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국적으로 내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이 실시되었다. 그 동안 수능시험을 준비하느라 밤낮으로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또한 이들을 지도해 준 선생님들, 그리고 수험생 이상으로 고생한 학부모들의 노고에 대하여 새삼 위로를 보낸다. 수능시험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거쳐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와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 되는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된다. 단순히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특성과 장래,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될 것이다. 점수가 높다고 자신의 적성은 고려치 않고 무조건 일류 대학을 택하였다가 입학 후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대학에서 배부하는 전공에 대한 자료, 그리고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학부모들과의 격의없는 의견교환이 요구된다. 고3의 경우, 수능시험 이후에는 거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수능 시험이라는 대사를 치른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각자 선택한 대학에 알맞는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논술고사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할 것이며, 또한 예체능계는 실시시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별한 준비없이 대학입시때까지 계획없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입시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탈선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수능 시험 이후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어제 저녁때 시내 곳곳 유흥가에는 많은 수험생들로 성시를 이루었으며, 때로는 탈선행위가 자행되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수능 이후 학생지도는 선생님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해이해 지기 쉬운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적절하게 통제하여 줄 필요가 있다. 대학도 이 기회에 수험생들을 초청하여 대학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모두 수능시험이후 탈선하기 쉬운 시험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된다.
생존권 사수 및 임금투쟁을 위해 전면파업에 돌입한 부천관내 택시회사의 기사들이 무관심, 무반응, 무대책이라는 3중고에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들 기사들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임금이지만 3년째 꽁꽁 묶인채 한달 25일을 근무기준으로해 받는 평균임금은 33만여원이다. 반면 하루 사납금은 주간 6만여원, 야간 6만2천여원. 이에 동창산업 노조가 지난달 20일부터 택시노동자 생존권 사수 및 임금투쟁을 내걸고 29일째 전면파업에 나섰고 삼신교통 등 4개 택시회사노조도 15일과 18일부터 역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작 부천시와 회사측은 느긋하다 못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관내 8개 택시회사의 차량보유대수 882대에 비해 개인택시는 1천634대로 무려 2/3를 차지하고 있고 유통업계의 셔틀버스 등으로 시민불편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택시기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그날그날 번돈으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데다 파업을 한다고 해도 1만∼2만원의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장기화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팔짱만 끼고 있다. 시와 회사측은 또 IMF로 회사경영이 악화됐고 공공요금 인상억제라는 공동의 대의명분을 들어 택시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어 기사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런 택시기사들에게 승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서비스와 무리한 합승행위 금지 등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시민의 발과 눈과 귀가 돼야 할 택시기사들의 전면파업은 분명 이유있는 몸부림이자 생존권 싸움이다./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 희생에 포함된 학교가 과시될 수는 없다. 오히려 학생지도가 잘못된 점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이유가 있다. 화재로 희생된 15개 고등학교의 학생 대표들이 무슨 성명서 발표를 서두르는 것을 학교측이 만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교내에서 자유로운 의견 토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대해서 사회에 성명서를 내는 행위는 합당치 않다.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지탄하려던 것으로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기 때문에 경찰에 이어 검찰의 다각적인 재수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호프집 출입을 탓하기 전에 갈만한 공간마련을 못해준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부족은 상대적 인식의 차이다. 