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서울·수도권 일원의 전력공급을 위해 주택가 인근에 초고압선과 초대형 철탑설치를 강행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1년여가 넘도록 고압선 지중화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한전측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한전측은 전자파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국가사업이라는 명분만 내세우고 경찰력에 의존한채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95년 서울·수도권 일원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총 1조4천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160KW급 설비용량을 갖춘 화력발전소를 인천시 영흥도에 착공한뒤 34만5천V의 초고압 송전선로를 신시흥전력소에 이르는 구간에 지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4개의 철탑이 시흥시 정왕1동 아파트단지 인근에 설치할 것으로 알려지자 전자파로 인한 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한전측은 막대한 공사비 증액과 기술 및 시공기간 등을 고려할 때 설계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사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한전측은 주택가 인근에 초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면서 주민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채 예산 및 공사에 편리한 지역을 임의로 선정한뒤 공사를 강행하고 있어 민원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전측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을 실시하는 만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송전탑 설치장소가 주택가나 시가지 인근일 경우에는 예산과 기술이 필요할지라도 초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구재원기자<제2사회부/시흥> kjwoon@kgib.co.kr
지난 9월18일의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기공식 이후 지금까지 남방한계선 이남 지역의 지뢰제거면적 총 43만㎡ 중 44%에 이르는 19만㎡에 대한 지뢰를 제거했다고 육군이 밝혔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이 속출되고 있어 그 대책 마련도 시급한 처지에 놓였다.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경의선 철도복원과 도로개설 공사로 인해 장단지역 일대의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특히 보존가치가 높은 장단 인근 사천강 지천의 습지도 훼손되고 있는 점이다. 경의선 연결구간인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은 50년이상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세계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반드시 거쳐야할 사전 환경영향 평가 없이 땅 전체를 갈아 엎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습지보존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천강 일대는 더 큰 환경파괴가 진행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공사계획으로 보면 철도 및 도로구간이 사천강을 종으로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최근 자료에 따르면 남북연결도로(통일대교∼장단∼개성)가 건설되면 비무장지대와 이는 생태계의 동·서간 이동이 차단돼 서식지의 단절과 파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달 25일부터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10월말까지 1차 보고서를 작성하고 연말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때문에 조사기간도 짧을뿐더러 공기가 1년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 공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자면 최소한 계절별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참으로 화급하다. 경의선 복원과 도로건설이 통일의 초석을 놓는 국가적 중대사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민통선지역보다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훨씬 높은 비무장지대(DMZ)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마쳐 그 대안과 환경파괴 저감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에 있는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함을 정부는 깊이 인식하고 아무쪼록 친환경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외환위기 직후 반짝 상승했던 민간저축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매우 걱정스럽다. 저축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중산층 이하 도시근로자 소득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과소비 풍조가 사회전반에 확산되면서 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저소득층의 경우 지난해부터 아예 가계부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위기 이후의 저축률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97년 33.4%이던 국민총저축률이 98년 34.0%로 잠깐 상승했다가 99년 33.7%, 올 상반기에 32.1% 등으로 하락했다. 소득계층별로는 중간소득층이 97년 27.3%에서 올 상반기에 16.1%로 크게 떨어졌다. 저소득층은 97년 9.1%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3.0%로 저축을 한푼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빚지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의 저축률이 이처럼 낮아지고 있는 요인은 소득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의 소비행태를 따라하는 모방소비 때문이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소비가 위축됐던 98년 저축률이 다소 높아졌지만 경기가 풀린 지난 해부터 씀씀이가 헤퍼지기 시작, 올 상반기엔 중산층 소비증가율(13.3%)이 고소득층(12%)보다 오히려 높았음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내저축을 뒷받침해온 중산층 이하 도시근로자들이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분수를 넘어서는 과소비로 저축여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사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더욱 심각하다. 83년 이후 소폭이지만 흑자를 기록했던 저소득층 가계수지(92년 저축률 10.5%)가 지난해 이후 적자로 반전된 것은 상당한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이나 개인생활의 안정을 위해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저축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해외 차입 없이도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재원의 자립기반이 무너지면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외채증가로 국민경제가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가 저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다양한 저축수단의 개발 보급을 통해 가계자금이 과소비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저소득층 가계수지악화를 막기 위해 물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안정시켜 이들의 소비부담을 줄여주는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노력도 절실한 것이다.
