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안전관리, 기술과 마음이 함께하다

국가의 경쟁력은 국민의 안전을 얼마나 잘 보장하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올해 ‘안전관리 혁신’을 통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으며 이를 통해 사업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2대에 불과했던 건설현장 스마트안전 폐쇄회로(CC)TV는 현재 90대를 넘어섰으며 이를 활용해 본부의 모든 건설현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원격 안전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청사 내 본부장실, 안전상황실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도 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각 지사에서도 모니터링 부스를 통해 관리의 손길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재해발생률이 이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일일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의 디지털화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수기 문서로 작성되던 TBM이 모바일 설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되며 모든 현장 데이터를 즉시 집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위험 요소를 즉각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 건설 현장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 지도앱과 현장정보가 통합돼 현장의 작업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도입됐고 현장 관리의 신속성과 편리함이 크게 증대됐다. AI 기반 기술을 안전관리 업무에 도입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였다. 챗GPT의 멀티모달 기능을 통해 현장 사진을 분석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안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신속히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AI의 도움으로 위험성 평가서 작성도 간편해져 안전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덜었다. 본부는 기술 혁신과 더불어 안전 담당자의 역량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정기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최신 안전 트렌드와 정부의 안전 키워드를 공유하며 안전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 담당자들은 더욱 체계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갖추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2025년에는 이러한 기술과 안전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경기도시개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사현장이 많은 공공기관과 협력해 합동점검 및 안전 역량강화 회의를 추진해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와 산업재해율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간 협력을 통해 안전을 모든 국민의 권리로 만드는 일에 주력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다. 안전은 더 이상 일부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기술과 사람의 힘으로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문화는 하루아침에 정착되지 않는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고 서로의 안전을 위해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가치다. 공사에서는 앞으로도 기술 도입과 인적 역량을 강화해 건설 현장의 안전을 지키고 모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경기만평] 내 거친 생각과~

[사설] 학폭 부모 성남시의원, 사과 아끼다 사퇴 당한다

서현초에서 학폭 사건이 발생한 것은 4~6월이다. 가해 학생은 6학년생 4명이고 피해자는 동급 학생 한 명이다.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에게 과자에 모래를 섞어 먹였다. 또 게임 벌칙을 수행한다며 몸을 짓누르는 가혹행위도 했다. 지난 7월 경기도교육청에 신고가 접수됐다. 조사 결과 일련의 학교폭력은 사실로 확인됐다. 가해자 2명에는 서면 사과와 학급 교체 조치가 내려졌다. 가담 정도가 가벼운 학생 2명에는 서면 사과·봉사명령이 내려졌다. 이 가해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이영경 성남시의원의 자녀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사퇴 주장에 가세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협의회는 ‘책임 있는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시 의회가 20일 이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 수위는 심의가 이뤄진 뒤 결정된다.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제명, 출석 정지, 공개 사과, 경고다. 자녀 비행에 대한 부모 책임의 한계 문제가 있다. 정치인, 고위 공직자의 자녀 비행 논란이 종종 있어 왔다. 민선 6기 경기도지사의 자녀가 마약 투약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해외에 있던 해당 지사가 급거 귀국해 머리를 숙였다. 사퇴까지 가지는 않았다. 장관 후보자 자녀의 학폭 논란도 있었다.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고 물러났다. 이 사건에서는 후보자의 부적절한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던 게 컸다. 부모의 책임에는 다양한 정황이 작용한다. 이번 사건에서 이 의원의 관여는 없었나. 교육 당국이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는 지적이 있다. 100여일이 지나고서야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접수 사건이 많이 이뤄진 자연스러운 지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관여됐다는 정황이나 증언은 없다.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의 편향성도 주목된다. 이 의원 사퇴 촉구는 모두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사회 통념과 유사 사례에 준하는 징계가 돼야 한다. 쟁송의 가능성 때문이라도 더 그렇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부적절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탈당은 일종의 정치 행위였다. 소속 정당과 동료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시민을 향한 사과는 별도의 행위가 필요하다. 의회 신상발언을 통한 사과가 있었다. “송구하다”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학폭 근절 노력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게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가해자를 자녀로 둔 시의원이 웬 의정 활동을 다짐하나. 전형적인 유체 이탈식 화법 아닌가. 발언 장소, 발언 내용, 발언 태도 모두 부적절하다. 짚었듯이 ‘자식 둔 엄마’의 책임이 과하게 지워져선 안 된다. 제명에 준하는 가담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성남 지역 유권자’를 향한 책임까지 망각하면 안 된다. 이 의원은 지금 이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사설] ‘납품대금연동제’ 유명무실, 편법·불법 엄단 안착시켜야

