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는 막내, 요즘 담장이 우습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타고투저 현상으로 연일 홈런이 펑펑 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팀이 있다. 최근 경기마다 대포를 쏘아 올리는 막내 kt wiz다. 28일까지 kt는 6월 들어 치른 25경기에서 31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팀 홈런 부문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1위에 올랐다. 박병호ㆍ김하성ㆍ스나이더 등이 버티고 있는 리그 대표 대포군단 넥센(30개)보다도 1개가 많다. 이달 경기당 홈런 1.24개를 기록하고 있는 kt가 지금의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팀 100홈런 고지를 넘어 130개를 넘길 전망이다. 지금까지 신생구단으로 데뷔 첫해 팀 홈런 100개를 달성한 팀은 없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가 46개,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87개, 2013년 NC 다이노스가 86개였다. 이번 시즌이 전례 없는 10구단 체제로 팀당 총 144경기가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kt의 현재 홈런 페이스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kt는 팀 홈런 23개에 불과해 이전의 다른 신생팀과 마찬가지로 소총부대로 불리웠다. 그랬던 kt가 신생구단 사상 처음으로 100홈런 고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 데에는 마블 듀오의 활약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5일부터 나란히 중심타선에 배치된 이들은 이후 홈런 10개(댄 블랙 6개, 마르테 4개)를 합작하며 팀 홈런의 3분의1을 책임졌다. 마르테와 댄 블랙은 지난 28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4대3으로 앞선 4회초 kt 창단 후 첫 백투백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마블 듀오의 폭발력은 팀 내 연쇄적인 홈런포 가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홈런포를 맛본 kt 선수는 마르테와 댄 블랙을 제외하고도 10명이나 된다. 특히, 박경수와 하준호는 각각 5, 4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마블 듀오의 뒤를 받치고 있다. 팀내 홈런 1위인 김상현(14개)과 윤요섭도 3개씩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조범현 kt 감독은 시즌 초반 배팅케이지에서 타격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 내야를 못 넘겨 답답했는데 지금은 곧잘 담장을 넘기곤 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성필기자

야속한 비, kt 두번 울다

kt wiz가 하늘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또다시 연패에 빠졌다. kt는 25일 수원 케이티위즈 파크에서 장맛비 속에 치러진 LG 트윈스전에서 4대10으로 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쏟아진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우천 취소가 기대됐지만, 심판의 노게임 선언은 끝내 없었다. 지난 20일 광주 KIA전에서는 2대1로 앞선 5회초 종료 후 내린 폭우로 승리를 날렸던 kt는 또 한 번 야속한 비 때문에 울었다. 이로써 kt는 LG와 주중 3연전에서 1승 뒤 2연패를 당했다. 시즌 52패(20승)째를 안았다. kt는 이날 12일 만에 1군으로 복귀한 외국인 투수 필 어윈을 선발로 내세웠다. 퇴출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어윈은 또다시 3회를 넘기지 못하고 2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어윈은 1회초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냈지만 이후 LG 정성훈과 히메네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첫 실점을 기록했다. 2회에도 4안타를 얻어맞고 2점을 더 헌납한 어윈은 결국 3회 강판됐다. 3회초 LG 선두타자 히메네스에게 맞은 안타를 포함해 연속 3안타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고영표에게 넘겼다. 이어 등판한 고영표가 1사 만루에서 박용택에게 싹쓸이 적시타를 내주면서 어윈의 실점은 6점으로 불어났다. kt는 하준호와 윤요섭이 3회와 6회말 솔로포를 가동하며 8대2까지 추격했으나, 승부는 이미 LG쪽으로 기울어진 뒤였다. kt는 7회말 김사연의 홈런과 윤요섭의 1타점 적시타로 2점을 더 따라붙었으나 분위기를 뒤집진 못했다. kt는 9회말 공격에서 2사 1,2루 기회를 잡으며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당겼으나, 김상현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경기를 마쳤다. LG 선발 우규민은 5이닝을 삼진 10개를 솎으며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한편, 잠실경기에서 SK 와이번스는 두산 베어스를 8대7로 꺾고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김강민이 0대1로 뒤지던 4회초 2사 1,2루에서 역전 중월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승리에 앞장섰다. 선발 트레비스 벤와트는 6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시즌 5승(3패)째를 챙겼다. 선발 3연승을 달린 벤와트는 평균자책점을 4.70으로 조금 낮췄다. 조성필기자

블랙 오니 마르테 ‘방끗’

