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 전선의 최일선에 선 인천의료원. 그 인천의료원이 무너질 위기다. 코로나19가 끝나 지난 5월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인천의료원을 떠난 일반 환자들이 각종 선입견 때문에 찾지 않으면서 환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인천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3.4%에서 현재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1개월에 23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의료원이 2년3개월여간 코로나19 환자만을 다루다 보니 전문의 이탈이 심각하다. 신장내과를 비롯해 유방외과, 내분비외과 등은 전문의 부족으로 휴진 중이다. 지속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 정형외과 등 다른 과목에서도 진료과에 의사 1명만 있는 등 전문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은 또다시 환자들이 찾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것 때문에 전국이 뜨겁다. 하지만 인천은 이마저 반갑지 않다. 지방을 중심으로 의대 정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방이면서도 수도권에 묶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정원 확대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인천에는 인하대와 가천대에 의대가 있다. 정원은 각각 49명, 40명이다. 인천의 인구 1만명당 의대 정원은 0.3명으로 전국 평균(0.59명)보다 낮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에선 국립대인 인천대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공공의대를 나온 의료인력이 인천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고, 그 사이 인천의료원 등의 의료진 처우 개선이 이뤄지면 인천의 공공의료가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인천의 치료 가능 사망자는 51.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적절한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생존했을 사망자다. 이젠 글로벌 도시답게 인천도 탄탄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가끔 잊고 살 때가 있다. 엄연한 팩트를 말이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도 그렇다. 이 나라를 통치하는 집단은 공산당이다. 햇수로 벌써 74년째다. 요즘 중국에서 이 나라의 정치 현실을 엿보게 해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궈멍(中國夢)’으로 압축되는 ‘시진핑 사상’ 일깨우기가 그것이다. 정식 명칭은 ‘문화에 관한 시진핑 사상’이다. 외신은 중국 관리들이 앞다퉈 이 사상의 이행을 선언하고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 7~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선전사상문화 공작(업무) 회의에서 처음 공개됐다. 시진핑 주석은 이 회의를 통해 선전, 이념, 문화 시스템 등이 혁신적 이론으로 무장하고 인민을 교육하는 주요 정치적 임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중국 전역에서 관련 설명회가 잇따르고 있다. 문화와 선전 담당 기관 수장들은 칭송하며 이에 맞춰 향후 업무계획을 세우겠다고 요란을 떨고 있다. 국제 여론을 얻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 우호적인 친구들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다. 우리의 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하는 문화여유부도 가세했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이며 집중적인 연구를 촉구했다. 그에 따른 결과는 구체적인 행동과 프로젝트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당의 역사·문화적 자신감이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칭송도 나왔다. 시진핑 사상의 핵심은 무엇일까. 알맹이는 거의 없다. 현란한 용어들의 포장만 그럴듯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 외교, 군사, 환경, 법률 등의 분야에 이은 여섯 번째다. 사회주의 국가가 다 그렇지만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다. 지도자가 설정되면 일사불란하게 나가는 모습이 딱 사회주의 국가의 전형이다. 올해는 시진핑의 야심작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발표된 지 10주년이다. 그래서 더욱 집착하는 걸까.
