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金배추 사태 재연되나

올해도 ‘금(金)배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으로 피해를 입은 농경지가 늘면서 배추값이 폭등하고 있어서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무름병 등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상’등급 배추 도매가는 10㎏ 2만5천760원에 거래됐다. 1개월 전 9천880원에 비해 무려 160.7% 뛰었다. 한 달 만의 역대급 오름세다. 1년 전의 1만9천96원과 비교해도 34.9% 비싸다. ‘중’등급 배추 도매가도 10㎏에 2만2천920원이다. 1개월 전 8천880원과 비교해 무려 158.1%나 올랐다. 배추와 함께 중요한 김치 재료인 무 도매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에 2만9천320원이다. 지난달 1만2천900원에 비해 무려 127.3% 뛰었다. 대파 도매가도 1㎏에 3천250원이다. 지난달 2천76원과 비교하면 56.6% 상승했다. 이 같은 사태는 이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도달하기 전에 예고됐다. 태풍은 농작물 피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농지는 1천565.4㏊로 여의도 면적(290㏊)의 5배가 넘는다. 침수와 조풍(소금기가 있는 강한 해풍) 피해를 입은 농경지도 952.8㏊로 집계됐다. 최근 무름병 등 병해로 인한 공급량 감소도 배추값 폭등의 원인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여름 김치 품귀 현상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9월 초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올라 수급이 불안해졌다. 병해가 확산하면 작황 부진으로 배추값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배추값 상승에 더해 무, 대파, 양파 등 부재료 가격도 올라 김치 담그기 비용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치는 싫든 좋든 끼니 때마다 우리 밥상에 올라와야 한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살림살이만 팍팍해지는 요즘이다.

[지지대] 택배 없는 날

2021년 10월19일 새벽 로젠택배 이천터미널에서 50대 일용직 노동자 A씨가 숨졌다. 수도권 곳곳에서 첫 얼음이 관측된 추운 날이었다. 식사하고 업무를 재개한 지 몇 분 안돼 몸에 이상을 느낀 A씨는 주저앉았고, 이후 깨어나지 못했다. A씨는 앓고 있는 병이 없었다. 그는 3년 넘게 이곳에서 택배 상하차 및 스캔·분류 업무를 담당했다. 월요일엔 오후 7시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화요일부터 금요일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일했다. 근로계약서상 보장된 휴게시간은 1시간이었다. 밥 먹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해도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동료 노동자들에 따르면 밥 먹는 시간을 포함해 휴식시간은 15분 정도였다. 사고 당일에도 A씨는 15분 만에 식사를 마쳤고, 업무를 재개하자마자 쓰러졌다. A씨 사망 전후, 전국의 많은 택배노동자들이 과로로 숨졌다. 택배기사 10명 중 8명이 ‘나도 과로사할 수 있다는 걱정에 두려움이 크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택배노동자들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0시간이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특수고용직이다.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사업주와 개인 간 도급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여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때문에 정해진 노동시간, 휴가가 없다. 아파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자발적으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참아 가며 일한다. 택배기사들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 문제가 되자 고용노동부가 2020년 8월 주요 택배사와 매년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오늘이 네 번째 맞는 ‘택배 없는 날’이다. 주요 택배사들은 일요일인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모처럼 사흘간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업계 2위인 쿠팡의 노동자들은 쉬지 못한다. ‘택배 없는 날’에 불참하고 있어서다. 다른 택배노동자들이 쉬는 날, 쿠팡 노동자들은 오히려 물량 폭증으로 극한의 노동에 내몰리게 됐다.

