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애피타이저...?

[사설] 10대 무면허운전, 무모한 놀이 정도로 방치해선 안돼

겁 없는 10대들의 무면허 운전이 종종 사고를 부른다. 호기심과 우발적 충동에 의한 무면허 운전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놀이하듯 즐기는 위험한 질주는 범죄행위다. 지난 10월 인천 계양구에선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훔쳐 친구를 태우고 무면허 운전한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학생은 게임에서 차량 운전 방법을 익혔다는데, 참으로 황당하다. 8월에는 10대 청소년이 모친 소유 차량에 친구 2명을 태워 인천 제물포역 인근에서 김포까지 40여㎞ 구간을 무면허로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7월에도 10대 청소년이 안양시 동안구의 이면도로에서 렌터카 업체 명의의 승용차를 몰던 중 1t 트럭과 승용차 등 4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입건됐다.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20세 이하 무면허 교통사고 건수’는 6천건에 달한다. 2019년 201건이던 무면허 사고 건수는 5년 새 445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사고만 집계된 것이어서 실제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 사례는 훨씬 많다. 10대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무면허 운전을 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호기심과 충동, 유혹, 영웅심리 등으로 운전대를 잡고 놀이 삼아 즐기는 운전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를 불러오는지 인식하지 못 하는 게 안타깝다.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 이들은 운전을 하기 위해 차량을 훔치거나 부모의 차량을 몰래 이용한다. 요즘은 간단한 방법으로 공유플랫폼 차량 렌트가 가능해 10대들의 무면허 운전을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편화로 많은 정보를 보유한 10대 청소년들은 차량 렌트부터 운전까지 거침이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촉법소년제도도 알고 있어 이를 악용한다. 만 14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웬만해선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는 추가로 신분증 도용, 차량 절도, 뺑소니 사고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면허 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중범죄다. 살인 미수에 버금가는 범죄라는 인식을 갖도록 가정과 학교 등에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한편에선 운전하고 싶은 욕구가 넘치는 10대 청소년들이 무면허 상태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행 운전면허취득 최소 연령을 낮추는 등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10대들의 위험하고 무모한 질주를 멈출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사설] 택시 쉼터 문제, 부천시의 고민과 재해석

부천시가 독특한 형태의 택시 쉼터 정책을 준비한다. 외면받는 정책을 실효성 있게 바꿔 도입하는 시도다. 일단 규모를 과감히 키웠다. 연면적 499㎡,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단순한 쉼터 위주보다 기능을 다양화했다. 택시 경정비센터, 유실물 보관소, 교육장까지 들어선다. 택시 운송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넣기로 했다. 종전 택시 쉼터와 다른 콘텐츠다. 25억원의 예산을 과감히 투입한다. 택시 쉼터는 2020년 등장한 경기도 특색 사업이다. 택시 기사의 복지를 위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택시 기사들이 외면한다. 택시의 특성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지역 곳곳을 이동해야 하는 택시 기사들인데 택시 쉼터는 이런 동선에 부합하지 못했다.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휴게 장비도 태부족했다. 결국 택시 기사가 가지 않는 택시 기사 쉼터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보다 못한 택시 기사들이 순번을 정해 들여다보는 지경이다. 정책이 실패했음은 하루 평균 이용객 통계로 확인된다. 의정부 7.4명, 가평 10명, 시흥 11명, 안산 14명 등이다. 도내 전체 택시 기사 이용률이 1% 내외다. 이런 시설이 혈세를 잡아먹고 있음은 물론이다. 2020~2024년 5년간 25억1천만원이 들어갔다. 뜯어내야 한다는 여론까지 팽배했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5년을 끌어왔다. 전임 지사의 특색 사업이라는 부담 등이 작용한 때문이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부천시의 고민과 선택이다. 시가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쉼터의 이용률 저조 문제점을 보완하고 택시 운수 종사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복지센터를 조성하겠다.” 옳은 결정이다. 뜯어내야 할 잘못된 행정에 대한 과감한 손보기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수준의 정책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택시 기사 복지가 가야 할 통 큰 방향을 시범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부천에서 운행되는 등록 택시는 3천464대다. 많은 기사들이 환영할 것이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21곳의 택시쉼터가 있다. 운행 중인 도내 택시만 3만8천대다. 쉼터 한 곳당 이용자는 하루 평균 27명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 있는 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무책임이다. 부천시는 달랐다. 취지는 따랐으나 방식은 나름대로의 내용으로 채웠다. 개점휴업 상태 쉼터를 보고만 있는 시•군들이 고민해야 한다.

