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다. 경기도 기업들이 직접 영향권에 있다. 그만큼 도내 기업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크다. 2023년 현재 8천991개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액수가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었다. 2023년 227억6천만달러에서 2024년 11월 281억달러로 늘었다. 반도체가 30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18억달러에서 23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관세 폭탄이다. 김동연 지사가 주목할 만한 주장을 폈다. 여야를 초월한 경제전권대사 임명이다. “경제전권대사를 임명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도내 민관합동비상경제회의에서 제안했다. 처음이 아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냈다. 당시 경제외교 주체 공백을 지적했다. ‘팀 코리아’를 이끌 전문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IMF 시절 효과 본 사례도 소개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 지사다.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경제만큼은 여야·정부·기업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김 지사의 이 주장에 이견을 낼 집단은 없다. 트럼프 공세에 직면한 각국도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州)’에 분노한 캐나다가 그렇다. ‘캐나다산을 사라’는 구호로 하나가 됐다. 관세 으름장에 직면한 유럽은 국경까지 초월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트럼프 대응으로 뭉쳤다. 관세 압박에 맞설 유일한 무기로 단결을 택한 것이다. 팀 코리아 주장은 옳다. 문제는 카운터파트너인 트럼프의 인정 여부다. 그의 협상이 보여온 일관된 외관이 있다. 협상의 키를 쥔 핵심 상대와 직접 대화를 선호한다. 트럼프 1기 때 북한과의 핵 협상이 그랬다.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전개했다. 2기 들어서도 이런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을 본인이 했다. 대화 상대는 젤린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었다. 권력 있는 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삼는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다. 또 하나의 모습은 기업 총수와의 대면이다. 3월24일 있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담판이 그랬다. 공격할 대상 기업의 책임자와 직접 협상했다. 정 회장을 옆에 두고 ‘31조 투자 유치’를 자랑했다. 백악관에서의 발표 현장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투자처인 루이지애나주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배석만 했다. 루이지애나주 출신 하원의장, 공화당 원내대표도 그냥 옆에 있었다. 지역이나 정계 거물을 치적 홍보에 들러리로만 썼다. 캐나다 총리의 전화조차 무시해 버렸다는 트럼프다. 틀림없이 한국 정부·정치를 대표하는 실권자를 찾을 것이다. 투자 보따리를 짊어지고 올 기업 총수만 상대할 것이다. 연초 경제전권대사 아이디어에 이재명 대표가 남긴 언급이 있다. “시도해 볼 만하다”면서도 “미국 정부와 협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정치권, 심지어 당내에서도 큰 호응이 생기지 않는 셈이다. 현실성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인천시의회 의원 2명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지난해부터 말 많았던 ‘전자칠판 게이트’ 관련이다. 학교 전자칠판 납품 과정에서 시의원들이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건이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더니 끝내 구속, 검찰 송치까지 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경찰은 또 다른 시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라 한다. 인천시민의 대의기관인 인천시의회의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달 28일 신충식·조현영 인천시의원을 구속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다. 인천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전자칠판 업체 관계자 1명도 같이 구속됐다. 구속영장이 신청되지 않은 나머지 4명은 범죄 수익을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 4일 만에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속전속결이다. 지난해 이 사건으로 경찰이 입건한 9명 모두 이날 검찰로 넘겨진 것이다. 이들 의원의 혐의는 이렇다. 지난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학교에 전자칠판을 납품하도록 도왔다. 그 대가로 납품 금액의 20%가량을 리베이트로 받았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의 학교 전자칠판 보급 사업에 불법 개입한 셈이다. 이 사업 참여 업체들로부터 납품을 성사시켜 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전자칠판 업체 관계자들은 이들 시의원에게 리베이트를 준(뇌물공여) 혐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시의원은 업체 관계자에게 처음 3억8천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 받은 돈은 2억2천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경찰은 관련 시의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다른 수명의 인천시의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송치된 의원들은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출신이다. 제9대 인천시의회 전반기에 각각 교육위원장, 부위원장을 지냈다. 아직 최종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우리 지방자치의 어두운 이면을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입으로만 ‘시민’을 위해 일한다면서 뒤로는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다닌 것이다. 그 어떤 부귀와 영화도 철창행을 보상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의원들이 결코 따라하면 안 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작은 권력에 취한 지방의원들의 끝 모를 일탈이 시민들을 피곤케 한다.