[지지대] ‘바벤하이머’ 열풍

귀를 의심했다. 극과 극의 소재와 주제가 절묘하게 어울려서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반전인가. 치열한 통찰을 일깨워주는 메시지인가. 미국 극장가에서 ‘바벤하이머’ 열풍이 거세다. 바벤하이머는 두 할리우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합성어다. 정반대 성격의 두 영화는 같은 날 개봉했다. ‘바비’는 바비 인형이 소재다. 주인공 바비가 이상적인 ‘바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그레타 거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페미니즘과 현실 풍자를 가미했다. 분홍빛이 주를 이루는 밝고 화려한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작품이다. 얼개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을 만든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다. 인류 최초 핵무기 개발계획과 과학자들의 야망 및 철학 등을 담았다. 영화 개봉 후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바비와 핵폭탄이 투하된 장면을 배경으로 찍은 주연 배우를 합성한 바벤하이머 유행이 본격화됐다. 미국은 물론 급기야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상륙했다. 외신들은 두 영화의 조합에 대해 코미디 대 드라마, 인간 상상력의 가장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세계를 창조하는 것과 파괴하는 것의 대비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이라고 평했다. 영화사 측은 서로 다른 관객층을 겨냥해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개봉일을 같은 날로 잡았는데 바벤하이머 조합이 인기를 끌면서 흥행에 시너지를 내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에서 두 영화 포스터와 캐릭터를 결합한 ‘밈’도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파급 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어른들은 모르는 MZ세대만의 문법이다. 매일 쓸데없는 이념과 명분으로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도 묵직하다. 꼭 지구 건너편 남의 나라만의 얘기일까.

[지지대] 보이스카우트

감색 제복에 노란 손수건을 목에 두른 보이스카우트는 유년 시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보이스카우트는 소위 ‘조금 산다는 집’ 아이들이 가입할 수 있었다. 가입 회비도 있고 단복비와 기본 야영 장비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 살 어린 동생이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했을 때 너무나 부러워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동생이 ‘뒤뜰 야영’에서 단복을 입고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장면을 먼 발치에서 쳐다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보이스카우트는 1907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22년 중앙고보와 배재학교 학생 8명으로 창설한 조선소년군과 정성채가 발족한 조선소년척후대가 전신이다. 세계사무소는 국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4년마다 세계잼버리대회, 2년마다 세계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8월에 131개국 2만5천여명이 참가한 제17회 세계잼버리대회를 강원 고성군 신평벌에서 개최했다. 32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한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태풍을 피해 지난 8일 새만금을 떠나 경기도와 인천 등 전국으로 흩어졌다. 폭염과 태풍으로 인해 잼버리대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를 찾은 스카우트 대원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경기대와 명지대 등 도내 곳곳에 흩어진 스카우트 대원들은 폭염 속에서도 나름대로 잼버리를 즐기고 있었다. 대원들은 세계 청소년들과 서로의 문화를 교류한다는 큰 기대를 안고 한국을 찾았을 것이다. 그들의 ‘꿈과 희망’이 한심한 정치권의 ‘네 탓 공방’으로 일그러지지 않아야 한다. 도내 지자체들은 대한민국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나라였다고 그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온정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지지대] 한강에도 독도가 있다

독도(獨島)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외롭게 서 있지만 우리 민족의 늠름한 기상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강에도 독도가 있다. 한자로도 이름이 같다. 동명이도(同名異島)다. 김포시 걸포동에서 고양 방향으로 일산대교를 건너가다 보면 한강 하구 오른쪽에 있다. 위성지도 등에는 ‘형제섬’으로 표기됐다. 1872년 조선 후기 발간된 김포지도에도 표기돼 있다. 문헌을 좀 더 살펴보자. 이행 선생(1478~1534) 등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이 보인다.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동여도’에도 같은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조선시대 제작된 전국 팔도 군현지에도 김포군 소속의 섬으로 표기돼 있다. 1920년대까지는 과거 고양군을 연결하는 나루터와 민가가 있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한강의 독도를 품고 있는 김포시가 토지경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독도에 행정지번인 ‘걸포동423-19번지’가 적힌 표지판을 설치하고 ‘한강의 독도’ 알리기에 나섰다. 시는 표지판 설치를 시작으로 한강하천기본계획 변경 시 이 명칭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현재 이곳은 유실 지뢰 위험 등으로 출입할 수는 없다. 원래 이 섬에는 주민 40여가구가 어로작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걸포동 감암포에서 고양군 이산포로 가는 나룻배가 기착하는 포구도 있었다. 이후 1925년 대홍수로 마을 주민들이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한때는 고독한 섬이란 뜻의 ‘고도(孤島)’로도 불렸다고 한다. 김포 토박이인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의 기억은 명쾌하다. “갈대꽃이 아름답게 피는 섬을 뜻하는 ‘독도갈화’라고 부르던 김포팔경 중 한 곳입니다.” 동해의 독도와 함께 한강 하구의 독도도 지켜야 한다.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장난 삼아 ‘살인 예고’

