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 피해는 가공할 만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 수십대가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소됐다. 이뿐만 아니라 화재로 인해 아파트 단지 전기와 수도까지 상당 기간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전기차 화재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매설된 아파트 전기 수도 등 기반시설들도 모두 불탔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심각성에 대해 이미 전조증상은 있었다. 이번 화재에 앞서 크고 작은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있었고 그때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을 끄지 못해 전소하거나 진화에 장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확인됐다. 상당수 전기차 화재가 충전 중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경기일보도 로컬이슈 리포트(2023년 3월17일자 1·3면) 등을 통해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터라 이번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경기일보가 주목한 부분은 전기차 충전시설이 아파트 등 지하주차장에 급속도로 설치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안전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폐쇄적인 지하주차장에 전기충전시설을 설치할 때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친환경 전기차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 단지 지하 등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안전대책은 역시 미흡했다. 당시 기자들이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몇 곳을 돌아봤는데 화재 발생 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지하주차장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이거나 그 흔한 분말소화기조차 비치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는 사실상 진압할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열폭주를 일으키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안전 관련 법 제도 강화와 화재 발생 시 신속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등을 제안했다. 당시 경기일보 기사를 보고 부천시에서 수원 본사까지 찾아 문의하는 독자가 있을 정도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는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단지가 등장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기차 생산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전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심각성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한 경고음도 이미 수차례 울린 상황이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는 사이 대형 사고는 여지없이 발생했다. 언제까지 큰 희생을 치른 뒤 대책이 마련되는 상황을 경험해야 하는지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2009년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철거가 예정된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의 대체시설 부지 선정을 위한 현장실사가 9월9일과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는 김포시·양주시· 동두천시가, 인천의 서구, 강원도의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이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고 저마다 강점을 홍보하거나 이벤트를 통해 지역주민의 열망을 표현하는 등의 막바지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올해 6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일반 시민 대상 새로운 국제스케이트장 입지 조건 설문조사에서는 입지 조건 중 최우선은 광역교통거점, 국제공항과의 근접성, 태릉 스케이트장과의 근접성 순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철거가 결정된 태릉 스케이트장은 국가대표 선수의 요람이자 올림픽 메달의 산실이었으며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대회와 훈련장 기능을 수행했으므로 대체 스케이트장 역시 입지 조건 중 광역교통거점뿐만이 아니라 국내 엘리트 빙상 선수들이 쉽게 이용하고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경기장이 돼야 할 것이다. 2017년 3월 1천264억원을 투입해 완공된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4년 동계 청소년 올림픽이 개최됐다. 그러나 전문 빙상 선수와 꿈나무 선수 육성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의 기능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새로운 국제스케이팅장 건립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가 새로운 스케이트장 건립에 최적지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 동계체전 빙상 20연패를 달성한 경기도는 우리나라 엘리트 빙상 선수의 주활동 무대라는 점이다. 빙상종목 등록선수는 7월 말 기준 경기도 1천17명, 서울 868명, 인천 162명, 강원 117명으로 경기도가 전체 선수의 36%로 가장 많은 선수가 등록하고 있어 훈련효과 제고와 이용 편의성 등을 고려할 때 최적지다. 