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사서 보는 도의원 모양새

요즘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하는 모양새를 보면 과연 이들에게 경기도 살림을 맡겨도 되는지 불안이 앞선다. 이는 얼마전 있었던 도 행정감사에서 확연히 입증된다. 철지난 아이템을 가지고는 마치 큰 비리사실이나 폭로하듯 호들갑을 떨고 점심때 마신 반주에 얼큰하게 취해 감사장에 들어서는가 하면 심지어 피감부서조차 모르고 엉뚱하게 타 부서 소관 업무에 대한 질의를 하다 망신당하는 의원까지 한심한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도청 간부 호통치고 또 기분나빠 감사못하겠다며 정회를 일삼았던 일은 차라리 나은 편으로, 자기 차례 돌아오자 마지못해 한 두마디 질의한뒤 할 일 다했다는듯 자리 비우기 일쑤였던 감사장은 주인은 없고 객만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동네 꼬마들이나 하는 ‘땅 따먹기’와 같은 다툼이나 하는 치졸한 행태하며 신당 창당행사 참석을 핑게로 하던 감사 팽개치고 서울로 몰려갔던 사실들은 이번 감사를 얼룩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행정용어도 제대로 모르는 의원들에게 수십년간 한 우물을 파온 능구렁이(?)들을 상대로 하는 이번 도 행정감사에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적어도 경기도민의 대변자이자 심부름꾼이라면 최소한 성의는 보여주는 감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감사 걱정 안해요. 자주 따지면 복잡한 수치나 통계자료 제시하고 또 어려운 행정 용어쓰면서 대충 둘러대면 다들 넘어가거든요.” 한 도청 직원이 한 이 말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경기넷의 허구

급격한 과학의 발달은 안방에서도 컴퓨터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며 지식을 섭렵할 수 있는 정보의 시대로 바꿔 놓았다. 불과 1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이제는 초등학생까지도 컴퓨터를 두들겨 모르는 내용을 찾아 숙제를 하고 영어회화며 전국 관광지를 찾아보리만큼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공직자는 물론이고 도민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경기넷을 자세히 들여다 보노라면 마지못해 작성해놓은 자료에서 왠지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고 때론 성의없는 정보에 실망마저 든다. 그 실례가‘연천군편 문화관광 안내’. 먼저 관광안내도가 펼쳐져 있지만 지도상에는 휴전선도 없고 북한에 위치한 서남면등이 표시되지 않아 연천군이 접적지역임을 알 수가 없다. 관광지를 소개 하는 것도 성의 없기는 마찬가지. 여러곳에서 아무렇게나 생각나는대로 작성한 것같은 느낌이 든다. 재인폭포의 높이가 18m인데도‘수십m에 이른다’고 돼있고, 교통편은‘의정부역에서 연천역까지 가고’,‘고문리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라’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태풍전망대는‘안보의식 고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만 돼있고, 동막골 유원지는 광활한 면적만을 소개해 놓았을 뿐이며 백학낚시터는 행정구역이 미산면인데도 백학면이라고 게재돼 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마음내키는대로 작성했을까? 인터넷상의 형식적인 정보제공은 안하니만 못하다. 작은 것에서부터 공직자들이 도민이며 네티즌들에게 진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행정을 펴주기를 기대해본다. /연천= 장기현기자(제2사회부) khjang@kgib.co.kr

단발령 이후

단발령이 내려진 것은 104년전인 조선왕조 고종32년(1895년) 11월이다. 상투를 강제로 잘린 선비들은 부모에게 큰 불효를 저질렀다며 식음을 마다하고 호곡하기도 했다. 단발은 남자뿐만이 아니고 미혼의 여자들에게도 가해져 나중엔 단발랑(斷髮娘)이란 말이 생겼다. 그러나 여자들에 대한 단발은 강제가 아니어서 뒷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딴 전래의 처녀들 모습을 60년대까진 깊은 산골같은데선 더러 볼 수 있었다. 점점 단발에 익숙된 남자들은 ‘하이칼라’라 하여 머리에 잔뜩 멋을 부렸다. 머리카락에 광택과 방향을 내는 반고체의 포마드를 바르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일본말로 ‘고데’질까지 했다. ‘고데’란 머리털을 지져 다듬는 가위 모양의 집게로 불에 달구어 포마드 질을 한 머리털을 가지런하게 지져 부치는 것으로 그래야 멋쟁이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945년 광복이후 포마드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유행된 것이 어깨까지 머리를 늘어뜨린 장발이었다. 1970년대엔 순경들이 가위를 들고 장발족의 머리를 길거리에서 자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장발로 즉심에 가는일도 있었다. 장발붐이 가고나서 1990년대에 불어닥친게 무스바람이다. 예전의 포마드대신 무스를 바른 지금의 젊은이들 머리에 다른게 있다면 꼿꼿하게 세우는 점이다. ‘고데’는 않지만 머리카락을 노랗게 만들어 뒷모습으론 남녀를 구별하기 어려울때가 있다. 세월따라 달라지는 것이 유행이긴 하다. 하지만 환경호르몬탓으로 민물고기의 수컷이 암컷으로 변하는 마당에 남성의 여성취향 또한 혹시 환경호르몬 탓이 아닌가 하여 걱정된다. /白山

