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보완 필요하다

성남·고양·부천·안양시 등 경기도내 신도시 주민 70% 이상이 고등학교 평준화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지역의 고입 평준화제도 시행여부가 주목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경기도 교육청의 용역을 받아 조사한 ‘경기도 신도시 고등학교 입학제도 개선 방안’의 중간 결과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 주민 4천458명중 71.2%가 고입 평준화를 찬성했다는 것이다. 평준화 도입 이유로는 그동안 극심한 논란이 되었던 ‘입시위주의 중학교 교육정상화’가 53.9%로 가장 많았고 ‘학교간 서열이 없어지기 때문’이 24.9%, ‘지나친 경쟁을 피할 수 있어’가 11.5%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성남지역의 경우 주민중 67.7%가 구시가지만 평준화를 실시하고 분당 지역은 실시하지 않은 현행 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비평준화 지역인 분당구 주민도 75.5%가 고교 평준화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또 안양·과천·의왕·군포지역 주민도 학부모의 62.7%, 교사의 68.5%가, 부천시는 주민 80.4%가 고교 평준화를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러한 조사결과를 보면 고교평준화 도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또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밝혀진대로 2000년 수도권 지역고교 졸업생 6천701명의 성적을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수능으로 환산한 평준화 지역 고교 졸업생의 성적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12점 높았음이 평준화를 더욱 필요화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며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이른바 명문고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지금 한국교육개발원은 설문조사에 이어 17일부터 20일까지 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시하는 주민공청회를 실시중에 있으며 오는 11월말까지 공청회 결과 보고서를 도 교육청에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내년 2월15일 이전에 평준화정책을 최종 결정한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 교육개발원과 도 교육청은 고교 교육평준화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공청회인 만큼 평준화 지지 계층과 비평준화 찬성 계층의 의견을 엄정히 수렴하여 상호 장단점을 보완하는 가운데 형식적인 공청회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원리가 지배하는 것이 민주주의지만 소수의 주장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판교, 벤처산업단지화 마땅

수도권 신도시 개발 후보지 중 하나인 성남 판교 일대의 개발형태를 놓고 경기도와 건교부 및 성남시의 주장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교통 환경 등 사회 경제적 후유증을 유발하게 될 건교부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특히 판교지역이 택지개발보다는 첨단 벤처산업단지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나섰다. 도는 이를 위해 올해 말로 끝나는 판교지역의 건축행위규제를 1년간 연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는 수도권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건교부의 방침을 찬동하면서 즉시 택지를 개발 하고 그 중 일부 용지를 벤처기업에 제공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신도시 건설에 대해 충분한 검토 끝에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밝힌바 있는 우리는 판교지역을 벤처기업 중심의 사이언스파크로 개발하려는 경기도의 구상이 옳다고 판단된다. 이미 우리가 본란을 통해 지적했듯이 새로 들어설 신도시 특히 ‘판교’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하고 단순히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되면 수도권 전체의 환경과 교통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도시 자체의 교육 복지 문화 치안 공공서비스 등의 생활여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인근 분당 신도시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지금도 심각한 상태에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용인지역의 난개발로 경기 동남부 지역 주민들이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성남시가 신도시 추가 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성남시는 판교일대 개발예정용지 280만평 중 30만평을 벤처산업단지로 제공하고 녹지와 공공용지를 제외한 70만∼80만평을 택지로 개발한다는 주장이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고밀도개발이 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판교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의 풍부한 배후시장과 금융 및 고급인력 등 산업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할수 있는 친환경적 저밀도 벤처산업 입지로는 적지라는 경기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판교가 지식산업이 포함된 벤처산업단지로 개발될 경우 자족도시로 기능하면서 테헤란 양재 포이 과천을 잇는 벨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계획과 국토건설계획은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백년의 대계(大計)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계획은 목전의 개발이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백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설계되고 추진되지 않으면 안된다.