온라인에 ‘살인 예고’ 글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 후 올라오기 시작해 3일 서현역 사건을 기점으로 폭증하고 있다. 경찰은 7일까지 ‘살인 예고’ 글 187건을 확인, 59명을 검거했다.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작성자 중 10대 청소년이 많다. A군은 5일 인스타그램에 “계양역에서 7시에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집에서 붙잡혔다. B군은 5일 트위터에 “오늘 에버랜드 가는데 3시부터 눈에 보이는 사람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다 죽일 겁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B군은 실제 어머니와 함께 에버랜드를 방문했고, 경찰 연락을 받은 어머니가 검문 중인 경찰에 아들을 인계했다. C군은 6일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도래울 2단지 상가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글과 흉기 사진을 올렸다가 붙잡혔다. 경찰은 “인천 부평 로데오거리에서 여자만 10명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도 붙잡았다. 부산에서 술을 마시다 “6일 서면 칼부림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린 20대 해군 장병은 헌병대로 넘겨졌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흉기 난동 예고 글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외출을 삼갔다. 경찰은 인파 밀집지 247곳 순찰에 경찰관 1만2천여명과 총기로 무장한 특공대(SWAT) 128명을 투입했다. 범행이 예고된 11곳에는 장갑차까지 배치했다.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대다수의 동기는 황당하다. 경찰 조사에서 “재미로 그랬다”, “장난 삼아서”, “친구들을 놀려주려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 “댓글이 궁금해서”, “술에 취해서”라고 진술했다.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경찰은 협박 혐의를 적용했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장난 살인 예고는 경찰력 등 사회적 자원 낭비가 크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무관한 사람이 범죄자로 오인받기도 한다. 외출을 자제한 탓에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살인 예고, 엄벌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지지대] 열 스트레스

극단적인 폭염에 매일매일 ‘열받는’ 날들의 연속이다. 35도 안팎의 숨막히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23명 나왔다. 사람잡는 살인적인 더위다. 폭염은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도 망쳐 버렸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10대 청소년들이 야영을 하며 각국 문화·전통을 체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축제다. 158개국에서 4만3천여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폭염으로 행사장이 한증막으로 변해 1천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현장은 ‘생존 체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4천500명의 대원을 파견한 영국이 먼저 철수했다. 미국 대표단도 떠났다. 폭염으로 ‘열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으로 국제표준화기구에 등록한 지수인 ‘습구흑구온도’를 말한다. 지수에는 기온과 습도·일사량·풍속 등이 함께 반영된다. 열 스트레스는 습도가 높을수록 높다. 온열질환자 수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기온이 오르며 인체가 받는 ‘열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8월 열 스트레스지수는 30.6도다. 온열질환 발생은 지수가 30도를 넘을 때 급증해 32도 이상 구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기상청은 온실가스가 현재와 큰 차이 없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개발이 확대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 근거하면 이번 세기 말(2081∼2100년) 열 스트레스지수는 35.8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극심한 열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기간은 평균 3.5일인데 이 시나리오라면 77.6일까지 계속 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반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감소하면 지수가 31.2도 정도로 억제된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높은 열 스트레스의 지속 기간은 27.5일이다. 폭염 같은 이상 기후는 반복되고 점증한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더운 지구’를 조금이라고 늦출 수 있게 너 나 없이 노력해야 한다.

