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색’으로 화학사고 예방하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색(色)이 사라진다면 과연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사물을 인지하고 지각할 때 인간은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얻는다. 인간이 가진 여러 감각 중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며, 시각은 색의 영향을 60% 이상 받는다. 색은 시인성과 상징성, 그리고 정보성을 가지고 있다. 색은 인간에게 주의를 끌며 위험한 장소와 상황을 효과적으로 알려주고 신호를 잘 전달하는데, 색이 가진 특성을 잘 활용하면 보이지 않는 위험을 쉽게 볼 수 있다. 위험과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색은 최근에는 고속도로의 진출입로, 어린이 보호구역, 배달 라이더와 같이 교통안전과 생활안전에서 두드러지게 활용되고 있다.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분기점 진입부에서 머뭇거리거나 갑작스러운 차로 변경을 하는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사망사고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사고 예방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고속도로에는 “노면 색깔 유도선”이 적용되어 도로 위의 색과 글자만 따라 가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안전한 진출입을 유도하고 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어린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자주 일어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차량 통행속도를 30km 이하로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 금액도 올렸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뉴스는 끊이지 않고 접하게 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된 “옐로우 카페트”는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의 포장재를 사용하여 어린이들이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정서적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운전자가 주의 깊게 운전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달음식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배달 라이더의 교통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는데, 이륜차는 일반 차량에 비해 크기가 작고 운전자가 노출되어 있어 작은 접촉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이에 어느 배달플랫폼사는 주목도가 높은 민트 색상의 안전용품을 배달 라이더에게 적용하고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시인성을 높여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현장에서 안전과 색(色)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안전에서의 색은 주의를 끌고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은 경고나 위험을 상징하고, 초록색은 안전을 상징한다. 색으로 보는 산업안전의 대표격으로는 안전보건표지를 들 수 있다. 근로자가 안전보건표지를 쉽고 빠르게 알아보게 하는 데 있어서 색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안전보건표지의 종류나 형태는 물론이고 표지의 색채 기준까지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통해 색과 안전의 관계가 깊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화학공장에서도 기업마다 저마다의 기준을 가지고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용기나 배관 등에 색을 입혀서 관리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인화성물질은 노란색, 독성물질은 빨간색, 물은 파란색 등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마다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양이나 종류도 다르고, 위험을 보는 수준에도 차이가 있어, 동일한 물질이더라도 기업 간에 색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기업 안에서도 색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다른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마다 화학물질이나 설비에 대한 색을 관리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유사한 업종별로 색에 대한 기준을 맞춰 나간다면 화학사고를 지금보다 대폭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교통안전이나 생활안전과 같이 산업안전, 더 구체적으로는 화학사고 예방에도 안전의 색을 입혀서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자춘추] ‘배리어프리’ 박물관

이달 7일 시작된 경기도박물관 기증특별전 ‘만길 벽 천이랑 바다’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공모사업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박물관을 100배 즐길 수 있지만 이런 성격의 전시가 전국적으로도 희귀하다. 류승연 작가가 박물관의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주제로 한 개막식 날 강연은 오히려 비장애인들에게도 적용됐다. 228년 역사의 경기도박물관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접근성이 어렵다. 현재 조성된 잔디광장과 함께 내년에는 주진입로 확보와 관객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시설의 한계를 단계별로 해소하고 있다. 시설보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측면의 장애물이다. 유물 앞에 서면 지루하고 심지어 겁나기 일쑤다. 주먹돌도끼를 보고 미개인이 떠오른다. 선사시대 토기나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보고 가슴 뛸 일이 잘 없다. 초상화나 복식 역시 거기서 거기고 한문으로 된 이광사 ‘서결’이나 정조대왕의 필적은 누가 물어볼까 두렵다. 백남준 작품의 비디오아트 경우도 고장 난 TV같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토로는 오래됐다. 이런 사례는 전시 자체가 비장애인마저 박물관에서 잠재적인 장애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와중에 “우리 애가 작품 앞에서 고개를 흔들며 펄쩍펄쩍 뛰고 즐거워하고 있어요” 하는 발달장애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류 작가의 체험 고백이 머리를 때린다. 이것은 장애인의 돌발행동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이해 요구 이전에 박물관 전시의 근원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박물관은 관객이 있을 뿐이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곳이 아닌가. 그간 박물관 전시는 당연히 공급자인 학예사의 연구 입장에서 경영됐다. 그 결과 즐겁게 유물을 소비해야 할 장애인은 물론이고 비장애인에게도 난해했다. 이를 토대로 관객 모두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전시가 박물관의 당면과제다. 장애인을 위한 ‘AAC’, 즉 보완(Augmentative), 대체(Alternative), 소통(Communication)은 당장 실천 대안 중 하나다. 특히 의사소통그림판은 비장애인의 소통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유물에 대한 직관적이고도 무의식적인 반응인 발달장애인의 상동행동은 이성적인 비장애인들의 난해함과 지루함 앞에서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박물관이야말로 복지의 요람 중의 요람인 시대다. 이미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애 없이 무장애(Barrier-free)로 다 같이 사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모든 관객의 복지라는 눈높이에서 박물관인 모두가 전시를 재발명해내야 할 때다. 문화와 복지는 본래 일란성 쌍둥이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122조4천억원으로 총 700조원의 17.5%다. 문화 예산은 1%인 7조원 정도다. 복지의 핵심 영역은 정신건강이나 자살 예방, 인구절벽이나 고령화사회, 그리고 신체나 정신 장애인에 대한 문제 해결이다. 이것은 결국 마음 치유와 직결되는 문화예술과 손잡을 때 궁극적으로 해결된다. 병원이나 시설이 사후 대책용이라면 박물관은 사전 예방 공장이다. 복지라는 가래로도 못 막는 장애인 문제를 예술이라는 호미로 미리 막아내는 것이 박물관이다.