건교부의 ‘난개발’

“선산인 야산을 팔고(수용당하고) 어디다 선산을 또 마련합니까…. 청정(자연)의 고향땅이 회색빛(콘크리트)에 도배되는 것도 싫고요.” 동탄지구(화성군)의 신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한 주민의 말이다. 물론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는 결국 도시화 될바엔 지금 착수돼 목돈마련을 하는게 좋겠어요.” 신도시건설에 대한 어느 주민의 기대다. 이같은 주민의 엇갈린 반응은 판교(성남시)쪽 사정 역시 비슷하다. 건교부의 동탄·판교지구 신도시건설계획에 성남시같은데서는 찬성쪽으로 기운 반면, 경기도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김대중대통령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건교부는 ‘대통령의 지시는 신중을 기하란 뜻’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 신도시건설에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가 인구집중을 들어 도내 공장건설은 규제하면서 유입인구 유발을 부채질하는 신도시건설을 우기는 것은 시책의 모순이다. 무턱댄 신도시건설은 이미 심각한 환경 및 교통재앙으로 등장, 고질화 된지 오래다. 난개발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일반 주택업자가 짓는 아파트등은 난개발이고 정부가 하는 주택이나 택지사업은 난개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대규모의 환경 및 교통공해를 유발하는 신도시건설은 업자의 난개발보다 더 무서운 난개발이다. 도내에는 이미 지은 아파트도 팔리지 않아 적체현상이 심각한 지경이다. 건설경기의 부양은 사회간접자본의 적정집행으로 이루어야 한다. 주택난해소와 경기부양을 이유로 들어 추진하려는 건교부의 신도시건설은 당치 않다. 국토는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좀 남은 땅을 당장 마구 파헤치기 보단 후대의 자산으로 물려줄줄 아는 먼 안목이 요구된다. /白山

청소년 선도의 필요성

“1교시 수업시간이 50분이라지만 실제적으로 30분도 수업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재의 학교현장입니다. 수업분위기를 망쳐놓고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을 제재하려 해도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따끔하게 혼을 냈다가는 되레 폭력교사로 내몰리기 때문입니다” 최근 포천경찰서 회의실에서 경찰서장 주관으로 관내 중·고교 교감선생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학원폭력근절 대책회의에서 나온 모고등학교 교감의 푸념이다. 청소년들이 갈수록 포악해지고 조직화되고 있어 교사들조차 학생선도가 꺼려진다는 것이 이날 참석한 교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포천경찰서가 교내는 물론 학교주변 폭력배의 일제소탕에 나섰다. 경찰은 학교주변 폭력배 소탕과 함께 수사과 전 사복형사에게 관내 학교를 배당, 수시로 학교주변을 순찰을 하며 학교측에서 경찰력을 요청하면 항시라도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의 교육현장이 경찰까지 관여를 해야 할 정도로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세상이 변했다는둥 관련법이 바뀌었다는둥 서로 세상탓을 하지만 근자에 청소년들이 주고객이 된 PC방, 노래방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누구하나 나서서 청소년 선도에 솔선하는 선각자(?)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현장을 될대로 되라고 내팽개칠 수는 없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학교교칙이 아닌 사회법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자칫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과자라는 오점을 남기고 범죄의 수렁에 더 깊게 빠지도록 방관하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옴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든 교육자와 학부모들이 더 많은 관심과 아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재학기자<제2사회부/포천> jhlee@kgib.co.kr

국정감사 겉핥기식 안된다.

국회는 오는 19일부터 16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총 357개의 국정감사대상기관을 상대로 20일간의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지난 9월 1일 개회된 정기국회가 예정대로 운영되었다면 국회는 이미 국정감사를 끝내고 지금쯤은 내년도 예산심의를 할 시점이나 그 동안 국회가 여야간의 정쟁으로 파행운영되어 이제 국정감사를 하게 되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기 위한 최고의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의 어느 기능보다도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역대 국회의 국정감사를 살펴보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감자료를 수집하고, 또한 지방출장, 해외출장까지 하면서까지 행정부의 정책집행을 감사하였으나, 대부분 겉핥기식이거나 또는 국회의원들이 지역에 관련된 사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감사를 하는 바람에 행정부의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지도 못하고 또한 정책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일부 상임위의 경우, 국정감사시 피감기관으로부터 지나친 향응을 받거나 때로는 부정한 금품수수까지 야기되는 경우가 있어 빈축을 산 예가 많다. 행정부 정책을 감사하는 올바른 국감이 되려면 의원 스스로 국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된다.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국감에 임해야 되며, 이를 위하여 열심히 준비해야 된다. 국회는 국감 등과 같은 의원의 활동을 돕기 위하여 금년부터 보좌관 1명이 증원되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더욱 국감자료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된다. 의원들 스스로 전문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호통만 치면 오히려 관리들로부터 무시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국감이 되지 못한다. 시민단체와의 유기적인 협조관계도 필요하다. 올해에도 국감시민연대가 결성되어 의원들이 국정감사 활동을 모니터하게 된다. 지난 해 국감시민연대와 국회의원들간에는 국감방청, 의원평가 등을 놓고 상당한 갈등을 빚어 국회의원들에 대해 국민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갖게 되었다. 최근 국회는 국감시민연대에게 의정활동 불관여 확약서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유로운 국감시민연대의 활동을 지원하여 유권자의 국정참여 기회를 높이는 것이 국감의 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

