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옛 콘텐츠 된 영화, 존재의 이유

영화에게 2020년은 격동의 시기다. 1919년 한국 영화가 시작된 이래 존재 자체를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이토록 심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020년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그림자 아래 시작됐고 극장 폐쇄가 감염시대의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말았다. 영화 제작은 중단되고, 개봉은 지연됐으며, 영화사들은 위험을 피하고 안정적인 장르와 이야기에 기댔다. ‘범죄도시’ 시리즈, ‘서울의 봄’, ‘파묘’ 같은 천만 영화가 나오며 한국 영화산업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했지만 혼란과 위기는 계속돼 장기적으로 이 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한국 영화사의 암흑기라 칭하는 1970년대보다도 더 약한 10년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영화상의 선택을 받으며 K-시네마가 세계 최고 정점을 차지한 그 순간, 한국 영화가 쇠락해 지금은 K-콘텐츠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퇴조에는 반작용이 따른다. 산업의 폐허 위에서 진짜 목소리를 가진 창작자는 언제나 등장할 수 있다. 암흑으로 끝없이 흘러가던 1980년대에 ‘민중미학’의 시선으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러온 흐름이 있었고 이는 코리언뉴웨이브란 이름으로 희망을 선물했다. 소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이야기는 30초 릴스로 압축되며, 플랫폼은 넘쳐나고, 드라마는 시즌제로 이어지며, 유튜브는 개인의 세계관까지 상품화한다. 이런 시대에 두 시간짜리 집중을 필요로 하는 영화는 구식처럼 보인다. 영화관은 점점 낯선 장소가 된다. 그런데도 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닌 예술이어서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진다는 점이다. 시간을 공유한다는 경험, 재구성된 공간 감각을 통한 시선의 확장, 감정을 나누는 공통의 기억, 언어를 넘어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는 가능성 때문이다. 현실이 설명되지 않는 순간, 사람들은 다시 영화로 갈 것이다. 영화는 이미지와 소리라는 도구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붙잡는다. 지금도 어떤 어두운 영화관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을 이해받고 있을 것이다. 영화언어를 새롭게 정의할 규칙 파괴자들이 등장하길 기다린다. ‘건국전쟁’, ‘신명’ 같은 극단의 정치에 기대는 프로파간다 말고 암흑을 돌파했던 ‘하녀’(1960년), ‘바보선언’(1984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년) 같은 진짜 영화예술의 혁명가들 말이다.

[학습코칭] 6월 모평 이후, ‘9모’ 대비 학습법

6월4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 탐구 과목 모두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맞춰 EBS 수능 연계 및 고교 학습과정과 공교육안의 범위에서 출제됐다고 평가원은 밝혔다. 6월 모의평가 응시 인원은 역대 최고인 50만3천572명으로 재학생 41만3천685명, N수생 8만9천887명이었다. 작년 응시 인원을 살펴보면 6월 모평 N수생 8만8천698명, 9월 모평 10만6천559명, 실제 수능에서는 18만1천893명이 응시했다. 올해 11월13일 시행될 실제 수능에서 N수생 응시생은 대략 19만명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입은 특히 의대 정원 원상 복귀,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반수생 증가 등으로 최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6월 모의평가 이후는 대입을 준비하는 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점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능과 수시를 동시에 고려해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공부법이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오답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틀린 문제는 유형별로 분류하는 것이 좋다. 개념 부족인지, 시간이 부족했는지, 단순 실수인지 검사해 보자. 또 맞힌 문제라도 운이 좋게 찍어 맞힌 문제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과목별로는 취약 단원을 정리하고 특히 어떤 단원이 부족한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번 6모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모두 EBS 연계율이 높았기 때문에 수능특강을 열심히 공부했다면 좀 더 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EBS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은 수험생의 필독서다. 이 교재를 중심으로 철저히 내 것으로 공부한 후 변형 문제나 심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여름방학 전까지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의 전체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해야 한다. 수학의 경우 공통수학은 다소 평이하고 미적분이 어렵게 출제돼 최상위권과 중상위권 변별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탐구 과목에서 작년부터 사탐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올해 6모에서 확률과 통계 역시 쉽게 출제돼 사탐런에 이어 확통런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3 재학생뿐 아니라 N수생의 사탐 응시 증가도 눈에 띈다. 과탐 선택이 무조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예전에 비해 통합형 수능 시대에는 사탐으로의 변경도 고려해 봐야 하는 요소다. 물론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과탐 가산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수능 최저를 맞춰야 하는 수시전형이 메인일 경우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된다. 사탐 응시자가 늘면서 과탐 응시자는 6월 모평에서 24만8천642명이었다. 6월 모평 전체 응시 인원의 59.7%인 36만8천18명이 사탐을 선택했다. 이는 2013년 이래 최고 응시 인원이다. 따라서 과탐의 백분위와 표준점수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5개년 기출을 꼼꼼하게 풀어보면서 평가원의 문제 스타일에 적응하고 6월 모의고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공부를 7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7월 중순쯤 방학이 시작되면 수능식 실전 훈련을 하자. 타이머를 활용해 시간배분훈련을 하고 취약 과목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6월 모의고사로 대략적인 수시 지원 가능 대학을 예상할 수 있긴 하지만 절대적이 아니므로 남은 시간 동안 효과적인 학습을 통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수시전형에 지원하더라도 수능최저요건이 있기 때문에 수능 중심 공부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모든 과목을 최소 3회독 완료 후 기출 5개년 문제들을 꼼꼼하게 풀어보는 것이 좋다. 6월 모평에서 보여줬듯 EBS 연계 출제는 평가원의 출제 경향, 즉 EBS연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다소 쉬웠던 6월 모의고사로 인해 9월 모평이 어렵거나 수능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철저한 9월 모의평가 대비다. 앞서 언급했듯 수능 특강과 수능 완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학습해야 한다.