둘째, 김포시, 양주시, 동두천시는 서울과 1시간 이내의 거리로 접근성에 있어 최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도내 유치 신청 도시 모두 서울과 잘 연결된 우수한 광역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일반시민의 이용을 유도하고 국제대회 유치와 대관 등의 활용을 통해 기존 국제스케이트장의 적자 운영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최적지다. 셋째, 빙상 꿈나무 육성의 최적지다. 경기도는 유치 희망 시·도 중 가장 많은 8개 시·군 26개 초·중·고교에서 빙상운동부를 운영하고 있다. 김윤만, 이강석 등 세계적 수준의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들이 도내 학교운동부에서부터 기량을 연마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현재도 국가대표 선수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 출신 또는 소속 선수들이다. 이런 빙상 꿈나무들이 가까운 국제스케이트장을 이용해 훈련 효율성을 높여야 국제적 스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기도의 뛰어난 입지 조건에 따른 도내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은 미래 빙상 스포츠 발전을 위한 최적의 투자가 될 것이다. 경기도는 2007년부터 중단됐던 경기도동계체육대회를 부활해 동계 스포츠 부흥에 앞장서겠다. 경기도 체육인의 염원인 국제스케이트장이 경기도에 유치되기를 희망하며 경기도는 유치 희망 시·군과 함께 최상의 경기장이 건립되고 운영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경기도가 빙상의 메카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 확신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단된 고양 K-컬처밸리 사업과 관련해서다. 원안대로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출자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자금은 K-컬처밸리 사업에만 쓰겠다고 했다. 택지개발 등을 위한 사업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해외 기업 투자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그 마중물이라고 했다. TF(단장 행정1부지사)를 구성했다는 것도 발표했다. 경기도가 계약을 해제한 것은 지난 6월28일이다. 미래 먹거리라 여기던 고양시민의 반발이 컸다. 1만758명이 참여한 도민 청원이 그렇게 모아졌다.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이 제목이다. 여기에 포함된 시민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CJ 계약을 해제한 이유 설명, 해제 철회를 통한 사업 계속 여부, 향후 사업 추진 일정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가 내놓은 답변이다. 직접 나서지는 않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사업 계속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본다. ‘계약 해제가 신속한 추진을 위한 결단’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고양시민의 분노가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하루 뒤 관련 기사에 따라붙는 댓글 내용만 봐도 대부분 그렇다. GH의 가장 큰 수입원은 택지개발이다. 그 GH에 사업부지 중 일부를 출자한다고 했다. ‘택지개발 전환 의혹’이 깔끔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자유구역 지정 등 여러 부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 타임라인 설명이 없었다. TF 구성·역할도 미덥잖다. 8년을 이어온 2조원 사업이다. 이 사업을 중단하는 결단이었다. TF가 늦은 감이 있고, 토론 내용도 속 시원한 게 없다. ‘계획도 없이 해제부터 했느냐’는 댓글은 그래서 나온다. CJ 측의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김 지사의 ‘8년간 공정 3%’를 반박하고 나섰다. 아레나(공연장)의 공정은 17~20%라고 설명했다. 전체 핵심 시설인 이 분야의 공정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7천억원 투입도 강조한다. 쟁송 분위기가 여전하다. 고양시 장항동 일대가 개벽하는 사업이었다. 부지 32만6천400㎡, 사업비가 2조원이었다. 경제효과 25조원, 고용창출 17만명이라고 했었다. 이런 사업이 중단됐다. 직접 동기가 경기도의 계약 해제다. 고양시민의 실망이 왜 없겠나. 설명 한번에 확 돌아설 여론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해제 사유를 더 명쾌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사업 계속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대략의 시간표라도 냈어야 했다. K-컬처밸리에 대한 고양시민의 기대는 컸다. 8년 과정을 지켜봤고 감시해 왔다. 그 사이 ‘K-컬처밸리 전문가’들이 다 됐다. 좀 더 깊이 있고, 좀 더 깨알 같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청년층이 새로운 빈곤위험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3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2018년 16만5천452명에서 지난해 8월 23만8천784명으로 44% 늘었다. 20대가 32.9%, 30대는 61.6% 증가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은 20~30대 증가율이 33%를 기록했다. 정부가 수급 자격 요건을 완화한 데다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은 국민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수급자로 선정되려면 소득 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2023년 1인 가구 기준 207만7천892원)의 일정 비율 이하이고, 부양할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4.9%인 255만4천62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의 수급 비중이 41.3%였다. 수급자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별 노인 빈곤율을 공개한 2009년 이후 한국은 줄곧 노인 빈곤율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인 빈곤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30 청년층 빈곤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기초생활 수급자의 11%가 20~39세 청년층이었다. 