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의 문제점

텔레비전 드라마천국의 방송3사가 국내 외국 음악출판사들로부터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외국음악의 사용주장과 함께 저작권료 지불을 청구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이같은 청구소송이 제기된 사실이 보도됐다. 과연 외국음악의 저작권을 침해했는가 여부의 관점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므로 여기서 말할 성질은 못된다. 다만 드라마 배경음악은 소정의 저작료를 주는 방송사 외의 음악담당전문가가 따로 있으나 방영의 책임상 소송당사자 입장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배경음악은 원래가 창작품이다. 그러나 과거엔 작곡가 가운데 국내음악을 더러 표절하는 사례가 없지 않아 이런 드라마 작곡가를 가리켜 ‘빈대떡장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든 외국음악의 무단사용시비는 드라마 배경음악 작곡의 한계를 넘는 드라마 홍수에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어 적잖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방송3사가 방영하는 드라마는 주간 20여편으로 1일 약 4시간이나 돼 기본편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가을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공영방송임을 강조하였으나 드라마 홍수사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채 아침드라마부터 울고 불고 짜기가 예사다. 소재 또한 뻔한 삼각관계의 사랑타령이거나 황당한 폭력물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질이 심히 의심되는 드라마전파를 다투어 펑펑 쏘아대는 것은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상업방송의 속성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말하면서 상업성 위주에 찌든 방송3사의 고질은 좀처럼 달라질줄 모른다. 내친김에 더 말하면 쇼등 오락물 거의가 발전을 멈춘채 10년∼20년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보도, 교양과 함께 방송의 3대기능의 하나인 오락프로그램의 주요성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며 드라마과잉 역시 이런 점에서 재고돼야 하는데도 방송3사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텔레비전에 의해 길들여진 시청자는 보여주는대로 보게 마련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힌 인상이 다분하다. 드라마의 외국음악 사용시비가 앞으로 법정에서 어떻게 판가름나든 이번 계기에 드라마방송의 전반적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은 말보다도 실증적 내용으로 보여주어야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인명 위협하는 ‘농약채소’

시민들이 지금도 농약으로 범벅이 된 채소를 먹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들이 먹는 채소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대경실색할 노릇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시균의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수원·안양·안산·구리 등 도내 4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유통되는 농산물 1천697t 가운데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농산물이 1일 420t으로 이중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매시장에는 아욱에서 살충제가 허용치(0.01ppm)의 170배에 달하는 1.78ppm이 나왔고 쑥갓에서 살충제인 EPN이 8.14ppm 검출돼 기준치를 무려 81배나 초과했다. 깻잎, 취나물, 비름나물, 시금치, 아욱, 적상추 등 28개 농산물에서도 각각 0.7배부터 49배나 기준치를 초과했다. 감자, 고구마, 배추, 고추에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정자를 감소시키는 ‘클로르피리포스’가 검출됐다는데 이 농약은 물과 세제로 아무리 잘 씻어도 30%가량 성분이 그대로 남는 맹독성이어서 위험이 매우 크다. 주식인 채소를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비감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박재욱의원도 “유통공사가 평택과 이천, 노량진 등 전국 12곳의 창고에 3만여t의 농산물을 보관하면서 안전성이 의심되는 맹독성 농약 ‘에피흄’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고 27일 주장,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피흄’은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 가스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인화수소의 호흡작용에 의해 방제를 하는 훈증제로 물이나 기름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농약채소가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물론 농약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탓이지만,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잔류 농약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 시장에서 채소들이 팔려나가 문제의 농산물 수거나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당국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관련예산과 인력을 대폭 증원, 신속한 검사체제를 강화하고 농약농산물 과다사용에 대한 중벌법규를 마련, 즉시 시행토록 해야 한다. 독초와 다름없는 농산물이 더 이상 식단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할 것을 재삼 촉구해 마지 않는다.