납품대금연동제가 중소기업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 1년이 돼 가지만 중소기업계에선 경영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기업만 배 불리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재료 가격 인상 시 별도 요청이나 협의 없이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계약 이후 납품단가에 변동이 생길 경우 이를 대금 거래에 적극 반영하는 제도로, 수탁사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기부는 제도 확산을 위해 참여 기업에 18종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위탁기업 또는 원사업자에게는 스마트 공장, 수출바우처, 해외인증획득 등 각종 지원사업에 가점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출한도 확대, 동반성장지수와 공정거래협약이행 평가에 실적 반영, 1조원 규모 금리감면 대출 혜택 등을 제공한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지난해 말 기준 1만154개사가 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선 허울만 그럴듯하지 효과는 별로 없다고 한다. 원자재값이 상승하지만 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 업계가 어렵다는 이유, 추후 더 많은 계약과 현장을 함께하겠다는 이유 등으로 납품대금연동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 손해를 보고도 여전히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나 관계기관이 계약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해도 중소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 제도만 만들어졌을 뿐 현장에선 무의미한 상태다. 횡포가 여전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들에선 납품대금연동제 적용 대상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뿌리산업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는데, 원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납품대금연동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몇개월 전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대금제값받기위원회’에선 납품대금연동제와 관련한 기업 현장의 부당 사례들이 쏟아졌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연동약정 체결을 요청하고 협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모니터링의 한계’, ‘위탁사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효과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다. 제도가 도입됐지만 변한 게 없다는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제도 홍보와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시행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편법이나 불법사례를 발굴해 연동제가 안착되도록 힘써야 한다.

[데스크칼럼]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는 길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에 대한민국 체육계가 요동치고 있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를 앞두고 이기흥 현 회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첨예한 대립, 체육회 내부 갈등으로 혼돈의 늪에 빠져있다.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위한 ‘셀프 연임 도전 승인’과 ‘정관 개정’이 빌미가 됐다. 최근에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이 회장을 비위 혐의로 수사 의뢰하자 문체부는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대한체육회는 정부 조치에 맞서 직무 정지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체육회 노조와 시민 단체 등이 나서 이 회장의 3선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경기단체연합회와 전국시·도체육회장협의회 등은 정부의 압박을 규탄하는 등 혼란스럽다. 불교계까지 나서 대통령에게 공정 선거를 촉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 치러질 대한체육회장선거에는 6명의 인사들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수면 아래서 관망하고 있는 잠재적 후보자들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돼 후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체육회장 도전의 뜻을 밝힌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체육계의 변화와 개혁을 천명하고 있다. 지방체육회의 재정 자립과 선수·지도자 처우 개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발전 등 출마의 변은 ‘대동소이’하다. 예비 후보들은 선수와 지도자, 체육단체장 등으로 체육계에 몸담았던 경험과 스펙을 강조한다. 40대 초반의 젊은 기수 유승민 전 IOC 위원과 지난 선거에도 나섰던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이 출마 채비를 마쳤다. 이들은 저마다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회장에 맞설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공정성이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최근 상황은 이를 담보하기 어렵다. 체육회 내부의 공정치 못한 선거 규정도 그렇고 이를 빌미로 한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 체육 단체들의 편 가르기 행태 등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체육계의 선거가 정치권 선거판과 판박이가 돼 가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규칙 속 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계가 바로 서고 전문체육의 국제 경쟁력 제고와 균형 있는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체육인들 스스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가오는 체육회장선거에서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가 누군지 올바른 선택이 요구된다. 체육계가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자치권을 되찾는 지름길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체육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지지대] 정조대왕함

주로 역대 대통령의 이름이 붙는다. 조지워싱턴함, 존F케네디함, 로널드레이건함.... 미국 항공모함 얘기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훌륭한 군주나 장군, 독립운동가 등의 명칭을 붙인다. 세종대왕함이나 충무공이순신함, 도산안창호함 등이 그렇다. 이런 가운데 조선 후기 개혁군주인 정조대왕의 이름을 딴 구축함이 오는 27일 해군에 인도된다. 진수 시점은 지난 2022년 7월이었다. 이후 방위사업청과 HD현대중공업 등의 시운전 등 성능검증 절차도 통과했다. 해군은 다음 달 취역식을 연 뒤 내년부터 1년 동안 시범 운항한다. 이 구축함의 규모는 경하배수량 8천200t이다. 해군이 보유한 구축함 중 배수량이 가장 크다. 최대 속력은 시속 약 55㎞(30노트)다. 전투수행 시스템도 탄도미사일 탐지·추적만 가능했던 기존 이지스 구축함들과 사뭇 다르다. 탐지·추적에 요격도 가능해서다. 핵심은 SM-3 함대공 미사일 탑재다. 이 시스템은 작전 환경의 ‘게임 체인저’다. 정부는 지난 4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SM-3로 결정했다. 해군은 최대 요격고도 500㎞ 수준인 SM-3 블록Ⅰ구매를 검토 중이다. 좀 더 들여다보자. SM-3 일부 버전(블록ⅡA형)은 요격고도가 1천㎞를 넘는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도 맞힐 수 있다. 한때 SM-3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도 있었다. 북한이 한국에는 비행고도가 낮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만 발사한 만큼 불필요하다거나 미국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서다. 하지만 북한이 전력을 총동원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를 겨냥해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고각으로 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한반도 작전해역 어디에서든, 더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뜬금없겠지만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 군함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미국처럼 말이다.