[지지대] “노래로 불의에 맞섰다”

무대에 올랐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전기기타의 첫 번째 줄을 튕겼다. 금속성 음향이 배어 나왔다. 드럼도 두들겼다. 둔탁한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보컬리스트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눈을 감고 반쯤 무릎을 꿇었다. 노래가 끝 부분에 접어들면서였다. 아일랜드 출신 록밴드 U2의 공연은 늘 그랬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1980년대부터 무려 30여년을 풍미했다. 2억장이 넘는 앨범을 판매했다. 그래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음악적으로도 숱한 성취를 이뤄냈다. 록과 디스코, 팝, 컨트리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이 밴드가 지금까지도 주목받는 대목은 사회 모순에 늠름하게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특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해선 노래로 준엄하게 맞섰다. 노래가 사회적 모순에 저항하는 유일한 무기였다. 사회 고발을 담은 노랫말은 그래서 이들에겐 필수였다. 적극적인 사회적 참여로도 독보적이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보노의 영향력은 한 국가 지도자에 버금갈 정도였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보노의 자서전이 잔잔한 여운을 던지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혈기 넘치는 청소년 4명이 10대의 아이콘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았다. 그는 대표 곡인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를 기점으로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냈다. 이 노래의 모티브는 1972년 영국군이 시위를 벌이던 비무장 아일랜드계 주민들에게 실탄 사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공연으로 중국 입국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그의 동료들은 빈곤과 에이즈 문제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넬슨 만델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과도 교류했다. 보노는 “늘 우리의 명성을 활용해 줄을 서 있는 레스토랑에서 먼저 자리를 안내받는 것보다는 더 유용한 곳에 쓰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식을 지키는 게 진정한 평화라는 뜻이다. 이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명쾌하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시정단상] 지방재정 안정화 정책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교부세 삭감으로 인해 국민 생활과 지방경제의 기초가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상치 못한 교부세 삭감으로 인해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올해도 추가적인 삭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재원이기 때문에 이번 삭감이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는 예상보다 낮은 세수로 인해 세수 결손을 이유로 7조원 이상의 지방교부세를 국회의 의결 없이 임의로 삭감했다. 이에 따라 도로 정비, 주차 시설 확충, 복지 서비스 제공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여러 사업이 축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광명시는 재정 상황을 보수적으로 운영해 일부 타격을 줄일 수 있었으나 대규모 사업 예산을 축소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이는 지방재정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으로 주민의 요구에 맞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약화될 수 있다. 특히 교부세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정부일수록 타격은 더 크다. 교부세가 줄어들 경우 자체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파산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는 주민 생활 안정과 복지 실현이라는 지방자치의 목표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교부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여전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이 많아 교부세 삭감의 영향에 취약하다. 이러한 삭감이 장기적으로 지속돼 2027년까지 이어질 경우 자립 재정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 파탄에 이를 위험이 커지고 그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의 감소와 사회 기반 시설 부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정부는 여유 자금을 활용해 교부세 삭감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접근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같은 여유 자금은 긴급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이 자금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차입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회계 상황에 따라 빈번히 상환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지방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교부세 같은 기본적인 재정 지원 체계가 지속적으로 확보돼야 하며 여유 자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르면 세수 결손이 발생하더라도 당해 연도에 교부세를 삭감하지 않고 2년 후로 미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갑작스러운 재정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규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에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부세 삭감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는 지방정부의 예산 계획과 사업 추진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했다. 정부는 이러한 법적 장치에 기반해 교부세가 안정적으로 교부될 수 있도록 재정 정책을 재검토하고 급작스러운 삭감이 아닌 예측 가능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자치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재정적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부세는 이러한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이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교부세 삭감의 불안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주민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교부세 삭감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지방재정 안정화를 목표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통해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삶, 오디세이] 그 자리의 자신

