는 물론이고 전국 모든 지역의 여름 축제는 이처럼 안정적인 수돗물 체계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광주시의 수돗물은 한국수자원공사 광주수도지사가 책임지고 있다. 2009년부터 광주시 전역에 깨끗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광주시민의 건강한 일상과 지역경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수장은 24시간 운영되고 수질은 실시간 감시 체계를 통해 관리된다. 법적 기준보다 엄격한 ‘글로벌 수질기준’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광주시민은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고 축제 또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치러질 수 있다. 광주수도지사는 단순 물만 공급하는 건 아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ESG 경영으로 시민 삶의 동반자가 되기를 지향하며 나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수돗물 안심서비스’를 통해 수질 정보와 상담을 제공하고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물사랑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퇴촌 토마토 축제에서는 이 펀드로 지역 농가에서 토마토를 구매해 다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활동도 계획돼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지역경제와 복지에도 기여하는 방식이다. 물은 늘 곁에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아무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광주의 수돗물은 평소처럼 조용히 흐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물이 지나간 자리마다 퇴촌 토마토 축제를 찾은 시민들의 행복한 순간들이 하나씩 피어날 것이다. 함께 웃고, 땀 흘리고, 풀장에 뛰어들며, 먹고 즐기는 그 모든 순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바로 그 평범함을 지키는 일이 광주수도지사의 소중한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뜨거웠던 선거의 계절이 지나갔다. 선거는 국민의 손에 권력이 주어지는 일이다. 국민이 대통령 선출이라는 권력을 처음 행사한 것이 대통령 직선제가 시작된 1952년이다. 이후 직접선거와 간접선거가 반복되다 1987년부터 직접선거제가 정착됐다. 그러나 이때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임명했다. 1995년이 돼서야 비로소 우리 동네 단체장을 우리 손으로 뽑게 됐다. 민선 지방자치제의 시작이다. 이처럼 지방자치의 본질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다시 시민으로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단순한 권한의 분산이 아니다. 시민이 내 삶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로서 권리를 실현할 때 진정한 지방자치가 시작된다. 그 중심에 동(洞)이 있다. 동은 행정의 가장 작은 단위이지만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이다. 그래서 지방자치가 가장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주민들은 동이라는 자치의 공간에서 다양한 지역 현안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면서 지방자치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각 동은 방역의 최전선이었고 주민 한 분 한 분이 그 선봉에 섰다. 부족한 마스크를 만들고, 마을 방역을 자처하고, 크고 작은 기부를 이어가며 풀뿌리처럼 지역을 지탱했다. 시흥시는 지방자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동 중심 기반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며 실행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에는 전국 최초 책임읍면동으로 대야신천행정복지센터를 지정하고 시 본청의 일부 사무를 이관했다. 행정의 무게중심을 동으로 옮기자 주민 편의와 행정 효율이 높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수해 대비, 주차난 해소, 골목 상권 살리기 등 행정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역 문제를 행정과 협치하며 10년째 지역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2016년 3개 동에 불과했던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20개 모든 동으로 확대하며 실질적인 주민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 권한의 한계가 있었던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주민자치회에서는 누구나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자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특히 시흥형 주민자치는 주민 스스로가 주민자치회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결정하도록 숙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우리 시는 동마다 주민자치 전담 인력을 배치해 행정이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주민이 스스로 실행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다양한 주민 요구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민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경험하면 지방자치의 효능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시는 2023년 동마다 ‘동장신문고’를 설치하고 동 중심 생활민원책임제를 공표했다. 주민이 직접 시청에 가지 않아도 동장신문고를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민원을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올해는 ‘책임동장 민원관리제’ 시행으로 민원 처리에 대한 동장의 역할과 책임을 한층 강화했다. 특히 시흥시는 경기도 최초로 동 단위 돌봄을 실현하며 공동체 울타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2022년 시작한 ‘시흥돌봄SOS센터’는 동마다 배치된 돌봄매니저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돌봄이 필요한 시민 누구에게나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업 초기 서비스 이용 건수는 600여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만1천여건으로 증가했다. 시흥형 돌봄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경기도 누구나 돌봄 사업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부터 경기도 29개 시·군에서 추진 중이다. 권한과 예산은 더 과감히 분산하고 참여의 문은 더 넓혀야 한다. 동이 제대로 기능할 때 시민은 권한을 되찾고 도시는 균형을 찾는다. 이것이 시흥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정직하고 확실한 길일 것이다.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도의원이 공무원에게 했다. “쓰○○이나 스○○ 하는 거야?” 언론조차 이 단어를 온전히 옮겨선 안 된다. ‘저속 표현’, ‘풍속 위반 표현’에 해당한다. 어겼다가는 징계·경고·등록취소 등을 받는다. 이런 막말을 한 것은 경기도의회 양우식 의원이다. 공직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공무원 노조가 성명을 냈다. 운영위원장직 사퇴 등을 요구했다. 달포가 지났지만 분노는 여전하다. 공무원들의 생각도 나왔다. 81%가 ‘(의원 자격) 제명이 적절하다’고 했다. 98%는 ‘상임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경기도 공무원 925명이 참여한 설문이다. 공무원들의 분노가 도의회로 옮아갔다. 18일 운영위원회가 방호 인력으로 둘러 쌓였다. 양 의원 보호를 위한 것 이냐는 빈축도 샀다. 