잠자기 전 주문하면 아침에 눈뜨기 전 문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이 인기다. 샛별배송·로켓배송·쓱배송 등 업체마다 밤 사이 배송 전쟁을 벌인다. 소비자들은 편리하지만 유통업계의 더 빨리, 더 더 빨리가 많은 택배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았다. 지난 13일 배송 노동자 한 명이 또 사망했다. 새벽 4시44분께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박모씨(60)가 쓰러진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119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쓰러진 박씨의 머리 맡에는 미처 배송을 못한 쿠팡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박씨의 이날 근무시간은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박씨의 심장이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해져 있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300g 정도인데 숨진 박씨의 심장은 800g가량으로 커져 있었다고 한다. ‘심장 비대’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야 배송 등 장시간 노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씨의 빈소는 안양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그의 가족은 “누구 하나 ‘저희 책임이다.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 없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쿠팡 측은 “개인사업자”라는 입장문을 냈다.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간접고용 방식으로 운영하는 배송 직군이다. 지난 4년간 노동자 13명이 쿠팡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4월 발표한 ‘CLS 노동자 노동실태 조사’를 보면,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9.7시간, 주 5.9일을 일해 과로에 시달렸다. 이들이 과로로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클렌징 제도’다. 수행률을 달성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일을 주지 않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CLS 대표를 국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달라며 12일부터 100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정부와 국회는 장시간 노동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 택배노동자의 죽음을 방관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군대에 안 가는 사람도 상당수다.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중에 군대에 가지않은 사람이 많아,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 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컸다.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된다는 부모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게 좋다고 말한다. 20대 남성에게 군대는 큰 스트레스다. 군대에 가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1973년 박정희 정부 시절 병역 특례 규정 법률이 제정됐다. 현재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와 31개 국제 음악 및 무용 경연대회 2위 이상, 5개 국내 예술 경연대회 1위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축구와 야구 대표팀 대부분 선수들이 연금 수령과 함께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다. 축구대표팀의 경우 22명 중 2명을 제외한 20명, 야구대표팀은 19명이 병역 특례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 복무를 앞두고 병역 특례에서 빠진 대중문화 분야에 대한 형평성 시비가 일더니, 올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의 병역 혜택이 도마에 올랐다. 국방위 국감에서 임병헌 의원은 ‘금메달보다는 병역 특혜에 관심이 많은건 비정상적’ ‘야구, 축구의 경우 선수를 짤 때 미필자 중심으로 짜는 경향’ 등을 지적했다. 성일종 의원은 ‘오스카, 빌보드어워드, 그래미어워드 등에서 우승한 사람은 병역 특례에서 제외돼 있다’며 형평성을 지적했다. 국방의 의무가 있지만 어느 사회든 예외가 있다보니 논란이 생긴다. 예외에는 수긍할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초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급감하고 있다. 체육·예술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게 시대적 요구에 맞는지 아닌지, 종합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대한 선전포고로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 그랬다. 4년 남짓했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병사 등 90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이후 또 한 차례의 전화(戰禍)가 지구촌을 덮쳤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 동안이었다. 30개국 이상에서 1억명이 넘는 군인이 참전했다. 사망자는 군인을 포함해 6천만명에서 1억1천800만명이다. 사상 최악의 참사였다. 20세기 전반기는 이 두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존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전쟁을 놓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탄약발(發) 인플레이션’이다. 서방 국가들은 연일 치솟는 국방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탄약가격 급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안보 지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점화된 경기침체가 물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정은과 푸틴의 협상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외신은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주에 기반을 둔 정찰 자산과 미사일 기술 등에 탄약 관련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유럽 국가들은 “장비와 탄약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장비나 탄약 등에 점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고 국방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느라 155㎜ 포탄을 하루에 최대 1만발까지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토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가 포탄을 서방이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공격이 단행됐다. 한 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지구촌 전체가 영향권에 든다.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 중이라고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고, 모든 것이 기쁘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카이다이브 시카고 공항에서 ‘104세’라는 세계 최고령으로 스카이다이빙을 성공한 도로시 호프너의 소감이다. 그리고 호프너는 도전 이후 ‘세계 최고령 스카이다이빙’의 기네스협회 공식 인증을 기다리던 중 이달 9일(현지시간) 영면에 들었다. 105세가 되는 오는 12월 생애 첫 열기구를 타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을 뒤로한 채 말이다. ‘스카이다이브 시카고·미국 낙하산협회’ 대변인은 호프너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호프너는 인생의 스릴을 만끽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독신으로 살며 평소 보조 보행기에 의지해 생활했던 호프너는 4년 전인 100세 때 스카이다이빙에 처음 도전했고 결국 두 번째 도전한 스카이다이빙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새 역사와 함께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모든 일에 있어 늦은 때는 없다’는 소중한 사실 하나를 남겼다.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사회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촉발된 신(新)중동전쟁까지 더해져 세계는 급속도로 얼어 붙고 있다. 전 세계는 그야말로 각자가 놓인 패닉 상태에 불안정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들고 있다. 국내 정세는 어떤가. 정쟁만 남은 정치에 매일 치솟는 물가, ‘빚’ 그늘에 누워 있는 청춘들까지. 기존의 것을 방어하기에도 벅차다는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어찌 보면 사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처럼 도전의 시발점은 바로 지금이 적기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정쟁을 끝내고 민심을 아우르는 새로운 인물을 선택하는 도전이 세상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 새로운 도전에 때가 늦음은 없기 때문이다. 호프너가 전한 교훈처럼 말이다.