[경기만평] 엥꼬 직전...

[사설] 사당버스라운지·택시기사쉼터... 혈세 새는 곳 많다

조만간 경기도내 버스 요금이 또 인상될 전망이다. 버스 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검증 용역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가 버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재정 지원의 한계로 지난해 버스업계가 요금 조정을 공식 건의했다.” 버스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민 혈세가 투입된다. 이 지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요금 인상이 압박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쯤에서 따질 게 있다. 예산의 효율성이다. 돈은 적정하게 쓰이고 있을까. 지난 7월 경기도가 버스 관련 시설 하나의 폐지를 결정했다. 2020년부터 운영해온 사당 경기버스라운지다. 서울을 오가는 도민의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사당역은 32개 노선의 경기버스가 운행된다. 하루 이용자만 3만명에 이른다. 설치 당시 9억4천만원이 들었다. 임대로 운영되는 탓에 운영비만 연간 4억원 가깝다. 실제 이용자가 하루 평균 11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서울지역 시민이 다수다. 탁상행정이 초래한 예산 낭비다. 진작에 없앴어야 할 대표 시설이었다. 이런 유의 잘못된 교통 지원 행정은 또 있다. 본보가 확인해 본 택시기사쉼터다. 택시 기사들에게 양질의 휴식을 제공하자는 공간이다. 안마의자, 러닝머신, 응접세트 등을 갖추고 있다. 이것도 민선 7기 경기도가 시작한 제도다. 2020~2024년 25억1천200만원이 들어갔다. 이 좋고 비싼 시설을 찾는 기사가 없다. 도내 3만8천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다. 21개 쉼터에 이용자는 하루 572.4명이다. 의정부시의 경우 하루 7.4명이 이용한다. 택시는 1천414대다. 가평군은 10명이 이용한다. 택시는 156대다. 시흥시 11명(택시 1천365대), 안산시 14명(택시 2천611대)이다. 1% 전후의 기사들만 사용하고 있다. 이걸 택시 기사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나. 애초부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시설이었다. 쉼 없이 도처를 오가는 게 택시다. 쉼터가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갈 기사는 없다. 시설물 관리조차 안 된다. 개선하거나 없애야 한다. 얼마 전 경기도는 39조원 가까운 새해 예산안을 발표했다. 3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어려울수록 재정 역할은 크다’는게 김동연 지사의 지론이다. 일리 있는 논리다. 이 방향에 동의한다. 문제는 돈 줄 말라 버린 도 금고 사정이다. 지역개발기금,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끌어 쓰고 있다. 5천억원의 지방채까지 발행할 계획이다. 당연히 병행돼야 할 게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 노력 아니겠나. 이게 제대로 되는지도 살필 대목이다. 불요불급 예산의 상당수는 정치(政治)가 시작했다. 사당 경기버스라운지 담당자가 술회했다. ‘폐쇄 필요성은 다 알았다. 다만 전직 도지사의 치적이라 손대기 어려웠다.’ 혹시 택시기사쉼터도 이런 것 아닐까. 이렇게 뭉개지는 예산이 더 많은 건 아닐까. 예산안 심사의 계절이다. 도의회가 할 일이 많다.

