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 회사·아파트 건설현장 등 곳곳 곰팡이·소음·먼지 ‘풀풀’… 잡동사니 ‘수북’ 사업장 “공간 부족” 이유 무늬만 휴게실도...8월부터 미설치 땐 1천만원 이하 과태료 노동부 “50인 미만 사업장 설치 지원사업”
“여기서 이렇게 쉬다가는 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30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의 한 자동차 부품 회사. 이곳은 노동자 200 여명이 야간 연장 근무와 교대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별도의 휴게실이 없다. 쉴 곳이 없는 이들은 30㎏의 부품이 지나가는 컨베이어벨트 사이마다 의자와 상자를 쌓아 간이 휴게실을 만든다.
잠시 쉴 곳을 찾던 A씨(35)가 컨베이어벨트 옆 플라스틱 상자를 찾아 앉는다. A씨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료에게 방해가 될까 몸을 한껏 웅크리고 스마트폰에 몰두한다. A씨(35)는 “작업장에서 쉬다 보니 시끄럽고, 부품 먼지에 기관지도 안 좋아진다”며 “휴게실이 없어 이렇게 작업장 한 편에 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12시께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더워지는 날씨에도 휴게실이 따로 없어 공사 현장 한 편이나 인근 편의점이 유일한 휴식처다. 점심식사를 마친 B씨(60)가 편의점 앞 보도블록에 걸터 앉는다. B씨는 “햇볕이 강한 날엔 공사장 한 가운데 나무판자를 두고 눕는다”며 “휴게실이 따로 없으니, 위험하더라도 이게 최선”이라고 했다.
‘무늬만 휴게실’인 곳도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인천의 한 중소기업 청소원 휴게실엔 곰팡이가 벽을 타고 천장을 뒤덮었다. 휴게실에는 대걸레 3개와 빗자루 2개, 손걸레 5개가 걸려 있다. 스티로폼을 쌓아 만든 간이 침대는 성인 1명이 다리를 펴고 앉기도 힘든 면적이다. 이곳에서 일을 하는 C씨(55)는 “누워서 쉬다가 (곰팡이 때문에)등이 너무 가려워서 상자와 스티로폼을 가져와서 쌓았다”며 “곰팡이 냄새에 제대로 쉴 수가 없어, 경비실 가서 잠시 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피로 회복을 위한 휴게실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휴게실을 만들지 않거나, ‘무늬만’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 휴게실을 만들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장안석 노동건강세상 사무국장은 “휴게실 유무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작업장에서 쉴 경우 작업장의 유해 요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피로 회복도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8월부터 모든 사업장은 휴게실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경비와 청소원 같은 취약 노동자의 휴게실은 집중 점검 대상”이라고 했다. 또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을 위한 휴게실 지원 사업 등도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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