그냥 걸었다. 초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들이 어지럽게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때였다. 시선을 확 끄는 문구가 보였다. 반가웠다. 푯말에는 분명히 ‘5개에 1천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웬 횡재인가. 한걸음에 달려가 덥석 집어 들었다. 그리고 셈을 치렀다.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개수는 맞는데 크기는 확 줄어들어서다. 어른 손바닥보다도 작았다. 가슴 한편에서 찬 바람이 쌩 불어 왔다. 뜻 모를 배신감도 엄습했다. 필자가 며칠 전 퇴근길에 겪었던 붕어빵 이야기다. 알아 보니 붕어빵 상인의 처지도 이해할 순 있었다. 날이 밝으면 물가가 오르고 재료값도 껑충 뛰는데,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가격 인상 대신 선택한 게 크기 줄이기였다고 한다. 단가를 낮추는 대신 슬그머니 줄인 크기만큼 씁쓸했다. 꼼수 인상인 셈이다. 붕어빵 가격은 앞서 지난해 겨울 2개에 1천원 수준으로 껑충 뛴 바 있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겨울이었다. 당시 인상폭은 그전에 비해 무려 50%에 육박했다. 최근 한국물가정보가 고시한 자료에 따르면 붕어빵 재료로 쓰이는 붉은팥(대부분 수입산)은 800g당 평균단가가 6천원이다. 5년 전 3천원보다 100%, 1년 전 5천원보다는 20% 껑충 뛰었다. 붕어빵틀 제작기계 주문량도 지난해에 비해 배로 늘었다. 일반 붕어빵과 미니 붕어빵 기계 판매량이 4 대 6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경기불황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끝없이 치솟고 있는 요즘이다. 하룻밤만 자고 시장에 나오면 물가가 올라 있다. 김밥과 함께 라면 한 그릇 먹는 데도 1만원이 든다. 고물가에 먹거리 인심도 쪼그라들고 있다. 모든 게 뛰는 데 붕어빵이라고 예외일 순 없겠다. 하지만 서민들의 간식거리까지 인상되니 마뜩잖다. 하긴 오르는 게 어디 붕어빵뿐이겠는가.
많은 젊은 여성이 일과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도 예전보다 늦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의 2022년 혼인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여성도 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에 아이를 원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난자 동결’ 시술이 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매년 높아지는 가운데 난임 우려까지 겹치며 건강할 때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시술이다. 비용은 회당 250만∼500만원 수준이다. 차병원그룹 난임센터에서 취합한 미혼 여성의 난자 동결보관 시술 건수가 누적 4천563건을 기록했다. 난자 동결보관 시술은 2015년 72건이었으나 2021년 1천건이 넘었고 지난해에도 1천4건을 기록했다. 시술은 노산 기준이 되는 만 35세를 전후해 많다. 지난해 시술 건수의 69.3%가 35세 이상이다. 난자 동결 보관은 추후 임신을 고려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으로, 원할 때 해동 뒤 체외수정 시술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30세 이후 감소해 35세 이후부터 난임·불임 확률이 커지고 당뇨병·고혈압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때문에 젊을 때의 난자를 동결 보관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난자 동결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난자 동결 시술에 2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30∼40대와 질환 등으로 조기폐경 가능성이 있는 20대가 대상이다. 하지만 사회·윤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이견이 적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는 “의학적 이유에 의한 난자 동결을 지원하는 외국 사례는 있지만, 사회적 이유에 의한 지원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독일이나 영국은 의학적 치료에 한해 지원한다. 난자 동결을 단순한 우려나 걱정으로 ‘보험’처럼 보관하기보다 개인의 조건과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한폭탄은 늘 불안하다. 언제 터질지 몰라서다. 물론 미리 입력된 타이머에 따라 작동되겠지만 폭발은 그 시점을 입력한 특정인만 알 수 있다. 요즘 중국 경제가 딱 그렇다. 이 나라 성장엔진이 작동을 멈추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가의 넓이나 인구 등을 감안하면 충격 그 자체다. 지구촌 경제성장의 40%를 차지하는 나라가 코로나19 이후 부채 문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어서다. 더구나 경기 회복도 더뎌 이 같은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에도 진입했다. 이 나라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세계 경제에 위험이 닥친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최근 중국의 수출이 3개월 연속, 수입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의 침몰을 알리는 지표들은 차고 넘친다. 