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난한 젊은이가 부유층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다 돈을 많이 써서 그만 빈털터리가 됐다. 그래서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다. 지구촌의 한 편에선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청년의 미국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보스턴에 도착한 그의 손에는 달랑 2달러50센트뿐이었다. 영어를 빨리 익히고 동부 해안 지방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막 유럽을 강타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유럽은 인플레이션으로 통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경제 호황을 누리며 달러 강세로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의 우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궁지에 몰렸던 청년은 이 같은 점에 눈독을 들였다. 각국의 우표들이 환율로 교환되는 점을 노리고 우편쿠폰사업을 구상한다. 미리 요금을 내면 해외에서 우편을 보낼 때 우표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 이탈리아에서 산 우편쿠폰을 미국에서 달러로 바꾸면 6배의 환차익을 볼 수 있었다. 사기 행각은 그렇게 출발했다. 외국에서 구매한 만국우편연합 국제반신권을 팔 때 발생하는 차익도 악용했다. 45일 내 50%의 수익률, 90일 내 10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도 속였다. 이러한 수법으로 1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2천만달러의 손해를 입혔다. 이른바 금융피라미드 사기 행각이었다. 1920년 오늘의 일이다. 이 청년의 사기 행각은 경제사에 기록으로 남았고 그의 이름을 따서 ‘폰지 게임’으로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폰지 게임이란 실제로는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일종의 금융 다단계 사기 수법이다. 이 같은 금융 사기는 고도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 곁을 떠돌아 다니며 제2의 범죄를 노리고 있다.
얼마 전 한 공공문화재단의 임원 추천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보통 재단의 임원이라고 하면 재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원, 즉 이사장, 상임이사, 이사, 감사 등을 말하는데 이번 회의는 이 재단 임원들의 임기 연장에 관한 것이었다. 회의는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재단이 원하던 대로 결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사들의 구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사회 운영 등이 그 중요성에 비해 매우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문제는 이 기관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공공 문화재단이 그렇다는 점이다. 이사회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문화예술기관 내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이며 기관의 예산, 결산, 해산, 임원의 임면, 정관변경 등 중요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물론 사업의 실행은 이사회를 보좌하는 사무국과 상임이사를 통해 이뤄지지만 이에 대한 중요한 보고와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한 기관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에서도 임원 조항과 함께 이사회를 기관의 심의, 의결기구로서 앞 부분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비상임이사들이나 이사회의 실질적 권한은 정관에 있는 것과 달리 유명무실하다. 그저 1년에 2회 정도 개최되는 회의에서 주요 사안에 대한 승인, 결정에 이사들은 거수기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사회는 매우 형식적인 절차를 위해 존재하고 있고 실질적으로는 거의 아무 권한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기관의 주요 사항은 결정되는가. 한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맡고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즉 시장이나 구청장, 도지사 또는 이들에게 위임받은 해당 관리부서의 장이 많은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며 상임이사를 통해 형식상 이사회에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적 운영이나 자율성은 예술 또는 예술가의 자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정부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문화재단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지만 과거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이 예술과 예술가의 자유 및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또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을 위해 이사회 본연의 역할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10여년 전 문화예술 거버넌스라는 말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어떤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 민관의 협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예술 현장의 모든 주체가 ‘당사자’로서 어떤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인데, ‘시민 참여’라는 이슈에 걸맞게 한때 이 거버넌스라는 말이 기관의 운영 시스템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구조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 못지않게 한 기관의 이사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선행해 해결해야 할 사항 아닌가.