경기도도 청년층 비중이 전체 수급자의 10%에 이른다. 경기도내 청년 기초수급자는 2020년 3만7천744명에서 2021년 4만1천550명으로 4만명대를 돌파했고, 2022년 4만1천797명, 2023년 4만3천990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 4만7천486명을 기록, 연말이면 청년 수급자 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 고금리·고물가에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도내 청년 수급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 1인 가구는 늘어나는 데 반해 고용률은 절반 수준을 밑도는 탓이다. 몇군데씩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계를 잇고 있지만 월세와 생활비 보태기에 크게 부족하다.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을 하는데도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그동안 정부의 빈곤대책은 주로 노인과 아동에 맞춰졌다. 청년층은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책 대상에서 밀려났다. 청년층 기초수급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 자립 발판이 없어 극빈층으로 전락,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층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별로 청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 정부 차원에서 청년복지정책을 세분화하고 제도화해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
내일은 제79회 광복절이다. 국가보훈처가 2023년 6월 60여년 만에 중앙정부 조직서열 9위의 국가보훈부로 승격했으나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 있다. 우선 기대하던 대통령실 보훈비서관이 없어 80만이 넘는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 한편 국가 선진보훈 정책을 수립 연구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할 국립 연구기관이 없어 국가유공자의 중·장기 보훈정책 수립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국가 보훈정책은 초고령화된 국가유공자들의 보훈 법률 제정 등 의료, 복지 정책 수립이 시의적으로도 더 늦출 수 없는 현안 업무인데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어 이를 위한 효율적 추진을 위해 몇 가지 정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보훈정책개발원의 조속한 국회 통과 및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윤한홍 의원의 대표 발의가 있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국가유공자의 선진 보훈정책 수립에 많은 어려움을 초래해 국회 정무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본회의에 상정해 늦어도 올해 10월 말까지 통과돼야 한다. 특히 국회에 입법 발의된 보훈정책개발원 명칭은 보훈학술적 관점에서 국가보훈정책개발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상징적 의미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책무적인 의미로 국가보훈부의 조직과 일맥상통하고 대국민 교육적 차원에서 보훈의 정통성을 부여한다. 둘째, 초대 원장의 보훈전문가 초빙과 현실에 맞는 연구 직제 신설이 필요하다. 초대 원장 기본 자격은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에 대한 보훈 보상, 의료, 복지 정책 등에 연구 경험이 풍부한 보훈 전문가가 원장으로 임명돼야 하고 다른 중앙부처에서 운영하는 국립연구기관 직급에 맞춰 차관급으로 직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세부 연구실 및 연구원 직제 방안을 제시하면 보상정책연구실, 보훈문화정책연구실, 보훈예우정책연구실, 보훈단체정책연구실, 국제보훈정책연구실, 보훈의료정책연구실, 보훈복지정책연구실, 제대군인정책연구실 등으로 하고 연구원 직제는 연구실장, 책임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 부연구위원, 연구원 형태로 운영이 필요하다. 셋째, 연구원 설립 시 보훈정책 개발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행 보훈공단에서 운영하는 보훈교육연구원의 경우 연구원이 5명, 행정직 20여명으로 운영돼 대다수가 교육 연수 부분에 인력이 치중해 있어 정책연구 분야가 소홀하다. 이런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수 및 교육을 통일부 산하 국립통일교육원과 같이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다. 넷째, 우수한 연구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경우 300여명의 연구원과 70여명의 행정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은 350여명 연구원과 150여명의 행정직원,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의 경우 100명과 50여명의 행정직원으로 구성돼 현 보훈교육연구원의 30여명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향후 국가보훈정책개발원 설립 시 경력직 박사급 연구위원 50여명, 석사급 연구원 20여명, 행정직 30명 총 100명 수준으로 하고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보훈 환경 변화에 대비해 점차적으로 증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어려운 사람이 살기에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낫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퍼붓는 장맛비에 여기저기 물난리가 나고 장마가 물러나자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엄습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기후정보포털’에 따르면 10년마다 폭염일수는 2.17일, 열대야 일수는 3.08일씩 증가할 것이라 한다. 