지난 25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동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토머스 그리셤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브라질산 대두부터 미국산 쇠고기, 이탈리아제 사치품은 물론 석유, 광물 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권 거래가 중단되는 등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규모만 헝다의 4배로 대량 실업 위기도 우려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채권 총 잔액 규모는 157억200만위안(약 2조8천700억원)이다. 이 중 만기가 가장 이른 건 사모채권이다. 채권 종류에 따라 10월19일, 연말, 내년 초 등에 만기가 도래한다. 중국 정부가 긴장하는 까닭이다. 더 불안한 대목은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부동산 및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태가 꼭 중국에만 적용되는 상황일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추석인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주제는 민생. 당면한 경제 문제로 저출산 위기, 기업·가계부채, 살인적 물가, 이념 가치 논쟁, 에너지 전략 부재 등을 꼽았다. 그의 영수회담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과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제안했지만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콧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꼽았다. 한 총리는 지난달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윤 대통령에게 말한 바 있으며 ‘현재 여건이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심중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의 공세가 파죽지세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무죄’로 여기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홍익표 원내대표), “실체도 없는 ‘사법 리스크’를 핑계로 제1야당을 부정하고 민생을 내팽개칠 작정인가”(강선우 대변인). 이제 야당이 주장한 검찰독재의 시간은 가고 실체적 진실은 사법부의 몫이 됐다. 윤 정부의 입법 추진 현황(8월 기준)을 보면 국회 제출 법안은 211건. 이 중 60건만 통과되고 151건이 계류 중이다. 하반기에도 156건을 추가 제출할 계획이다. 결과만 본다면 다수당인 민주당의 몽니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생 현안 논의 제안은 환영받는다. 하지만 번지수가 잘못됐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가 아니다. ‘사심(私心)회담’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국회는 민생에 충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단풍잎돼지풀의 친정은 캐나다다. 6·25전쟁 때 이 땅을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건 1964년이다. 키는 3m를 넘길 정도로 훤칠하다. 사촌뻘인 돼지풀은 아무리 커야 1m를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번식력도 강하다. 한꺼번에 종자를 5천개씩 생산할 정도다. 개체군 밀도도 높다. 아미노산 등 농작물을 먹여 살려야 하는 토양의 각종 영양소를 독식한다.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이로운 게 단 하나도 없는 생태계 교란종 식물이다. 이런 단풍잎돼지풀만 먹고 사는 곤충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단풍잎돼지풀과 고향도 같다. 단풍잎돼지풀보다 40여년 늦게 이 땅에 들어왔다. 어떤 경로로 한반도를 밟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서 이름도 돼지풀잎벌레다. 기후변화에 따라 개체수가 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딱정벌레목 잎벌렛과에 속한다. 황갈색을 띠며 흑갈색 세로 줄무늬가 있다. 이런 가운데 돼지풀잎벌레로 단풍잎돼지풀을 제거할 수 있다는 논문이 학계에 보고됐다. 한국습지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환경부 국립생태원과 공주대 생명과학과 연구진은 단풍잎돼지풀을 생물학적으로 방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돼지풀잎벌레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2016~2020년 공주대와 금강 주변에서 돼지풀잎벌레 섭식활동을 관찰한 결과다. 107과 식물 가운데 단풍잎돼지풀 등을 주로 먹었다. 산란도 단풍잎돼지풀에서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돼지풀잎벌레를 생물학적 방제수단으로 즉각 활용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몰라서다. 외래종 곤충이 외래종 식물을 잡는 생태계 이이제이(以夷制夷)가 가능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다.
