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닌다. 간혹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다니는 늑대도 있다. 이를 ‘외로운 늑대(Lone Wolf)’라고 표현한다. 무리에서 이탈한 늑대는 단독 사냥을 하는 등 생활이 고달프기 때문에 무리에 속한 늑대보다 공격적이다.
혼자 살고, 혼자 일하기를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외로운 늑대’에 비유한다. 따돌림이나 배척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인 외톨이가 많다. 본인이 스스로 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고립형·은둔형이 외로운 늑대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2010년대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 인종주의 등 극단주의 사상을 가진 단독 테러범들을 서구권 국가에서 ‘Lone Wolf’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 ‘외로운 늑대’ 하면 독립 테러범과 동의어로 인식된다. 외로운 늑대들의 크고 작은 테러가 지구촌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뚜렷한 동기 없이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묻지 마 범죄와 달리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사회 분노를 표출하면서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묻지 마 살인’의 범인이 외로운 늑대형인 경우가 있다. 21일 서울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도 그렇다. 범인 조모씨는 10여분간 140여m를 뛰어다니며 시민을 무차별 공격했다.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했다.
조씨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서” 칼을 휘둘렀다고 했다. “살기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 난 쓸모없는 사람이다. 반성한다”고 했다. 어떤 말로 변명해도 용서할 수 없는 흉악범죄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증오를 내뿜고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인명을 살상했다.
묻지 마 살인·폭력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이제 맘 놓고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외로운 늑대는 사회 병리현상 중 하나다. 불평등 심화 등 오랜 기간 불만과 분노와 일탈이 누적돼 나타난 결과물이다. 치안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런 강력범죄가 양산되는 사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