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극일 이룩한 국민‚ 반일 멈춰선 정치

1848년 공산당선언이 출현했다. 이념 분쟁의 서막이었다. 구호로 시작해 구호로 끝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1917년 이 선언이 국가로 탄생했다. 러시아 10월 혁명이었다. 이 천지개벽의 무기도 구호다. ‘농민에게 땅을!’, ‘군인에게 종전(終戰)을!’. 구호가 행동을 불러낸 시대였다. 노동력이 착취당하던 19세기였다. 노동자를 향한 구호가 주효했다. 농민 빈곤과 전쟁 피로의 러시아였다. 볼셰비키 구호가 먹혀들었다. 우리 좌파 역사에도 구호가 있다. 항일·반일. 그도 그럴 게, 일제 잔재가 여전했다. 친일과 항일이 혼재해 있었다. 여전히 매력적인 구호였다. 죽창가 선창하면 우르르 따랐다. 때로는 우파가 태클을 걸어봤다. ‘지금이 어느 땐데 친일 논쟁이냐.’ 하지만 본전도 못 찾고 물러났다. ‘항일 아니면 친일이냐’는 반격에 할 말을 잃었다. 좌파에는 백전백승, 우파에는 백전백패. 이유는 간단하다. ‘항일’, ‘반일’은 애초부터 좌파가 설계한 구호다. 올 광복절도 그랬다. 유난스러웠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이 있었다. 쪼개진 기념식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 기념사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 논란이 있었다.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된다. 지지율 30% 언저리의 대통령이다. 여기서도 대책 없이 밀렸다. 친일파 관장이란 구호. 무능한 정부란 구호. 친일 기념사란 구호. 숭일(崇日) 대통령실이란 구호로 밀려났다.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한데.... 논쟁할 가치는 별로 없다. 딱 하나의 구호가 남는다. 광복절 기념사 중 한 부분이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수치가 아니다. 7월 말에 이미 나왔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3만6천194달러다. 일본보다 401달러 많다. 가구당 순자산(2022년)도 한국이 일본보다 3천500달러 많다. 광복절에서는 처음 듣는 구호다. 광복절 기념사의 공식이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배 규탄하고, 철저한 자기반성 요구하고, 실질적 보상 촉구하고, ‘그래야 희망찬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맺는다. 우리가 똑같으니 일본 반응도 똑같다. 한국 내부 정치용이라며 빈정대고, 야스쿠니신사 몰려가며 약 올리고, ‘보상은 끝났다’며 무시한다. 이 익숙한 공식과는 낯선 구호였다. ‘국민소득 이겼다’고 선언했다. ‘수출도 이긴다’고 장담했다. 공개적으로 밝힌 극일(克日) 구호다. 앞선 대통령 12명은 항일을 말했다. 13번째 대통령에서 나온 극일이다. 어찌 윤석열 정부만의 공인가. 13명 대통령이 완성한 역사다. 군인 대통령과 민간 대통령의 공이고, 영남 대통령과 호남 대통령의 공이고, 우파 대통령과 좌파 대통령의 공이다. 윤 대통령 밉다고 이것도 흠집 잡는다. 통계 기준이 어떻고, 엔저 현상이 어떻고.... 배 아픈 일본이 파고들 흠집이다. 이걸 왜 우리 정치가 대변해주나. 이거야말로 친일이고 숭일이다. 덧없는 게 정치 구호다. 후쿠시마 구호도 1년 됐다. 세슘 우럭은 없다. 방사능 중독도 없다. 일본 방어 2배, 일본 홍어 3배 늘었다. 항일·반일 구호가 대개 이렇다. 확 떠들다가 훅 사라진다. 떠든 좌파는 무책임하고 못 막은 우파는 무능하다. 2024년 광복절의 구호-먹고사는 문제에서 일본 이겼다-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정치가 만든 구호가 아니니까. K-반도체 연구자들, K-자동차 연구자들이 반백년 동안 만든 위대한 결과니까. 그들의 구호가 기업사(史)에 남아 있다. ‘반드시 일본을 이긴다!’, ‘타도 소니(SONY)!’, ‘타도 도요타(TOYOTA)!’. 이 피눈물이 만든 극일 광복절이었다. ‘1919·1945 건국’에 박제된 정치 광복절은 없는 게 좋았다.

