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의사일정은 예산심의이다. 정부에서 지난 9월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93조에 대한 심의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수행하여야 될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헌법 제54조에 따라 국회는 내년도 회계개시일 30일전인 12월2일까지 통과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이 기한 내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법을 제정한 국회의원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회 상황을 보면 과연 헌법에 규정된 기한 내에 예산안이 통과될지 의문이다. 국회내에 예산위원회는 구성되어 있으나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에서 위원장직을 차지했는데 이번에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위원장을 해야된다고 주장하여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언제 예산심의를 할 것인가.
예산심의는 국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권한일 뿐만 아니라 유권자이면서 동시에 납세자인 국민에게 직결될 사항이기 때문에 가장 심도있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심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예산심의를 한다고 해도 시간이 부족하여 졸속으로 심의될 가능성이 많은데, 아직까지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니 언제 그 많은 예산을 심의할 것인지 의문이 간다. 결국 이렇게 정쟁만 일삼고 있다가 시간이
없어 막판에 졸속으로 처리하거나 또는 파행운행되어 과거와 같이 여당에 의한 단독처리 되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파행국회의 운영도 안되고 또한 졸속 예산심의도 안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쓰여지는 예산심의가 여야간의 정쟁으로 인하여 부실하게 심의된다면 국회는 스스로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것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여야는 즉각 정쟁을 중지하고 예산국회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예산통과 기한을 정해놓고도 이를 위반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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