많이 밝아졌어. 하기야 말동무가 생겼으니 덜 심심하겠지. 프로야구 kt wiz 조범현 감독은 요즘 앤디 마르테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 매 경기가 열리기 두 시간 전 조 감독은 더그아웃에 앉아 배팅 케이지에서 배팅볼을 치며 타격감을 조율하는 선수들의 그날 컨디션을 점검한다.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 등 일거수 일투족이 조 감독에겐 체크 포인트다. 이런 조 감독이 최근 마르테를 자주 언급한다. 댄 블랙 합류 뒤 말수도 늘고,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kt에 둥지를 튼 마르테는 성실하고 진중한 성격으로 조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보다 3배나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했던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는 언제나 진지하고 겸손했다. 시즌 개막 후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곤 했다. 다만 외로움이 그를 옭아 맸다. 동료들과 어울림에 있어 별문제는 없었지만,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상대가 없던 차에 부상까지 겹쳤다. 통증을 느꼈던 옆구리 근육이 찢어져 치료를 위해 일본 요코하마로 떠났고, 그 사이 팀은 연패의 구렁텅이에 빠져 그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그런데 치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니 반가운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댄 블랙. 지난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팀 동료로 호흡을 맞췄던 친구였다. kt에서도 마르테와 블랙은 좋은 훈련 파트너가 됐다. 경기 시작 전 몸 풀기의 일환인 캐치볼에서 이 둘은 늘 함께 한다. 자연스레 대화가 늘어났다. 특히 블랙은 마르테에게 쉼 없이 말을 건다. 경기 외적인 이야기도 서슴없이 주고받으면서 시즌 초반 다소 굳어 있던 마르테의 표정도 웃음을 머금게 됐다. 이에 대해 정작 마르테는 이런 자신의 변화를 못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댄 블랙의 성격 자체가 유쾌한데 그와의 대화는 항상 즐겁다며 최근 팀의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건 맞다. 댄 블랙의 합류가 불러온 효과다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집중력 실종 kt, 무기력한 패배

뭔가 안 풀리는 날이었다. kt wiz는 24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2대6으로 졌다. 전날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20승 고지를 밟은 kt는 시즌 51패째를 당하며 9위 LG(31승1무39패)와 격차를 한 자리 수로 줄이는 데 실패했다. 최근 3연승을 달리던 선발 정대현은 이날 4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70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홈런 2개 포함 안타 5개, 볼넷 4개를 내줬다. 3.2이닝 동안 4실점한 그는 시즌 6패(3승)를 떠안았다. 타선도 8안타를 때렸지만 정작 득점 상황에서는 침묵했다. 특히 김상현이 2대4로 뒤지던 5회말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kt는 1대1로 맞선 4회초 홈런 2방을 얻어맞고 주도권을 뺏겼다. LG 유강남에게 솔로 홈런을, 정성훈에겐 투런포를 맞고 1대4로 뒤처졌다. 5회말 1사 3루에서 오정복이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2대4까지 쫓았으나, 7회초 다섯 번째 투수 이창재가 1사 2루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LG 채은성에게 적시타를 맞아 추격 의지가 꺾였다. 8회초 1점을 더 헌납한 kt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심우준(삼진)-김사연(뜬공)-이대형(뜬공)이 나란히 범타 처리되면서 고개를 떨꿨다. 서울 잠실에서는 SK 와이번스가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두산 베어스를 7대5로 누르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앤드류 브라운은 이날 4타수 1안타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1안타를 선제 2점 홈런으로 장식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선발 박종훈은 5이닝을 3실점으로 막고 지난달 6일 롯데전 이후 7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시즌 2승째. SK는 33승1무33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조성필기자

괴롭지만… 어윈

프로야구 kt wiz는 1군 데뷔 시즌에 필 어윈과 앤디 시스코, 크리스 옥스프링 등 3명의 외국인 선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들은 시범 경기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긴 했으나 kt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됐다. 막상 뚜껑을 열자 어윈과 시스코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옥스프링만이 제 몫을 해줄 뿐이었다. 결국 시스코는 지난달 27일 중도 퇴출됐고, 어윈은 지난 12일 넥센전 이후 1군 등록이 말소됐다. kt는 엄상백, 정성곤, 김민수 등 젊은 투수들을 선발로 기용하는 변화를 줬다. 현재보다 미래를 택한 결정이었으나 경험과 체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성곤은 18일 NC전 이후 1군서 제외됐고, 김민수는 선발 전향 후 5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엄상백도 11일 롯데전에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수확했으나 들쑥날쑥한 모습이다. 어윈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8.00을 기록하고 있다. 무려 55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가 이같이 부진하니 kt로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연스레 교체설이 제기됐고, kt는 일찌감치 미국에 스카우트팀을 파견해 투수를 알아봤지만 아직 들려오는 소식이 없다. 선수들이 조금씩 시장에 나오곤 있으나 kt 입맛에 맞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kt는 팀 성적에 확실히 보탬이 되어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 일단 그런 선수가 나오기 전까지 어윈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조범현 kt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기는 날 어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보직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제구가 안 되는 투수에게 불펜을 맡길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투수 시장이 6월 이후 활기를 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윈은 앞으로 몇 차례 더 선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조성필기자