[함께하는 인천] 생성형 AI로 일잘러 되는 법

AI 기술이 전문직 종사자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AI 기술이 전문직 종사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이들의 급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가 지난해 북미, 유럽, 아시아 15개국에서 5억개 이상의 채용 광고를 분석한 결과 AI 기술을 활용하는 변호사와 재무 분석가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각각 49%, 33%의 높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성형 AI가 고객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크리에이티브 업무 등에서 미국 연간 생산성을 무려 1조달러나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IDC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이미 활용 중인 기업의 71%가 14개월 만에 1달러 투자에 3.50달러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앞으로 12개월 내 5% 이상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세 가지 직무 영역은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지식 작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영역은 ‘지식 작업’. 생성형 AI가 텍스트 생성에 뛰어나 작업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고, 텍스트 작업을 많이 하는 필자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대기업 SAP의 사례가 좋은 예다. SAP는 600명을 모아 생성형 AI를 다양한 54개 분야에서 테스트해 봤다. 그 결과 생성형 AI를 도입하기 전과 동일한 품질의 작업을 수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무려 46%나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작업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는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최근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AI를 활용해 효율이 높아진 점을 체감했다. 사소하게는 행사에 대한 인사말부터, 조직 명칭에 대한 새로운 CI작업, 행사의 내용을 담은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AI를 활용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과거에는 직접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작업들을 해 낼 수 있게 됐고, 모든 업무에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일 잘하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특히 뮤직비디오 제작이 인상 깊었다. ‘뤼튼(wrtn)’으로 작사를 하고, ‘수노(SUNO)’로 작곡과 노래를 입히고, ‘캔바(Canva)’로 이미지를 생성해 완성했다. 마지막 영상 편집은 사람이 직접 진행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가수, 작곡가, 작사가, 디자이너 등 모든 제작팀이 준비가 됐다고 해도 보름 이상 걸릴 것이고, 수백만원이 들 수밖에 없는 작업을 직원 1명이 대략 8시간 만에 완료한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듯 생성형 AI가 없는 업무도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열렸다. ‘알잘딱깔센’ 일잘러가 되기 위한 생성형 AI 활용,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길 권한다.

[지지대] 불안한 세상, 희망은 어디에

세상이 불안하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난 전기자동차 화재 사건.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전기차 화재로 자칫 많은 인명 피해가 날 뻔했고 불이 빨리 꺼지지 않으면서 많은 재산 피해도 냈다. 이후 전국으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포비아(Phobia)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늘 크게 생각해 두려워하고 고민하며 불안을 느끼고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병적 증상’으로 소위 공포증을 뜻한다. 지난달 초에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자동차 때문에 무려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참사도 많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차가 덮칠지 모르기에 맘 놓고 길도 걸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코로나19도 다시 시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한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지만 고작 엔데믹 공식 선언 1년여 만에 입원 환자가 급증하면서 재유행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헛기침만 해도 코로나19를 의심하는 눈총을 받는다. 여기에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우려는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이 밖에 폭염은 물론이고 장마 같은 기후까지 매일매일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모든 시민은 안전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는 정부가 짊어진 의무다.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놔 시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물론 정부가 작은 안전사고를 침소봉대해 되레 불안과 혼란을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 이젠 희망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희망을 희극에서 찾을 수 없다. 이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때다. 불안을 해소하면 곧바로 희망이 있다. 희망은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에.