중산층에 대한 명쾌한 기준은 딱히 없다. 나라별로 제각각이고 시대별로 차이가 나서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위치한 중간 정도 수입을 거두는 집단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회적 요소도 반영된다. 쉽게 말해 의식주가 안정적이고 최소한의 여유 자산을 갖춘 그룹이다. 사회학적으로 중산층 개념은 ‘체감 중산층’이라 부른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아지면 상류층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흔히 소득 상위 40~60% 가구를 가리킨다. 지난해 4분기 중산층 흑자액이 1년 전보다 8만8천원 줄어든 65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자료다. 2019년 4분기(65만3천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 지출을 뺀 금액이다. 이른바 여윳돈이다. 중산층의 여윳돈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줄고 있다. 2023년 2분기와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 8개 분기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3개 분기 내내 감소폭도 커졌다. 전체 가구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건·교통·교육비 분야 소비지출과 이자 및 취득·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8천원이었다. 4개 분기 만에 늘면서 다시 1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득·등록세가 증가하면서 비경상조세(5만5천원)가 5배 가까이(491.8%) 늘어난 점도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교육비(14만5천원) 지출은 13.2% 증가했다. 모름지기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허리다. 중산층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 앞으로 내수는 물론이고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청소년기와 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신체적 성장은 물론이고 정신적·사회적 범주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이를 위해 생물학적 영양분이 필수적이지만 청소년 수련 활동, 청소년 문화 활동, 청소년 교류 활동 등을 통한 경험도 전인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청소년 교류 활동은 지역, 국가, 세대, 문화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활동으로 정의되며 청소년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류 활동을 통해 소통과 이해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교류 활동은 크게 국내 및 국제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국가, 지역, 문화, 학술, 스포츠, 예술 교류 등 다양한 형태로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교류하며 협업과 소통 능력을 기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기주도적 성장을 경험한다. 또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국제적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청소년 교류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경제적·지역적 격차로 인해 일부 청소년들이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단순 방문이나 일회성 행사에 그쳐 깊이 있는 교류가 부족한 사례도 적지 않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원활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으며 주최 기관이나 단체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적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요인은 교류 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청소년 교류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교육기관, 청소년 단체, 기업 등 유관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며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청소년지도사의 체계적인 교육으로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청소년들 역시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로 교류 활동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 체계가 확립돼 청소년들의 참여 기회가 확대되면 청소년 교류 활동은 전인적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전문 케이블 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지상파 방송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 특히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이 여럿 생겨 웬만한 스포츠 이벤트는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종편마저 왕왕 빅이벤트를 독점 중계하고 심지어 연예·오락 채널이 해외에서 펼쳐지는 A매치를 소화하기도 한다. 짚고 갈 문제가 있다. 채널이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은데 중계 캐스터의 스포츠 방송언어는 과연 어떠한가. 