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우리의 소중한 숲이 사라지고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산림도로(임도·林道)가 없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경남 함양·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등 50여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수십년간 가꿔온 산림과 주택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원 영동과 경상도 동해안 지역이 ‘푄 현상’과 ‘양간지풍(襄杆之風)’ 등의 영향으로 산불에 취약했으나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산불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작은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가면서 급격히 확산하는 비화(飛火)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대형 산불의 원인을 소나무 침엽수림에서 찾으며 불에 강한 참나무류를 심어야 한다거나 자연 복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종으로 그 지역에서 가장 잘 적응한 나무다. 문제는 소나무 자체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림의 50% 이상이 조림 후 50년이 경과한 장령림(長齡林)으로 변화하면서 나무 사이 간격이 좁아지고 가지가 발달해 수관화(樹冠火·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가 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 땅속에서 계속 타는 지중화(地中火)에도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달 들어 산청에서 산불 진화 도중 발생한 인명 사고는 노령화된 진화대원의 미숙한 대응이나 장비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임도가 부족한 탓이 크다. 산불 확산을 차단하고 신속한 진화를 돕는 임도는 산림 관련 학계와 임업계에서도 반드시 확충해야 할 인프라로 지목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ha당 4.1m로 일본(24.1m)이나 독일(54m)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임도를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확충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러나 임도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산불 방지와 산림 보호를 위한 필수 기반 시설이다. 이를 활용하면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들음병 같은 산림 병해충 방제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조림, 숲 가꾸기, 임산물 생산이 원활해져 임업인의 원가 절감에도 기여한다. 산불 진화 임도는 특히 야간 산불 진화에 필수적이다. 헬기가 야간에는 운항할 수 없어 진화 작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은 임도는 진화 효율을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또 생활권 주변에 임도를 조성하면 산림 레포츠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지역주민의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산불 진화 임도는 기존 임도보다 도로 폭을 넓혀 조기 진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야생동물 먹이 공급대, 이동 통로, 생태 통로 등을 함께 조성하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불은 더 이상 산악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권 주변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속한 산불 진화와 예방을 위해 산불 진화 임도의 확대가 시급하다.
줄여서 ‘화엄경’이라 부르기도 한다. 화엄경은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기본 사상으로 하고 있는 화엄종의 근본 경전이자 법화경과 함께 한국 불교 사상 확립에 크게 영향을 끼친 불교경전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고려 현종(재위 1011∼1031년) 때 부처님의 힘으로 거란의 침입을 극복하고자 만든 초조대장경 가운데 하나다.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으로 두루마리처럼 말아 보관할 수 있다. 초조대장경은 이후 만들어진 해인사대장경(재조대장경 또는 고려대장경)과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목판의 새김이 정교한 반면에 해인사대장경과 글자 수가 다르고 간행 연도를 적은 기록은 없으며 군데군데 피휘(문장에 선왕의 이름자가 나타나는 경우 공경과 삼가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글자의 한 획을 생략하거나 뜻이 통하는 다른 글자로 대치하는 것)와 약자(略字)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중 유일한 권 제1로 11세기경에 찍어낸 초조대장경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국가유산청 제공
2022년 1월13일, 지방자치법의 전부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크게 강화됐다. 특히 지방 의정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의원 및 사무처 직원의 전문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문교육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지방의회가 직접 운영하는 의정연수원 설립으로 지방자치의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정연수원은 지방의회 발전과 의원들의 전문성 향상 및 체계적 교육을 책임지는 중요한 시설이다. 따라서 심도 있는 정책 연구와 소통을 위한 최적의 환경 및 입지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 입지는 연천군이 가진 탁월한 강점과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연천군은 독보적인 자연적 가치를 자랑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과 생물권 보전지역인 임진강이 흐르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자연이 주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의원들이 집중도 높은 정책 연구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확신한다. 사계절 변화무쌍한 아름다움과 자연이 주는 맑고 깨끗한 공기는 방문자들에게 혁신적 사고와 새로운 정책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힐링의 공간으로 의정연수원의 본질적 목적을 이루는 데 매우 적합하다. 게다가 연천군이 보유한 풍부한 생태자원과 다양한 야생 동식물 서식지는 환경교육과 생태 보전 프로그램을 위한 살아있는 교재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다. 