잔디구장뿐이다. 유년축구부터 맨땅 축구는 상상도 못한다. 전국소년축구대회는 300여 초등학교팀이 참가, 1년 내내 풀리그전을 벌인다. 이런 팀 저런 팀을 만나 축구볼 감각과 게임의 숙련도를 익히는 말 그대로 참가에 의의를 둔다. 토너먼트 넉다운제로 한번 지면 떨어져 나감으로써 팀의 존폐위기를 맞는 우리같지 않기 때문에 승부에 여유가 있다. 프로축구층도 우리보다 훨씬 두텁다. 브라질 축구유학을 다녀온 청소년들이 시니어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축구의 현주소가 이렇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한국축구보다 못한 일본축구가 근래 세계적 강팀으로 떠오른 것은 한두해 사이에 갑자기 잘해서 된게 아니다. 먼 안목을 보아 끊임없이 투자한 효과가 이제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비해 우리는 어떤가. 한국축구의 고질로 꼽는 골결정력부족, 드리블미숙, 볼컨트롤 미흡 등의 연유는 어려서 맨땅축구를 시작한 탓이다. 축구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긴 잘못된 버릇의 기본기 결함은 성장해서도 고치기가 어렵다. 여기에 전략개발, 전력비교등 해외정보에 어두운 우물안 개구리 형상이 돼 세계무대는 고사하고 아시아에서도 밀리는 동네축구가 되고 말았다. 시드니 올림픽 8강 탈락,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결승탈락 이후 한국축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수들의 죄가 아니다. 정책당국과 지도자들의 잘못이다. 또 당장 어떻게 해서 잘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코치 영입을 말하지만 외국인코치를 들여온다고 2002년 월드컵대회의 청신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2002년보다 더 먼 장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다. 투자가 없으면 기대할 것도 없다. /白山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구 경기도 가축위생연구소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축위생연구소가 최근 이전함에 따라 경기도가 경기도 소유지인 이 부지에 대규모 벤처타운을 건립키로 하자 안양지역 시민단체가 전면공원으로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안양지역시민단체들은 신중대시장이 선거공약을 통해 대규모공원조성을 약속한만큼 이 지역이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공원조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의 요구가 강력하자 경기도는 한발 물러나 부지를 구분, 공원과 벤처타운을 동시에 건립하는 부분공원화를 추진키로 하고 지난 10월18일 부지활용에 대한 공청회를 갖는등 벤처타운건립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와 안양지역시민연대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이곳에 생활터전을 잡고있는 중·소상인들이 부지활용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안양시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가 밀집돼 호황을 누리던 이들 중·소상인은 관공서가 하나둘 평촌신도시로 이전하며 상권이 무너져 건물 임대료조차 납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이들 중소상인들은 경기도 계획대로 벤처타운에 약5천여 벤처기업 직원이 상주하게되면 안양6·8동은 물론 만안구 전체 지역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급속히 침체되고 있는 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축위생연구소 부지개발에 대한 경기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모두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도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하는 지역주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유창재기자<제2사회부/안양> cjyou@kgib.co.kr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의 시인 서정주씨(85), 그의 아호 미당(未堂)은 ‘덜된 집’이란 뜻이다. 아호가 말해주듯이 “나에겐 마지막이란 말이 없다”면서 부단한 시작활동으로 영원한 시정신, 시인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중앙고보 재학시절 한때 사회주의에 매료되기도 했으나 해방직후엔 우익문인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벽’의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일제때 협박받아 강제로 쓴 ‘오장’(伍長·우리계급으로 중사)이란 시하나 때문에 친일시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보면 민족적 서정추구의 성향이 더 짙었던 분이다. 춘원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불행했던 지식인의 흠이긴 하지만 분명 오늘의 한국 시단을 갈고 일군 거목이다. 향리 전북 고창에서 그의 문학관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내가 살아 있는데 남세스러운 일…”이라고 했을만큼 성품이 소박하다. 한번은 인터뷰 약속을 해놓고 그 지면의 특집 컷이 ‘명사초대석’이란 것을 알고는 “내가 무슨 명산가? 명사아냐!”하면서 끝내 번복한 적이 있다. 지지대子가 일선 기자시절에 겪은 일이다. 