[지지대] 중국의 심상찮은 기류

중국 정치권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관측되고 있다. 전 외교부장인 친강(秦剛)의 인사 문제 관련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으로 파악되고 있다. 1966년생으로 중국 내 베이비붐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1988년 국제관계학원 국제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외교부에 들어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외교부 대변인과 정보국 부국장 등을 지냈다. 2010년부터는 주영국 중국대사관 공사, 외교부 정보국장, 외교부 예빈국장, 외교부 부부장 등으로 재직했다. 2021년 7월에는 주미국 중국대사에 이어 올해 1월 외교부장에 올랐다. 그러다 7개월 정도 근무하고 갑자기 면직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외신은 중국 공산당이 친강 전 외교부장 운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과연 그럴까. 공산당 지도부 내 혼란을 피하고, 외교정책 차질 최소화 등을 위한 조치다. 외교부장에서 해임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연착륙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모호하다. 친강에 대한 조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소식통은 그를 외교부장에서 해임한 건 그의 부재에 대해 퍼져 나가는 추측과 루머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고 짚었다.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아직 국무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가볍게 넘길 부분이 아니다. 여전히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를 해임하고 후임 외교부장으로 전임자이자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원을 앉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건 그가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총 5명)과 공산당 중앙위원(총 205명)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해임은 세대교체를 계획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는 타격이다. 하지만 100년 전통의 중국 공산당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다. 그들을 이웃 나라로 두고 있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지대] 신뢰 잃은 공공 안전망

올여름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사건의 유형은 재해, 강력사건 등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생각보다 더욱 허술한 공공 안전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 블랙박스가 공개됐다. 손쓸 틈도 없이 밀려 온 급류에 14명이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생존자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은 충격적이다. 순식간에 물이 들어오고 생존자들은 천장 구조물을 잡고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이들이 생사를 걸고 탈출할 동안 공공 안전망은 무용지물이었다. 사건 조사가 진행되면서 청주 오성지하차도 참사는 속속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 하천 범람 전에 수차례 신고가 있었다. 지하차도 출입을 제한했더라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 경찰, 소방 등 공공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결론은 국민들에게 ‘내 안전은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신림동 묻지마 살인사건은 대낮에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에서 발생해 충격을 줬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20대 희생자가 성실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건 이후 삼단봉 등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결국 당하는 사람만 손해다. 누구도 나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호신용품의 인기는 그래서 더 씁쓸하다. 정부가 문제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대책은 세우지 못했다. 그동안 집단 경험상 사건이 터지고서야 호들갑 떨기 일쑤다. 진정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 가방 속에 삼단봉이, 차 트렁크에 고무보트 비치가 필수인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지지대] 입대한 아들에게 쓰던 인터넷 편지

딱 1개월 후? 입대해 기본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돼야만 받을 수 있었던 손편지 발효 기간이었다. 그땐 그랬다. 40년도 더 지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그 시절에는 휴가와 함께 힘겨운 군대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게 바로 손편지였다. 병영에 대한 언급은 철저하게 금지됐다. 군당국의 검열이 철저해서다. 잘못 썼다간 혼쭐이 나던 시절이었다. 필자의 아들이 군대를 갔을 땐 인터넷 편지로 바뀌었다. 육군훈련소 홈페이지나 국군 소통 애플리케이션 등에 접속해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면 군 간부들로부터 출력물을 전달받는 식으로 아들에게 전해졌다. 이 제도가 처음 시작된 건 지난 2007년이었다. 하루에 한 차례씩 인터넷에 들어가 편지를 쓰다 보면 아들의 얼굴이 모니터에 겹쳐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물론 남친을 군대에 보낸 여성들도 자주 이용했겠다. 아들도 어쩌면 아버지의 인터넷 편지보다는 여친의 편지를 더 기다렸을 터다. 그랬던 인터넷 편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는 15일부터다.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이 휴대전화 사용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게 됨에 따라 인터넷 편지를 출력해 전달하던 것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육군의 최근 정례 브리핑 내용이다. 병무청도 육군·해군·공군·해병대 입영 대상자에게 신병교육기간에도 주말과 공휴일 1시간씩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입영할 때 휴대전화와 충전기 등을 지참하라고 안내했다. 사회와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던 인터넷 편지의 수명이 끝난 셈이다. 다만 해군과 공군은 당장은 인터넷 편지를 없앨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볼펜을 꾹꾹 눌러 쓰는 손편지에선 그리운 이의 체온이 느껴졌다. 인터넷을 통해 받는 편지에도 애틋한 낭만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바뀐다는 느낌은 베이비붐 세대만의 시답잖은 생각일까.