[사설] 배달앱 수수료 9.8%, 인하해 자영업자와 상생을

자영업자들이 배달플랫폼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사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배달플랫폼에 지불하는 높은 중개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치킨집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중개수수료 9.8%가 너무 높아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가동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그동안 11차례의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개최된 상생협의체는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됨으로써 자영업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재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상생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득했지만, 이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8일 회의 결과를 브리핑했다. 동시에 오는 11일까지 2개 업체에 대해 중재원칙에 가까운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상생협의체는 지난 4개월 동안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회의를 했다. 배달앱 측에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가 참석했는데 점유율 1·2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사실상 논의의 중심에 있다. 또 입점업체 측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석했다. 이에 이정희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4명이 중재를 했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율은 모두 9.8%인데, 공익위원들은 이를 “입점업체별 연매출에 따라 2~5%로 차등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율을 2.0~7.8%로 내리는 한편 배달비용을 0~500원 올리겠다”고 밝혔으며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상생 방안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이러한 상생 방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율을 2~9.5%로 내리고 배달비용을 1900~2900원에서 2900원으로 단일화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공익위원들은 2개 배달업체가 제시한 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결렬된 것이다. 배달업체들은 그동안 상당한 이익을 내면서 성장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으므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배달업체들은 중개수수료를 과감하게 인하해 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출·합의를 해야 한다. 정부도 상생협의체의 합의만 기다리지 말고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