갈곳이 마땅한 데가 없어 하필이면 술집에 갔다는 투의 말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미성년이라 해도 고등학생쯤 되면 그만한 판별능력의 지성은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그보다는 일시의 호기심에서 호프집에 들른 것이 어른들 잘못으로 집단 참사의 결과를 낸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술집에간 사실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같은 주점출입이 없을 것을 다짐하면서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아는 용기다. 그러나 이도 성명서 형식으로는 걸맞지 않다. 기성세대의 그같은 사고에 대한 사회방어가 미흡했던게 큰 잘못인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로인해 고등학생들의 술집출입이 큰 목소리로 변하는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사회가 이에대해 해야할 말을 못하는 것은 어른다운 자세가 아니다. 꾸짖을 일은 마땅히 꾸짖을 줄 알아야 한다. 지극히 불행한 사고이지만 그렇다고 윤리적 가치관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白山
우리는 요즘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을 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언론대책문건이 문일현 기자의 단독 작성, 즉 해프닝으로 끝나간다. 태산명동에 서일필도 못된다. 검찰수사가 여권인사를 비껴가는등 여러가지로 미진한 것은 이미 세상이 다아는 일이므로 새삼 여기에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옷로비의혹사건 특검팀 수사는 당초의 검찰수사가 축소된 짜깁기였음이 드러나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스포사 정일순 사장이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에게 1억원의 옷값대납을 요구한 혐의를 밝혀낸 특검수사는 무혐의로 종결지은 검찰위상에 치명상이 되고 있다. 정일순씨의 구속이 강인덕 전 통일원장관 부인 배정숙,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 등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나 당초의 검찰수사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만은 부인될 수 없을 것같다. 언론대책문건의 무기력한 검찰수사, 옷로비의혹사건의 특검수사 반전이 검찰의 무능때문이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언론대책문건이나 옷로비의혹사건쯤 제대로 못밝혀낼 검찰이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중립화가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이리당하고 저리당하는 검찰 모습에 오히려 측은한 감마저 갖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낙인찍힌 특검제가 새삼 기대되는 것은 우리들은 미국처럼 검찰의 중립화가 보장되지 않은 탓이다. 어떤 큰 사건이 있을때마다 역대 청와대 고위층은 ‘한점 의혹없이 수사하라’고 말은 그랬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경험상 의문이다. 사회공익을 대표하는 국가의 소추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또 정권의 불행이기도 하다. 집권기간 검찰권의 프리미엄을 누리다가 그것이 부메랑이 된 예를 많이 보아왔다. 정권마다 법률해석, 그리고 수사방향의 도덕성을 다르게 강요하는 정치권력은 결국 또다른 검찰의 모습에 의해 그 자신도 재앙을 받곤 했다. 지금의 정권은 과연 이같은 전철에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엄히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검찰중립화의 영단을 촉구해 왔다. 검찰중립화야말로 참다운 개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끔찍스럽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수가 있는지 이토록 황폐해진 우리사회의 윤리의식이 비탄스럽다. 고교 휴학생이 여자문제로 부모를 흉기로 무참하게 찔러 살해하고 동생도 중태에 빠뜨린 수원의 존속살인사건은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게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인간심성 자체의 잔혹성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5년 연상의 여자와 사귀는 것을 평소 꾸짖어온 부모가 잠든 한밤중에 흉기로 온몸을 50여곳이나 찔러 살해한 포악스럽고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범행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면수심의 극단적 상황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10대 범인은 경찰에서 ‘부모님이 없어져야만 누나(애인)와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모를 살해하게 됐다’고 뇌까렸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부모와 가족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는 반인륜적 범행은 스스로가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기 파멸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인명경시 풍조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사회병리 현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범인의 패륜이 치가 떨리게 가증스럽기만 하다. 결국 그의 잔혹한 범죄는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병리의 근본을 치유해 나가지 않는한 패륜적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우리사회의 갖가지 모순을 줄여나가는 구조적 처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정립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정과 사회, 학교의 교육기능회복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평소 동생보다 못한 학교성적에 열등감을 가져왔고 끝내 고교를 휴학해야 했으며, 부모로부터 매를 맞은뒤 자살을 기도하는 등 가정적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요즘 핵가족제도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으나 핵가족화 현상은 노인문제와 함께 청소년의 정서에 문제를 야기한다. 