분노한 공무원들이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운영위원회가 약 6시간 만에 개회 후 정회했다. 안건 처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양 의원이 했다는 주장이 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단체방에 남겼다. “국민의힘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당, 언론, 노조 등과의 싸움은 반드시 필요했다.” ‘언론’과 연결될 논란은 2월에 있었다. “의장 개회사, 양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1면에 싣지 않으면 홍보비를 제한하라.” 양 의원이 사무처장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양 의원은 ‘국민의힘을 위한 언론과의 싸움’처럼 끌고 갔다.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당시 도의회 의장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개회사는 민주당 소속 의장의 것이다. 이걸 크게 보도하라는 강요였다. ‘민주당 도의장을 위한 싸움’에 가깝다. ‘국민의힘을 위한 노조와의 싸움’은 더 황당한 논리다. 공무원 노조 반발의 계기는 간단하다. 성희롱 발언이다. 가해자는 양우식, 피해자는 공무원이다. 이 명백한 사건 어디에 국민의힘이 있나. 애초에 국민의힘과 무관한 일탈이다. 당을 끌어들이려는 궤변이다. 무고함을 계속 얘기했다. “법적으로 무혐의를 증명하고 빠르게 명예 회복하겠다.” 죄가 없음을 입증하겠다는 거다. 그런 양 의원이 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당원권 정지 6개월 및 당직 해임이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이 내린 처분이다. 정당이 당원에게 내릴 수 있는 강도 높은 징계다. 무고하다면 이 징계에 대응부터 해야 맞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 미래 법적 판단만 말하고 있다. 남은 임기 1년이다. 속 보인다. 억울할 수도 있다.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있다. 의혹된 행위를 부인하면 된다. ‘쓰○○’, ‘스○○’ 발언이 핵심이다. ‘그런 말 안 했다’고 하면 끝이다. 그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당(黨) 끌어들이고, 탄압 꿰맞추고 있다. 행동이 옳지 않았는데 대처도 옳지 않다. 급기야 경기도 공무원 925명이 사퇴를 요구했다. 가라앉기 힘든 상황에 온 듯하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시대다. 지난달 경기 수원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 4월 서울의 한 고3 교실에서도 학생이 교사를 폭행했다. 휴대전화 게임을 말리는 여교사를 학생이 휴대전화로 때렸다. 교권침해는 기승을 부리지만 교권보호는 늘 시늉에 그친다. 그래서 교권침해 피해교원 보호조치 비용 지원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다. 피해를 입은 교원에게 심리상담, 치료 및 요양에 들어간 비용을 지원한다. 심리상담은 20회까지지만 자살 충동 등 심리위기가 확인되면 추가 5회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천 교사들은 이런 지원조차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신청 가능 기간을 박하게 정해 놓아 피해 교사들이 놓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보호조치 비용부담 및 구상권 행사에 관한 고시’가 있다. 그런데 피해 교사들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이 너무 짧다. 지역 교권보호위원회의 조치 결과 통지일로부터 180일 이내로 못 박혀 있다. 그러나 피해교사들 대부분이 이 기간 내에 신청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막상 교권침해를 당하게 되면 병원 진료나 상담, 휴직 등 황망하게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 지원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너무 복잡하다.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결과 통지서, 병원 진단서, 병원 치료 영수증, 신청인 통장사본, 신분증 사본 등이다. 교권침해 피해를 경험한 교사들은 지원 신청 기한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교권침해 피해를 당했을 때는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트라우마까지 겪어 비용 지원 신청 등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절차를 알아 보니 이미 180일 기한이 지나 있더라는 교사도 있다. 다른 지역도 그런가 하면 아니다. 인천 외 16개 시·도 대다수 교육청이 교권침해 피해교원 지원 신청 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해 놓았다. 아예 기한을 정해 놓지 않은 지역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치료 끝난 뒤부터 3년까지다. 경기도교육청도 1년간으로 기한을 정해 놓았다. 강원도교육청은 피해 교사가 언제라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지역 교육청들은 왜 신청 기한을 충분히 정해 뒀을까. 작다면 작은 일이다. 실제 지원 금액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디테일이 교육현장의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엄청난 일을 당한 선생님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보인다. 유명무실한 교권보호책이다. 교육 현장 뒷전 관리감독청의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2024년도 자료에 따르면 중학생의 40%가 ‘희망직업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꿈에 접근하지 못한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고교학점제’와 마주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학생들에게 설렘과 동시에 막막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누적하는 방식으로 졸업하는 제도로 올해 고1부터 전면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실 풍경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교과목 선생님들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제각각 교과교실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장점은 있다.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짜여진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이젠 스스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진로에 맞는 과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받을 수 없는 소인수 과목은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다. 게다가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이용한 특별한 수업 기회도 제공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단점도 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은 ‘무슨 과목을 선택해야 미래에 도움이 될까’ 불안하고 곤혹스럽다. 어쩌면 정답을 찾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아직 목표가 없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지금의 과정이 자신을 탐색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볼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엉뚱한 곳에 심은 씨앗이 열매를 맺기도 하듯이 다양한 경험은 분명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생’에서 ‘장그래’의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스스로를 믿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면 꿈은 피어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