댁에 전화를 걸면 언제나 첫마디가 “미당입니다…” 하시곤한 인자스럽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나 바람 나지 말라고/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삼천 사발의 냉숫물/내 남루와 피리 옆에서/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항시 숨쉬는 그 숨결 소리/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내 숨은 그녀 빈사발에 담을까’ 시 ‘내 아내’를 통해 이토록 애틋한 부부의 정을 비쳤던 부인 방옥숙여사가 얼마전 타계했다. 그의 시어(詩語)대로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의 산고를 치르는 것일까. 미당은 곡기를 못넘기어 탈진,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쾌유를 빈다. /白山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이 연루된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로비사건은 점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자인 정현준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및 상호신용금고업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나 정계는 물론 관계, 그리고 금융감독원까지 로비의혹이 비화되면서 국민들의 의구심이 더욱 확산되어 실체규명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현준 리스트에 의한 실체는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정계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소위 정계 K씨를 비롯한 실세 그룹들의 관련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지난 총선 전후의 선거자금 모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관련될 수 있는 개연성을 포함하고 있어 정치부패 차원에서 조사되어야 한다. 대형금융사고만 터지면 정치인의 관련설이 항상 제기되고 있어 정치부패의 심각성이 새삼 문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로비의혹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와 같은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될 기관이 로비대상이 되어 무려 10억원의 로비자금이 살포되었다고 하니,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금감원이 감사를 통해 동방·대신의 불법대출 사실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한 것은 로비의혹을 더욱 강하게 증폭시키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개혁 사령탑에서 이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개혁 대상이 되었으니,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을 ‘금융강도원’이라고 비난하겠는가.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된다. 현직 금감원 국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확인, 녹취록까지 만들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도피토록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금감원 자체에 대한 총체적 대수술이 있어야 된다. 이제 정현준 리스트에 대한 조사는 검찰로 넘어 갔다. 그 동안 한빛은행 부정대출 사건 등에서 검찰은 의혹을 속시원하게 해소시키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도 검찰의 조사가 납득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검찰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함을 명심하여 철저한 수사를 해야 될 것이다.
체감경기 둔화가 마침내 실물경제의 악화 조짐으로 이어졌다. 보도된 통계청의 ‘9월산업동향’은 생산 출하소비 설비투자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표경기의 급속둔화 현상을 나타냈다. 예컨대 9월중 신설기업은 겨우 2천630개로 6월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소비자 평균지수는 분기점인 100에서 훨씬 못미치는 80으로 99년 1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명운을 걸고 있는 수출은 지속적인 고유가로 인해 위축된데다가 주요수출품목의 단가폭락이 염려된다. 경기성장을 이끌 견인차가 없는 실정이다. 기업도산의 속출은 금융권에 부실채권을 증가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을 더욱 위기로 몰고 간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경기를 급랭시킬수가 있다. 정부가 이처럼 심한 경기 하강국면에도 불구하고 조정국면으로 보아 막연히 재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런 현상이다. 경기 연착륙기회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융개혁을 이끌 금감원의 법률적 도덕적 해이의 드러난 타락상은 불안을 더해준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런저런 복합요인으로 증권가는 500선마저 붕괴위기에 처했다.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된 판인지 IMF때보다 더 어렵다’며 야단들이다. 실업 또한 늘고 있다. IMF가 다시 오는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대하다. 현 정권이 내치 가운데 으뜸으로 꼽아온 경제문제마저 얽히고 설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심화된 사회의 양극화속에서 돈가진 부유층은 그래도 괜찮겠지만 돈없는 민생들은 더욱 살기가 어렵다. 