사회병리현상

조선조 인종시대의 실존인물 임꺽정, 광해군 시대의 실존설이 있는 홍길동, 영국 리처드 1세때의 로빈 후드는 강·절도의 도둑들이다. 비록 훔치거나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 나눠준 의적이라고 하지만 도둑은 도둑인 것이다. 이런데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커녕 미화된 전설적 연유는 빼앗긴 금품의 주인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긁어모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탐관오리들이다. 요즘말로 하면 권력형 비리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권력형 비리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보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를 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의적의 사회적 배경엔 이같은 사회병리현상이 도사려 있다. 현대 사회에서 대도(大盜)란 말도 이런 사회병리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대도라고 하면 원조격으로 유명한 C씨가 있다. 금품을 털리고도 경찰에 신고조차 할수 없었던 고관대작, 재벌상대의 거액 피해에 서민들이 내심 쾌재를 부른 것은 그들의 부(富)를 정당한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전 탈옥수 신창원씨 또한 전국을 무인지경으로 누비면서 도둑질을 일삼았으나 훔친 그 많은 돈을 역시 높은 벼슬아치나 부호들만을 골라 털어 서민들의 야릇한 동정심을 샀던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사회모순 근원의 사회병리현상이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심각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은 평생 구경도 못할 수백억원을 곳간에서 곶감빼먹듯 빼먹은 금융 부정대출, 고위관리들의 독직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나돈 정치권의 권력개입설에 ‘강도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는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어느 운전자가 단속나선 경찰관에게 “정부는 더한 것도 위반하는데 뭘 그러느냐”며 이죽거린 일이 있었다. 사회병리현상의 냉소적 확산이 두렵다. /白山

우담바라의 수난

의왕에 있는 청계사의 관세음보살상에 전설의 꽃 ‘우담바라’가 피었다해서 매일 수천명, 많게는 수만여명이 절을 방문한다고 한다. 지난 13일 처음 알려진 뒤 17일에는 ‘우담바라 친견 108일 무차대법회’도 거행돼 임창열 경기도지사 내외, 강상섭 의왕시장,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부인인 한인옥 여사 등 3천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신라시대 때 창건돼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 시중 조인규에 의해 중건된 청계사의 극락보전법당 관세음보살의 좌불상 왼쪽 눈썹위와 아래로 1.5㎝ 크기로 21송이가 피어난 우담바라꽃을 두고 국가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났다고 칭송하는가 하면 불심이 부족한 일부 중생들은 ‘곰팡이가 아닐까’하는 의심도 품었다. 식물도감 어디에도 우담바라(udumbara)라는 식물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이희승박사가 펴낸 국어대사전에는 ‘우담바라’가 ‘인도의 상상속의 식물로서, 3천년에 한번씩 꽃이 핀다는 것으로, 이 꽃이 필 때는 금륜명왕(金輪明王)이 나타난다 함’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런데 대전대 생명공학부 남상호 교수(곤충학)가 “청계사에 핀 우담바라는 풀잠자리 알”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애벌레가 알을 빠져 나갈 때 알 껍질이 벌어지기 때문에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풀잠자리 알 껍질은 실크 성분이기 때문에 알에서 애벌레가 나오더라도 잘만 보존하면 그 형태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곤충 분류학자인 충북대 농생물학과 조수원 교수도 “풀잠자리는 9월에서 10월에 특히 많이 눈에 띈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주위를 둘러보면 풀잠자리 알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풀잠자리가 왜 하필이면 청계사 불상에 알을 낳았는가.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종교는 과학을 초월한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다. /淸河