[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오디세이 시베리아 출정

■ 시베리아 출정식 오후 늦게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5일 만에 자동차를 러시아 세관에서 운전해 가져왔다. 우리는 자동차 3대 앞에서 시베리아 출정식을 하면서 “가자! 이스탄불”을 힘차게 외친다. “자동차여행은 목적지 도착이 목표가 아니고 지나가는 과정을 멋있게 즐기는 것이다.” 시베리아 구간은 바이칼호까지 약 3천700㎞를 달려야 한다. 하바롭스크, 벨로고르스크, 스코보로디노, 울란우데 등 발음도 어렵고 지명도 생소한 시베리아 대초원을 통과해야 한다. 시베리아 대평원은 관광객은 거의 안 다니고 화물차 등 산업용 도로다. 숙소, 도로, 휴게소 상태가 어떨지 걱정스럽다. 블라디보스토크 위도는 43도(서울 37도)인데 스코보로디노(북위 54도)까지 서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서쪽 바이칼호로 향하는 길이다. 오늘은 짧은 거리인 우수리스크 지역까지 이동한 후 숙박한다. 맛집을 검색, 조지아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조지아 대표 음식으로 딤섬 일종인 ‘킨칼리’와 풍선빵을 시켰다. 만두에 손잡이가 있어 내용물을 흘리지 않고 먹는 요령을 직원이 설명한다. 작은 공 크기의 둥근 ‘게살 풍선빵’을 주문했는데 직원이 바람을 빼고 칼로 잘라주는데 맛이 독특하다. 조지아는 향후 카스피해 북쪽을 지나 캅카스산맥을 넘어 우리가 지나갈 국가다. 조지아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고 말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음식 가격은 서울의 약 60%다. 7월 초순 이곳 대학 졸업 시즌인데 졸업생 가족들의 축하 세리머니가 이채롭다. 축하 음악을 크게 틀고 식당 종업원 5, 6명이 졸업생 좌석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시작한다. 남자 졸업생에게 털 장식 모자를 씌워주고 여자 졸업생에게는 하얀 면사포를 씌워준 다음 직원들이 모여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처음 보는 풍경이라 약혼식인지 물어봤더니 대학 졸업 축하 이벤트란다.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여학생에 물어보니 정보기술(IT) 분야 전공이다. 우수리스크로 가는 길은 우리의 시골 농촌 풍경과 닮았다. 토양은 흑갈색으로 매우 비옥하다. 시베리아 대평원의 시작은 하바롭스크부터다. 이곳은 1천500년 전 고구려의 변방 땅이고 고구려가 멸망한 후에는 고구려 유민들이 세운 발해의 영토이며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농사짓던 땅이다. 서기 668년 고구려 멸망 후 약 20만명의 고구려인이 당나라로 포로로 끌려갔다고 한다. 포로의 후손 중에 당나라 현종 때 안서도호부 절도사를 지낸 명장 고선지 장군도 있다. ■ 왜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행인가 유라시아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여행을 알게 된 것은 4월 초순 모 일간지 주말 섹션판의 실크로드 여행 기사다. 나와 아내는 실크로드 종주를 위해 6년 전 중국 시안을 출발해 둔황, 투루판, 우루무치, 톈산의 천지호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코로나19로 여정을 멈췄다가 금년 여름 신라의 구법승 혜초 스님이 통과한 파미르고원 실크로드 구간을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신문에 난 실크로드 기사를 보고 자동차 여행에 합류한 것이다.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는 시베리아 대평원, 기마유목민의 본거지 몽골고원과 고비사막, 1천300년 전 신라 구법승 혜초 스님이 다녀온 길, 위구르어로 ‘한번 들어가면 살아 나오기 힘든 땅’이라는 타클라마칸사막, 해발 3천~4천m의 톈산산맥과 파미르고원, 카스피해, 캅카스산맥을 체험해 보고 싶다. 유라시아 대륙의 속살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욕구는 50년 전 고등학생 시절 ‘김찬삼 교수의 세계일주 여행기’의 감동 때문이다. 아내를 동반자로 설득해 함께 가는 일이 어려웠다. 먼저 아들들이 여행 도중 사고를 염려해 적극 반대한다. 아내를 설득하는 데 한 달여 걸렸다. 아내는 최근 ‘콜드(cold) 알레르기’가 있어 추운 지역에 가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 1937년 고려인 강제 이주 출발 역, 리즈돌노예역 우수리스크를 가는 중간에 시베리아 철도역 ‘리즈돌노예’역이 있다. 현재는 폐역으로 넓은 주차장에 수목만 무성하다. 스탈린은 1937년 8월 하순 블라디보스토크 군경에 연해주 거주 고려인 약 17만명을 3개월 이내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키도록 지시했다. 정거장 건물 뒤쪽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아마 이 주차장에서 매일 수천 명이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끌려와 6천~7천㎞ 떨어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황무지로 이송됐을 것이다. 망국의 고려인은 통곡했으리라. 히틀러가 유대인을 강제수용소로 보낸 것과 비슷하다. 강제 이주 이유는 고려인들이 일본 군대의 첩자 역할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다. 가을 수확철인데 많은 고려인들은 갑작스러운 이주 통보로 가을걷이도 못 했다. 반대하는 사람 수천 명을 우선 처형했다. 주택이나 전답 등 재산을 처분하지도 못하고 강제로 끌려갔다. 겨울철 집도 없이 황무지에 버려진 고려인들은 움막을 짓고 무서운 겨울 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이주 초기 어린아이의 희생이 컸다고 한다. 강제 이주한 1937, 1938년에 출생한 아이들이 호적에 별로 없다고 전한다. 