독백형 제목이었다. 그래서 눈에 쏙 들어왔다. 책을 펼치니 모든 시구가 의미 있는 중얼거림이었다. 황지우 시인의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가 그랬다. 뚝 잘라 중간 부분부터 인용하면 이렇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새들의 의인화다. 최근 수원에서 개구리들이 죽어 간다는 지적(본보 25일자 6면)이 나왔다.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입구에서다. 이곳에선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군사도로가 파손됐고, 복구공사 중이다. 도로 한쪽에는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콘크리트 배수로가 설치됐다. 1㎞ 남짓한 도로에 설치 중인 수로 안에 개구리들이 갇혀 있다. 녀석들은 높이 40㎝의 직각 인공 구조물을 올라가기가 힘들다. 최근 내린 비로 물이 가득 찬 집수정에서도 개구리들이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갈 곳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광교산 통신대 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개구리들의 서식지가 위기에 빠졌다.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입구에선 10년 넘게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개구리의 최초 산란일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봄마다 녀석들이 알을 낳고 서식하는 보금자리다. 환경단체가 구조에 나섰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구리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줬다. 하지만 환경 변화에 민감한 개구리는 서식처가 훼손되면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녀석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생태환경을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황지우 시인의 작품처럼 주어를 개구리를 바꿔 보면 이런 탄식이 흘러 나오겠다. “개구리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환경이 훼손되면 사라지는 게 어디 개구리뿐이겠는가. 고들빼기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씁쓸하다. 곧 추석인데 말이다.
‘배회 중인 ○○○씨를 찾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종종 온다.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는 문자다. 문자는 효과가 있다. 2년2개월 동안 문자를 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치매 환자가 702명이라고 한다. 한국의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 해 치매 실종 신고가 1만건이 넘는다. 지난 7년간 761명, 한 해 100명 넘는 치매 환자가 배회하다 각종 사고로 숨졌다. 치매 환자의 실종과 배회를 막기 위해선 공동체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지역공동체를 치매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면 자신이 살던 집과 마을에서 살 수 있다. 일본은 전국 5천500여곳에 소규모 다기능 치매 돌봄센터가 있다. 오무타시는 매년 치매 환자 실종 모의훈련을 실시,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하기 전에 주민들이 배회하는 환자를 발견해 경찰에 인계한다. 일본에선 ‘치매 카페’도 유행이다. 치매 노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카페로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도쿄 서부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데이 센가와’를 소개했다. 이곳에선 한 달에 한 번 치매 노인이 직원으로 일하는 ‘오렌지데이’를 운영한다. ‘느린 카페’로 변하는 이날은 고객들이 인내심과 아량을 발휘해야 한다. 고령의 직원들이 주문서를 잊어버리고 테이블에 메뉴를 잘못 전달하기 일쑤다. 주문한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16분을 기다린 손님도 있다. 하지만 취지를 알기에 불평하지 않는다. 일본은 2006년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금은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치매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일본 인구는 약 1억2천329만명으로, 국민 600만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 2025년에는 73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2015년부터 ‘신오렌지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치매 환자와의 공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요양원이나 병원에 갇혀 고립되지 않게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노원구에서 동네 카페와 손잡고 전국 최초로 ‘치매 카페’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 치매노인을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모델이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우려된다.