백업서 주연으로… ‘기회의 땅’ 수원

수원의 케이티 위즈 파크는 기회의 땅이다. 그동안 서로 다른 구단에서 많은 사연을 안고 조연에 머물렀던 이들도 이 곳에서 주연으로 거듭난다. 남모를 설움도 있지만 어떠하리. 이제 이들은 프로야구 kt wiz에 없어선 안 될 주인공들이다. 시즌 개막 후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적생들을 조명해 보았다. ■ 안방마님 장성우 장성우는 지난달 2일 4대5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kt로 옮겨왔다. 당시 kt팬들의 시선은 기대 반, 미움 반이었다. 무려 9명이 이동하는 대형 트레이드였지만, 핵심은 장성우와 박세웅의 맞교환이었다. 우완 박세웅은 토종 에이스로서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자원. 그를 내주고 롯데 후보 포수를 받아온다니 팬들의 시선이 마냥 고울 리 없었다. 한편으로는 기근현상을 겪고 있는 포수 포지션 최고 유망주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장성우는 2경기 만에 우려를 잠재웠다. 5월 6일 대전 한화전에서 3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출루율 100%를 찍으면서였다. 이후 그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이적 후 41경기에서 타율 0.312, 홈런 4개, 타점 28개를 기록했다. 장성우의 가치는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더욱 빛났다. 탁월한 볼 배합을 바탕으로 한 투수 리드가 돋보였다. 그와 배터리 호흡을 맞춘 투수들은 (장성우의) 리드는 절대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염갈량이라 불리는 염경엽 넥센 감독이 kt 6월 돌풍은 장성우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 대목에서 그의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 新 마법사 오정복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23일까지 KBO 홈페이지에서 오정복의 2015시즌 기록을 검색하면 나오던 문구다. 무명 선수라는 걸 이렇게 잘 표현할 순 없었다. 오정복은 지난 2009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이듬해인 2010년 100경기에 나와 타율 0.271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 자리를 잡지 못했다. NC 다이노스로 옮겼으나 후보로 밀렸다. 지난 21일 그는 또 한 번 팀을 옮겼다. 퓨처스리그 광주 KIA전을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던 중이었다. kt로 이적이 확정됐다는 배석현 NC 단장의 전화 한 통으로 그의 kt행은 확정됐다. 23일 kt 홈구장서 만난 그는 자신을 배가 고픈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설움이 느껴지는 한마디였고 불과 몇시간 뒤 이를 바로 입증했다. 이날 LG전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4대4로 맞선 7회말 1사 1,2루에서 결승 쓰리런 홈런포를 날렸다. 경기 뒤 그가 남긴 소감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2군에서 너무 고생해 1군 벤치에만이라도 앉아보고 싶었다. 2군에서 느꼈던 간절함을 항상 곱씹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조성필기자

‘7회에만 7점’ kt 마법같은 역전쇼

kt wiz가 드디어 20승 고지를 밟았다. 시즌 개막 후 70경기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kt는 23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서 7회에만 7점을 뽑아내는 화끈한 화력을 선보이며 8대4 역전승을 거뒀다. 한 이닝 7득점은 창단 후 두 번째다. kt는 지난 5월24일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5회말에 7점을 올린 바 있다. 이날 1승을 더한 kt는 6월 들어 치른 19경기에서 10승을 쓸어담는 저력을 보였다. kt의 출발은 불안했다. 믿었던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이 6안타를 얻어맞고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4이닝은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소 이닝 타이기록이었다. 헌납한 점수는 3점(2자책)에 불과했지만 투구 수가 102개로 많았다. 1회 LG 정성훈에게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2ㆍ3회 문선재에게 각각 솔로 홈런과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옥스프링은 4회 1사 1,3루 위기를 힘겹게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타선도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kt는 상대 선발 헨리 소사의 구위에 눌려 3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잠잠하던 kt의 방망이의 물꼬를 튼 건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이었다. 그는 0대4로 뒤진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kt 타선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박경수(2점)와 이대형(1점)이 적시타를 때리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고, 이적생 오정복이 좌월 3점 홈런을 때려 7대4로 경기를 뒤집었다. 8회 박기혁이 1타점을 보태면서 kt는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서울 잠실에서는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에 1대10으로 크게 져 3연패에 빠졌다. 선발 메릴 켈리는 3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조성필기자