해설자와의 호흡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수준 높고 다원화한 누리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세상이다. 남발되는 외래어와 부정확한 경기용어 사용, 그리고 적절치 않은 상황 묘사 등이 자주 지적되곤 한다. 본격 개막한 야구·축구 시즌을 맞아 몇몇을 추려본다. 우선 축구다. ①‘치고 들어가는 ○○○’: 관성으로 답습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치다’의 주체는 손이어야 한다. 발은 ‘차다’다. 실제 상황은 사람 혹은 사물을 친 경우가 없다. 공은 차는 것이고 사람은 치는 것인데 그저 순간적, 역동적으로 드리블하는 걸 습관적으로 ‘치고 들어간다’고 표현하곤 한다. 잘못이다. 오래됐고 익숙하지만 버려야 한다. ②‘○○○ 선수, 서두르지 않습니다’: 패스할 선수가 마땅치 않아 볼을 어쩔 수 없이 붙들고 있을 때도 많다. 캐스터는 전문가도 아니지만 평범한 관전자여서도 안 된다. 절대다수 관전자인 시청자의 특급 도우미 역할이 책무다. 정보와 재미, 그리고 열정으로 무장한 채 경기를 적실하게 묘사하고 이 장면, 저 상황의 궁금증을 해소해줘야 한다. 모름지기 경기를 잘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 자체를 평소에 많이 관전하고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③‘업사이드’(발음)→‘오프사이드’(off-side)다. 베테랑들이 더 많이 틀린다. 과거엔 외래어 발음을 대충 해도 그냥 넘어갔다. 이제는 축구 덕후 시청자도 적지 않다. 업사이드(upside)는 ‘긍정적인 면’이라는 뜻의 전혀 다른 단어다. ④‘드로잉’(발음)→‘스로인(throw-in)’이다. 영어 발음 표시 ‘θ’이기에 ‘ㅅ’으로 표기하고 발음한다. ‘ð’가 ‘ㄷ’이다. ⑤해트트릭보다 더 많은 한 선수의 네 골 기록은 ‘포트트릭’이 아니라 ‘퀴드러플(quadruple)’이다. 다음은 야구다. ①‘밀어쳤습니다’: 배트가 밀리거나 늦은 스윙 탓에 소위 ‘먹힌 타구’가 적지 않다. 타구의 속도나 타격음에 따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상황이 애매하면 멘트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 ②‘하나, 지켜봅니다’: 선구안이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망설이거나 주저하다 미처 못 친 경우도 많다. 판별을 잘해야 한다. 역시 실전 경험과 정확성을 벼리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③‘높게 띄워 봅니다’: 뭔가를 ‘해 보다’는 시도·연습이다. 타자가 일부러 플라이볼을 날리려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외야 플라이(희생타)라도 멀리 날리려 할지언정 높게 볼을 쳐볼까 하는 타자는 상상하기 힘들다. 큰 타구를 치기 위해 어퍼스윙(upper swing)을 하는 것을 ‘띄워 보다’라고 하는 건 잘못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쏘아 올렸습니다’도 자주 접한다. 역시 잘못이다. 활, 총, 대포 따위의 무기가 어떤 목표를 향해 발사돼야 적당하다. 타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④‘3루 간 뚫습니다’: ‘3유 간’이다. 유격수(遊擊手)의 앞 글자 ‘유’를 말한다.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간 거다. ⑤‘좌(우)중간 완전히 갈랐습니다’: 외야수가 공중볼을 잡지 못한 상태로 볼이 튀거나 굴러 펜스까지 도달해야 가능한 표현이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를 쓰기엔 무리가 있다. ⑥‘담장~~ 넘어간다. 넘어간다’: 스포츠중계도 경어체에 격식체는 적용된다. 방송이기 때문이다. 자기 감정을 날것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이유다. 왜 난데없이 반말인가. 뜬금없는 독백(獨白)은 우습다. ⑦직구?: 속구(速球)로 바뀌었다. 패스트볼(fast ball)이라는 원래 야구용어 의미와도 부합한다. ⑧‘백홈, 들어옵니다’: 의외로 많이 틀린다. 백홈(back-home)의 주체는 주자가 아니라 야수가 던진 볼이다. ‘백홈, 그러나, 아무개 홈인!(들어옵니다.)’이라야 맞는다. ⑨‘롱 태그’: 포수가 2루로 도루하는 주자를 아웃시키려 던지는 송구는 ‘롱페그’다. 길게(long) 던지는 빨래집게(peg) 같다는 거다.
인공지능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글, 그림, 동영상, 가상인간 같은 콘텐츠를 만들면 이를 ‘생성형’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반면 주어진 상황을 토대로 장차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 판단하면 ‘예측형’ 인공지능이라 한다. 자율주행차에 심어져 교통상황을 판단하면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인공지능은 예측형이다. 2022년 11월30일 공개한 챗GPT는 글을 써주는 생성형이다. 예측형이든 생성형이든 인공지능이라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동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학습데이터의 상당수는 인간 저작물로서 자연스레 저작권이 존재한다. 인공지능이라는 혁신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불편한 저작권 이슈를 일부러 묻었다. 이때 공정사용(fair use)이라는 명분이 동원됐다. 인류 전체를 위한 혁신 신기술을 우선 개발하려면 저작권까지 고려하면서 학습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정 사용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저작권법에 의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뿐 아니라 원저작물에 대한 접근 가능성, 즉 ‘의거성’이라는 2개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한동안 인공지능 기업들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최대한 크롤링해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학습데이터로 사용했다고 자랑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홍보는 저작권 침해 요건 중 ‘의거성’을 만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의거성을 회피하기 위해 최근 인공지능 기업들은 학습데이터를 어디서 구했는지, 그리고 저작권 이슈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일부러 밝히지 않고 모두 영업비밀로 간주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월 기준으로 인공지능 저작권 소송은 약 39건이 진행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2023년 1월17일 이뤄진 게티이미지사와 영국 스테빌리티 AI 간 소송이다. 