고양시장의 경우

일산신도시 주민등 고양시민들이 벌이는 지방세납부거부 및 시장퇴진요구운동은 자치행정의 주민참여형태로 보인다. ‘고양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난립저지 공동대책위’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불복종차원의 시민저항은 지방자치사상 처음인 점에서 귀추가 매우 주목된다. 황교선 고양시장은 문제가 된 러브호텔이나 나이트클럽등 환경유해업소가 합법적인 것이어서 허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서류상의 구비요건으로 보아서는 흠이 없었는지 모른다. 또 합법적인 구비요건을 갖추면 누구든 허가 받을수 있는 생업의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특정인의 생업의 권리도 존중돼야 하지만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은 더 존중돼야 한다. 이것이 현대 행정이 지향하는 조장행정이다. 특히 일산 신도시는 러브호텔같은 환경유해업소가 말썽이 된지 오래다. 지역주민의 반대속에서 허가가 계속된 것은 실로 간과하기가 어렵다. 고양시장은 주민생활을 환경유해업소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아무리 서류상으로는 합법적이라 해도 불허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에게는 이만한 재량권이 있으며, 러브호텔과 관련한 이같은 불허의 재량권행사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판례가 있다. 행정의 재량권행사는 때때로 남용돼 시비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이에비해 고양시장은 행사해야 할 재량권을 회피함으로써 행정의 난맥상을 가져왔다. 현대 행정은 법규를 일탈해선 안되지만 또 법규대로만 해도 안되는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합법을 빙자한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허가의 난맥상은 시민생활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유해환경 요인으로 등장했고 업주는 업주대로 손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왔다. 고양시장은 더이상 합법성만을 내세울 입장이 못된다. 시민대표들과 무릎을 맞대어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벌이는 대규모집회를 일과성 행사로 기대하고 무작정 버티는 것은 민선시장의 도리가 아니다. 물론 회동을 갖더라도 ‘공동대책위’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의문이 두려워 안만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지금이나마 수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갖는 것이 책임있는 시장의 자세라고 믿는다.

YS(속편)

“고려대 특강 무산은 불순한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한 것으로 이는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의 합작품이다. 김정일이 조용히 하라면 학교도 조용하고 데모하지 말라면 안하지 않나.” “총장과 함성득교수가 약속했으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오는 금요일 특강을 다시 하기로 한데 대해) 이번에는 옷도 두껍게 입고 (소변용) 깡통도 가져가야 겠다” “아주 잘 된다. (민주산악회재건) 민주산악회가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민주화가 안되고 지금도 전두환씨가 독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김영삼 전대통령(YS)이 고대특강 무산이후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밖에 통일문제등도 비꼬아 언급했다. 이날 시종일관 계속된 DJ와 현정부에 대한 비난이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점이 다분했다. YS는 임기 종말을 IMF대통령으로 끝낸데 대해 굉장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DJ 정부가 이를 부각시킨다고 여겨 더욱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듯 싶다. 변명할 말도 많아 특강같은 기회를 자주 갖고 싶어 한다. 또 어떻게 보면 대통령을 지낸 절대권력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인상이 짙다. 하지만 역사의 무대는 주연을 두번 다시 허용하지 않는 점이 연극의 무대와 다르다. 전직 대통령이니까 말을 험하게 마구해도 된다는 생각보다는 말을 다듬어 아낄줄 아는 것이 더 예우를 받는다.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 것은 YS가 대통령 재임중에 한말이다. 요즘 그의 언행을 보면 그 자신이 ‘독불장군’이 돼가는 것 같다. ‘세상을 두렵게 생각할줄 모르면 장부도 한낱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白山