[기고] 비상벨은 마지막 수단

도심 곳곳의 공원 화장실, 도서관, 지하철 역사 등 공공시설에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말 그대로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장치다. 경찰은 이 벨이 울리면 누군가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한 경우로 판단해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최근 3개월간 인천삼산경찰서 갈산지구대 관할의 공원 등 화장실에서 비상벨이 울린 사례(43건) 중 98%가 장난, 실수 또는 무의식적인 오작동이었다. 어린아이가 장난삼아 누르거나 청소 도중 잘못 눌리는 경우도 있고 변기 레버로 오인해 누르는 경우, 심지어 몸을 기대다 벨이 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오작동 벨 문제로 인해 순찰차가 긴급히 출동하고 경찰관 두 명 또는 그 이상이 현장 확인에 투입된다. 하루에 몇 건씩 쌓이면 한 달에 수십 시간의 경찰력이 낭비된다. 이 시간 동안 경찰은 실제 위험에 직면해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의 곁에 없을 수 있다. 오작동 방지를 위해 버튼이 쉽게 눌리지 않게 버튼 위에 커버를 씌우는 등의 물리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시민 여러분의 주의와 경각심이다. 비상벨은 말 그대로 ‘비상’일 때만 사용하는 ‘긴급 호출장치’다. 갑작스레 통증이 발생한 경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 그리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호기심이나 단순한 불만 그리고 사소한 부주의로는 절대 눌러서는 안 된다. 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도움이 절실한 다른 누군가의 생명에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언제나 시민 곁에 있다. 하지만 그 경찰력을 꼭 필요한 순간에 쓸 수 있도록 시민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할 때, 그리고 비상벨을 누르기 전 한 번만 생각해달라. 지금 이 순간이 비상벨을 누를 만한 위급한 상황인가를. 우리의 세심한 주의가 세상의 큰 안전을 만들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미래] 반려와 유기 사이의 거리