검찰, 이젠 정신차려야

검찰사상 최대의 치욕이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의 구속은 검찰내부에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 옷사건의 사직동팀 내사보고서 유출과 관련, 공무상비밀누설, 공문서변조 및 동행사등 혐의로 구속된 김전총장의 사법처리배경이 어떻든간에 검찰은 이 기회에 거듭나고자 하는 자정의식을 가져야 한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란 소릴 들은지는 이미 오래 됐지만 지금처럼 위상이 전락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으로 전 대검간부를 소환조사 하는것을 비롯, 서경원사건의 조사를 맡았던 현직고위검사를 불러 조사하는 등 작금의 검찰은 감당키 어려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도 모자라 전직검찰총수를 구치소에 수감해야하는 더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검찰조직의 근간인 검사통일체의 원칙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를만큼 난맥상인것이 작금의 검찰상이다. 검찰이 정권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병폐가 누적되어 온게 그 요인이다. 전 정권에선 시(是)로 형식화 됐던 검찰수사가 뒷 정권에서는 비(非)로 반전되는데 그치지 않고 이젠 같은 정권에서 조차 검찰수사의 시비가 엇갈리는 것이 다 중립화를 이룩하지 못한 탓이다. 본란은 기회 있을때마다 검찰의 중립화를 국가개혁 차원에서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역시 검찰을 법률로 중립화 시킬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부턴 검찰자력으로라도 이룩하는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스스로 독립을 시도하기엔 지극히 어려운 노릇이지만 더이상 정권의 눈치만을 살필 수 없는 최악의 시점이 됐다. 명목상 임기가 보장된 박순용검찰총장이 중심이 되어 국민에게 검찰의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그같은 중립화로 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검찰이 떠안은 난제는 아직도 신동아로비실체 규명등 허다하다. 이를 종전과 같은 정치논리로 수사하다가는 현 수뇌부가 ‘김태정사건’의 재판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듯한 결단이 요구된다. 검찰내부의 혁신적 기풍이 이는 신선한 변화를 기대하고자 한다.

문예진흥지원은 공정하게

경기문화재단이 2000년도 문화예술진흥지원금 신청 접수를 지난 11월 30일 마감했다. 문학 미술 사진 건축 음악 무용 연극 영상 전통예술 대중예술 지역축제 전통문화연구 등 12개 분야의 연구, 창작, 보급사업을 지원하는 경기문화재단의 이 사업은 이번에도 수많은 신청이 접수됐다고 한다. 경기문화예술진흥지원금 제도는 그동안 경기도의 문화예술인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98년의 경우 584개 사업에 17억8천9백30만원을 지원했으며, 99년에는 487개 사업에 21억1천7백50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그를 증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만을 사게 한 부문도 많았다. 99년의 지원사업 가운데 개인 창작집 발간과 개인 미술전 등과 같은 경우 단 1건도 지원이 안된 점이다. 개인보다 단체를 우선한다는 심의방침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개인 창작집이나 개인 미술전 등은 애당초 접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난을 거세게 받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예산을 이미 받고 있는 몇몇 곳에도 지원했는가 하면, 특히 ‘제1회 청소년 대중예술축제’등과 같은 사업을 경기문화재단이 직접 주최·주관한 적도 있다. 행사를 후원해야 할 경기문화재단이 직접 주최한 것은 문화예술단체를 경시한 관료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2000년도에 시행할 문화예술진흥지원은 99년과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문화예술진흥지원금은 경기문화재단이 선심 쓰는 돈이 아니다. 어느 특정기업에서 희사하는 성금도 아니다. 경기도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문화예술인이면 누구든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지방문화예술 진흥을 선도하기 위해 설립된 경기문화재단이 2000년대의 첫 사업으로 시행하는 경기문화예술지원금이 과거의 일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말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역을 차별하지 말고 형평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도록 시행하여 주기를 바란다.