[지지대] 폭염속 다시 코로나

폭염에 연일 헉헉댄다. 사무실과 집에서 에어컨을 종일 틀 수밖에 없다. 목이 아프고 머리가 띵하다. 냉방병인가? 목이 더 아프다. 감기인가 생각하고, 동네병원에 갔다. 의사가 요즘 냉방병과 감기가 많다며 약을 처방해줬다. 감기약을 먹었는데도 목은 더 아프고, 컨디션도 좋지 않다. 뭔가 심상치않음을 직감했다. 다음 날 다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예상대로 코로나19 확진이다. 두 번째인데도, 일주일 이상 꽤 힘들었다. 최근 한여름 폭염 속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가 6월1일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고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해제할 당시만 해도 주간 확진자 수는 12만명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7월 3주 차엔 25만3천825명으로 2배를 넘어섰다. 경기도에선 7월 4주 차(17~23일) 신규 확진자가 5만8천867명 나왔다. 전주 대비 1만5천964명 늘어난 수치다. 숨은 감염자를 감안하면 실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요즘 병·의원마다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아침부터 붐빈다. 편의점과 약국에선 진단 키트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위기단계 하향 직후 안정적이던 확진자 수가 3주 뒤부터 늘더니 4주 연속 증가해 하루 4만명을 웃돈다.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전파를 촉진하는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플루엔자까지 확산해 질병관리청은 마스크 착용과 개인방역 수칙을 강조하지만 버스·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에도 8월 중 위기단계를 독감과 같은 수준인 4급으로 낮출 방침이다.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풀리게 된다. 코로나 검사·치료비는 환자 부담이다.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방역 경계심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방역 완화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감염 추이를 보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지지대] 결혼 증여 확대

자녀를 결혼시키는 친구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한결같이 돈 걱정을 한다. 서울은 어렵고, 수도권에 전셋집을 얻으려 해도 수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의 도움 없이 예비부부들은 전셋집 마련이 힘들다. 부모들은 자신의 노후자금의 일부를 떼어 주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녀한테 재산을 증여할 때, 5천만원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는다. 앞으로는 추가로 1억원을 ‘세금 없이’ 더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1억5천만원씩 받는다면,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3억원을 받으면 증여세를 2천만원 내는데 내년부터는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할 세금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총 4년간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재산 가운데 1억5천만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혼인 촉진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올해 평균 결혼비용은 3억3천50만원에 달한다. 이 중 2억8천만원이 집 마련에 든다고 한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한해 공제 한도를 높인 이유는 결혼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3억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비용 부담이 줄면 결혼을 더 많이 하고, 아이를 많이 낳아 저출산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겠냐는 장밋빛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논란과 비판이 크다. ‘1억5천만원을 세 부담 없이 부모에게 물려받으라’는 내용은 씁쓸하다. 이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다. 자녀가 결혼한다고 양가 합쳐 3억원을 내줄 수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지원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가 몇명이나 될까. 자녀에게 줄 돈이 많은, 부모에게 받을 돈이 많은 특정 계층에게만 세제 혜택이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서민 감세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부자 감세’고, 부의 대물림이다. ‘부모 찬스’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에 기회 불평등만 커지게 된다.

[지지대] ‘모나리자’ 모호성

살짝 웃는 얼굴일까, 화가 난 표정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를 들여다 보면 드는 느낌이다. 애매하고 모호하다. 요즘 지구촌의 경제 흐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장인지, 퇴행인지가 좀처럼 구분되지 않아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으로 이런 표현을 썼다.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하던 2022년 상반기였다. 앞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도 이런 상황을 예고했다. 시장경제의 성공은 인정하지만 불안정, 비효율, 사회적 불평등 등을 불러온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의 시대라고했다. 우리 경제도 ‘모나리자 모호성’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 동인으로 코로나19를 비롯해 글로벌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기 방향성 혼란, 부문별 수출경기 격차 등이 경제 흐름의 모호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와 미래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가 일관되지 못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對)중국·반도체 수출이 부진하지만 이들 부문을 제외한 수출은 양호한 수준인 점도 지적됐다. 6월 수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중국 수출은 19.0% 줄었지만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수출은 2.2% 감소에 그쳤다. 산업별 경기 양극화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5월 생산지수의 경우 제조업은 106.7이지만 서비스업은 115.0에 달하는 등 산업별로 상이한 업황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는 외수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민감하다. 이 때문에 내수 지향적 특성을 갖춘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긴 우리 사회에서 방향성을 상실한 분야가 비단 경제뿐일까.