네 집 건너 한 집쯤에는 온 몸에 털이 덮인 생명체가 하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반려(伴侶)동물을 기르는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개와 고양이가 대부분이지만 햄스터, 토끼, 기니피그,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다양한 생명체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과 살아간다. 이들은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가족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로 불리며 인류가 동물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생의 최고 지점에 서 있다. 그러나 세상에 빛만 존재하지 않듯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 곳곳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유기(遺棄)라는 말에 감춰진 현실이다. 10만이라는 이 적지 않은 수는 대한민국에서 1년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 마릿수다. 2017년 이후로 국내 유기동물은 매년 10만마리 이상 구조됐다. 작년에는 이들 중 11%만이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갔고 27%는 입양되거나 기증됐다.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개체는 자연사하거나 인도적 처리라는 이름 아래 죽음을 맞이했다.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했다. 그 덕에 귀가율은 5%에서 약 두 배 가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은 갈 길이 멀다. 현재는 홍보를 강화하고 시행 대상을 고양이까지 확대하는 등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인식과 책임감이 함께 따라야 한다.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동물을 되찾아주거나 입양을 장려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복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바로 버리지 않도록 만드는 책임 교육이다. 초·중등 교육과정 안에 생명존중 교육이 충분히 포함돼야 하며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을 기를 때 필요한 지식을 동물과학 수준에서 함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위스는 반려동물의 복지와 책임 있는 소유를 강조해 입양 전에 행동 이해, 훈련, 건강 관리, 사회화, 법적 책임 등 다양한 주제를 포함한 법적 교육을 이수한다. 이런 교육은 반려동물과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돕는다. 스위스는 반려동물의 유기율이 낮고 동물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반려동물은 누구나 처음에는 사랑스러운 존재로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 짓는다, 털이 날린다, 크게 자랐다, 늙고 병들었다, 결혼한다, 이사간다, 돌볼 사람이 없다 등의 이유로 버려지기도 한다. 그 이유가 가볍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고민할 만한 중대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버릴 가족이었다면 애초에 가족이 되지 말았어야 한다. 함께 살기로 했다면 그 삶은 책임과 선택의 연속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선을 다해 함께 살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반려견과 반려묘에게 보호자는 세상의 전부다. 그들이 우주이자 삶의 이유다. 화재 현장에서 큰 소리로 짖으며 온 몸을 날려 가족을 구한 개, 4천100㎞를 6개월 동안 홀로 걸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미국의 보비, 10년간 시부야역에서 죽은 주인을 기다린 하치, 11년간 주인의 무덤 곁을 지킨 아르헨티나 캡틴까지. 세상에는 수많은 ‘털 덮인 생명’들이 인간과 깊은 유대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작은 책임감이어도 괜찮다. 오늘 없던 책임감이 생기고, 내일 더 깊어지고, 모레엔 단단해진다면 버려질 생명 하나가 줄어들 것이다. 반려와 유기 사이의 거리는 마음 하나 차이다. 선택이 아닌 약속이, 소유가 아닌 책임이 두 거리를 결정한다.

[경기만평] 예정 있었는데...

[사설] 이준석, 국민의힘 시장들 만나는 이유는

이번에는 용인특례시를 찾았다. 이상일 시장과 지역 현안을 얘기했다. 용인시청 시장실에서의 비공개 회동이었다. 이날 오간 대화는 화성과 용인 간의 현안이다. 두 시를 연계하는 교통망 확충을 논의했다. 남사 반도체클러스터에서 동탄으로 이어지는 터널 사업도 협의했다. 회동 후 기자회견에 이 시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의원이 회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역의 시급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주변 지자체장과의 추가 회동 구상도 밝혔다. “앞으로도 주변 지자체장을 비롯해 지역구 의원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지난 7일에는 오산시청을 찾아갔다. 이권재 오산시장과 물류센터 건립 백지화를 협의했다. 오산시와 경계인 화성시 장지동에 추진되는 사업이다. 교통 혼잡, 환경 저해, 안전 위협 등에 의견을 함께했다. ‘시민 삶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이권재 오산시장과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6·3 대선에서 이 의원은 8.34%를 득표했다. 경기도에서는 이보다 높은 8.84%를 얻었다. 경기도 득표수가 81만6천435표다. 지역구가 있는 화성에서는 두 자릿수(11.49%)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의 52.20% 독주 속에 얻은 결과다. 선전은 아니지만 존재감은 보였다는 평이다. 그 뒤 지역의 관심을 끄는 주장이 나왔다. ‘경기지사 출마론’이다. 한 시사평론가에 의해 제기된 ‘신당 창당·이준석 경기지사 출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내년에 신당을 창당한다고 예상했다. ‘홍 전 시장은 서울시장, 이 의원은 경기지사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선을 그었다. “제 자신의 경기지사 출마 등도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경기지사 출마 안 한다’와는 조금 다르다. 내년 지방선거 구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에 매진하고 있다. 당원 확대 노력도 지속 중이다.” 이런 추론에 맞물려 목격되는 최근 행보다. 대선 이전까지 인근 지자체 방문 활동은 없었다. 현안이라고 밝힌 의제의 시점도 모호하다. 용인 남사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은 오래된 일정이다. 화성시와 용인시 간 시급한 교통 문제가 뭐가 있을까. 물류센터 대응을 위한 오산시 방문도 그렇다. 물류센터 인허가권자는 화성시장이다. 그토록 문제가 있다면 화성시장 방문이 더 자연스러웠다. 달리 보려 들면 이렇게도 보인다. 회동한 두 시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선거 때마다 공조설에 휘말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이래저래 꺼지지 않는 ‘이준석 경기지사 출마설’, 이 가정을 유지시키는 것도 그 자신인 것 같다.