조갈량의 선택, 이번에도?

kt wiz 조범현 감독은 트레이드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KIA 타이거즈 감독을 맡았던 2009년에는 투수 강철민을 내주고 LG 트윈스로부터 김상현을 받았다. 신의 한 수가 됐다. 그 해 김상현은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고, 팀은 1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 5월에는 롯데 자이언츠와 4대5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면서 포수 장성우, 외야수 하준호 등을 영입했다. 장성우와 하준호는 나란히 맹활약하며 kt의 반등을 일궈냈다. 이에 앞선 4월 LG에게 받은 윤요섭도 백업 포수로서, 또는 대타로서 팀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조 감독의 올 시즌 세 번째 작품이 나왔다. NC 다이노스에 포수 용덕한을 내주고 좌완 투수 홍성용과 외야수 오정복을 받아왔다. 이번 트레이드 역시 조 감독의 의중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조 감독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기에 이번 트레이드가 성립됐다며 한쪽이 손해를 보기보다는 양 팀 모두가 잘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 감독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취하고자 했던 이익은 무엇일까. 조 감독은 경쟁구도 구축과 군필자 보충을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쟁구도 구축은 오정복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조 감독은 퓨처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오정복을 영입하면서 외야 선수층이 한층 두터워졌다며 하준호, 김사연 등 기존 외야수들과 주전 경쟁을 벌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필자의 경우는 kt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다. 신생 구단인 만큼 kt는 선수 절반 가까이가 프로 2년차 이내 신예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투수진은 유난히 어린 선수들이 많다. 정성곤, 엄상백, 주권 등 갓 스물을 넘은 선수도 있다. 향후 이들이 입대를 할 경우 투수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조 감독은 군필자인 홍성용을 영입하면서 이 같은 문제를 풀어갈 단초를 마련했다. 또한 왼손 투수가 이창재, 심재민, 윤근영 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좌완 불펜 강화 효과도 함께 노릴 수 있게 됐다. 조 감독은 홍성용은 일단 정성곤을 대신해 기용하려고 한다며 투구 수와 이닝은 차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하늘도 무심하시지… 運 때문에 ‘운’ kt

정말 운수 좋은 주말이었다. kt wiz는 지난 20일 KIA와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5회초까지 2대1로 앞섰다. 초반에 승부수를 띄운 결과였다. 조범현 kt 감독은 선발 김민수가 1대1로 맞선 3회 1사 3루에 몰리자 투수를 교체했다. 비가 올 것을 예상한 조치였다. 작전은 주효했다. 3회말을 윤근영과 조무근이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5회초에 상대 선발 험버의 견제 실책을 틈타 3루 주자 이대형이 홈을 밟았다. 한 이닝만 막아낸다면 강우 콜드승을 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 무심했다. 5회말 KIA 선두타자 최용규가 타석에 들어서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경기가 중단돼 50분을 기다렸다. 이대형은 하늘을 여러 차례 올려다보며 비가 멈추길 기도했다. 비는 끝내 멈추지 않았다. 노게임이 선언되자 조 감독 얼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그가 승부수를 띄운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음날 KIA 선발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양현종으로 예고돼 있어 승리를 따내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조 감독은 양현종의 상대로 토종 에이스인 정대현을 앞세워 맞불을 놓을까 고심했지만 등판일자를 계산해보고 생각을 접었다. 정대현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신인투수 주권을 선발로 세웠다. 주권은 초반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 KIA 타선도 그의 공을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2회까지 김주찬이 사구로 출루했을 뿐, 누구도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0대0으로 팽팽하던 승부는 3회말 들어 갈렸다. 심판의 오심 2개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 주자 없는 1사 상황에서 주권은 KIA 강한울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유격수 박기혁이 공을 잡아 1루에 송구했고,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강한울은 세이프라며 합의판정 사인을 보냈고, 비디오 판독 결과 세이프로 번복됐다. 어렵게 출루에 성공한 강한울은 신종길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또 한 번 아웃 판정을 받았다. 김기태 KIA 감독은 다시 합의판정을 요구했고, 이번에도 세이프가 선언됐다. kt로선 힘이 쭉 빠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KIA가 타자일순 하며 대거 6득점을 올렸고, kt는 선발 주권이 강판당하면서 0대7로 졌다. kt는 주말 3연전 가운데 두 경기를 내줘 시즌 상대 성적이 8전 전패가 됐다. 폭우와 오심. 여러모로 운수 좋은 주말이었다. 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