[지지대] 뽀로로 20주년과 쿠로미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가 스무 살이 됐다. 그 출발이 2003년 6월 EBS에서 방영한 것이라고 하니 세월 참 빠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등 130여개국에서 방영된 글로벌 스타 뽀로로의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EBS에서는 20주년 특집 방송, 공연계에서는 20주년 스페셜 뮤지컬이 열리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뽀로로 20주년 기념우표 80만장을 발행하기도 했다. 뽀로로 20주년을 놓고 다양한 시선과 기대가 있다. 지난해 8월 만났던 캐릭터 기업 대표의 말이 생각난다. “내년이면 뽀로로가 20주년을 맞는다. 뽀로로를 보고 자란 세대가 성인이 됐다는 것인데, 이들이 과연 뽀로로 관련 캐릭터를 구매할지에 대해 캐릭터 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켓몬스터 캐릭터의 인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포켓몬빵이 품절되는 것은 아이들뿐 아니라 포켓몬을 보고 큰 ‘키덜트’가 있기 때문인데, 과연 뽀로로도 포켓몬처럼 키덜트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느냐가 업계의 관심이라는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뽀로로 20주년을 바라보면서 과연 키덜트들에게 뽀로로가 얼마나 어필했는지 생각해본다. 애초 유아에게 초점이 맞춰진 캐릭터이다 보니 성인들에게까지 확장성을 가지기에는 어려움도 있을 터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에 눈길이 간다. 1960년 설립된 기업으로 우리나라에선 ‘헬로키티’만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마이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 시나모롤 등 다양한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캐릭터 역시 모두 2000년대 초반, 또는 그 이전에 나온 캐릭터인데 다시금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놀랍고도 부럽다. 우리나라에서도 키덜트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까. 최근까지 화제를 모았던 ‘티니핑’은 20년 후 성인들에게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뽀통령의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지지대] 애그플레이션의 경고

세계 최대 증권회사가 예언했다. 농산물 값이 오르면 물가 오름세로 이어진다고 말이다. 2007년 얘기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요즘이 딱 그렇다. 최근 잇따른 농산물 값 급등으로 애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가 그래서 무섭다. 이 용어를 처음 쓴 건 메릴린치다. ‘세계 농업과 애그플레이션(Global Agriculture&Agflation)’이라는 보고서에서다. 농산물 값과 일반 물가의 반갑잖은 조합은 그렇게 탄생했다. 극한호우 피해가 농산물 값 인상에 영향을 미치면서 밥상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시금치와 상추, 오이 등의 값이 뛰고 있어서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전반적인 물가 오름세로 이어질 조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시금치(상품) 도매가격은 4㎏에 5만4천780원이다. 한 달 전 1만7천170원과 비교해 219.0% 뛰었다.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일에는 4㎏에 3만6천420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만에 50.4% 올랐다. 시금치 도매가격도 유독 농산물 가격이 비쌌던 시기인 1년 전의 5만460원보다 8.6% 비싸다. 평년(2만4천769원)과 비교하면 121.2% 올랐다. 적상추(상품) 도매가격도 비슷하다. 4㎏에 5만7천40원으로 한 달 전 1만9천345원보다 무려 194.9% 올랐다. 청상추(상품)도 4㎏에 5만5천920원으로 한 달 새 193.3% 올랐다. 오이도 100개에 6만2천325원으로 한 달 전(4만625원)과 비교해 53.4% 뛰었다. 얼갈이배추는 4㎏에 1만2천980원으로 한 달 전(6천105원)보다 112.6% 상승했다. 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 서민들에게 무서운 청구서가 가을보다 먼저 날아올 판이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지지대] ‘외로운 늑대’형 범죄