[사설] 2조3천억 벌고 재투자는 ‘NO’... LH, 이윤 극대화인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 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밑그림에 따라 LH가 소유 부지에 도시 기반시설을 조성한 후 민간기업에 매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LH가 이곳 투자유치·상업업무·산업시설·주택건설용지 등을 팔아 번 돈이 2조3천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법에 정해져 있는 ‘개발이익의 재투자’는 한사코 나 몰라라 한다. 땅장사로 떼돈을 번 LH의 ‘먹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연구원이 인천경제청의 의뢰로 청라국제도시 개발이익을 환산해 봤다. 청라국제도시 1·2·3·4단계 부분 준공 시점의 지가와 사업을 시작한 2005년 당시 땅값 등을 비교했다. 여기에 개발 비용을 적용했다. 전체 개발이익이 2조3천300여억원으로 나왔다. 그러나 LH는 막대한 개발이익에도 청라에 대한 재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제9조8(개발이익의 재투자)은 개발사업 시행자는 개발이익 일부를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설치 및 유지·관리에 쓰도록 하고 있다. LH는 이 법과 시행령의 개발이익 재투자 적용 시점이 서로 다른 점 등을 들어 재투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다. 경제자유구역법은 개정이 이뤄진 2011년 8월5일 이후 최초로 끝난 개발사업을 재투자 대상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이후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한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라 1단계가 2012년 12월에 최초 준공한 데다 청라 2단계도 2013년 5월부터 차례로 부분 준공이 이뤄졌다. 이는 경제자유구역법이 규정한 최초 준공 개발사업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은 개발이익 재투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2013년 이전은 25~50%, 이후부터 2014년 11월까지는 25%, 현재는 10%다. 개발이익 재투자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권해석도 나와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이후 일부 준공 사업도 상위법 우선의 원칙,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투자 대상이라는 내용이다. 이런데도 LH는 청라국제도시는 재투자 비율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 실시계획 승인이 난 사업이라는 것이다. 사업 완료 후 법원 판단에 따를 문제라며 소송으로 갈 자세다. LH는 경제자유구역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유권해석을 존중해야 한다. 법과 시행령 간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해도 ‘상위법 우선’은 법 상식이다. 국가공기업은 이윤 극대화만 좇는 사기업이 아니다. 빌미를 준 법 체계의 혼선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지만.

[김종구 칼럼] 접경 지역민은 ‘귀신 곡소리’ 보상도 못 받나

표현의 자유에 비중을 두고 보면 단속이 무리다. 대북 체제에 대한 의사 표현이며 정보 공유다. 살포 주체가 민간 단체여서 공공 대표성도 없다. 강제로 막거나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 헌법적 정신이 ‘대북전단금지법’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의견을 존중해 문재인 정부가 만든 법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가 결정을 내렸다.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했다. 적어도 법률적 측면에서의 판단은 끝난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막고 나섰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고 의지를 피력했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불법 행위로 선언했다. “현행범 체포 대상”이라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이미 해당 단체에 경고를 전한 상태다. 행위를 처벌하려면 이를 규정한 법률이 있어야 한다. 경찰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다. 글쎄다. 적국을 비방하는 전단을 적국에 살포하는 행위다. 현장에서 체포 당할 일일까. 굳이 에둘러 갈 필요 없다. 집권 정부가 가진 대북관 문제다. 남북 화해에 가치를 둔 정권은 제한했다. 강경 대응에 중점을 둔 정권은 묵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막았고, 윤석열 정부는 허용했다. 이러는 사이 위법성 인식도 무감각해졌다. 민간 단체의 목소리만 커졌다. 정치 탄압이라며 되레 목청을 높인다. 이 패턴은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대통령이 살포 제한을 공언하자마자 보란 듯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대북 전단 논쟁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보내야 한다’고 하면 극우로 본다. 전쟁주의자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보내면 안 된다’고 하면 극좌로 본다. 북에 굴종하는 친북주의자로 몰린다. 이념 논쟁의 속성인 선명성 공방의 결과다. 이걸 논할 생각도, 한쪽에 설 생각도 없다. 말하려는 건 거기서 외면되는 접경지 피해다. ‘소음 지옥’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가 없다. 극심한 고통에 내몰렸던 피해를 거론도 안 하고 있다. 귀신 곡소리, 쇠 긁는 소리.... 만성 수면 부족, 영유아 경기·발작.... 캠핑장 폐쇄, 상권 붕괴.... 고통의 1년 밤낮이었다. 보상이 있을 줄 알았다. 정치권이 그렇게 약속했었다. 국민의힘이 강화를 찾은 건 지난해 9월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그해 10월 찾아갔다. 민방위기본법을 개정해서라도 보상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반겼고 믿었다. 얼마간은 그렇게 갔다. 민방위기본법이 11월에 개정됐다. 곧 보상이 나오는 줄 알았다. 많은 국민은 보상이 된 줄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10원 하나 보상된 거 없다.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발효되려면 시행령이 있어야 한다. 반년 흐른 지금까지 안했다. 소급입법 적용 여부도 문제다. 대남방송의 피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보상이 이뤄지려면 법이 소급 적용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도 정리되지 않았다. 시가 피해를 채증했다. 이게 인정될는지도 걱정이다. 그 새 북한의 대남방송은 조용해졌다. 보상까지 잠잠해지려나. 정권이 바뀌었다. 그때 야당 대표는 대통령이 됐다. 대북 전단 제재를 통일부에 지시했다. 접경 마을을 찾아 ‘평화’를 약속했다. 거기 ‘보상 약속’도 있었으면 좋았는데. 그날은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대북 전단 제재를 비난한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도 ‘보상 주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역시 없다. 그렇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대북 전단 논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 ‘제1 피해자’는 쏙 빼놓고 간다. ‘접경지 70년’을 짓눌러온 논리가 있다. ‘위험 지역인줄 모르고 살았나’, ‘참기 싫으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라’.... 분단을 전제한 고통 강요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접경지 보상’은 안중에도 없는 대북 전단 논쟁을 보면 그렇다. 결국 ‘귀신 곡소리도 그냥 참고 살라’는 말이다. 主筆 김종구