정부 말을 듣고 긍정적으로 보았던 외국자본이 내국인 생업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유통업계에 상륙한 거대 외국자본의 무차별 공세로 동네 슈퍼마켓이 죽어간다. 영세자본으로는 뭐하나 해먹기가 난감한 세태가 됐다. 경기하강국면은 이래저래 허덕이는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거시경제의 기조를 바꾸라는 말은 안한다. 인플레 압력작용이 되는 인위적 부양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는 시급하다. 경제개혁과정에 도사린 불확실성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아울러 구조적 신용경색도 풀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기예총의 집안싸움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지난 3월 경기문화재단 워크숍에서 도지사가 즉흥적으로 예총 도지회에 지급한 1억원의 사용처를 둘러싸고 예총과 도단위 예술단체장간의 의견 다툼에 따른 앙금이 남아있는 가운데 31일 도문예회관에서 ‘경기예술인 큰잔치’가 열린다. 경기예술인들의 화합과 우의를 돈독히 하기위한 것이라는데 내부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이 예술제가 무슨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1억원의 쓰임새를 놓고 예술단체장간 분분했던 말다툼이 이번엔 자존심 문제로 치달으면서 내적으론 계속 갈등을 빚고있다. 지난 25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기도의 날’을 맞아 경주를 찾은 예총 도지회장과 도단위 예술단체장들은 불편한 관계가 더욱 불거졌다. 국악, 연극, 미술, 음악, 사진, 무용 등 6개 단체장들과 예총관계자들이 경기도의 날을 맞아 경북도청에서 주최한 만찬 등 각종 행사에 예총 도지회장만 참석하고 자신들이 소외되자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체장들은 “예총이 주관하는 경기도의 날 준비과정에서 간사회 등 협의 한 번 없이 의도적으로 소외시켰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예총 관계자는 “9월초 도청에서 급작스럽게 업무위탁을 받은 행사였던만큼 2천만원의 예산을 갖고 치르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10월중 경기종합예술제와 경기예술인 큰잔치 등 큰 행사가 겹쳐 나름대로 애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만이 누적된 상태속에 경기예술인 큰잔치의 총연출을 맡은 경기도연극협회장은 그동안 예총이 도내 예술인들의 대변자 역할을 못하는 것은 물론 갖은 비리를 저질렀다며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정규호 예총도지회장 또한 그동안 회원간의 불화를 막고자 중립을 지켜왔지만 고소까지 당한다면 관련문건을 모아 법적대응을 할 작정이라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예총 사무국장 또한 현재 사표를 제출한 상태여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조직간의 불신과 반목이 팽배한 가운데 ‘경기예술인들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대내외적으로 알린다’는 취지의 경기예술인 큰잔치가 예술을 사랑하는 도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의문이다.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위해 노력해야 할 예총이 언제쯤 진정한 화합을 기반으로 도민을 위한 예술활동을 펼칠 지 걱정이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얘들아! 미시가 무엇이니?” “팔도 과부가 웬 소리니?” 하교길의 S여고 학생들이 주고받는 궁금증이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가다가 간판에 쓰인 선전문구를 보고 하는 말들이었다. 지난 27일이다. 평택시 서정동에 지상5층 지하1층 규모의 신축된 스카이모텔이 문을 열었다. 모텔 주차장은 요즘 흔히 러브호텔에서 그러하듯이 차량을 잘 볼 수 없게 하는 가리막이 늘리었고 지하는 미시클럽 유흥주점이 함께 개업했다. 여학생들의 눈엔 근사하게 새로 지은 모텔도 생소하게 보였고 이상한 선전문구가 쓰인 미시클럽 주점도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S여중·고와는 약200m쯤 떨어진 곳이지만 등하교길 요지에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게 마련이다. 물론 신축모텔 인근에는 기존의 모텔이 없지 않다. 기존의 모텔이 허가될때에도 논란이 없지 않았던 것이 이번에는 더큰 규모의 모텔과 함께 유흥주점 건물이 들어선 것이다. 당연히 건축법상으로는 하자가 없다. 시당국은 ‘법상 잘못이 없다’면서도 관련자료의 공개는 무척 꺼린다. 요즘 사회적으로 말썽이된 러브호텔 파문 때문이다. 여학생들의 눈엔 이상한 것이 또 있다. “너희들 호텔과 모텔이 어떻게 다른지 아니?” “몰라…어떻게 다른거니?” 이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웬 화환이 이렇게 많지?” 아니나 다를까 개업축하 화환이 30여개나 길까지 늘어서 있다. 화환1개에 대개는 10만원쯤 값이 되는 거창한 행렬이다. 바깥화환은 대개가 기업체 대표 명의들이지만 그 안쪽엔 지도층 명사들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법률상 흠도없고 그래서인지 개업축하 화환도 줄을 잇달았지만 그런 가운데 이를 보아야하는 여학생들의 정서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유해환경의 사회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다같이 자녀를 키우는 처지에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수영기자<제2사회부/평택> sylee@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