어느새 올해도 11월에 접어들며 연말에 다가서고 있다. 올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여러 일이 벌어졌고 현재진행형인 경우도 상당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해마다 듣는 뉴스이지만 경제와 물가, 취업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사람들이 점차 현실을 떠난 곳에서 일상을 찾고 경제활동을 하려는 모습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요새는 정말 누구나 주식과 코인 등의 투자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상당수가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좋은 투자처라며 흥분돼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쪽에서는 떨어졌네, 잃었네 하며 속상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은 밝은 투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이러한 모습이 일반화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현실에서의 모습과 전망에 큰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의해서다. 매일같이 어두운 소식의 뉴스가 나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이 부유하게 사는 듯한 괴리감을 준다.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삶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잔혹한 게임을 하며 일확천금해 다시 살아가려는 희망을 갖는 내용의 드라마다. 주인공 기훈(이정재)이 그 게임장에서 쌍문동에서 가장 똑똑한 상우(박해수)를 만나 이런 곳에 올 사람이 아니라며 놀라는 장면이 있다. 이때 상우는 ‘선물’에 투자했다가 부도가 났다고 하지만 기훈은 선물이 진짜 ‘선물’인 줄 아는 웃기며 슬픈 내용이 있다. 어느덧 오징어게임이 나온 지 3년이나 지났으나 상우를 통해 전하고자 한 모습은 어느새 잊혀지고 오히려 더 많은 ‘상우’가 생겨 나고 있는 듯한 지금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지금 자신이 있는 그곳에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 하루 동안 그곳에서 많은 사람과 여러 인연을 쌓고, 그 인연 속에서 다시금 내일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친다. 이러한 삶 속에서 ‘그곳’이라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설령 현실이 힘들고 많은 것에 의해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그 자리의 자신으로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상우도 현실을 떠난 큰 꿈을 꿨으나 돌아온 곳은 지독하게 현실을 직시한 그 자리였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가르침이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땅에 서서 살아간다. 그 땅은 자신의 지금이고 나아갈 토대다. 누구라도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바란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 자리의 자신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그 자신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움츠러드는 추운 계절이지만 웅크린 가슴을 펴고 문 밖의 공기를 한 아름 마시며 오늘 그 자리의 자신으로 이 하루의 한 걸음을 내딛자.

[기고] 생명을 살리는 ‘안전보건교육’

사무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울긋불긋 단풍이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한 해를 되돌아보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이지만 지난 열 달을 되돌아보니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산업현장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참 많이도 발생했던 것 같다. 특히 지난 6월 발생한 화성 전지 제조공장 화재로 인한 인명 사고는 아직까지도 큰 아픔이다. 우리는 ‘사고’라는 말을 들으면 무의식 중에 불가항력적이고 어쩔 수 없이, 미리 예방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앞서 말한 화재로 인한 인명 사고를 사고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고도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거나 작업 전 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던 점 등이 밝혀졌다. 안전관리가 잘되고 있었다면 23명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인 것이다. 여러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해당 업체 근로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일 경우에는 추가로 교육을 해야 한다.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작업 내용을 변경할 경우에도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일용 근로자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보건교육은 근로자의 행동을 계획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교육을 통해 근로자는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과 이에 대한 안전수칙, 안전한 작업방법 등을 습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 조치를 취하거나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며 불안전한 행동을 방지할 수 있다. 안전한 행동으로 사업장 내 사고 예방이 가능한 것이다. 안전보건교육은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교육인 셈이다. 사업주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사업주의 의무사항으로 법(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있어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단연코 세계 최고다. 사업주의 ‘안전보건 교육열’도 세계 최고가 돼 산업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교육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설] 야생동물 피해 속출, ‘주의 안내판’ 정도로 위험 못막아

지난 6일 수원의 광교산 근처에서 사슴이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2건 있었다. 3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사슴뿔에 허벅지 등을 찔려 크게 다쳤다. 갑작스러운 사슴 출몰에 수원시는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은 사슴 출현에 처음엔 신기해하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무섭다’, ‘대책을 마련해달라’ 등의 불안을 호소했다. 지난 9일 밤에는 의왕시의 한 도로에 사슴이 나타나 지나가는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사슴을 추격해 포획했다. 지난달 24일 아침에는 광주시 농평동 빌라촌에 멧돼지가 출몰, 경찰이 출근·등교 시간대를 고려해 추격 사살했다. 최근 야생동물과 유기동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을 공격해 안전을 위협하는가 하면, 농작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과 농장에서 탈출한 사슴 등으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포획에 투입되고 있다. 피해는 점점 늘어나는데 관련 통계는 부실하다. 경기도,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은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의 출현 신고 건수나 피해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서 집계한 ‘연도별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가 전부다. 때문에 불쑥 나타나는 야생동물 습격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2022년 1만7천519건에서 2023년 2만2천415건으로 1년 새 5천건 가까이 급증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동물이 얼마나 나타나고, 피해를 주는지 통계는 없지만 야생동물 출현과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소방당국이나 지자체 모두 야생동물 출몰과 피해 집계가 없다 보니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대책도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지역을 대상으로 ‘주의’ 안내 현수막이나 표지판 설치가 고작이다.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가 없는 도내 11곳의 지자체는 농작물 피해 보상도 못받는다.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이유는 도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과 사람의 생활 반경이 겹치고,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먹이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주택가 등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어떤 야생동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서식하는지 점검하고 개발 이전 단계에서 서식지 보전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자체에서 피해 규모와 피해 빈도 수 등 전반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이를 기반으로 야생동물 피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통계 및 피해예방 대책으로는 인명·재산 피해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 서식지 보호 대책, 전담기구 및 관리시설 확대, 관련 조례 제정 등 야생동물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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