늑대는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닌다. 간혹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다니는 늑대도 있다. 이를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표현한다. 무리에서 이탈한 늑대는 단독 사냥을 하는 등 생활이 고달프기 때문에 무리에 속한 늑대보다 공격적이다. 혼자 살고, 혼자 일하기를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외로운 늑대’에 비유한다. 따돌림이나 배척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인 외톨이가 많다. 본인이 스스로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고립형·은둔형이 외로운 늑대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2010년대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 인종주의 등 극단주의 사상을 가진 단독 테러범들을 서구권 국가에서 ‘Lone Wolf’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 ‘외로운 늑대’ 하면 독립 테러범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외로운 늑대들의 크고 작은 테러가 지구촌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뚜렷한 동기 없이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묻지 마 범죄와 달리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사회 분노를 표출하면서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묻지 마 살인’의 범인이 외로운 늑대형인 경우가 있다. 21일 서울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도 그렇다. 범인 조모씨는 10여분간 140여m를 뛰어다니며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했다. 조씨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서” 칼을 휘둘렀다고 했다. “살기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 난 쓸모없는 사람이다. 반성한다”고 했다. 어떤 말로 변명해도 용서할 수 없는 흉악범죄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증오를 내뿜고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인명을 살상했다. 묻지 마 살인·폭력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이제 맘 놓고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외로운 늑대는 사회 병리현상 중 하나다. 불평등 심화 등 오랜 기간 불만과 분노와 일탈이 누적돼 나타난 결과물이다. 치안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런 강력범죄가 양산되는 사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지지대] 교권침해 보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죽은 단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스승의 권위는 없다. 존경도 없다. 교사들은 온갖 모욕과 수난을 겪는다. 견디다 못한 교사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교단을 떠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심각하다. 교사가 교단에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렵다. 수업시간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수업을 방해한 아이를 훈계했다고 학부모로부터 자녀 정서를 학대했다고 고소 당한다. 숙제하지 않은 학생을 호명했다고, 아이를 낙인찍었다며 항의 받는다. 수업 중 자리를 바꿔 앉은 것을 지적하는 교사에 학생이 ‘지X하네’ 말하는 등의 폭언도 낯설지 않다. 무너지는 교권에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도움이 못된다. 학부모의 무차별적 폭언과 갑질에 정신은 병들고, 학생들의 폭언·폭력에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권 침해는 소수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다. 매 학기, 어느 학교에서나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교권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자 ‘교권침해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크게 늘었다. 교권침해 보험은 한 손해보험이 운영하는 ‘교직원안심보험’에서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다. 원래는 교사가 업무 중 배상책임을 지게 될 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인데, 교권침해가 늘며 학생·학부모에게 폭언·폭행을 당하는 경우 ‘위로금 명목의 보험금 100~300만원을 정액 지급하는 특약이 신설됐다. 2018년 출시된 보험의 교권침해 특약에 가입한 교사는 2018년 1천477명, 2019년 4천283명, 2021년 6천739명에 이어 2022년엔 8천명 가까이 됐다. 2019년에는 위로금 수령 교사가 30여명이었으나 지난해까지 누적 300명 넘는 교사가 위로금을 받았다. 무너지는 교권에 최후의 방편으로 교권침해 보험까지 들어야 하는 게 요즘 학교다. 최근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이초 1학년 담임교사를 추모하고,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거리로 나온 교사들은 “교사가 교권침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이 현실이 정상이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지지대] ‘근화창가’