마사회 난맥 바로 잡아야

국감자료에서 드러나고 있는 마사회의 방만한 경영실태를 보노라면 갈수록 가관이다. 부정 불법 경마를 단속하는 검찰수사관과 경찰관들에게 8천여만원의 뇌물성 포상금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마사회가 안으로는 임직원들에게 흥청망청 상식밖의 각종 특혜를 주는 ‘나눠먹기식’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95년부터 올해까지 직원 옷값 명목 등으로 50억3천만원을 지급했고, 95∼99년 문화체육활동비로 35억3천만원, 지난 4월엔 체불임금 청산 명목으로 37억8천만원을 편법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직원들에게 상환기간 25년의 주택자금으로 2천만원까지는 무이자, 3천만원까지는 연 1.66%의 싼 이자로 모두 174억7천만원을 빌려줬다. 이렇게 파격조건으로 대출받은 직원은 전체 직원 724명중 89%인 654명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갖가지 특혜속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천596만원으로 공기업 평균 연봉 2천446만원보다 배나 높은 수준이다. 하긴 지난 9월 감사원 감사결과 운전기사 연봉이 무려 6천100만원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마사회가 이처럼 이런 저런 명목을 붙여 경마수익금을 물 쓰듯 하는 것은 공기업 공통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마사회의 그같은 난맥상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현 정부들어 2년 반 넘게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의 강도높은 처방으로 대응해 왔는데도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상태를 방치할 수도 없다. 마사회가 경마 수익금을 안팎으로 쌈지돈 쓰듯 하면 국민의 호주머니를 축내는 것이고, 공기업의 부실경영이 결국 국가경제를 좀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마사회의 방만한 운영은 최고 경영자의 책임의식과 주인의식 결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예산과 국민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기업이 민간부문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적 잇속챙기기에만 몰두한 결과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초점을 맞춰 특단의 처방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경영상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고 부당한 조치로 공금을 축낸 경우는 별도로 추징하는 등 책임자를 강력히 문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없는 회사 공금 빼먹듯’하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질서를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김문수의원의 망언

국회환경노동위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끝내 파행으로 몰고간 김문수의원(한나라당·부천소사)의 실언·폭언은 유감이다. 국정감사는 특정사안에 시행하는 국정조사와는 달리 행정감사 및 행정감찰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안다. 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를 소관상임위의 업무별로 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임창열 경기도지사에 대한 재판관련의 김의원 질문은 이같은 감사의 대상이라 볼수 없으며, 환경노동위 소관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이미 주지된 1심판결 내용을 본인이 답변토록 굳이 요구한 질문은 객관적으로 인신공격에 가까워 실언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평소 지방의회의 국정감사 배제요구 주장에도 불구하고 고유업무가 아닌 국가 위임사무에 대해선 필요하다고 보아왔지만 국감에서 인신공격 같은 것이 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법 또한 사생활 침해 혹은 계속중인 재판에 대해선 감사의 한계에서 제척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김의원이 지사의 답변거부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을 들먹인 것은 원용이 불가한 논리의 비약이다. 우리는 과연 뇌물이냐, 아니면 정치자금이냐 하는 사안의 다툼은 전적으로 확정판결에 의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회의원 선거사범 역시 같다. 법리와 사리가 이러함에도 김의원이 자신을 말리는 동료의원을 향해 “도둑×을 비호하러 왔느냐”고 고함친 것은 폭언으로 보아져 실망이다. 평소 누구보다 사리 분별력이 있을 것으로 믿어 품위를 손상할 분으로 여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지사를 두둔할 의사도 그럴 이유 또한 추호도 없다. 다만 그 역시 900만 도민의 민선에 의해 선출된 직분이므로 경우를 따져 당치않은 침해에 대해서는 마땅히 시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보는 것 뿐이다. 경기도는 국내 산업의 핵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많고 팔당상수원문제, 그리고 교통체증 심화로 인한 대기오염과 산업폐기물 등이 범람하여 환경노동위의 국감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었다. 국가 위임의 정책하자, 경기도의 위임사무 집행결함에 개선이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같은 기대가 김의원의 엉뚱한 질문공세와 아집으로 무산된 것은 발단이 된 그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국정감사는 대상기관의 기능활동이 현저히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할 법상의 주의의무가 있다. 환경노동위의 국감파행은 결국 아무 성과없이 끝날 국감준비에 매달린 도의 기능활동만 한동안 저해한 결과를 가져와 법이 요구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무위 무모한 정치공세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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