제도적으로 가족의 해체를 막고, 교육을 통해 산업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유보됐던 자치경찰제가 다시 거론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성남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에서 가진 국민회의 소속 기초단체장 정책세미나 메시지를 통해 “내년에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러나 다음 몇가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자치경찰제는 국가조직의 근간에 속하는 사항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제기가 아무 검증없이 가능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자치경찰제가 설사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각계각층의 공론은 고사하고 경찰내부의 검증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결코 옳다할 수 없다. 둘째, 경찰조직의 이원화가 과연 효율적이냐는 반문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립경찰과 자치경찰의 한계가 조직 및 업무면에서 심히 모호해서는 혼란만 일으키기 십상이다. 물론 자치경찰을 만들자면 조직 및 업무의 한계를 법률로 정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운영면에서는 민생치안을 그르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자치경찰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자치경찰은 국립경찰조직을 이원화하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자치경찰이다. 자치단체가 필요에 의해서 설립하는 자치경찰을 원하는 것으로 이는 당장은 불가능하다.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장차는 필요할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김대통령은 자치경찰제가 흡사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권한이양은 중앙부처가 독점하고 있는 실질권한의 분산이지 지방비에 부담만가는 명목상의 자치경찰같은 것이 아니다. 셋째, 우리가 아는 자치경찰제추진은 앞서 말한 것처럼 막대한 지방비부담을 가중한다. 경기도만해도 연간 인건비와 경상비로 약 2천5백억원을 떠안게 된다. 이를 전국으로 치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치경찰제가 경찰의 국비부담을 지방비부담으로 돌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지방자치를 위한다할 수 없다. 설령 얼마간의 국비보조가 있다하여도 지방비 전환의 본질이 부인되기는 어렵다.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 지방에 경찰위원회등이 조직되는등 그럴듯한 겉모습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나 이로인해 주민부담이 가중되어서는 허울뿐이다. 자치경찰제 실시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위에서 밝힌 세가지 의문에 명료한 해답이 없는한 그러하다.
안산시가 시운전중인 하수처리장을 통해 매일 수십만톤의 중금속 폐수를 바다에 방류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 내고 있다. 하루 38만5천톤의 폐수를 정화처리할수있는 안산하수종말처리장의 내년말 완공을 앞두고 시운전에 들어간 안산시는 이 처리장이 일반 폐수정화시설만 갖춰 중금속을 정화할수 없는데도 지난 4일부터 반월공단내 공장에서 발생하는 1일 8만여t의 폐수를 생활하수 12만t과 함께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온 나라안에 팽배해 있는데도 폐수 무단방류를 감독해야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안산시 당국의 배짱과 무책임, 그리고 무모한 환경의식부족에 놀랄 뿐이다. 당초 안산시가 93년 착공한 하수처리시설은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를 정화처리할 계획이었음에도 중금속을 산화정화할 화학처리방식은 물론 인(P)과 질소(N)를 정화할 수 있는 고도처리설비는 갖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공장폐수나 생활하수에 섞인 중금속과 인·질소가 정화되지 않은 채 무방비로 방류되고 있다니 어이 없는 일이다. 하수처리장 건설에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폐수처리기능인데 중금속 처리시설을 하지 않은 채 반쪽처리시설을 추진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중금속 폐수를 정화할 기능이 없는 시설은 엄밀히 따져 완전한 처리시설이라고 할 수 없다. 여기에 소요된 무려 2천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이 너무 아깝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하수처리장이 결국은 쓸모없는 애물단지로 남게될 것이라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안산시가 시운전을 하면서 중금속 폐수를 계속 방류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참기 어려운 울분을 느낀다. 안산시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과 무모하고 안이한 행태로 인해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다가 중금속으로 오염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시 당국은 중금속 폐수방류를 즉각 중단하고 이렇게 된데에 대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하수처리시설 보완에 대한 긴급대책도 조속히 세워야 할 것이다.
