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지방소멸 위험지수 0.27로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이다. 전국에는 인구감소지역이 89곳 있는데 경기도에서는 가평군과 연천군 두 곳이 해당한다. 중앙정부도 그렇고 일반인들도 ‘수도권’은 모두 재정 여건 등 형편이 좋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비근한 예로 정부는 각종 인구감소지역 지원정책에서 수도권은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가평군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지원정책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평군은 현재 재정자립도가 18.3%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30%로 매우 높다. 여기에 ‘수도권정비계획법’, ‘환경정책기본법’, ‘한강수계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의해 이중삼중의 중첩규제를 받고 있다. 가평군은 민선 8기 들어 미래 성장동력원 마련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뛰고 있다. 이 덕분에 ‘2025~2026년 경기도종합체육대회’ 가평군 유치 성공, ‘국도 75호선 청평~가평 간 도로 개량’ 1천억원 사업의 설계용역비 정부 예산 반영, 5천800여억원의 국∙도비 확보, 상면·조종면 지역 1천40만여㎡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도권 역차별에다 중첩규제가 계속되는 한 지자체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 가평군이 수도권에 위치해 받는 주요 역차별 정책은 △지역활력타운 △세컨드 홈 활성화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 사업 등이 있다. 지역활력타운 정책은 맞춤형 주거 제공과 생활인프라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인데 수도권과 제주도는 제외된다.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공시지가 4억원 이하 세컨드 홈 구입 시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재산세 등에 대해 특례를 제공하지만 수도권(강화‧옹진‧연천 제외)과 광역시는 해당이 안 된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또한 모든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민관협력 지역 상생협약 사업은 민간과 함께 생활인구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지만 이는 인구감소지역 중에서도 비수도권만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은 수도권이라도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혜택을 주고 있는데 가평군은 이마저 접경지역이 아니어서 제외된다. 가평군은 이 같은 불합리한 수도권 역차별 정책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를 방문해 각종 규제에 대한 부당함과 군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실시한 ‘가평군 접경지역 지정촉구 범군민 서명운동’은 서명운동 2개월여 만에 전체 군민의 72%가 참여해 높은 열망을 보여줬다. 인구감소 위기는 비수도권에 국한하지 않고 가평군과 같은 수도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구감소지역 위기극복 정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 가평군은 인구 증가와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이중삼중의 중첩규제가 짓누르고 수도권 역차별이 계속되는 한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제 가평군의 절박한 노력과 위중한 현실에 중앙정부가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울창한 숲과 맑은 강을 보유한 청정한 가평. 가평을 살리는 길은 각종 중첩규제와 수도권 역차별 정책을 하루빨리 풀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가평군의 절박한 상황을 더 이상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달 18일 수원행정법원은 시흥시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낸 ‘배곧대교 건설사업 재검토 통보 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기각과 달리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청구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때 내리는 결정으로 이유는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않았다. 대개 각하 결정은 당사자적격 내지 소의 이익이 없거나 제소 기간, 절차상 하자, 중복 제소 등을 이유로 내리게 된다. 법원이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추측만 가능한데 절차적으로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배곧대교가 민자사업이란 점에서 당사자적격 내지 소의 이익과 관련될 개연성이 크다. 시흥시는 2014년부터 배곧대교를 민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다 2020년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배곧대교 민자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이듬해 본안에서 전면 재검토 의견을 받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기각 결정이 나게 되고 이에 불복, 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이번엔 심리도 하지 못하고 부적법 각하됐다. 이로써 사업 추진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흥시가 주장하는 배곧대교의 필요성은 한마디로 말해 ‘경제적 이익’이다. 시흥시 정왕동 배곧지구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가 다리로 연결되면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와 배곧지구 모두 투자유치와 정주환경이 크게 개선,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형화물차 등으로 상습 정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제3경인고속도로와 아암대로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도시의 시너지,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시흥시 입장이다. 