바람직한 시금고 선정

연초부터 시·군금고 재계약을 놓고 의회, 해당 금융기간, 시민단체, 학자들까지 뜨거운 논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도내 31개 시·군중 27개 지자체가 단일금고 수의계약방식으로 재계약을 마쳤고 나머지는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복수금고나 단일금고 선정을 결정키로 했다. 이에따라 제한경쟁입찰방식을 택한 시·군에서는 금고입찰제안서에 적정예금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제시를 유도하거나 기부금·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많은 조건에 의해 시금고가 선정될 소지가 있다며 금융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IMF환란과 대우사태에서 우리는 금융기관의 고금리 제시에 의한 예금유치가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이때 일부 시·군의 고금리 및 과다한 기부금에 의한 금고유치경쟁은 시정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일부 시·군이 검토중인 복수금고는 시세 수납 및 지출업무의 OCR처리가 필수적이고 이를 시금고가 직접 겸하고 있어 복수금고 도입시 일반회계 시금고 및 특별회계 시금고를 각각 운영함으로써 금고운영비용이 2배로 증가되는 단점이 내포돼 있다. 특히 단일금고에서 복수금고로 선정될때 엄청난 새로운 전산시스템개발비용이 소요됨은 물론 시금고에서 구청금고로의 이체나 빈번한 회계간 정산의 복잡성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서울시에서도 금고운영자문위원회를 네차례나 개최한 결과 단일금고은행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금고선정이 각 시·군이 처한 여건에 따라 그 장단점을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볼때 수의계약또는 경쟁입찰중 어느 것을 택하던 나무랄 일이 못되지만 복수금고도입이나 지나친 고금리, 기부금의 경쟁적 유도로 시금고가 선정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바람이다./안양=유창재기자(제2사회부) cjyou@kgib.co.kr

곰같은 사람

뭇짐승 가운데 왕인 사자가 곰과 원숭이, 토끼를 시종으로 삼았다. 그런데 차차 지내보니 곰은 미련하기 짝이 없고 원숭이는 너무 교활했다. 토끼는 살살 눈치만 보면서 잔 꾀를 부렸다. 그래서 사자는 무슨 구실이라도 만들어서 이 세 시종들을 모두 잡아 먹어 버려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어느 날 사자 왕이 세 시종을 불러다 놓고 커다란 아가리를 쫙 벌리며 물었다. “내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곰은 비린내가 너무 고약하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자왕은 대왕의 체면도 돌보지 않고 마구 말을 하니 죽어 마땅하다고 곰을 잡아 먹었다. 원숭이는 “냄새가 정말 향기롭다”고 말했다. 왕을 속이는 교활한 놈이라고 원숭이도 잡아 먹었다. 토끼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인은 요새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서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습니다. 며칠 후 감기가 물러가면 다시 맡아 보겠습니다” 사자왕은 하는 수 없이 토끼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밖으로 나온 토끼는 그 길로 깊은 산속을 향해 줄행랑을 쳐버렸다. 요즘 한국사회에는 정계와 재계 등 가릴 것 없이 실권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곰 같은 사람이 적다. 원숭이 같이 아부하는 부류들이 더 많고, 토끼처럼 살아남을 궁리만 하려고 잔꾀를 부린다. 토끼처럼 임기응변에 능한 자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 일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은 이렇습니다’라고 곧이 곧대로 말하지 않는다. 금방 죽임을 당하더라도 사자 입에서 냄새가 지독히 난다고 직언하는 곰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淸河

수도권정책 바꿀때 됐다

정부의 수도권정책이 줏대없이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어 국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얼마전 산자부와 건교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던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비(非)수도권 지자체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더니 이번엔 국무조정실이 흔들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차관회의에서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 외국자본의 대규모 관광지 조성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안을 역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대로 수정키로 했다. 경기도의 외자유치사업이 무산될 처지인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주요 핵심정책으로 추진된 외자유치 및 규제완화 시책이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지자체의 억지때문에 국정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크게 우려할 일이다. 이러고도 앞으로 어떻게 주요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지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작년 경기도를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의 확약으로 마련된 것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이 지역간 균형개발과 외자유치의 시급성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주요정책을 뒤집는 것은 국정의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사실 그동안 경기 인천은 각종 수도권관련법에 묶여 주민들이 생활불편은 물론 경제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아왔다. 특히 자연보전권역내 관광지조성 허용규모를 제한함으로써 경기도가 IMF이후 주력해온 외자유치가 순조롭지 못했다. 이런 터에 건교부가 관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이제까지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결국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임을 깨닫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환영했었다. 그럼에도 강원도의 반대로 1개의 특정 외국기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불허하려는 것은 형평성 논란과 함께 국제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이제 경쟁력제고와 국익차원에서 대폭 풀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비수도권 지자체가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근시안적 이기주의의 아집일 따름이다. 정부는 이제 세계화·지방화가 가일층 성숙되는 시대여건에 맞게 규제일변도의 수도권정책을 보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다.