[지지대] ‘아파트’ 열풍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아파트’를 외치며 열광하고 있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APT.)’를 따라 부르는 것이다. 중독성 강한 가사를 반복하는 이 노래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국내외 주요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18일 공개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기록했다. 12년 전 세계인들의 말춤을 이끌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52일이 걸린 기록을 단시간에 갈아 치웠다. 로제는 이 노래를 한국에서 유행한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착안해 만들었다고 한다. 손을 쌓아 올리면서 특정 숫자에 걸린 이가 술을 마시거나 벌칙을 수행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놀이다. 뮤비에서도 로제와 마스는 이 게임을 재현한다. 마스가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말로 ‘건배’를 외치는 모습이 화제다.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로제의 아파트는 각국 음원 차트를 휩쓰는 등 케이팝 여성 가수로서 각종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글로벌 200’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에서도 3주 연속 2위, 3위를 하는 등 최상위권이다. 아파트를 외치며 떼창을 부르고, ‘아파트 게임’을 따라 하는 챌린지 영상도 이어지고 있다. 노래 흥행으로 한국식 영어 표현인 ‘아파트’ 단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SNS에선 아파트가 ‘아파트먼트(apartment)’를 뜻하는 콩글리시인 줄 모르고 외국인들이 한국어 발음 ‘아파트(AP-A-TEU)’를 그대로 따라 부른다. 최근엔 윤수일이 부른 ‘아파트’까지 인기다. 1982년 발표된 이 노래 음원에는 “아파트 42년 만에 재건축 축하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가가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고 신분 과시용이기도 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강연에서 “로제 아파트의 인기 때문에 아파트값이 오를까 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농담이긴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은 치솟은 아파트 값 때문에 걱정이다.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아침을 열면서] 책이 있는 곳으로 가을여행 떠나자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여름철(6~8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열대야일수가 20.2일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 폭염일수도 역대 3위로 24일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친 폭염 때문에 올해는 홈캉스로 여름을 나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통의 여름나기였다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산과 들, 바다와 계곡 등 시원한 곳으로 떠나거나 해외여행 등으로 휴가를 보냈겠으나 올해는 어디든 숨 막히는 더위뿐이니 아예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게 더 편안한 쉼이라는 이유에서다. 휴가 비용으로 집에서 에어컨 시원하게 틀어 놓고 OTT 플랫폼으로 미뤄 뒀던 영화를 보거나 멀지 않은 곳으로 한나절 나들이를 다녀오며 맛있는 음식점을 방문하는 게 더 가성비와 가심비 있는 여름휴가라는 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많은 이들의 휴가 패턴까지 바꿔 놓을 정도로 지독했던 더위가 가을 중후반까지도 이어져 한낮에 반소매 차림의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계절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리 없으니 결국 선선한 바람이 불어 왔고 이제야 어딜 가든 답답하지 않을 가을이 시작됐다. 가을을 수식하는 표현 중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가을에 책을 많이 읽을까. 계절별 독서량이 통계치로 나온 건 없다. 다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판매량 통계로 추측해 볼 수는 있다. 2022~2023년 데이터 결과를 보면 가을에 오히려 판매량이 줄어든다. 가을에 책이 더 안 팔린다는 것은 책을 그만큼 안 읽는다는 의미로 연결할 수 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책이 너무 안 팔리니 책을 사서 읽게 하려고 관련 업계에서 만든 말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니 책 읽기에 더없이 좋을 것 같지만 그런 이유로 더 책을 안 읽게 된다. 날씨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두 뺨과 코끝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높고 푸르른 하늘, 청명한 공기, 아직 남아 있는 녹음과 알록달록한 단풍이 서로 조화를 이뤄 눈을 즐겁게 하고 발을 들썩이게 하는데 책 읽을 여유가 있을 리 있겠나. 지구의 여름은 너무 뜨거워지고 겨울 이상 한파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여름과 겨울이 차지하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단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가을이 머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길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바깥으로 나가 가을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질 법도 하다. 그렇다고 책과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걸 그냥 두고 보기엔 뭔가 마음이 편치 않다. 가을도 즐기고 책과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없는 게 없는 대한민국인데 왜 없겠는가. 찾아 보면 다 있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건 동네 한 바퀴 가을 산책을 하면서 걸어 가까운 동네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을 방문하는 것이다. 차비가 들지 않고 걷기를 통한 일상 속 건강을 챙기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데려와 읽으면 지식정보가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줄어드니 정신 건강 측면도 강화된다. 여러 면에서 이득이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책 공간을 찾아 한나절 가을 나들이를 떠나도 좋겠다. 서울이나 인천, 제주도에서는 지역 내 지역서점이나 독립서점 등을 서로 연결한 서점 지도가 있다. 책방 순례 코스에 따라 길을 걸으며 가을을 느끼고 책 공간을 살피고 새로운 책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독립책방 성격의 소규모 서점의 경우 각자 자기만의 특성을 반영해 공간을 꾸미거나 책 큐레이션을 해놓기 때문에 여러 책 공간을 다채롭게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여름 내내 더위로 휴가를 미뤄 뒀다면 책과 함께 인생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가을 책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순천이나 원주 등 그림책을 테마로 한 전시관 등 문화 공간을 찾거나 책과 인쇄 관련 공간을 꾸며 놓은 삼례책마을이나 고창의 책마을해리,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이나 강화도의 바람숲그림책도서관 등의 북스테이도 추천할 만하다. 11월 말에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여행 코스 안에 포함해도 좋겠다. 2009년 영국의 서식스대에서는 6분간의 독서만으로도 스트레스지수가 68%나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도 즐기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 여행하고 책도 읽으면 좋겠다.

[천자춘추] 저성장시대 해법 ‘창업경제’

최근 글로벌 경제는 기존 대기업 중심의 관리경제에서 벗어나 지식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창업경제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관리경제가 토지, 노동, 자본에 경영을 더한 구조였다면 창업경제는 창의성과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창업을 촉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경제 모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성장률 둔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제2의 경제 부흥을 위해 창업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이 필요하다. 창업경제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로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존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지식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창업 활성화가 경제 재도약과 성장동력 확보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창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미래 경제를 선도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창업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이스라엘, 핀란드 등은 혁신 창업을 통해 경제의 활로를 개척해 왔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통해 글로벌 혁신 기업을 육성했고 이스라엘은 기술력으로 ‘스타트업 국가’라는 명성을 얻으며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핀란드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자국 경제의 활력을 높여왔다. 이처럼 창업을 통해 경제 패러다임을 바꾼 성공 사례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창업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초기 창업 단계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창업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민간 자본 유입을 원활히 해야 한다. 둘째, 창업가들이 실질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미국 스탠퍼드대의 ‘d-school’처럼 창업교육과 전문 컨설팅을 제공해 성공적인 창업을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창업 실패 후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창업의 장벽이 되지 않도록 재창업 지원과 실패 리스크 완화 정책을 마련해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업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경제가 대한민국이 나아갈 새로운 경제 활로임을 인식하고 이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정책적 지원과 창업 생태계 촉진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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