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호루라기의 요란한 신호에 장을 보던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막았다. 뻥 소리와 함께 뻥튀기가 한가득 쏟아져 나오면서 하얀 김이 훅 끼쳤다. 놀란 택시가 갑작스레 멈춰 섰지만 차 안의 외국인들은 이색적인 풍경이 신기한 듯 상기된 얼굴로 연방 두리번거렸다. 잠시 걸음을 멈춰 섰던 할아버지는 흩어진 뻥튀기 하나를 집어먹고는 태연히 지나갔다. 정작 뻥튀기 아저씨는 주위의 소동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덤덤한 듯 시크하게 뻥튀기를 망태기에 쓸어담았다. 뻥튀기 아저씨 장흥득씨(54)는 트럭에 뻥튀기 기계를 싣고 양평군 내 5일장을 두루 다닌다. 양평 5일장을 찾은 지는 어느덧 20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옥수수와 쌀알을 뻥뻥 튀겨대면서 뻥튀기 기계도, 낟알을 담는 깡통도 까맣게 그을렸다. 옥수수가 그득한 깡통에 소다와 사카린을 눈대중으로 집어넣는 아저씨는 하도 오래돼서 얼마나 넣어야 할지 손이 안다고 말한다. 아저씨의 뻥튀기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그 사이 기계가 끽끽 소리 내며 쉼 없이 돌아가는 데다 12분에 한 번씩, 말 그대로 뻥 튀기기를 수십 년째 하면서 귀는 이미 반 이상 멀었다. 절로 말도 없어져 뻥이요 구령 대신 호루라기를 불거나 어이하고 소리치는 게 다다. 뻥튀기를 정리해 파는 부인과 종일 있으면서도 하루 열 마디가 많을 정도다. 군것질거리가 늘어난 요즘은 장사도 예전만 못하는데, 뻥튀기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역시나 시크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이런 거 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라도 계속 해야지, 별 수 있나 표정도 말도 없는 아저씨지만 국내산 옥수수와 쌀, 보리로 만든 뻥튀기라 고소하고 맛있다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한다, 한다, 기대에 찬 주변 반응을 여전히 무시한 채 묵묵히 기계만 돌리는 아저씨. 언제가 가장 보람 있느냐는 질문에 눈만 끔벅이는 아저씨 뒤로 부인이 대답을 쏙 가로챈다. 그야 돈 많이 벌 때지, 뭐 그런 걸 물어본대요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30년은 족히 넘은 진한 국물로 맛을 낸 족발과 그 자리에서 갈아 만든 녹두전은 양평5일장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족발은 오전 6시부터 삶기 시작해, 한 번에 두세 시간씩 온종일 삶아 그 자리에서 뜨끈뜨끈한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솥에 족발 40여개를 한꺼번에 넣고 삶는 광경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쫄깃하고 구수한 맛으로 정평이 나면서 타지역 단골도 여럿으로 닭발 등도 함께 판매해 끼니는 물론 안줏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미니족 3개 만원, 장족은 2만원부터 판매한다. 자동 맷돌로 갈아낸 녹두를 바로 지져낸 녹두전은 장당 5천원으로 시중의 절반가다. 주문을 받은 즉시 구워내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고추전, 육전 등 각종 전도 한 근에 만원 내외로 판매한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바짝바짝 마르는 고구마 순을 보면 제 마음도 타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여주군 가남면에서 고구마밭 3㏊를 경작하고 있는 K씨는 요즘 틈만 나면 하늘만 쳐다보며 비를 기다린다. 여주의 5월 강우량이 37.5㎜로 지난해 같은 달 91.5㎜에 비해 턱없이 적어 얼마 전 심은 고구마 모종이 말라죽고 있기 때문이다. K씨는 지난달 말까지 고구마 모종을 심을 예정이었는데 가뭄 때문에 70%만 식재했고 나머지는 앞으로 열흘 정도 더 심어야 할 것 같다며 그동안 심어 놓은 고구마 모종도 10% 가량 말라죽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심한 봄 가뭄에 기온까지 크게 오르면서 경기지역 농가들이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5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올 1~5월 강수량은 179.9㎜로 평년 255.8㎜의 70.4%에 그치고 있다. 저수지의 저수율도 46.1%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달 중순까지 예년에 못 미치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요즘 농업용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전망이다. 여주 뿐만 아니라 평택, 양주, 남양주, 연천 등에서도 콩의 발아율이 떨어지고 감자와 옥수수가 잘 크지 않는 등 밭작물의 피해가 조금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가뭄극복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기상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급수예고제, 간이양수장 설치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가뭄이 훨씬 심한 충청지역과 달리 경기지역은 다행히 모내기는 100% 달성했지만 6월 중순이 지나도 비가 오지 않는다면 밭작물의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자체별로 가뭄 대책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진동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한국도로공사(사장 장석효)가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서비스를 평가한 결과 15개 평가 우수시설 중 수도권 지역 휴게소는 단 한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전국 171개 고속도로 휴게시설의 운영서비스를 평가한 결과 최우수 칠곡(부산방향) 휴게소, 우수 횡성(서창방향)과 홍성(시흥방향) 휴게소 등 15개 휴게소가 평가 우수시설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그러나 경기인천지역 등 수도권 휴게소의 경우 이용객이 집중되면서 잦은 민원 발생 등의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아 죽암(부산방향) 휴게소 단 한곳만이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고속도로 휴게소는 대부분 대형 휴게소로 이용객이 많아 민원 발생이 잦고 화장실과 음식점의 등의 위생관리 등이 미흡해 중소형 휴게소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휴게시설 운영서비스 평가는 휴게시설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휴게소 서비스, 위생, 시설관리 분야 등에 대해 매년 실시된다. 