소음·진동규제법 개정안-김인영 의원등 발의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행복추구권은 지역등 여건에 따라 가변성이 용인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은 물론이고 어떤 사회적 환경조건에서도 다같이 균점돼야 한다. 만약 법률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헌법 합치여부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환경공해 분야인 소음은 시민생활의 쾌적성을 크게 저해한다. 이때문에 관련 법률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각종 소음에 상응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소음발생 요인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배상의 의무까지 지운다. 산업문명의 발달이 유발한 소음공해는 정보화시대 들어서도 여전히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항공기소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항공기소음이야 말로 그 진동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에관한 규제가 없다가 ‘소음·진동규제법’이 뒤늦게나마 제정된 것이 민간항공기만 대상으로 한것은 사려가 깊지 못했다. 군용항공기의 소음 및 진동은 민항기와는 비할바가 없을만큼 더욱 막심한데도 인근주민들은 그같은 폐해속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왔다. 법률의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소음·진동규제법’개정법률안이 김인영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29명에 의해 국회에 발의돼 기대되는바가 크다. ‘군용비행장주변지역은 군용기의 비행 및 이착륙시의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가 막심하므로 이의 피해방지와 쾌적한 생활환경보호를 위해 항공기 소음규제 대상에 군용비행장을 포함한다’는 제안이유는 지극히 타당하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항공기소음방지를 위한 필요조치로 ‘군용비행장을 포함한 정기국제노선이 개설된 공항으로 한다’는 규정을 모 법에 반영해 놓고 있다. 또 항공기 소음의 규제대상 공항을 정하는 협의조항을 신설했다. 군용비행장은 막중한 국가안보의 작전을 맡아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非) 비상시에 이착륙항로권에 드는 특정지역의 국민들 고통만을 더이상 담보로 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 재고돼야 한다. 이는 지역에 구애됨이 없이 모든 국민이 다같이 향유하는 행복추구권의 기본권보장에 위배된다. 불가피한 소음공해에는 민항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마땅히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수원의 서부지역과 남부지역 일부는 군용비행장의 항로에 속해 많은 시민들이 체험하지 않고는 말못할 엄청난 소음 및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수원만이 아니다. ‘소음·진동규제법’개정의 필요성은 상당한 지역이 겪고 있는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논픽션

한국 고대소설의 대표적 작품인 ‘춘향전’은 주인공 이몽룡과 여주인공 춘향의 연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당시의 사회적 특권 계급의 횡포와 이속(吏屬) 및 농민들의 생태와 감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변학도의 관권에 대한 천민의 항거와 자의식의 발로를 높이 평가하며 춘향의 정절을 당시 부도(婦道)의 거울로서 찬양하는 내용인데 작자 및 시대는 미상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이 실제인물이라는 고서가 나와 흥미를 더해 준다. 창녕 성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왔다는 ‘교와문고’에 따르면 조선 광해군 때 남원 부사였던 성안의의 아들 성이성이 이몽룡의 실제모델이라는 것이다. 성이성의 4대 후손 성섭이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교와문고’에 암행어사였던 성이성의 행적을 소개하는 부분중에서 “우리 고조 은교공(성이성)이 일처에 이르렀을 때…걸인의 행색을 하고, 자리에 앉기를 청하니 대취한 관리들이…금중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바로 ‘춘향전’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교와문고’에는 또 암행어사 성이성이 두번째로 남원을 찾아갔을 때 혼자 소년시절의 추억에 잠겨 눈 내리는 광한루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양반 가문에서는 기생과의 스캔들을 큰 창피로 여겨 소년시절 성이성의 ‘불장난’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했으며 이에따라 ‘춘향전’의 주인공도 성몽룡이 아닌 이몽룡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광해군 때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고 알려진 터에 이몽룡도 실제인물이 사실이라면 ‘춘향전’과 ‘홍길동전’은 대단히 중요한 논픽션으로 재평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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