[천자춘추] 증명되지 못한 가난의 비극

얼마 전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지 한 달이 지난 후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기초연금에 의지해 살던 이들은 26만원의 체납 전기료를 낼 수 없어 곧 전기가 끊길 예정이었다. 어디가 부서진 것인지 두 달 치 수도요금이 90만 원이나 나오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러 나온 수도사업소 직원이 모자의 죽음을 발견하게 됐다. 벽이 갈라지고 집 안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낡고 부서진 모습들만 가득하다. 지병이 있던 아들이 먼저 숨지고 하반신이 마비돼 돌봄을 받지 못한 어머니가 뒤이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 모두 수입이 없었지만 그들이 살던 집은 외관이나 상태와 상관없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기준 공시지가인 1억2천만원을 훌쩍 넘긴 1억7천만원이었기 때문에 의료비 지원이나 주거비 지원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 그들이 살던 집은 85년이나 돼 낡고 작았으며 비가 새고 벽이 무너져 팔릴 것 같은 희망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이 집에서 살던 모자는 자신들의 가난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날 고통스럽고 외롭게 사망하고 만 것이다. 뉴스는 모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숫자가 아니라 관심과 돌봄이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이들에게 필요했던 ‘관심과 돌봄’은 어떤 것이었을까.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돌봤다면 모자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루 한 번씩 도시락이 배달되고 긴급복지 지원이 이뤄졌다면 두 사람은 건강하게 살아 있을까. 주거비 지원이 이뤄졌다면 주저앉은 개수대를 새것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이들의 쓰러져가는 집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고칠 수 있었을까. 돌봄 인력이 정기적으로 방문했다면 설거지를 하지 못해 비닐봉지를 씌워 사용하던 그릇들을 설거지해 줬을까. 의료비 지원을 통해 아픈 아들이 하반신 마비가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닐 수 있었을까. 이 비극적인 기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언제쯤이면 가난한 사람이 스스로의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관심과 돌봄을 친인척이나 이웃의 일로 치부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올까. 어떤 제도와 정책이 엉성하기만 한 사회적 안전망을 물 샐 틈 없는 단단한 안전판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통스러울 정도로 무더운 여름, 곰팡이가 핀 쪽방에 앉아 전기료 무서워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갑갑하기만 하다. 여름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서 전기장판도 켜지 못하고 일곱 겹 옷과 오래 빨지 못한 이불들을 겹겹이 덮고 겨울을 나게 될 이들에게까지 생각이 미친다. 더위와 추위를 이기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증명된 가난이 필요하지 않은 그런 사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문화카페] 지방소멸과 관광생활인구

지방소멸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 각 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국정 중점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방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지방소멸이 더욱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최근 대안으로 전통적인 인구 개념인 정주 인구 및 체류 인구와 달리하는 ‘관계 인구’라는 개념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관계 인구로서 ‘관광생활인구’는 일주일, 한 달 살기 등 일정 기간 관광지나 휴양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주로 휴가나 여가 활동을 즐기기 위해 지방을 방문해 지역 내 숙박 및 음식 시설 등을 이용하며 관광명소 및 축제와 행사 등을 경험하고 체험하는 이들을 말한다. ‘관광생활인구’의 확보가 현재의 지방 인구소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한계는 있으나 해당 지방에 정기적으로 오가거나 지역과 인연을 맺고, 지역주민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지역문화와 교류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다양성과 활력을 증진하는 데 고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방소멸 현상의 대안적 접근에 있어 효과적인 ‘관광생활 인구’ 확대 방안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소멸과 지역관광의 상황 및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효성 있는 정책 논의가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아울러 논의의 결과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 가능한 종합 연구로 이어져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관광 분야 전반에 걸친 경제적 규모, 수요와 공급 측면의 정보 제공을 위한 논리적이고 일관된 방법인 ‘관광위성계정(TSA) 확립 및 구체적 정보 활용’을 통한 대안 제시다. 둘째, 지역 간의 통합 및 연계를 통한 지역관광 효과 극대화를 들 수 있다. 최근 관광객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면서 행정구역 간 물리적 구분은 무의미해진 상황이므로 지역 간의 독특한 관광자원, 관광교통 및 관광인프라 시설을 이용한 공동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호협력 모델을 통해 관광수용 태세와 편의를 증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의 지방위기 상황에 직면한 지역주민들의 주도적 활동 촉진 및 적극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지역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기반으로 창출되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사결정 과정에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년간 추진됐던 주민공동체 사업의 형태를 띤 ‘관광두레 사업’ 및 ‘지역관광 추진조직(DMO)’의 전반적인 점검 및 확대, 효율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관광수용력을 고려한 관광객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관광객 증가와 관광 활동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정주 환경 침해로 인해 형성되는 ‘오버투어리즘’과 ‘관광포비아’ 현상을 해결하면서 지역주민의 주도적 참여를 통한 전반적 의사결정, 지역주민과 관광객 간의 균형적 관계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완화와 정주 만족도 향상을 위해 ‘관광생활인구’ 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로 지역의 문제 해결과 지역발전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다. 지방소멸 문제 해결과 균형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전략 수립 과정에서 지역관광이 지역의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핵심 대안으로서 정책의 중요성과 우선순위를 부여받아야 할 것이다.