한편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가장 많이 팔린 휴게소와 음식메뉴는 안성(부산방향) 휴게소의 안성국밥으로 14만6천172그릇이 판매됐고 매출은 덕평 휴게소의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이 8억400만원으로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또 전국휴게소를 대상으로 개최한 맛자랑대회에서 경산(서울방향)휴게소의 경산대추 영양 갈비탕과 섬진강(부산방향)휴게소의 보리된장 비빔밥, 언양(서울방향)휴게소 솔잎 해물 온계탕 등이 호평을 받았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수도권 휴게소들이 이용객이 많아 중소형 휴게소에 비해 평가 기준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며 이용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쾌적하고 편안한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개선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삼성전자가 지난해 1년간 총 153조2천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분배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5일 발표한 2012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지난해 협력사와 임직원, 국가, 지역사회 등에 배분한 경제적 가치의 규모를 153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제적 가치 분배란 기업의 사업활동을 기반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를 구매, 채용, 세금납부, 기부금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경제적 가치 분배의 규모는 지난 2009년 127조, 2010년 146조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부한 사회공헌 비용도 전년보다 22.5% 증가한 2천937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런칭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Samsung Hope for Children도 현재 30개 국가에서 오는 2013년까지 55개 국가로 확대 운영하고 오는 2015년까지는 총 500만명의 어린이에게 교육과 의료 혜택을 지원할 예정이다. 협력사의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구매 비용도 지난 2009년 103조, 2010년 112조, 지난해 120조로 협력사의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1970년대 1만여명에 불과하던 임직원 수가 회사의 성장과 함께 고용도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 기준 22만1천726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해 온 워크 스마트 문화가 확산돼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임직원 전체 65% 이상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8시간 근무 후 퇴근하는 자율출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성별, 인종, 장애 여부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다양성 관리 경영도 성과를 보여 여성 임직원 비중이 2002년 35.9%에서 지난해는 40%로 증가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철근 및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인 신(信)건설㈜는 건설 경기 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건설시장에서 수주를 따내며 역경을 헤쳐나가고 있다. 지난 199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종합건설사에 취업한 황원택 사장(41)은 현장 인부부터 영업관리, 자금확보, 현장관리 등 건설사에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황 사장은 10여년의 종합건설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친구와 함께 건축물의 뼈대를 만드는 철근 및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을 시작했다. 친구와 단둘이 건설업에 뛰어든 황 사장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직접 타설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해진 공기에 작업을 완료하면서 원청업체로부터 신뢰를 얻어 나갔다. 전문건설업을 시작한 첫 해 매출은 2억원 정도로 미약했지만 특유의 근면, 성실함으로 원청업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수주 물량도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황 사장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수주 물량도 늘어나고 공사 규모도 커지자 기술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기술력 부족으로 10억원짜리 공사를 7억원에 수주해 20억원을 들여 공사를 하게 되면서 회사는 점점 손해를 보게되고 부도 직전에 까지 이르게 됐다. 당시 황 사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23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처음 동업을 시작한 친구가 사업을 그만두자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황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 이름처럼 믿을 신(信)자 하나만을 생각하고 사업을 하면서 업체들로부터 신뢰를 쌓은 것이 황 사장에게 큰 도움이 됐다. 자재업체에게 1년씩 대금 결제 유보를 부탁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손해를 보면서도 주어진 공사는 마무리 지었고 기술력도 보강하면서 수주 물량이 늘어났고 매출도 흑자로 돌아섰다. 