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59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국세 수입 부족은 기업의 실적 부진과 국내 자산시장 위축으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급감한 탓이다. 세수 감소는 지방재정에도 영향을 미쳐 내국세에 기계적으로 연동되는 지방교부세·교부금이 자동 삭감된다. 이번 세수 펑크 규모에 비춰 보면 지방교부세 11조6천억원을 포함해 총 23조원이 줄어들 것이란 추정이다. 이런 상황에 열불나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들의 세금 도둑질이다. 도덕적 해이와 방만 경영이 도를 한참 넘는다. 세금을 제 돈처럼 빼 쓰는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직원 가족과 퇴직자 등 내부 관계자들에게 일자리나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거의 일상이다. 각종 성과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과다한 성과급을 타내는 일도 많다. 업무시간에 골프를 치는 등 근무 규정을 어긴 사례도 허다하다. 감사원이 정부 출연·출자기관 감사에서 적발한 162건의 위법·부당 사례들은 수법이 노골적이고 대담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직원 가족 373명을 시험 감독과 채점 위원으로 3만4천여차례 위촉해 40억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만 14세 등 미성년 자녀 10명도 39차례나 위촉했다. 한 간부의 배우자는 1년 중 278일을 위원으로 활동하며 하루 평균 24만원씩 타갔다. 연봉 6천600만원이다. 한국환경공단은 퇴직자들이 설립한 업체에 폐비닐 관련 업무를 위탁 운영하며 보수를 과다 지급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사우회가 출자한 회사에 연 매출 200억원짜리 사업을 주고, 이 회사는 매년 신보 고위 퇴직자를 채용했다. 퇴직자 단체에 특혜를 주는 ‘제 식구 챙기기’ 구태가 여전하다. 이번 감사 결과는 155개 출연기관 중 18개만 한 것이다. 전체 감사를 하면 방만 비리 실태는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세수 펑크에 중앙·지방정부 모두 심각한 상황인데 일부 공공기관은 감시 사각지대에서 세금 빼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니....
직장 가까운 식당에서 동료들에게 점심을 ‘쏘려다’ 귀를 의심했다. 엊그제 일이었다. 한 그릇 값으로 1만원권 지폐를 내니 거스름 돈으로 달랑 1천원권 지폐 석 장만 돌아왔다. 서민 음식의 아이콘인 짜장면 얘기다. 베이버부머에게 이 음식은 애틋하다. 붉은색 바탕의 입간판이 돋보였던 동네 ‘청요리집’에 가야만 먹을 수 있었다. 1년에 한두 차례 가족 외식을 할 때면 환호성을 지르며 젓가락을 들어 허겁지겁 먹던 메뉴였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끝나고 먹으면 엄청난 호사였다. 그런데 이제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려면 7천원을 내야만 한다. 칼국수는 9천원대다. 직장 동료들에게 점심 한 끼 사겠다는 소리가 나오려다 쑥 들어가는 까닭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집계에 따르면 짜장면 등 국내 대표적인 외식 품목 8개의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짜장면 한 그릇 온전히 먹기도 힘들어진 시대가 됐다. 거기에 칼국수는 9천원, 삼계탕은 1만7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수도권이 엇비슷하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많게는 10% 이상 껑충 뛰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단연 짜장면이다. 지난해 8월 평균 6천300원이었다. 그랬는데 올해 8월 6천992원으로 10.98% 올랐다. 삼계탕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1만5천462원에서 1만6천846원으로 8.95%, 비빔밥은 9천654원에서 1만423원으로 7.96% 올랐다. 냉면(6.96%), 칼국수(6.39%), 김밥(5.54%), 김치찌개백반(4.85%), 삼겹살 200g(4.28%) 등도 모두 뛰었다. 비빔밥과 짜장면, 삼계탕, 칼국수, 김밥 등 5개는 7월과 비교해도 가격이 상승했다. 그렇게 짜장면 한 그릇에 7천원 시대가 열렸다.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도 거스름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시대가 곧 올 터이다. 그 시기가 늦가을이 아니길 빌 따름이다.