‘인의구휼(仁義救恤)은 치자의 덕목이나 무위선심(無爲善心)은 치자의 허물’이라고 했다. 공(功)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경계하는 고사로 한비자(韓非子) 난이편(難二篇)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얘기가 전한다. 환공이 술에 취하여 관을 잃은 적이 있다. 이를 심히 부끄럽게 여겨 나라의 창고를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옥을 열어 죄인들을 방면하였다. 사흘이지나자 백성들 사이에서 “임금님이여,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노래가 떠돌았다. 후세에 한비자는 ‘공이 없는 사람에게 이익을 주어 백성들로 하여금 요행을 바라게 했으니 어찌 치욕이 아닐 수 있겠는가’라고 갈파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에 “6조8천억원의 농가부채를 내년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예컨대 원금은 장기 분할상환하고 이자는 감면하는 것은 몰라도 부채자체를 탕감하는 것은 국민세부담을 안겨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농가부채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무위선심’이 돼서는 “어찌하여 다시 관을 잃어버리지 않나이까!”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여 빚을 갚은 농업인도 있고 반대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개인적 사유도 여러가지인점이 고려돼야 한다. ‘무위선심’은 선심을 받는 사람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그로인해 더 많은 민심을 잃는 수가 있다. 농업문제는 생산 및 유통구조의 혁신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백삼
일본의 친북지식인층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제기된 것은 무척 주목된다. 나카다이라(中平健吉)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난민구원기금’의 시민단체 각계 지식인 50여명은 ‘북한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을 들고 나섰다. ‘북한민중이 직면한 기아와 인권유린의 참상은 더 좌시할 수 없는 단계’라며 ‘전체주의 의 폐해에 의한 이같은 참상의 개선을 위해 민주화와 인권존중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방치하는 것은 양심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여기엔 전 각료, 기업인, 종교인, 교수등 많은 저명인사가 서명했다. 지난 10일 있었던 일로 국내 일부 언론에도 보도됐다. 북한의 ‘조선로동당규약’ 전문 가운데는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된다’는 대목이 있다. ‘북한민중을 위한 인권선언’이 밝힌 전체주의 폐해란 헌법보다 상위개념에 올라있는 로동당규약의 ‘김일성사상’을 말한다. 일본지식인들의 이같은 선언을 보면서 국내 지식인들의 무력증후군을 통감한다. 북한 정권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햇볕정책은 북한 인권문제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한심한 것은 어쩌다가 뜻있는 이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낡은 메커니즘수법’이라며 역으로 매도하고 나서는 이른바 진보 지식인층의 오류다. 광복직후의 무법천지를 이룬 이데올로기 격동, 민족적 참화의 6·25한국전이 끝난지 아무리 반세기가 다 되어간다 해도 사실까지 왜곡하려드는 전후 일부 지식인들의 편견은 심히 위험하다. 북한의 인권문제에는 관대한 자칭 진보 지식인들일수록이 국가보안법을 두고 말하는 인권문제에는 논리의 비약을 일삼는다. /백산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의사일정은 예산심의이다. 정부에서 지난 9월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93조에 대한 심의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수행하여야 될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헌법 제54조에 따라 국회는 내년도 회계개시일 30일전인 12월2일까지 통과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이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회 상황을 보면 과연 헌법에 규정된 기한 내에 예산안이 통과될지 의문이다. 국회내에 예산위원회는 구성되어 있으나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에서 위원장직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위원장을 해야된다고 주장하여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언제 예산심의를 할 것인가. 예산심의는 국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권한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이면서 동시에 납세자인 국민에게 직결될 사항이기 때문에 가장 심도있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심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예산심의를 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여 졸속으로 심의될 가능성이 많은데, 아직까지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니 언제 그 많은 예산을 심의할 것인지 의문이 간다. 결국 이렇게 정쟁만 일삼고 있다가 시간이 없어 막판에 졸속으로 처리하거나 또는 파행운행되어 과거와 같이 여당에 의한 단독처리 되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파행국회의 운영도 안되고 또한 졸속 예산심의도 안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쓰여지는 예산심의가 여야간의 정쟁으로 인하여 부실하게 심의된다면 국회는 스스로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여야는 즉각 정쟁을 중지하고 예산국회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예산통과 기한을 정해놓고도 이를 위반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