폭염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기후위기 취약계층에는 그야말로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될 수 있다. 혹서기에는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하는 지자체와 복지시설들은 더 바빠진다. ‘인천시사서원’에서 올해 수행한 ‘인천광역시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인천시와 10개 군·구에서 시행한 514개의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사업 중 30% 가까운 141개 사업이 폭염을 특정한 사업이었다. 대표적인 지역복지기관인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여름나기 물품을 제공하고 안부를 확인하는 등 취약계층을 돌보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20세기 가장 큰 재난은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739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한낮 온도가 41도까지 치솟고 체감온도 52도의 살인적인 더위가 일주일간 지속됐다. 이곳은 빈곤층이 많이 사는 우범지역으로 우리의 쪽방촌 같은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지역으로 특히 희생자의 대부분은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였다고 한다. 이 사건의 이면을 분석한 에릭 클라이넨버그라는 사회학자는 ‘폭염사회’라는 책에서 공동체가 살아 있는 지역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은 것을 발견하고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 사회에 산다면 재난의 피해는 더 크다는 것을 지적했다. 즉,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는 고립된 사회, 이웃 간 단절 등이 재난을 더 크게 불러일으킨다며 주민들의 유대관계와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중시했다. 기후변화는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대비와 함께 이웃 간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시원한 쉼터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마을, 더운 날이면 마음껏 문을 열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동네, 무엇보다도 서로의 일상을 챙겨줄 수 있는 이웃이 있어야 폭염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열대야가 지나간 아침에는 홀로 사는 이웃집 어르신의 안부를 물어보자. 땀 흘리며 배달하는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네보자. 코로나19 때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저력을 생생히 기억한다. 기후위기 또한 시민들이 연대해 함께 이겨 나가야 하고 또 이겨 나갈 수 있는 사회적 재난임을 깨닫는 것이 폭염에 대비하는 첫걸음이다.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화물 무게에 눌려서다. 승강기가 없는 연립주택은 일일이 들고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택배사들의 일이 그렇다. 속칭 진상 고객 때문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상당수 택배사들은 이럴 때 더 아프다고 호소한다. 원했던 물건이 왔는데도 오지 않았다고 우기고 금품을 뜯으려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늦어도 닦달하기 일쑤다. 주차 문제도 장난이 아니다. 예전에 지은 아파트들은 지상에 차량을 세울 수 있지만 요즘 건립한 아파트들은 어렵다. 쟁점은 지하주차장 출입이다. 대다수 택배차량은 높이가 2.5~2.6m인데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은 2.1~2.3m다.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출입해야 한다. 이중 주차는 불가피하다. 민원이 수시로 접수된다. 승강기 사용을 놓고도 옥신각신한다. 화물 이용이 금지돼서다. 무거운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선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모든 물건을 카트에 싣고 옥상층부터 차례차례 배송할 수밖에 없다. 택배산업은 허브·서브터미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일 이내 배송체계를 갖추면서 속도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평균 8.7%씩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단가는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하락세다. 택배물량 증가와 택배사 업무가 가중되고 있으나 전담 법안 제정과 실효성 있는 대책 추진은 더디다.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택배사들이 쉬는 날이다. 택배사가 아닌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는 배송은 평소대로 이뤄진다. 앞서 택배업계와 고용노동부는 2020년 택배사 휴식 보장을 위해 오늘을 쉬는 날로 정례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주요 택배회사들은 매년 약속을 지켜 왔다. 택배사들은 근로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근로조건이나 환경도 열악하다. 하지만 우리의 이웃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이들의 고충을 헤아려 보자.