며칠 전 대전에 계시는 인척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야구장에 가 ‘1렬 직관’을 하게 됐는데 KT의 한 타자가 상대 팀 한화 투수에게 야구화를 건네고 한화의 한 타자는 KT 야수에게 방망이를 건네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임이 분명하다. 서로 적이 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이 경기 전 전쟁터의 ‘무기’와도 같은 물건들을 상대에게 건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필자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서로 팀은 다르지만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나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게 방망이를 달라고 요구한다. 기를 받기 위해서다. 이에 대다수 선수들은 흔쾌히 자신의 애장품을 전한다. 일부는 글러브나 야구화 등을 건네기도 해 후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경기 전 야구 선수들은 적으로 싸워야 하는 상대이기에 앞서 동업자로서 농담도 건네고 친숙하게 지낸다. 요즘 우리의 정치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당(自黨)의 목표와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상대 당의 정책이나 주장을 무조건 비판하고 헐뜯고 무자비한 언어폭력이 난무한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정치 원로들은 ‘낭만의 정치’가 실종됐다고 안타까워한다. 과거에는 의사당에서는 치열하게 논쟁했어도 밤에는 여야 의원들이 뒷골목에 마주앉아 술잔을 나누며 사과도 하고, 타협도 하는 낭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생결단식 정치로 국민에게 실망감만 더해주고 있다. 정치나 스포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고 때론 격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나 스포츠 모두 자신들을 지켜보는 국민과 팬들이 있기에 정치인, 선수가 존재하는 것이다. 경쟁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쟁터 같은 경기장에서도 훈훈한 선후배의 정을 쌓아 가는 스포츠에서 정치인들이 한 수 배워 민생의 정치, 상생의 정치인 협치를 이뤄 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중국의 국가권력 질서는 명쾌하다. 최고 권력자에 의해 힘의 논리로 이뤄진다. 객관성 등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권력 구조를 개편한다. 이 나라에선 당 서열이 곧 권력 순위 매김의 바로미터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권력서열이란 콘셉트 대신 의전서열로 통칭된다. 최근 이 나라에서 우리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국방부장 실각 문제를 놓고 어수선하다. 권력서열 순위가 바뀌고 있어서다. 국방부의 수장은 관례상 권력서열 10위권 내에 포진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리상푸(李尙福) 부장이다. 이런 가운데 그의 실각을 암시하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중국군 기관지인 해방군보가 “군 간부가 이익에 급급해하고 있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기강 잡기가 시급하다고도 날을 세웠다. 간부 승진·강등도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도 잊지 않았다. 이 매체는 간부의 분발과 책임 등도 독려하고 정확한 성과관(觀)을 수립·실행하려면 ‘어지러운 행위(亂作爲)’를 잘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외신은 그가 지난달 군장비 조달 관련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도 불참했다. 올해 3월 국방부장에 임명된 그는 직전까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을 맡아 군장비 조달을 책임졌다. 당시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도 올랐다. 미국과 중국은 외교와 경제, 글로벌 이슈 등의 채널을 되살리고 있다. 하지만 군사 채널 복원은 늦어지고 있다. 중국 소식통들은 리 부장이 걸림돌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이 그에 대한 제재를 고수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 권력구조 개편 전에 먼저 각종 매체 등을 이용해 여론전을 펼친다. 이른바 인민재판의 21세기 버전이다. 중국 당국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독일 헤센주의 카셀대 캠퍼스에 지난해 7월8일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본관 앞 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총학생회 주도로 이뤄졌다. 총학생회는 대학 측의 공식 허가를 받아 영구 존치키로 했다. 당시 토비아스 슈노어 총학생회장은 “독일 대학에서 처음으로 소녀상을 우리 학교 캠퍼스에 영구히 세우게 된 것은 소녀상이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내판에는 “전시 성폭력은 현재도 여전히 발생하는 문제다.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아시아와 유럽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고 전쟁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투쟁한 이들의 용기를 기리는 의미다”라고 새겨져 있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초 캠퍼스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코리아협의회에 밝혔다. 2020년 베를린에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와 이를 제작한 김운성 작가가 참여했다. 김 작가는 소녀상을 한국에서 만들어 독일로 공수했다. 카셀대의 평화의 소녀상 이름은 ‘누진(Nujin)’이다. 