이와 더불어 연천군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 안보의 중요성을 함께 품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구석기 인류가 살았던 전곡리 유적, 고구려와 신라의 역사가 공존하는 호로고루성, 당포성과 같은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오늘날까지 생생히 숨 쉬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 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연수 프로그램은 의원들의 역사 인식을 높이고 정책 개발 과정에 깊이를 더하는 훌륭한 교육 자원이 될 수 있다. 또 연천군은 비무장지대(DMZ)를 접하고 있어 평화와 안보의 소중함을 체험할 수 있는 안보관광지로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자원과 안보관광을 활용한 특화된 연수 프로그램은 의원들의 역사 인식과 정책 개발 과정에 깊이를 더하는 훌륭한 교육 자원이 될 것이다. 특히 DMZ 일대의 평화적 활용 사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의원들에게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이 의미 있는 땅에서 의원들은 더욱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연천군은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수도권과 강원권을 잇는 핵심 거점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도 3호선 우회도로 개통과 전철 1호선 연장 개통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탁월한 교통 접근성은 연수원의 원활한 운영과 의원들의 높은 참여를 이끌어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빠르고 편리한 접근성은 의정연수원이 전국적 위상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연천군은 이 같은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의 연천군 유치는 단순히 교육시설의 설립을 넘어 대한민국 지방자치 발전의 중심이자 균형발전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연천군민의 진심 어린 기대와 염원을 담아낸 이번 유치는 지역 발전과 경기도 전체의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유치를 통해 연천군은 경기도 발전을 선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연천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경기도 전체가 상생하는 밝고 희망찬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풀렸다. 적어도 조기 대선을 전제로 했을 때 그렇다. 이제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일 부분은 헌재 탄핵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해 조기 대선을 현실화시키려 할 것이다. 탄핵이 기각돼 대선이 미뤄진다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다시 현실화된다. 민주당이 탄핵 결정을 촉구하는 파상 공세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한 찬반 격돌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 이예슬 정재오)가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항소심이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것에 대해 “허위 사실 공표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도 ‘독자적 의미가 없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관심이 모아졌던 부분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다. 이 대표가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역시 무죄가 됐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은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가 내린 판결은 불가역적이다. 상고 등 절차에 의해서만 가려져야 한다. 법치를 넘는 충돌을 경계한다. 사실 재판 직전부터 민주당 측에서는 주목되는 기류가 있었다. 하루이틀 전부터 재판 언급이 급격히 줄었다. 일부에서 ‘판결에 대해 긍정적 예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돌았다. 재판 당일에는 더욱 그랬다. 26일 오전 천막당사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본인 재판이 아닌 헌재를 언급했다. “헌재 판결이 4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뭐가 그리 어렵냐”고 했다. 무죄 판결 이후 정치 일정을 예상하듯 보였다. 침묵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견도 이날 오전 등장했다.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속한 헌재 결정을 촉구했다. “헌재의 조속한 탄핵 결정을 촉구한다”며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역시 무죄 판결 이후 민주당의 구호를 미리 선창한 것처럼 해석된다. 실제로 몇 시간 뒤 재판은 무죄로 끝났다. 그리고 둘의 주장처럼 모든 당력이 헌재로 모아지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한국 정치의 중요한 변수 하나는 선명해졌다. 당분간 당내에서 이 대표에 경쟁자는 없어진 듯하다. 당 외에서 주시하던 비명계 목소리도 잦아들게 됐다. 김동연 김부겸 김경수 등 경쟁자들에겐 비빌 언덕이 사라진 모양이다. 이제 여야 모두에 남은 정치적 변수는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느냐 복귀하느냐다. 그 결정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수명이 다해간다. 하루빨리 2천700만 수도권 시민이 쓸 대체매립지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하릴없이 공회전만 해왔다. 2021년 1차 공모 실패 이후 4년째다. 지난해 6월 3차 공모에도 실패했으니 더 속도를 내야 했다. 그러나 정국 불안 등에 묻혀 시간만 흘려 보냈다.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4차 공모의 윤곽이 잡혔다고 한다. 환경부와 인천, 서울, 경기 간 4자협의체가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 공모에 더 많은 지역이 참여하도록 조건을 대폭 푸는 것이 관건이다. 부지 면적이나 참여 자격은 완화하고 인센티브는 늘리는 등이다. 4자협의체가 부지 면적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해 조만간 4차 공모에 나선다고 한다. 부지 규모 축소는 수도권에서 대규모 땅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1차 공모 당시의 부지 면적 조건은 220만㎡(66만6천여평)였다. 2차 공모 때는 이를 130만㎡(40만여평)로 줄였다. 이어 지난해 6월 3차 공모 때는 다시 90만㎡(27만2천여평)로 축소했다. 3차 공모 실패 이후 인천시는 부지 면적 대폭 축소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는 더 이상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최소 30년 이상 대체매립지를 사용한다는 계획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세 차례 공모에서 대규모 부지 조건은 참여 희망 지자체들에 큰 부담이었다. 