스승은 제자를 만났을 때 탄생한다. 부처에게는 아난다가 있었고 예수에게는 베드로가 있었다. 공자에게는 안회가 있었으며 소크라테스에게는 플라톤이 있었다. 위대한 스승은 위대한 제자를 만나면서 만들어진다. 추사 김정희의 명작 ‘세한도’는 충직한 제자 이상적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을 제자로 맞으면서 자신의 철학의 한계를 깨달았다. 바둑의 신이라 불리던 조훈현도 돌부처 이창호가 자신을 내리 세 번 이기며 국수의 자리에 오를 때 위대한 스승의 지위를 얻었다. ‘백락이 있은 후에 천리마가 존재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과 같은 마부는 항상 있지 않은 법이다. 훌륭한 준마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고 정성을 들여 키울 수 있는 마부가 곁에 없다면 평범한 망아지들이 모여 있는 마구간에서 평생 여물이나 축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로 살다 죽을 것이다. 제자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훌륭한 스승의 덕목이다. 때로는 채찍으로, 때로는 당근으로 제자를 부지런히 조련하고 진심으로 훈육하는 스승은 제자를 성장하도록 만든다. 천재는 하늘이 내리지만 수재는 위대한 스승이 만든다. 또 위대한 스승은 뛰어난 제자가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을 상대로 ‘삥’이나 뜯던 마이크 타이슨을 세계 복싱 챔피언으로 세운 건 커스 다마토라는 트레이너가 그의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원에 수감 중이던 타이슨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다마토는 그의 코치이자 양아버지가 돼 주기로 약속한다. 그는 혹독한 훈련과 자상한 사랑으로 타이슨을 키운다. 안타깝게도 그는 타이슨이 트레보 버빅을 이기고 헤비급 최연소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직전 세상을 떠난다. 그는 타이슨을 두고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아주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상처들은 그들의 재능과 인성 위에 막을 한 겹씩 형성해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걸 막는다. 선생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 막들을 걷어내 주는 것이다”. 세상은 커스 다마토란 이름을 잘 모른다. 오로지 타이슨의 스승으로만 기억할 뿐이다. 청출어람의 제자를 둔 스승의 숙명이란 다 그런 것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당당히 메달을 목에 건 스포츠 영웅들의 빛나는 성공 뒤에는 어김없이 그들을 묵묵히 길러낸 스승들이 있었다. 올림픽을 보는 즐거움은 선수들의 열정과 탁월한 기량을 감상하고, 드라마 같은 승부와 승리의 명장면을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땀방울과 영광 이면에 스승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노고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흥미와 감동이 몇 배나 커질 것이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식량전쟁과 기후위기 상황에서 쌀 자급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은 쌀 자급률 104.8%로 쌀 생산량이 국내 소비량을 초과하는 동시에 전체 식량 자급률(사료용 제외)은 49%로 절반 이상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국가의 식량안보와 농가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 이상기후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의 변화는 농작물의 생산성뿐만아니라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쳐 생산성 저하와 예측할 수 없는 국제곡물시장의 가격변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한 수출입의 불안정은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는 위기로 작용하며 곳간을 걸어 잠근 국제시장에서 식량대란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쌀 자급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은 단순히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성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농민, 소비자 모두가 협력해야 하며 우리 일상 속에서 우리 쌀, 우리 곡물을 소비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지난주 시청 앞에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 열렸다. 밥 외에도 빵, 육류 등 식사 대체재가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우리 쌀이 선택받기 위한 시도였다. 우리 쌀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포함해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식품으로 밥을 포함한 아침식사는 뇌에 포도당을 보충하고 체내 시계를 작동하게 해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호소하는 현대인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건강에도 이롭고, 국가에도 이로운 쌀과 농업에 대한 지속가능한 소비.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기후위기 속 안전한 미래를 지켜낼 수 있도록 밥의 힘을 지키는 ‘밥심’ 있는 한 끼를 권해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용유도에는 근대에 조성된 늘목염전과 간척마을염전 등 천일염전이 두 군데 남아 있으나 지금은 늘목염전 일부에서만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천일염전이 조성되기 전에는 용유도와 무의도의 10여곳의 염전에서 염도가 높은 양질의 소금이 생산돼 배에 실려 각처로 팔려 나갔다. 농축된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얻는 재래식 소금 제조법에 비해 근대에 도입된 천일염전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만드는 방식보다 생산원가가 적게 들어 근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인천시 제공