[지지대] 지방선거, 정당보다 후보에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선거는 시민이 공직을 맡을 인물을 뽑는 공식적인 집단 의사 결정으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투표를 통한 다수결 등 의사 결정, 그리고 이를 통해 선출한 인물이 공직을 맡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 성향에 따라 분열이 있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통합의 시대를 외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선거.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시장·군수·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 그리고 광역·기초의원까지 일꾼들을 손수 뽑는 절차.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민선 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지는 만큼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 단순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투표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지역의 일꾼을 보고 투표하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군이 정작 가장 중요한 시민들의 선택보다는 우선 유력 정당의 선택, 즉 공천을 받기 위해 애를 쓸 것이 뻔하다. 현재 우리의 지방선거는 시민의 선택은 정당이 받고, 자신은 정당의 선택을 받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이 같은 형태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에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단순 정당 간의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시민이 ‘○○당 후보’라고 표현하지 말고 ‘○○○ 후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투표하는 문화가 생기길 바라 본다. 지역의 현안 해결이나 정책은 결국 사람이 한다. 이해집단인 정당은 이를 절대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특정 정당의 후보를 기억하기보다는 후보 이름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천자춘추] 새 정부에 거는 기대

국가의 존재 이유가 있다면 첫째는 안보이고 둘째는 경제일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지켜내고 국민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 책무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년 넘는 전쟁과 북한군 파병, 홍해의 무법자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맹폭으로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야 하는 무역선,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아슬아슬한 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보복 전쟁, 게다가 슬금슬금 서해 공동수역에 이상한 기구를 설치하는 음흉한 계략과 대만 침공을 준비하는 중국의 행동 등 화약고가 점점 많아진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와 연관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실로 대외적 환경을 피해가거나 이겨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래서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말로만 그칠 줄 알았던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관세폭탄이 되고 관세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혼란스럽던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학기가 설레는 것처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새 정부는 민심 수습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에 몰두해야 한다. 이제 단순히 여당 발목만 잡으면 되던 시절과는 반대로 여당의 위치에 섰다. 이제 전혀 다르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통합을 말하는데 국회는 협치를 포기하고 정쟁을 시작한다면 이 또한 내로남불이 될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상 삼권(三權)을 쥔 것과 같은 상황에 단순히 국민에게 용돈을 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정책으로 경기도는 매년 수천억원씩 갚아야 할 부채만 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자기 돈은 한 푼도 안 내며 주 4.5일제 타령으로 군불 때는 정치인들은 중소기업만 서글프게 만든다. 최저임금 상향은 결국 불법 외국인 체류만 늘리는 결과임도 고려해야 한다. 나라와 조직은 앞장서 인심 쓰는 사람들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새 정부는 안보와 경제 회복, 국민 먹거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먹거리를 못 만들어 내면 꽝이다. 배고프면 민심이 흔들리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쟁에 몰두하지 말고 먼저 기업 살리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새 정부의 성공은 복수가 아니 포용과 인내, 풍요로운 경제다. 표를 몰아준 국민은 철저한 안보와 경제성장을 기대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하면서 꿈을 이뤄 가는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후손들도 웃을 수 있는 멋진 정치를 기대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