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숭의동 숭의3·동구 송림동 금송 일대 원주민 떠나며 무단투기… 일반·재활용 뒤섞여 수북 지자체, 조합에 떠넘기기 급급… 區 “순찰·계도 강화”
“아무리 재개발을 앞둔 동네라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아요. 돌아다닐 때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온통 쓰레기 천지에요.”
31일 오전 8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18의1 일대 숭의3 재개발구역.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가벽 아래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다. 가벽에 빨간 스프레이로 적은 ‘쓰레기 금지’라는 문구마저 무색하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검은 비닐봉투에서는 심한 악취를 풍기는 구정물이 흘러나온다. 이곳을 지나가던 한 중년 여성은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악취를 피해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재촉한다.
쓰레기가 산을 이룬 장소는 이미 숭의3 재개발구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관리처분 인가를 통해 원주민의 94%가 떠난 이곳은 쓰레기 지옥으로 전락했다.
같은날 오전 10시께 동구 송림동 77 일대의 금송재개발구역은 거리 곳곳에 쌓인 쓰레기부터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관리처분 인가를 거쳐 원주민의 75%가 떠난 이곳은 빈집마다 서랍장, 의자, 냉장고 등의 대형폐기물이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일부 쓰레기는 도로로 흘러나와 차량 통행을 막아선다. 한 골목에서는 우편배달 오토바이가 쓰레기더미를 피해 곡예운전을 펼친다.
금송재개발구역 주민 A씨(65)는 “재개발로 주민들이 이주하면서 버리는 쓰레기들이 동네를 뒤덮었다”며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벌레까지 꼬이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치우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서 관리처분 인가 이후 원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한 재개발구역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상금 문제가 남아있거나 이사할 집 등을 구하지 못해 남아있는 주민들을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재개발구역의 쓰레기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태료 부과 등의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 쓰레기 투기·방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동구·미추홀구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에 원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민원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순찰을 주기적으로 돌아 현장을 파악하는 등 계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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