게티이미지는 인터넷상에 자기 회사에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 1천200만장 정도를 올려놓았다. 그중 수백만장을 영국 기업이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진에 삽입된 게티이미지 워터마크가 약간 뭉개진 모습으로 스테이블 디퓨전 인공지능의 합성출력물 안에 등장하면서 표현의 실질적 유사성이 크게 부각됐다. 2년 전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기에 비해 지금은 저작권 이슈가 더욱 복잡해졌다. 이제는 학습데이터 중 인간 저작물만 있지 않고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합성산출물도 갈수록 더 많이 사용되는 상황이다. 합성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부여 여부도 새로운 이슈인데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므로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어떤 인공지능은 앞선 인공지능을 공개 소스 형태로 내려받아 사용하므로 추가 학습 과정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다. 중국 딥시크의 경우 다른 인공지능으로부터 데이터를 증류(distillation)한 후 사용해 자체 학습 과정이 대폭 줄어든다. 인공지능을 통해 다른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강화학습도 학습데이터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 앞선 인공지능이 책임져야 할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이슈는 후속 인공지능에 그대로 전수된다는 것은 상식적이다. 이처럼 최근 2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활용 확대로 저작권 이슈는 더욱더 얽히고설킨 상태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학습데이터의 저작권을 어떻게 다뤘는지 꼭 밝히도록 법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의 저작권 이슈에 대해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의 인공지능 활용과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저작권 적용에 대한 완급 조절 및 글로벌 협의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기업만 역차별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본법에서 ‘진흥’ 항목은 가급적 빨리 시행하고 저작권 이슈 같은 ‘규제’ 항목은 글로벌 보조를 맞추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둬야 한다.
2021년 초임 소방서장으로 발령받아 양평소방서에 근무했던 시간은 인생에서 참으로 값진 순간들이었다. 매일 아침 남한강의 물결을 옆에 두고 갈산체육공원을 걷고 뛰며 흘린 땀방울이 지금의 건강함을 만들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이 함께 했던 곳, 이제는 떠나왔지만 여전히 내 마음에는 첫 사랑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양평이 자리 잡고 있다. 소방서장으로 일하며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구한 사람들과 강아지, 고양이들, 긴급 출동으로 구해냈던 소중한 생명들,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노력하던 시간들, 양평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양평사람들의 마음을 알리려 동료들과 같이 써낸 ‘어쩌다 양평’ 등 모든 게 추억으로 남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닮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양평 군민들 덕분에 묵묵히 내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양평은 단순한 근무지를 넘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해준 고마운 곳이다. 양평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현장을 누비던 그때를 떠올리면 그리움이 밀려온다. 용문사와 두물머리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하룻밤 머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준다. 양평의 진정한 매력은 하늘이 내려준 수려한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함께 즐기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양평을 다시 가고 싶다. 그때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발전된 모습으로 따듯한 엄마의 품처럼 나를 맞아줄 수 있는 양평이기를. 양평, 그곳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머물러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명령어 몇 글자(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인데 대하드라마의 OST 같은 웅장한 음악이 완성됐다. 합창까지 더해져 말이다. 며칠 밤을 고민하며 곡을 쓰던 지난날이 잠시 허무하게 느껴졌다. AI를 잘 활용해 인간의 창의성과 합작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상생 방안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AI의 데이터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 저변에 깔려 있는 저작권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앞서 필자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음악 산출물을 얻었다고 했다. 이 경우 결과물의 저작권이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에게, 혹은 AI 개발자에게 그 권리가 있다고 봐야 할까. 원칙적으로 저작권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 즉 저작물에 대한 권리로서 창작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원칙이며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으로 구성돼 있다. 