요즘 같은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신건설은 상반기에만 90여개 입찰에 참여해 8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신건설은 신용평가, 현금운영 등의 평가를 통해 대우, 신동아, 남양 등 25개 건설사의 협력업체로 지정돼 있으며 꾸준하게 수주를 따내면서 탄탄한 우량 전문건설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황원택 사장은 건설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회사 이름을 믿을 신으로 지은 것은 업체간, 사람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며 이익을 남기려고 원칙을 어긴다면 반드시 무너지게되는 것이 건설업인 만큼 앞으로도 소신을 갖고 업체와 직원,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황원택 신건설㈜ 대표이사 내가 죽더라도 수백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20여년간 건설업에 몸을 담고 있는 황원택 신건설㈜ 대표이사는 건설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건설시장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안 좋은 상황일수록 처음으로 돌아가 기업의 신뢰를 쌓고 기본부터 착실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장은 전문건설업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절대 도전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전문건설업은 권한은 없고 책임과 의무만 있고 공사에 있어 어려움이 닥치면 세상의 모든 화살이 나를 겨냥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참담해 진다며 큰 공사 몇개 따내서 대충하다보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예 전문건설업 분야에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전문건설업 전망에 대해 황 사장은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업체 중 상당수의 업체가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정리될 수도 있을 것이다며 다른 돌파구를 찾기 보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버틴다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황 사장은 기업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봉급을 밀리지 않고 제때 줄 수만 있어도 큰 행복이다며 기업이 커지고 이윤이 많이 남게되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고 내가 죽더라도 신건설이라는 기업은 수백년 명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재)경기과학기술진흥원 천연물신약연구소(소장 오좌섭)은 4일 연구소 회의실에서 (재)산청한방약초연구소(소장 김동환)와 천연 약용자원 공동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천연물신약연구소가 보유한 천연물신약후보물질 발굴 연구 및 약효평가 서비스 등의 신뢰도 높은 기술과 산청한방약초연구소가 소재한 경남 산청군 지리산자락의 우수한 약용자원을 바탕으로 한 사업화 추진을 연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 기관은 ▲관련 기술 분야 공동 연구 개발 ▲공동 협력 사업 발굴 ▲지역산업 투자유치 방안 모색 ▲공동 마케팅 ▲연구시설 이용 및 기술정보 교류 ▲사업 수행을 위한 연계활동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오좌섭 소장은 본 협약을 계기로 양 기관의 우수한 연구와 산업화 능력을 상호교류하고, 올해 안에 경기도와 경상남도 산청군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연물신약연구소는 이번 산청군을 비롯해 제주, 진안, 금산, 대구 등 각 지역의 우수한 천연 자원을 활용한 연구개발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정보 교류를 통해 기술력의 향상과 사업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삼성전자는 아시아 축구연맹(AFC) 모바일과 반도체 부문 공식 후원사로 2014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고 4일 밝혔다. 지난 3일부터 시작한 2014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 경기 중 하나로 한국, 일본, 호주, 카타르 등 10개 국가에서 오는 2013년 6월18일까지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6월 한국, 일본, 요르단, 레바논 등에서 열리는 홈경기를 중심으로 경기장 내외 브랜딩, 제품 체험관 운영, 우수 선수 시상 (Sam sung Man of the Match) 등 다양한 현장 마케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황성수 삼성전자 스포츠마케팅담당 상무는 삼성전자는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기간동안 축구팬과 고객들에게 삼성 브랜드가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부터 아시아 축구연맹 후원을 시작해 오는 2016년까지 모바일과 반도체 부문 공식 후원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FTA요? 우리에겐 위기가 아니라 화성포도를 전 세계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수출 10년째를 맞고 있는 화성시 송산면의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회장 홍응유). 이 곳에서는 생산량의 55~60% 가량이 미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괌, 하와이 등 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화성포도수출협의회의 결성은 역설적이게도 우리 포도농가에 가장 큰 위기가 불어닥쳤던 2003년이었다. 당시 한칠레FTA가 체결되면서 당도 높고 값싼 칠레포도가 우리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홍응유 회장과 남윤현 사무국장은 바로 이 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화성포도를 수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어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 포도 작목반장들이 모여 협의회를 결성했고 여기에는 화성 일대 100여 농가가 참여했다. 