이와 달리 인천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계의 반발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흥시가 배곧대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던 2014년 이전에 이미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상황이었고, 인천 갯벌이란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인천시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기조가 감지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임병택 시흥시장과의 간담회에서 배곧대교는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개발계획의 기반시설로 반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곧대교의 경제적 효과, 필요성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가장 먼저 해묵은 난제, 람사르 습지란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재판은 항소를 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고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전환해 습지보전법의 예외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그동안 추진 상황과 규모에 비춰볼 때 어려운 점이 많다. 배곧대교, 갈 길이 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협상 중재안을 거부했다. 휴전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린 결과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이 “환상을 팔고 있다”고 주장한 하마스는 휴전협상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제시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사태가 발발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하마스 공격 당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약 1천200명, 현재까지 가자지구 작전 중 사망한 이스라엘군은 329명이다. 반면 지난 10개월여에 걸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지역 주민 수는 4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전 세계의 분쟁에서 발생한 간접 사망자가 직접 사망자의 3~15배에 달한다는 통계에 의거해 볼 때 가자지구 사망자도 최대 18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미국 보건학 연구 단체의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진다. 이는 가자지구에서 매일 평균 130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음을 의미하며 가자지구 인구를 약 250만명으로 추산하면 13명 중 1명 정도가 전쟁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숨진 셈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이들 사망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라는 사실이다. 하마스 괴멸을 목표로 내세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학교, 병원, 예배 장소 등 전쟁에서 공격이 금지된 장소에 공습과 과격한 지상전을 펼쳐 왔다. 이러한 무차별적 공세 속에 여성, 어린이, 노약자 등 전쟁에서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이 대규모로 살해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전쟁범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엘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의 보복 공격 발표로 중동지역은 전면전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영국과 프랑스 외교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하마스 사태 발발 이후 아홉 번째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모두 한목소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하마스 사태로 발생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과 긴박함을 뒤로하고 하마스 사태의 본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되짚어본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누구의 잘못인가. 과연 서방 강대국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진정한 해결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상당히 엉뚱하고 과장된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10개월 동안 공격해 4만명 이상의 대만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외교적 해결을 외치며 어떤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동해 바다 건너 일본 땅은/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일본의 한 중소 도시 야구장에 울려 퍼진 한국어로 된 교가다. 재일 한국계 학교가 일본 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해 승리해서다. 이 대회에선 관례적으로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방송해준다. 이 교가의 주인공은 어느 학교일까. 교토에 위치한 재일 한국계 고교인 교토국제고교다. 외신에 따르면 이 학교 야구부가 일본 전국고교 야구선수권대회에서 3년 만에 8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대회를 일본인들은 보통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부른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교가가 방송된 날은 광복절 이틀 뒤인 8월17일이었다.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3차전에서 후쿠오카현 대표인 니시닛폰단기대학부속고교를 4-0으로 꺾었다. 2회 초 먼저 2점을 뽑았고 5회 초와 9회 초 각각 1점을 내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앞서 1차전에서도 7-3, 2차전에서도 4-0 등으로 이겼다. 선발 투수는 이날 경기에서 위력적인 투구로 9회까지 삼진을 14개나 뽑아 내면서 완봉승을 거뒀다. 선수들도 승리한 후 교가를 힘껏 불렀다. 이 모습은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교는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다.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올랐다. 2022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선 1차전에서 석패했다. 지난해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위치한 이 학교는 재일 한국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됐다. 일본 교육당국의 차별로 2004년 비로소 정규 학교가 됐다. 