4·13총선의 망령

4·13총선의 망령이 6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여의도 정가를 떠다니고 있다. 총선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치권을 또다시 술렁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16대 총선은 이미 총선전부터 검찰의 병역비리 수사와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과 맞물려 불공정 시비를 낳았고, 선거 직후에도 ‘정부·여당의 금권·관권선거’, ‘야당의 역관권선거’, ‘편파수사’논란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13일 현역의원 26명과 회계책임자등 13명을 기소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여야는 각각 13명과 29명의 상대당 의원들에 대해 무더기 재정신청을 냈다. 결국 지역구 의원(227명)중 약30%인 68명(중복자 제외)이 선거법 위반혐의와 관련 법원의 재판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또 지난 8월 하순 “선거비용 실사결과 지역구 의원 가운데 200명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한 선관위 관계자의 말이나 민주당 윤철상의원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셈이 됐다. 이런 탓에 여야는 지난 12일 모처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편파수사 공방을 재현했고, 국감장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건곤일척의 일전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검찰수사결과에 대해 “여당 무죄, 야당 유죄, 유권(有權) 무죄, 무권(無權) 유죄”(유성근의원·하남)라고 규정, 파상적인 대여공세를 펼칠 방침이며 이미 박순용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편파·불공정수사는 과거정권에는 있었지만, 국민의 정부에서는 없다”(이희규의원·이천)며 적극적인 방어전을 펼칠 전망이다. 그러나 선거법을 위반하고서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악몽’에 시달렸던 여야 정치인들을 보고 국민들은 쓴 웃음만을 짓고 있다. 민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국민의 대표’가 총선망령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정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주민소환제’ 입법, 찬성한다

최근 ‘러브호텔’과 ‘환경박람회’ 등의 문제로 고양시와 하남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주민에 의한 지자체 단체장 통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소환제’ 도입이 거론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주민소환제는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당지역 단체장을 불러 특정사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제재도 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거론 자체가 오히려 늦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자치 포럼 21’주최 ‘민선2기 회고와 전망’포럼에 참석한 최인기(崔仁基) 행정자치부 장관이 발언한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지방행정운영 등 지방자치제도의 부분적인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던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 등 과는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동안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징계수단이 없어 단체장들이 인사·재정권 등을 전횡하고 있어도 민선이라는 이유로 속수무책 상태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위축시켜 지방행정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이 있겠지만, 그러나 ‘주민소환제’는 중앙정부의 간섭이 아니라는 점에서 입법추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주민소환제는 오래전 부터 경기도와 인천시를 비롯 전국의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병폐는 지역주민들 스스로의 감시로 해소하겠다’는 시민운동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건의와 시민운동의 결과인 주민소환제 도입 지방자치법 개정은 국회의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되는 점은 주민소환제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너무 서둘러 도입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으므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차제에 주민참여 강화를 위한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주민투표법 등도 아울러 도입하기를 촉구한다. 간접 민주주의 문제점을 주민이 직접 보완하는 측면에서 주민소환제도와 주민감사청구제도, 주민투표제 도입 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거듭 강조해 마지 않는다.

‘노벨평화상’ 그 뒤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발표를 두고 “독재자에게 당치 않다”는 김영삼전대통령 같은 논평에 동의할 사람은 없다. 국가적 경사이며 민족적 긍지임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사선을 넘은 민주화 장정, 간곤한 투쟁, 인권신장에 기여한 공로는 설사 지금 정치적 입지를 달리한 사람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6·15 공동선언으로 냉전의 남북관계를 화해분위기로 바꾼것은 분단 55년만에 처음 맞은 민족사의 대전환이다. 북미간의 적대관계 종식, 또한 남북관계의 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뒤의 김대통령의 부담이다. 우선 북측에 대한 부담을 아무래도 갖지 않을 수 없다. 6·15 공동성명은 상대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상대가 김정일국방위원장이다. 대통령의 수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관측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공동성명은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함께 한것인데도 그로 인한 상은 김위원장이 배제된 것을 인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가 북측당국의 고충일 수 있다.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측의 소외감을 덜기 위해서는 협력교류에 유연한 상호주의마저 당분간 적용키 어려운 정부측 사정이 없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있다. 앞으로 북측과 갖는 각급회담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을 화두로 삼는데는 상당한 조심성이 요구된다. 대통령의 수상을 잘못 화제로 삼는것을 삼가야 하는 것은 우리측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원용하는것은 수상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순수성의 훼손은 대외적으로도 흠집이 된다.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아직도 2년4개월이 남았다. 지금도 나라안 사정이 여러가지로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때마다 걸핏하면 평화상수상을 들어 과시해 보이거나 또는 상을 들먹여 힐난하는 여야의 정쟁 도구화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노벨평화상의 순수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이성과 함께 누구보다 당자가 되는 김대중대통령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수상의 영예를 겸손하게 받아 들인 마음을 그대로 지켜 노벨평화상이 후대에 길이 빛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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