[기고] 날마다 광복

등화관제(燈火管制)는 전시 등에 조명 사용을 제한해 적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일제는 광복 전까지 등화관제를 시행했는데 고 이어령 선생은 생전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광복절에 대한 기억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1945년 8월15일은 폭격이 무서워 불조차 제대로 켜지 못했던 ‘등화관제’가 끝나고 환한 불빛 아래에서 비로소 책을 읽게 된 빛의 돌아옴이요, 일제강점기 태극기 대신 걸어 놔야 했던 ‘일장기’가 하루아침에 ‘태극기’로 바뀐 날이다”. ‘일장기’를 ‘태극기’로 바꾼 빛은 순국열사들에게 광복을 가져다줬다. 국가보훈부가 실시하고 있는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이 그것이다. 순국열사는 광복 이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광복(光復)을 맞이하지 못했지만 이번 캠페인으로 광복(光服·새롭고 빛나는 옷)을 입게 됐다. 수의(囚衣)를 입은 사진이 마지막으로 기록된 순국열사 87명은 광복을 입은 사진으로 새롭게 기록됐다. 광복을 입은 순국열사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올해 79주년을 맞은 광복절 당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2024 모두의 해방, 광복RUN’이라는 슬로건 아래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는 생존 애국지사 5명의 소장품을 함께 녹여 만든 기념 메달을 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독립기념관에서는 어린이들이 즐기며 학습할 수 있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아이들은 ‘무궁화’라는 이름을 가진 우주인과 함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독립을 쟁취했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처럼 어둠을 밀어내고 되찾은 빛은 우리 모두 각자의 손에 쥐어졌고, 그 빛을 비추는 일은 우리의 의무가 됐다. 국가보훈부의 올해 정책 슬로건은 ‘일상 속에 살아있는 보훈’ 그리고 ‘모두의 보훈’이다. 되찾은 빛을 잃지 않도록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에서 다같이 기억하는 노력을 계속 한다면 날마다 광복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매해 8월15일은 빛의 돌아옴을 기억하는 날이요, 우리에게 주어진 빛을 환히 밝히는 날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3단콤보...