이를 감안,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3차 공모(90만㎡)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모 참여 대상도 기업, 단체 등 민간 부문으로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 3차 공모 때까지는 지자체만 참여할 수 있었다. 또 앞선 공모와 달리 지자체들이 후보지 주변 주민 동의(50% 이상)를 채우지 않고도 참여 가능하도록 할 구상이다. 해당 지역에 주는 특별지원금도 더 늘릴 계획이다. 특별지원금은 1, 2차 공모 당시 2천500억원이었다. 이후 3차 공모 때는 3천억원으로 늘렸으며 이번에는 4천억원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특별지원금 외 폐기물시설촉진법에 의한 혜택도 적지 않다. 주민편의시설을 지어주거나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해 주는 등이다. 앞으로 수십년간 수도권 시민들 삶에 영향을 미칠 이번 공모다. 인천시는 이미 “5차 공모는 없다”고 선언한 터다. 수도권 행정 역량의 시험대다. 앉아서 응모만 기다릴 것이 아니다.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공모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각자 살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시민들 생활쓰레기 묻을 땅 하나 못 찾는다면 자치도, 행정도 아니다.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잘해도 인생 문제 절반은 해결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한마디 또렷이 하기도 버겁던 시절부터 ‘감사합니다~ 해야지’, ‘미안하다고 안아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구나, 기억이 스쳤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의식적으로 감사와 사과를 건넸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잘못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줬을지 고민할 기회도 생겼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고마운 일에 감사를 전하는 일. 이 작은 일을 통해 우린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질서를 만든다. 최근 양우식 경기도의원(국민의힘·비례)의 언론 편집권 침해 발언 사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건 사과 않는 이유가 황당해서다. 그는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한 뒤 본질은 외면한 채 단 한마디 사과 없이 ‘유감’만 표명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정치인의 사과는 큰 범죄를 저질렀거나 했을 때 하는 거다’, ‘정치인에겐 유감 표명이 곧 사과’라고 했다. 정치인이라고 뭐가 다른가. 왜 사과를 할 수 없나. 유감은 미안하다는 뜻이 아닌데 정치인에겐 왜 그게 사과인가. 혹자는 정치인은 사과가 부메랑이 돼 공격의 빌미를 주니 ‘유감’으로 대체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대신 실현하려 존재하는 이가 잘못에 사과조차 못한다면 정치인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인이 스스로 잘못을 외면하면서 무슨 질서를 논할까. 그렇기에 잘못한 일에 사과할 수 없는, 정확히 사과하지 않는 이는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 그건 후안무치에 지나지 않는다.
기린을 실제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앞다리에 몸보다 높은 목을 나무처럼 뻗은 이 신기한 동물을 직접 올려보면 경이로움에 ‘와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프리카에 서식지를 둔 기린을 우린 언제든 볼 수 있다. 보여주는 목적으로 동물원과 체험 시설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전시동물이다. 최근 동물원에서는 전시에 대한 비판으로 교육, 보전 연구로 목적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전시동물은 여전히 존재하고 인간사회의 이해 관계 안에서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또 목적이 교육, 보전 연구로 바뀐다고 해도 실효성과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동물의 미래는 겉돌게 된다. 실물로 보는 동물은 처음엔 사람들에게 감탄과 흥미를 유발한다. 움직이는 호랑이, 사자의 하품, 큰 덩치의 코끼리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자극을 줘 관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이 필요하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과연 교육의 전부일까. 우리가 동물 교육을 통해 얻어야 할 진짜 소양은 관심이나 감탄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그들을 존중하며 공존하려는 삶의 태도야말로 교육의 본질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전시 중심’ 교육은 그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은 다양한 기술 발달로 동물 교육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시대다. 증강현실, 고화질 다큐멘터리 등은 오히려 자연 속 동물의 본모습을 왜곡 없이 전달한다. 사람들은 동물원의 좁은 철창 너머가 아니라 야생 공간 속에서 먹고 자라고 싸우는 동물의 삶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감각적 체험을 넘어 동물의 삶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배울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또 체험동물은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동물을 만져야만 교감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국 인간 중심의 위안이다. 우리가 포근함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위로받는 경험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통해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낯선 동물을 반복적으로 사람 손에 맡기며 체험시키는 행위는 그들에게 감각적 폭력이 될 수 있다. 보전 연구라는 명분 또한 마찬가지다. 전시를 통해 멸종위기 동물의 존재를 알리고 관심을 끌어내는 일이 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전이라 부를 수는 없다. 보전과 연구는 동물의 생존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시작은 ‘야생과 유사한 환경 조성’이다. 그리고 이 환경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생태계 전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어떤 동물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아는 것은 동물의 일생, 즉 한살이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며 언제 이동하고 주변의 동식물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아는 일이다. 