갖은 수난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늠름하고 자랑스럽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폭염은 연령, 지역, 직업, 소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차별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폭염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취약계층의 피해도 두드러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폭염에 취약한 계층은 주로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특히 농촌지역의 고령 인구와 실외 작업자들은 온열질환에 더욱 취약하다. 저소득층은 냉방기기나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추기 어려워 폭염에 더욱 노출되기 쉽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취약계층을 식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정기적으로 가구를 방문, 실질적인 필요 사항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냉방기기 및 냉방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폭염 기간 취약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쿨링센터를 운영하며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는 무료 교통서비스를 제공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폭염 저감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원 조성 및 녹지 공간 확대 등을 통해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늘막 설치, 물안개 분사기 운영, 도로 살수 등 폭염 저감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특히 폭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설을 집중 배치해 실질적인 온도 저감 효과를 거둬야 한다. 지역주민들에게 폭염 대응 방법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폭염 시 행동 요령, 온열질환 예방 방법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특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와 협력해 폭염 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며 폭염 속 숨겨진 이웃들을 위한 보호와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모두가 안전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선 정조 18년(1794년) 건립됐으며 화성의 동북각루인 방화수류정은 전시용 건물이지만 정자의 기능을 고려해 석재와 목재, 전돌을 적절하게 사용해 조성된 건물이다. 평면은 ‘ㄱ’자형을 기본으로 북측과 동측은 ‘凸’형으로 돌출되게 조영해 사방을 볼 수 있도록 꾸몄으며 조선 헌종 14년(1848년)에 중수, 일제강점기 이후 여러 차례 부분 수리했다. 주변감시와 지휘라는 군사적 목적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조선시대 정자건축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는 청년이 있다.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은 당연하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구제를 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청년이 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다. 이들의 실업은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구제의 대상도 아니다. 이런 선택적 실업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구분조차 어려워 실업 정책을 혼란스럽게 한다. 통계청이 ‘그냥 쉬었음’의 수치를 발표했다. 만 15~29세 청년의 지난 7월 통계다. ‘쉬었음’ 청년이 44만3천명이다. 1년 전 동월보다 4만2천명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이 통계에서 내리는 ‘쉬었음’의 정의가 있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실업자’다. 아프지도 않은데 취업하지도 않는 인구다. ‘일하지 않겠다’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발적 선택이다. 매년 7월을 기준으로 추이를 살펴보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만명대를 유지했다. 2018년에 들어서 30만명을 넘겼다. 2020년에는 44만1천명까지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2022년에 36만1천명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다. 2023년 다시 40만2천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사상 최대인 44만3천명을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하더라도 단연 높다. 30대 29만여명, 40대 28만여명, 50대 39만여명이 ‘쉬었음’ 인구다. 전체 청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쉬었음’ 청년은 늘고 있다. 더 노골적인 수치도 있다. 일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쉬었음’ 청년 44만3천명 중에 ‘직장을 구할 의사가 없다’가 33만5천명이었다. 무려 75.6%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통계다.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6.5%였다. 1년 전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5, 6, 7월 석달째 계속 감소세다. 이런 저런 청년·취업 지원 정책은 이 순간에도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청년 국가기술자격 응시료 지원 사업, 응시료의 50%·1인당 연 3회 지원한다. 내일배움카드 지원 사업, 1인당 훈련비 300~500만원을 지원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의 생계지원 등을 지급한다. ‘취업 안 하겠다’는 청년과 동떨어진 ‘취업 지원 혈세’다. 청년 기본소득이나 청년 지원금도 있다. ‘그냥 쉬겠다’는 청년에게 ‘그냥 주는 혈세’다. 산업 현장은 구인난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며 혈세 준다. 청년 44만명은 ‘그냥 쉬겠다’고 한다. 청년 취업 지원이라며 여기도 혈세 준다. 정책 미스매치에 도덕적 해이까지 엉켜 뒤죽박죽이 돼가고 있다.