지난 3월 이 소녀상이 철거됐다. 학교 당국이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이 지나자마자 기습 철거했다.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누진’이 없는 빈 의자를 발견한 학생들은 경악했다. 학교 측은 “원래 한시적 설치였다”고 했고, 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소녀상을 뺏긴 카셀대 학생들이 ‘누진’ 철거에 항의하며 가면 시위를 벌였다. 지난 2일 카셀중앙역 앞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누진은 어디에(Where is Nujin?)’, ‘누진을 구하라(Save Nujin)’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쳤다. 참가자들은 “내가 소녀상이다”라며 소녀상 모습의 종이 가면을 썼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게릴라 퍼포먼스를 펼칠 계획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 독일과 일본의 태도는 정반대다.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은 노벨상을 풍자해 만든 상이다. 괴짜 과학상이라고도 불린다. 진짜 노벨상을 탄 수상자가 시상하는 가짜 노벨상이다. 상 이름은 영어로 고상하다는 뜻의 ‘노블(nobel)’의 반대 격으로 품위가 없음을 뜻하는 ‘이그노블(ignoble)’에서 따 왔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인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가 1991년 제정했다. 매년 ‘진짜’ 노벨상에 앞서 수상자를 선정, 하버드대 샌더스극장에서 시상한다. 고정관념이나 일상적 사고로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 기발하고 이색적인 업적에 가치를 두고 수상자를 정한다. 시상 부문은 총 10개 분야다. 그동안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상을 거부하는 과학자도 많았다. 웃음거리가 되는 게 싫어서다. 반대로 이를 즐긴 과학자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 가임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0년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연구로 물리학상을 받았다. 가임 교수는 이그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네덜란드에서 하버드대로 날아가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10년 뒤인 2010년 그래핀 합성 공로로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에 한국인이 포함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비뇨기의학과의 박승민 박사다. 그는 배설물을 통해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를 발명해 공중보건 부문상을 받았다. 변기에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등이 배설물의 색깔, 양을 분석한다. 전염병 감염 여부까지 판별할 수 있는 이 똑똑한 변기는 2020년 ‘네이처 생체의공학지’에 발표된 바 있다. 박 박사는 과학자가 변기와 배설물을 진지하게 연구한 것이 우습다고 여겨져 상을 받았지만, 대소변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전염병 감염까지 추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평가 받은 결과로도 해석된다. 물리학자에서 의학 연구자로 변신한 박 박사의 업적을 ‘웃긴’, ‘괴짜’ 노벨상이라 이름 붙이기엔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 진짜 노벨상 수상 소식도 기대해 본다.
거리 풍광이 낯익었다. 필자가 처음 중국 땅을 밟았을 때의 기억이 그랬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아서다. 그때 재래시장에 지천으로 깔렸던 게 탕후루(糖葫蘆)였다. 붉은색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힌 뒤 꼬챙이에 끼워 먹었다. 맛은 시큼하고도 달짝지근했다. 골목 곳곳이 탕후루 천지였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코흘리개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들려 있었다. 30년 전 얘기다.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기록에 따르면 송나라 때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광종의 후궁 황귀비가 몸이 허약해 자주 병석에 누웠다. 어떠한 약제와 시술로도 병은 낫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의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사과 맛이 나는 산사(山査)를 설탕과 달여 식전에 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런 후 병이 나았다. 이후 산사 말고도 귤, 거봉, 딸기, 샤인머스캣, 키위, 귤, 방울토마토, 바나나, 포도, 블루베리 등으로도 만든다. 지금은 베이징과 톈진 등을 포함해 화베이 지방의 빼놓을 수 없는 겨울 간식이다. 한반도에 상륙해 젊은이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식당가를 중심으로 ‘노(NO) 탕후루 존’이 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탕후루 반입금지. 다 드시고 들어오세요’라는 문구를 붙여 놓은 카페나 편의점도 증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단내가 나는 바람에 개미 등 벌레가 많이 꼬여서다. 다 먹은 뒤 버리는 꼬챙이에 찔리는 어린이들도 있다. 길바닥도 끈적끈적해져 청소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매장 앞에 쓰레기통을 가져다 놓고 버려진 꼬치 등 쓰레기를 신경 써서 치우고 있는데도 역부족이다. 중국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한갓 먹을거리에 대한 인상도 점점 고약해지고 있다. 어떻게 풀어 나가야만 할까. 한중 당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