이는 곧 생태를 이해하는 일이며 진정한 환경 조성은 인간의 눈에 보기 좋은 시설이 아니라 동물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태적 연결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복합적인 이해야말로 앞으로의 동물 교육, 보전 연구가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핵심 내용이다. 궁극적으로 야생 전시동물은 사라져야 한다. 동물은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여 주기가 아닌 ‘함께 살아가기’를 해야 한다. 성숙한 어른으로서 후손에게 지속가능한 공존을 물려주고 싶다면 이제 동물의 존엄을 마음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기린의 눈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면서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는 해빙기를 맞았다. 땅이 녹으며 지반 침하 등으로 인해 가스시설에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때다. 또 이사철을 맞아 이사를 하면서 가스레인지 등 가스 기구를 철거하거나 설치하는 작업이 자주 이뤄지는 시기다. 이사를 할 때 가스 기구를 철거하고 막음 조치하지 않아 가스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5년(2020~2024년)간 발생한 전체 가스 사고 413건 가운데 봄철 해빙기(2월26일~4월12일) 사고는 총 39건으로 전체 사고의 9.4%를 차지한다. 작은 방심과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가스 사고는 귀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사철 가스레인지를 철거하거나 설치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직접 설치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작업을 하면 가스 누출과 폭발 위험이 크다. 특히 막음 조치 미비로 인한 가스 폭발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막음 조치는 가스레인지나 가스온수기 등을 철거하고 배관(호스) 말단부를 플러그 및 캡으로 막아 가스 누출을 방지하는 것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가스레인지를 전기인덕션으로 교체할 때도 막음 조치는 필수사항이다. 이사 3일 전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은 해당 지역 도시가스사 고객센터에,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가정은 LPG 판매점에 가스레인지 철거 또는 설치를 신청하면 된다. 또 해빙기에는 굴착공사가 증가하는 때이므로 지하에 매설된 가스 배관 손상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굴착공사 중 지하에 매설된 가스 배관을 파악하지 못해 배관이 파손될 경우 화재, 폭발 등의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굴착공사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굴착공사 정보지원센터에 굴착 계획을 신고해야 하며 신고 후 가스 배관의 매설 여부와 위치 등을 확인한 후 안전하게 뚫어야 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광역본부는 해빙기와 이사철을 맞아 가스 안전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홍보활동과 함께 집중적인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자의 안전의식과 실천이다. 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간단한 가스 안전수칙을 기억하자. △가스 사용 전후 환기 시행 △가스 사용 후 밸브 잠금 확인 △평상시 비눗물로 가스 누출 여부 확인과 노후·손상된 제품은 즉시 교체한다. 가스 사고는 작은 관심과 실천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이 가스 안전의 시작이며 모두의 실천이 곧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제일 나은 방법임을 잊지 말고 가스 안전수칙을 잘 지켜 이번 봄에도 안전하게 지내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를 비롯한 모든 위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전수조사 같은 사후적 대책이 이뤄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장기결석아동 6천817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59명에게서 아동학대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됐으며 이 중 20명은 범죄 정황이 포착돼 수사 의뢰됐다. 또 같은 해 출생미신고 아동 2천123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1천25명의 생존이 확인됐지만 249명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814명은 현재 수사 중이다. 2021년에는 전국 아동복지시설 778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38개 시설에서 230건의 학대 의심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정부는 전수조사 같은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조치만으로는 아동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와 유관기관이 적극 협력해 사전에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보육 및 교육기관 또한 장시간 아동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학대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역사회 내 선제적 대응체계를 마련해 학대 징후가 발견됐을 때 적시에 지원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가 확인된 가정에 대한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학대가 발생하기 전에 위기 아동과 가정을 조기에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는 작년부터 전국 36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GN 세이프 스타트’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올해는 2차 연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 또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으나 학대로 판단되지 않았거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위기아동가정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학대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아동보호체계가 단순한 사후 대책을 넘어 예방적 대응체계로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관이 협력해 아동이 행복한 세상,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동의 생명과 권리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민관이 하나 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