강제 이주 대상에는 1920년 5월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군 홍범도 장군도 포함돼 있었다. 후에 카자흐스탄에서 경비원을 하셨다. 망국의 민족 수난사의 현장에서 간단한 묵념을 했다. 성악과 출신인 K교수가 위로곡을 한 곡 멋지게 불렀다. 숙연한 마음으로 텅 빈 철도역 주변을 둘러보고 오늘의 목적지 우수리스크로 출발한다. 우수리스크까지 가는 도로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이라 매우 양호하다. 첫날 묵는 우수리스크의 여관 이름이 뜬금없이 ‘마르코폴로’다. 좋은 징조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정에 마르코 폴로가 700여년 전 지나간 파미르고원을 통과할 예정이다. 베네치아의 모험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게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마르코 폴로가 피렌체 감옥에 포로로 갇혔을 때 동료 죄수인 문인이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동방견문록은 16세기 유럽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은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중국 식당에 갔는데 맥주 등 술은 안 판다고 한다. 그 대신 편의점에서 술을 사다 먹는 것은 괜찮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은 세계 최고의 술 소비량으로 악명이 높다. 정부는 국민의 과도한 음주를 줄이기 위해서 오후 9시 이후 소매점에서 술 판매를 금지하고 식당의 주류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위도가 높아 해가 늦게 떨어진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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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 광역철도사업 난항, 국비 증액 적극 나서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3.6% 삭감했다. 올해보다 1조원가량 줄인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다. 사업비 부족으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철도 교통망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경기 남부권 핵심사업인 GTX-C 노선과 수원발 KTX 직결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됐다. 경기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두 사업의 내년 예산은 1천억원 이상이 부족하다. 양주 덕정과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의 내년도 예산은 338억원에 불과하다. 도가 1천46억원의 국비를 요청했는데 턱없이 적게 반영됐다. 추가로 708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수도권 거점을 연결하는 철로 86.5㎞와 역사 14개소 등을 설치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산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워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 경기 남부권 최대 숙원 사업인 수원발 KTX 직결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경부선 서정리역과 수서고속철 지제역 간 4.7㎞ 철로를 연결해 수원역을 KTX 출발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시작해 내년 완공 될 예정인데 내년 정부 예산이 266억원에 불과하다. 개통 시기가 더 늦어지게 됐다. 국회 국토위원회에서 최근 53억원 증액했으나 408억원이 더 필요하다. 경기도내 주요 철도 분야 SOC사업 18개 가운데 7개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삭감됐다.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은 51억원에서 25억원,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2천100억원에서 1천710억원으로 줄었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은 2천599억원에서 2천120억원으로, 수서~광주 복선전철은 400억원에서 277억원, 신분당선(광교~호매실)은 240억원에서 174억원, 신안산선 복선전철은 3천178억원에서 2천650억원으로 감소했다. 경기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여건은 만만치 않다. 지역마다 땅만 파놓고 사업 진척이 안 되면 극심한 교통체증 등 불편만 야기한다. 시작한 사업이면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지방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비 지원 없이는 철도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역통행량의 75%가 수도권이고, 이곳의 교통혼잡도가 가장 높다. 교통 인프라는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수도권 철도 관련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 지역 국회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설득해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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