다른 곳도 아닌 올림픽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일부 경기 단체 협회와 관련된 논박이다. 대회 초반 불거졌던 것은 축구협회다. 축구는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졸전 끝에 탈락했다. 40년 만의 올림픽 탈락이었다. 이런 축구를 두고 파리에서 논쟁이 붙었다. 라이벌 일본 축구가 초반 연승을 달리면서다. 파라과이와 코스타리카를 격파하며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했다. 팬들 사이에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난이 크게 일었다. 대회 중반에 또 한번의 협회 논란이 등장했다. 안세영의 배드민턴협회 작심 비판이다. 경기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온 말이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을 얘기했다. 부상이 심각했는데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랑 계속 가기 힘들것 같다고도 했다. 몇 시간 뒤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대표팀 아닌 상태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말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몇 분 전까지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던 선수다. 대표팀 감독과 손잡고 눈물도 흘렸다. 그런 선수가 작정한 듯 대표팀과 협회를 비난했다. 사실 그가 지적하는 협회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기자가 선수 혹사를 말하는지 물었다. “혹사라고 생각은 안 했다”고 했다.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표팀을 나간다고 못 뛰면 야박하지 않느냐”고 했다. 말 못한 부분이 남은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모호한 게 많다.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협회가 있다. 5개 전 종목 금메달을 이룬 대한양궁협회다. 파리에서 더없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성적 효과가 크다. 금메달 행진으로 우호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렇더라도 협회 운영의 면면이 화제다. 매뉴얼을 통한 체계적 훈련, 회장 소속 현대차그룹의 전폭 지원, 식단까지 연습하는 환경 조성 등이 전부 뉴스거리다. 8년 전 리우 올림픽 때 현대차의 전용 방탄차량 제공도 새삼 소환되고 있다. 선수 선발 시스템도 중요한 논점이다. 양궁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대표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한다. 올림픽 2관왕도 다음 올림픽에서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축구협회가 난도질을 당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특정 대학교 인맥으로 대변되는 선발 논쟁이 문제다. 배드민턴에서도 대표 선발의 잡음이 있었다. 2021년 한 선수가 국민청원에 올리기도 했다. 스포츠에서 공정은 생명이다. 공정 잃은 협회는 어떤 신뢰도 받을 수 없다. 철저한 조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어떤 예단도 없이 접근해야 한다. 선악의 구도로 갈라칠 일도 아니다. 파리에 간 모두가 국가의 대표다. 훌륭한 선수가 많고, 헌신적인 협회가 많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참혹했다.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 1대에서 갑자기 불이 나 주변 차량 40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그을렸다. 주민 수백명이 대피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20여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량 1대 화재로 빚어진 피해는 엄청났다. 화재로 480여가구의 전기와 물 공급이 며칠째 끊겨 주민들이 무더위 속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는 임시거주시설에 머물렀다. 이번 사고는 밀폐된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충전 중이 아닌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을 더 키웠다. 전기차 화재가 매년 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모두 160건이다. 2018년 3건에서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환경 등을 이유로 전기차 보급은 독려하면서 화재 대비엔 속수무책이어서 전기차 타기가 겁난다는 이들이 많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열폭주로 이어져 잘 꺼지지 않는다. 몇 초만에 리튬이온 배터리 온도가 800~1천도까지 치솟는다. 이번 사고의 전기차도 열폭주로 화재 발생 8시간이 넘어서야 완전 진화됐다. 지하주차장이라 소방차 진입이 제한돼 발화 지점까지 접근이 쉽지 않고 연기 배출도 원활하지 못했다.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과 충전시설도 늘고 있다. 현재 100가구 이상 신축 아파트는 주차대수의 5% 이상, 기존 아파트는 2% 이상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주차장을 없애는 추세여서 거의 모든 주차장이 지하에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 전기차 주차나 충전소 설치와 관련한 안전기준 및 규제는 전무하다. 소방당국은 지상 설치를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기차 주차 및 충전구역 설치 시 안전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장은 지상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득이 지하에 충전시설이나 주차장을 둬야 한다면 격리 방화벽을 세우고 감지센서나 카메라로 24시간 모니터링하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환기시설과 단열재 설치도 의무화가 필요하다. 전기차를 덮는 질식방화포나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 개발과 보급도 서둘러야 한다.