다시 말해 저작권이란 자연인, 즉 ‘인간’의 ‘창작물’에 대해 생겨나는 권리인 것이다.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현행 저작권법하에서 AI의 산출물에 대해서는 그 저작권을 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AI와 그것의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셋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나 콘텐츠 등을 산출해낸다. AI의 학습에 있어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또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프롬프트 입력에 따라 학습된 데이터가 AI 모델로부터 확률적으로 도출된 것이기에 그 산출물이 원저작물의 일부와 같거나 유사한 경우 저작권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표기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프랑스에서 특별한 예시를 볼 수 있다. 바로 아이바(Aiva)라는 AI가 작곡한 곡이 영화 OST에 사용돼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에 작곡가 ‘아이바’로 등록된 것인데 이는 AI 작곡가로서 처음으로 산출물(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AI를 창작자로 인정하느냐와 인정 시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며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AI의 존재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현행 저작권법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사회적 정책, 법적인 재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제적, 제도적 재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융합적 창작 기반은 제대로 조성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대중의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기 이전에 제작 기반에 대한 정책, 제도적인 것들이 선결돼야 창작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으며 명확하게 AI와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낼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인구 밀도 높은 곳이 산불도 많다. 우리 산림에서 자연 발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의 실수, 고의 등이 원인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산불이 5천668건이었다. 22%인 1천261건이 경기도에서 났다. 경북보다 26% 많고 강원도보다 60% 많다. 입산자 실화(33%), 쓰레기 소각(13%), 논·밭두렁 소각(12%)이었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산불도 많은 경기도다. 모든 도민이 산불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산불 대책에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가 있다. 불에 강한 수종을 띠 모양으로 심어 키운다.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대표적 내화수목이다. 산불 확산을 늦추는 방어선 역할이다. 임도(林道)와 달리 숲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2021년부터 산림청이 추진해 온 사업이다. 경기도에 조성된 내화수림대는 68㏊ 정도다. 도내 산림 면적 51만여㏊ 가운데 0.01%에 불과하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산림청이 올해 추진하기로 한 내화수림대가 400㏊다. 여기서 경기도 지역에 계획된 면적은 8㏊에 불과하다. 경기도 전체 산림 면적 대비 0.002%다. 살폈듯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빈도는 경기도가 1위다. 산림 면적도 강원, 경북에 이어 세 번째로 넓다. 그런데도 정부 계획 400㏊의 2%만 들어있다. 때마침 사상 최악의 경북 산불을 목격하게 된 경기도민이다. 걱정들이 많다. 이미 국가가 검증한 사업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맞다. 그런데 경기도의 진척이 미미하다. 왜 더딜까. 경기도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예산 문제로 대규모 조성이 어렵다.” 내화수림대 1㏊를 만드는 데 1천500만원 정도 든다. 중앙정부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다. ‘예산 부족’이라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 정도 예산도 버겁다는 얘기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앞서 ‘임도’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진화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도로다. 경북 산불 때도 화장산에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설치율은 대단히 낮다. 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14분의 1이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역시 예산이다. 임도 증설과 내화수림대 확충은 정부가 공식 추진하는 산불 대비책이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진척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천국’이라던 민선 7기 경기도였다. ‘2년째 슈퍼 예산’이라는 민선 8기 경기도다. 기금에까지 손대며 지원금 나눠주던 경기도다. 작금의 산불 예방 행정과 대조된다. 표(票)로 환산되는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 행정이다. 경북 산불에 놀란 도민들이 ‘경기도 산’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경기도가 할 일은 경상도 지원이 아니라 경기도 산 지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