[사설] 신설 경기도 과학고 입지는 균형발전 고려해야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도 뜨거워진다. 경기도 과학고 유치전이다. 각종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잡혀 있다. 추진단 결성, 토론회 개최, 시민촉구대회 등이 줄을 잇는다. 경기도교육청이 불을 그어댔다. 임태희 교육감의 경기도 과학고 추가 지정 추진 구상이다. 지난 4월 ‘경기형 과학고 구축 프로젝트’까지 발표했다. 상세 절차와 계획 등을 발표할 단계에 왔다. 지역에는 이미 바뀌지 않을 약속이 됐다. 정치권은 4월 총선부터 바빴다. 어떤 지역 후보자가 교육감을 만났다. 다른 지역 후보자는 교육청을 찾았다. 많은 지역 후보자가 공약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 여기에 뛰어든 지자체만 10여개다. 고양·부천·성남·시흥·용인·화성·광명·안산·이천 등이다. 임 교육감이 언급한 신설 학교 수는 ‘권역별 서너 곳’이다. 이 ‘서너 곳’에 들어가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이런 지역 경쟁이 있었나 싶다. 이천시 ‘이천과학고 유치위원회’는 23일 토론회를 한다.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이천)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대학교수, 교육청 관계자, 지역 정치인들이 나선다. 유치 기원 릴레이 행사, 시민결의대회도 예정돼 있다. 성남시는 시정연구원이 주관한 설문 결과를 뿌렸다. 시민 653명 가운데 84.7%(553명)가 찬성한다는 통계치다. 성남시민의 숙원임을 강조하는 발표다. 역시 지역 국회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화성시는 다른 지역과 또 다르다. 동탄이라는 지역을 특정했다. 이준석 의원(개혁신당·화성시을)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명칭에 ‘동탄 과학고’라고 아예 못 박았다. 앞으로 지역의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이 용역을 끝내고 8월 중 일정을 발표한다. 공모로 가는 절차의 시작이다. 지역마다 ‘반드시 우리 지역인 이유’를 말한다. 어디는 교육 열기, 어디는 입지 조건, 어디는 산업 인프라다. 워낙 첨예해 평하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건 있다. 과학고가 지역에 주는 가치다. ‘강남 완성은 경기고 이전’이라고 했다. 70년대 교육열은 신도시를 견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과학고 유치는 도시를 키운다. 큰 도시라면 더 완성시킨다. 듣기 불편하지만 반론 없는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제언해 두려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경기도를 고르게 나누는 권역 분배가 하나고, 시•군 경제력의 차이를 고려하는 균형발전이 다른 하나다. 권역 분배와 균형발전. 둘 다 순수 교육의 영역 밖의 가치다. 하지만 저 유치 열망 속에 담겨 있는 목적인 것 역시 분명하다. 입지 평가 항목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

[사설] 팔당상수원 녹조에 수돗물 악취, 방지책 없는 건가

기록적인 폭염에 녹조 현상이 심각하다. 전국의 강과 호수 등이 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은 녹색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인 남조류(녹조)가 대량 번식하면서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한 것이다. 물 속 영양분 과다, 강한 햇빛, 높은 수온, 물순환 정체 등이 녹조 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녹조는 햇빛을 차단해 수중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물속 산소량을 감소시켜 수생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녹조가 심하면 물에서 비린내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도 유발한다. 독성 물질을 생성해 식수원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는 올여름에 더욱 심하다. 녹조라떼 수준을 넘어 녹조 곤죽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문제는 식수원 오염이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수돗물 악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상수도사업소에는 지난 16일부터 역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민원이 30건 넘게 접수됐고, 광주시의 경우 16일 하루 동안 27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용인시에서도 수지·기흥구를 중심으로 수십건의 민원이 속출했다. 물 비린내, 곰팡이 냄새를 호소하고 있다. 수돗물 악취는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가 급증해 생긴 것이다. 수원·화성·용인·광주 등에선 팔당호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데 녹조가 심각해 흙·곰팡이 냄새 등의 악취가 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2일 실시한 팔당호 수질검사 결과 1㎖당 8천236개의 유해 남조류 세포가 측정됐다. 2015년 8월 이후 9년 만의 최대 수치다. 환경부 지침상 2주 이상 녹조 1천세포 이상이면 ‘관심’, 1만개 이상은 ‘경계’ 경보가 내려진다. 녹조 비상으로 팔당호의 조류경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도는 녹조 세포 수치가 높게 나온 만큼 31개 시·군에 수질 감시 강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지자체들에선 악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염소 처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녹조가 워낙 심각해 정수 처리를 해도 냄새가 난다. 정수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가정으로 식수가 공급될 경우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물을 끓여 이용하라고 권고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양치질하고 세수할 때 냄새가 나는데 일일이 끓여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로 폭염은 해마다 계속될 것이고, 녹조도 매년 발생할 것이다. 이상기후 탓만 해선 안 된다.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녹조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