양평은 잘 보전된 자연환경과 전철,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 접근성 개선으로 안락한 전원 휴양 도시로 주목받으며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유튜브 등 각종 콘텐츠에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로 1위 제주, 2위 속초, 3위로 양평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평의 인기는 최고라 할 수 있다. 1966년 11만8천697명이던 양평군 인구는 1995년 7만603명까지 감소했고 이후 6번 국도 확장과 전철, 고속도로 개통으로 2010년에는 9만5천833명, 2015년 10만8천810명, 2020년 11만8천810명, 2024년 6월 말 12만7천921명으로 민선 8기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2년 동안 4천261명의 양평 인구가 증가하며 전국 군 단위 인구 수 1위를 기록했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출생인구 감소’와 ‘적은 인구 유입 및 전출 증가’로 볼 수 있다. 이에 출산 장려를 통한 인구 증가를 위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양평군도 출산장려금(첫째아 500만원, 둘째아 500만원, 셋째아 1천만원, 넷째아 2천만원) 지급, 첫만남 이용권, 출산장려행사(아기사진공모전, 동요제) 추진 등 출산 장려 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양평군은 인구 유입과 전출 방지를 위한 특별한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매월 개최하고 있는 ‘양평살이 설명회’는 신규 전입자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에게 쓰레기 배출, 대중교통, 공공기관 이용 정보 등을 비롯해 양평의 역사·문화와 더불어 먼저 전입한 주민의 양평 생활 경험담을 들려주는 유익한 설명회다. 올해는 12개 읍·면에서 ‘찾아가는 매력양평살이 설명회’를 개최해 각 읍·면의 특색을 담은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양평군은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양평살이를 돕고 있는 이장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이장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지역 공동체의 리더인 이장들에게 소속감과 적응력을 높여 책임감을 일깨움으로써 선후(先後) 주민이 함께 마을의 화합과 지역공동체 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다. 어울림 공동체 지원사업은 금년도 총 43개 공동체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장수체조, 김치 담그기, 아나바다, 오케스트라 활동 등 연령과 계층을 넘어 선후 주민이 조화롭게 참여하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사람과 자연, 역사, 문화를 더 알게 되면 자긍심이 생기고 이는 곧 내 고장에 대한 애향심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출산 장려 정책과 양평살이 설명회, 어울림 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애향심과 정주의식을 키워 인구 유입은 늘리고 전출은 방지하는 양평군의 정책은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국가적인 화두로 대두되는 요즘 주목할 만한 일임은 확실하다. 민선 8기 절반을 지나 후반기에는 양평~강상 교통소통사업, 양강 사랑 친수공간 조성, 양근강변길 특화거리 조성, 두물머리 국가정원 추진과 고향사랑기금 1호 사업인 추읍산 진달래·철쭉 관광자원화 사업을 비롯해 동부권의 정주 여건 개선과 농촌생활권 활성화를 위한 농촌협약, 채움사업 등 역점사업에 더욱 매진해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양평군을 만들어 갈 것이다.
최근 20대 여성 유튜버가 올린 소위 ‘36주 차 낙태 브이로그’ 영상이 준 충격은 상당하다.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란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해당 여성은 임신 36주 차의 만삭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낙태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일일이 영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특히 수술 후 이튿날까진 물 포함 금식이라 하면서도, 입원 당일 사온 김밥을 몰래 먹으면서 “조금 시큼하지만 괜찮다”며 맛 평가까지 하는 모습은 가히 엽기적이라 할 수 있다. 36주 차 태아는 폐와 간, 신장 등 주요 기관이 완전히 성숙해 자궁 밖에서 독립적 생존이 가능하다. 심지어 세상을 인지하고 소리를 들으며 고통까지 느낀다고 하니,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로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사실상 다 자란 아이를 꺼내 죽였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은 뼈아프다. 그리고 이런 영상이 마치 불치병을 극복한 성공담을 자랑하듯, 떳떳이 공개되는 현실에 여론은 들불처럼 분노했다. 수사기관 역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해당 여성은 영상을 내리고 잠적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낙태가 아닌 수술 집도의에 대한 살인죄다. 살인죄 성립이 가능할지를 떠나 낙태죄가 배제된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한 임산부와 의사’에게 적용되던 형법상 낙태죄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는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이며,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는 국가의 생명보호 수단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전체 임신 기간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낙태 금지 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회는 헌재가 정한 대체입법 시한인 2020년 말까지 관련 입법을 하지 않았고, 결국 2021년 1월1일부로 낙태죄는 완전히 효력을 상실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완벽한 사람의 형상을 갖춘 아이라 할지라도 배 속에 있는 한 언제든 낙태해도 문제가 없는 사실상 낙태의 무법지대가 펼쳐진 것이다. 잉태된 생명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저출산 위기를 외치는 모습은 코미디에 가깝다. 생명과 직결된 법이 공백상태에 방치된 건 국가적 비극이기도 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일하는’ 국회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