‘조선의 자랑’, ‘을지문덕’, ‘강감찬’, 새벽빛‘, ’어머니의 사랑‘.... 나라를 빼앗겼을 때 울분을 담아 불렀던 곡들이다. 겨레의 꽃을 노래한다는 뜻의 ‘근화창가’ 제1집에 실렸다. 아직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담았던 노래라면 단연 ‘울 밑에 선 봉선화’다. ‘울 밑에 선 봉선화’와 달리 근화창가에 실린 곡들은 잊혀졌다. 조선총독부가 항일정신이 담겼다며 철저하게 금지해서다. 일제의 서슬이 퍼렇던 1932년이었다. 이후 출판기록으로만 전해져 오다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고(故) 노동은 교수 유족이 평택시에 기증하면서다. 지난해는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는 평택 한국근현대음악관이 보유하고 있다. 창가는 일제강점기 일본 및 서구 음악에 맞춰 제작된 장르였다. 주로 계몽적인 뉘앙스의 노랫말과 씩씩한 느낌이 난다. 근화창가 제1집에 수록된 노래들도 그렇다.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21년이었다. 민족운동가인 노영호 선생이 편찬했다. 이런 가운데 평택시가 근화창가의 국가등록문화재 승격을 추진 중이다. 평택시는 이를 위해 11월9일 한국근현대음악관에서 근화창가 연구 성과와 가치를 주제로 학술대회도 연다. 학술대회를 통해 근화창가를 포함해 근대 음악문화유산으로서의 학술·역사적 가치도 조명한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로 음악관 소장 자료의 가치를 알리고 학술대회 자료를 추후 근화창가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김수현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이들 창가는 조선의 산수를 묘사한 노래가 담겨 당시 애국가 대신으로라도 부르려고 했던 노래들이다. 근화창가는 전국 어디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곳이 없는 희귀본이고 조선총독부가 금지처분을 내릴 정도였던 노래가 담긴 근대문화유산이다. 창가 형식이지만 민족의 저항정신이 오롯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지지대] 공교육의 책임이 우선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우는 곳. 바로 학원(學院)이다. 흔히 사교육이라고 한다. 사교육은 일찍부터 시작한다. 자녀가 만 5세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어떤 부모가 자녀를 유치원 때부터 소위 ‘학원 뺑뺑이’를 시키고 싶겠나. 유치원이 오후 1~2시면 끝나다 보니 맞벌이 부부에게 이 같은 학원은 사실상 필수적이다. 일부는 “유치원에 오후 늦게까지 자녀를 맡기면 되지 않나”라고 되묻기도 한다. 물론 유치원에서 늦은 시간까지 자녀를 맡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자녀가 몇 시간 동안 친구들 없이 혼자 유치원에 남아 TV를 본다고 생각하면, 유치원에 남기느니 그냥 학원에 보내는 게 맘 편하다. 이처럼 일찍부터 학원에 익숙해진 아이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아이들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길다. 사실상 제2의 학교인 셈이다. 물론 유치원 때처럼 피아노나 태권도 등 예체능이 아닌 국어, 영어, 수학,과학 같은 교과목 관련 학원을 오가는 점이 다를 뿐이다. 왜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답은 뻔하다. 초등·중학교 때는 공교육에서 아이들을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보살펴 주지 못하고 중·고등학교 때는 공교육에서 충분한 교육을 시켜줄 것이란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그 보살핌과 신뢰는 누가 해줘야 하는가. 정부다. 정부는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다한다면 학원은 자연스레 줄어들고, 출산율도 올라갈 것이다. 정부가 최근 ‘사교육 카르텔’을 겨냥한 강경한 입장을 연일 쏟아낸다. 단순히 카르텔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왜 대한민국이 사교육이 필수적인 사회로 바뀌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지대] 극한호우

하늘을 올려다보기가 무섭다. 비가 내려도 너무 내려서다. 요즘 내리는 비를 기상당국은 극한호우(極限豪雨)로 명명했다. 몹시 심한 강도로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비를 뜻한다. 강우량으로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이 동시에 관측될 때를 가리킨다. 단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를 넘으면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 기준은 시간당 30㎜인데 극한호우는 그 2배가 넘는다. 이 같은 호우가 처음 내린 시기는 올해 7월11일이었다.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등지에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앞서 이날 오후 3시30분께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동작구 등지에 한 시간 동안 72㎜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국민의 안전 및 생명 보호를 위해 올여름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발송 지역은 이 같은 호우가 내리는 읍·면·동이다. 문자를 받으면 곧바로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시간당 강수량이 50㎜를 넘으면 하수관 역류나 지하건물의 침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번 호우로 전국에서 7월17일 오후 11시 기준 41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실종됐다. 특히 충북·경북권에는 지난 13일부터 사흘여 동안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훨씬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아직 7월 중순이다. 그런데도 호우 사망·실종자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중소기업, 전통시장 상점 213곳이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에서 6천255가구 1만570명이 대피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제발 그만하자. 당국은 천재지변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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