남윤현 사무국장은 물론 처음에는 우리 스스로도 한켠에서는 무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우리나라는 과수 수출국도 아니고 우리 포도는 과피가 얇아 저장성이 떨어져 수출경쟁력 또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지자체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수출업체 담당자들과 함께 현지를 부지런히 방문했다. 또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저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치냉장고의 원리를 적용, 수분이 날아가지 않는 저온저장고를 직접 개발해 품질을 높였다. 달기만 한 현지포도와 달리 중독성 강한 적당한 신 맛을 갖고 있는 화성 캠벨 포도는 교포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현지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특히 수출협의회는 미국 수출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미국측의 요구 조건에 맞는 생산체제를 가동했다. 회원들은 농약 선정부터 농약 살포량, 재배법을 다시 교육받았다. 덕분에 처음으로 시범 통관된 포도가 미국 홈쇼핑에서 5분만에 품절되는 대박을 터트리고 대미 수출시장은 물론 높아진 품질로 동남아 시장도 날로 성장했다. 수출협의회는 국가별로 포장도 차별화했다. 우리나라보다 핵가족화가 심한 싱가포르에는 400g짜리 소포장을,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는 박스 형태의 대용량 포장 제품을 수출하는 식이다. 협의회 내부 조직도 엄격하게 관리했다. 수출조건으로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도 국내 포도값이 오르면 수출 대신 내수 시장으로 포도를 빼돌리는 회원들은 자격을 박탈했다. 처음 100명으로 시작했던 회원은 39명으로까지 줄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내부 결속은 더 단단해졌고 품질도 향상된 셈이다. 이처럼 무엇보다 품질에 주력하는 화성포도이지만 타 지자체에서 저가 물량공세를 퍼부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수년 간 노력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고품질로 가격을 올려 놓은 공든 탑이 타 지자체의 저가 포도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결국에는 우리 뿐 아니라 그쪽 농가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며 제살 깎아먹기 식 수출을 지양하고 지자체별로 수출지역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수출협의회는 첫 해 8t을 수출한 뒤 다음해인 2004년에는 33t, 대미수출단지로 지정된 2005년에는 112t, 2010년에는 193t의 수출실력을 올렸다. 수출협의회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너무 많은 비가 오고 반대로 하반기에는 가물어서 포도수확량이 크게 줄어 108t을 수출했지만 올해는 작황이 좋아 250~300t 수출로 150만달러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협의회는 호주와 캐나다라는 새로운 시장을 뚫으려 판촉행사 등을 준비 중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호주의 검역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포도로는 국내 유일하게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최근 한미FTA, 한중FTA 등 잇따른 시장개방으로 우리 농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대해 이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 사무국장은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라며 우리 식량 자급률은 30%밖에 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식량전쟁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격 폭락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생력을 갖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시장개방을 기회로 경쟁력을 키우고 규모화로 원가를 절감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경기농협이 상호금융 예수금 50조원을 돌파했다. 농협경기지역본부(정연호 본부장)는 지난 1일 중앙본부 대강당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상호금융 예수금 50조원 달성탑을 수상했다고 3일 밝혔다. 상호금융 예수금은 지역농협의 예탁금을 말하는 것으로 농협경기지역본부의 경우 2009년 6월 40조원을 돌파한 뒤 2년 10개월 만에 50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연호 농협경기지역본부장은 1960년대 농촌의 고질적인 고리채 해소에 큰 역할을 담당하며 탄생된 농협상호금융 사업은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으로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며 농협의 상호금융 사업이 농촌경제 활성화와 농업인 복지 향상 등 농업농촌의 든든한 지킴이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특히 예수금 50조원 달성 성과는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인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및 부실경영이 대두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농협 이미지를 경기농협이 확고히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민과 농민들에게 신뢰받는 경기농협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협경기지역본부는 상호금융 사업 활성화를 위해 상호금융발전 전략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난 3월 2일 상호금융 대표이사 체제 출범 이후 농축협 신용사업에 대한 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상호금융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능동적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선호기자 lshgo@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