이 폭염 속에 인천은 난데없이 문예회관 논란이다. 인천 북부권에 광역 문화예술회관을 짓는 일이다. 계양·서구 지역에도 1천석 이상의 문예회관을 짓기로 했다. 계획이 나오자 곧바로 유치경쟁이 벌어졌다. 서명운동, 촉구대회에 이어 삭발식까지 열렸다. 과열 양상으로 치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판 자체가 엎어졌다. 인천시가 계획을 바꿔 구가 문예회관을 짓되 시는 지원만 하겠다고 했다. 괜히 헛심을 쓴 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문예회관을 구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선택’ 아니냐고. 인천시가 최근 북부권 광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대신 군·구별 소규모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으로 전환했다. 앞서 시는 계양·서구 주민의 문화시설 수요 등을 검토, 광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계획을 마련했다. 사업비 1천261억 원에 대공연장(1천200석), 소공연장(300석) 등 총 1천500석 규모다. 연구용역에서는 2가지 건립 방안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했다. 1천석 이상의 종합 공연장 건립 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이 0.91로 나왔다. 기준치(1) 이하다. 운영비 추정 결과도 경제성이 낮았다. 연간 36억3천500만 원으로, 이용객(13만707명) 대비 과다했다. 다음 중공연장(900석)으로 건립하는 방안은 B/C 값 1.05로 경제적 타당성을 지켰다. 인천시는 그러나 중공연장 규모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대형 공연 유치가 어려워 관람 위주 공연장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에 인천시는 구의 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역 특성에 맞춘 300~700석 규모 공연장이다. 이에 대해 사업비의 50%까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문화예술회관 건립이나 운영 주체가 시에서 구로 넘어가는 것이다. 계양·서구 등은 수백억 원의 건립비에 매년 수십억 원의 운영비 부담이 당장 걱정이다. 이 때문에 구립 문예회관 건립은 결국 백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어느 건설사가 수백억짜리 공연장을 지어 해당 지자체에 기부했다. 도시개발사업의 허가 조건이었다. 그런데 지자체가 공연장 넘겨받기를 거부했다. 운영비 부담 때문이었다. 긴 줄다리기 끝에 초기 운영비까지 보태고서야 인수인계가 이뤄졌다. 이번 문예회관 떠넘기기 논란에는 인천시의 허술한 일처리도 한몫을 한 모양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돈 문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뿐 아니라 군·구에서도 재정 보릿고개가 본격화한 것이다. 인천시는 곧 군·구별 조정교부금 배분 조례를 손 볼 예정이다. 세수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문화 인프라 확충도 곳간이 비고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겉보기엔 견고해 보이지만 속은 허물어져 가는 낡은 2층 집’. 최근 우리 정보기관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떠오르는 비유다. 외관은 위엄을 지닌 듯하지만, 내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로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위상은 심각한 퇴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의 기소 사건은 한미 동맹의 안보 협력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 사건이 드러낸 우리 정보기관의 임무수행상의 허점은 국가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국가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를 탐지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최근 대북 정보의 최전선에 위치한 국군정보사령부에서도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번 사건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블랙 요원’의 신상 등 해외 정보망이 단번에 유출된 중대한 사태로, 이를 복구하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근본적인 재정비를 통해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이 잠복해 있던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위협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과 인재를 갖추고 있더라도, 조직의 기반이 흔들리면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재발 할 수 있다. 얼마 전 ‘위키리크스’는 미국 국가안보 국(NSA)이 전 세계 국가수반들을 대상으로 감청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미국이 첩보 활동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첩보 초강대국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목적이 단순히 반(反) 테러뿐만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패권 장악에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첩보 비용이 군사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정보력이 군사력보다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를 통제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로 군림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모든 국가는 군사 주권보다 정보 주권이 더 중요한 ‘첩보 제국주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국가의 생존을 위해 '정보기관 대전(大戰)'에 돌입하고 있지만, 지금 한국의 민·군 정보기관은 오히려 점차 그 역량을 상실하고 후퇴하고 있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잃어 스파이 검거 능력이 약화되었으며, 군 정보망은 기강의 붕괴와 정보 유출로 인해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사이버 안보법 제정과 '간첩죄'의 적용범위 개정논의조차 정치적 이해관계에 묻혀 지지부진하다. 이번 사건들은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다. 단순히 임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우연의 사고라는 잘못된 전제는 정보기관의 역할을 묵살한 채 조직의 퇴행을 조장할 뿐이다. 정보기관의 활동이 법을 넘어 인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핵·미사일 도전에 직면한 우리에게 정보활동은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실은 늘 규범을 앞선다. 정보활동의 궁극적 명분은 정치적 논쟁을 넘어, 오직 국익을 위한 당위적 논리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정보 역량이 더 이상 무너지기 전에, 어떤 정보활동이 더 적절하고 효과적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