유럽 및 중동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은 현재 국제 정세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뿐만 아니라 중동 및 유라시아의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의 협력은 북-러 군사협력의 구도와 일정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을 통해 보다 확장적으로 가시화될 북-러의 군사협력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2022년까지 러시아는 이란에 지상, 항공우주, 해군 분야에 걸쳐 중요한 군사 지원을 해 왔다. 특히 탱크, 장갑차, 대전차미사일, 전투기, 헬리콥터, 지대공미사일 등 다양한 재래식 무기를 포괄했다. 그런데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협력은 양적, 질적으로 도약했다. 전자전, 우주, 사이버 등으로 협력 분야도 확대됐다. 2022년 8월 이란은 러시아와의 협업으로 ‘하이얌’ 정찰·관측용 위성을 발사했고 그해 12월에는 이란의 우주 프로그램 지원을 약속하는 협정을 체결했으며 2024년 2월에는 이란의 지형을 500㎞ 상공에서 스캔할 수 있는 연구용 위성을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다. 또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에서의 전자전 경험을 토대로 GPS 교란 재밍 기술을 이란에 지원했다. 여기에 야크-130 훈련기와 같은 재래식 무기 지원도 이뤄졌다. 한편 이란은 러시아에 포탄, 탄약, 대전차로켓, 박격포 포탄, 활공폭탄 등 우크라이나 지상전에 필요한 무기들을 지원해 왔다. 특히 이란제 드론과 드론 기술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아 왔다. 2024년 5월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최소 4천대의 이란산 샤헤드 드론을 발사했다. 이란은 또 제재를 우회하거나 대응하는 방법을 러시아와 공유하는 등 비군사적 지원도 해 왔다. 2023년 12월에 미국의 제재에 공동 대응하는 선언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반미 코드의 공유가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압력, 국제적인 비확산 규범 및 수출 통제 체제 준수, 이란의 무기 대금 능력,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양국 간의 역사적 불신 때문에 협력을 의식적으로 제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해 있다. 물론 양국의 군사협력이 전면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Su-35와 같은 첨단 전투기, S-400과 같은 첨단 대공미사일 등 이란이 강력하게 원하는 무기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급과 지불에서 갖는 신뢰의 문제, 첨단 무기 지원 따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변화, 첨단 기술 이전이 가져올 파급 영향 등은 러시아의 주요 고민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군사협력을 촉진·조정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2월 이후 양국 국방 분야 고위급 교류가 대폭 증가했다. 새로 들어선 이란 대통령 및 내각이 안정화되면 향후 협정을 통해 무기의 공동생산과 수송·무역 관련 인프라 확충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라면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도 양국의 군사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양국 모두 미래의 군사적 상황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최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항할 수 있는 항공우주, 미사일 방어, 장거리 공격, 대함미사일 및 드론 등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이라크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고 이란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이해가 있다. 러시아는 장거리 타격, 방공, 해군 능력 모두에서 완전한 시스템 또는 기술 이전, 작전 지식 공유 등을 해 줄 수 있는 국가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에 필요한 탄약, 드론, 미사일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전쟁 이후에는 러시아의 소모된 무기와 군수품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이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대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는 무기 부품 공급 루트로 이란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북-러 군사협력은 러시아-이란 협력과 복사판처럼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올해 6월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며 협력을 공식 메커니즘화하고 있다.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우주개발 분야, 중장거리 미사일 다탄두화, 대공미사일, 해군·공군의 현대화, 무인공격·정찰기 등 북한과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들은 이미 러시아-이란 군사협력과 오버랩되는 분야다. 최근 잦아진 북한의 GPS 교란 및 재밍 역시 포함될 수 있다.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을 조금 앞선 북-러 협력의 미래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약용 필적 하피첩(丁若鏞 筆蹟 霞帔帖)’은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되고 얼마 후 아내 홍씨부인이 바래고 해진 치맛감 여러 폭을 부쳐온 것을 잘라서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절을 직접 짓고 써준 것이다. 제작연대는 경오년, 즉 1810년(순조 10) 7, 9월로 그의 나이 49세 때였다. 이 서첩의 수량은 원래 네 첩이었으나 현재 세 첩만 알려져 있다. 현재의 ‘하피첩’ 3첩은 하나가 결락된 셈인데, 각첩 표지에 ‘하피첩’이란 제목은 일부 남아 있으나 그 아래의 ‘첩 순서’는 탈락돼 몇 번째 첩이 없는지를 알 수 있다. ‘하피첩’ 3첩은 그 중 두 첩에 각각 1810년 7월과 1810년 9월의 서문이 있어 강진 유배시절인 1810년 기년작이란 점에 의미가 있다. 현재의 세 첩 중에는 “두 아들에게 경계하는 구절을 지어 써주다(作戒語以遺二子·寫戒子句)”라는 서문이 있어 정약용이 직접 짓고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강진 유배 이후 정약용의 전형적인 행초서풍을 보여주며, 특히 세번째 첩에 실린 전서(篆書)와 예서(隸書)는 다른 서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다. 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