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무책임한 수문관리’ 안산 시화호 상류 가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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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수문 관리로 농번기 맞은 농민들의 가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8일 오전 안산 시화호에서 닫힌 수문으로 인해 시화호 하류 쪽이 메말라 있다. 윤원규기자

“상류에선 물을 사용하고 잠가버리니…하류에 있는 마을은 농번기에 농사도 못 짓고 죽을 맛입니다”

무책임한 수문 관리로 인해 농번기를 맞은 시화호 하류 지역 농민들의 가뭄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시화호 상류에서 물이 흘러오지 않아 하류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고사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8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위치한 시화호 상류 지역. 해당 지점은 안산 반월저수지부터 흘러오는 반월천, 동화천 등이 합류되는 곳으로 이곳엔 커다란 배수갑문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배수갑문 앞쪽 하류 방향으론 하천이 거의 흐르지 않아 메말라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물이 있는 곳에서도 물 자체가 공급되지 않다 보니 녹조까지 자욱하게 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화호 하류에 위치한 장전리 일대 농민들은 농업용수가 없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 중 일부는 농번기임에도 모내기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해당 마을엔 물을 끌어오기 위한 펌프장이 있지만, 물 자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역부족이라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홍선재 장전리 이장(70)은 “동네에서 적어도 6~7㎞까진 용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상류에서 물을 쓰고 보를 잠가버리니 하류에 있는 우리 마을까지 물이 도달할 턱이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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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갈대습지 내 하천이 메말라 해당 어로를 통해 이동해야 할 물고기가 오가지 못한 채 갇혀있다. 윤원규기자

하류를 따라 이동해도 ‘물 부족’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상류에서 물길이 막히니 해수가 섞인 하류의 민물 물고기 고사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 실제로 이날 시화호 내 갈대습지 바로 옆의 어도엔 치어와 성어들이 갇혀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어도는 하천에 물고기의 이동을 막는 방해물이 있을 때 이를 가능케하기 위해 조성된 수로인데, 수면 자체가 낮다 보니 물고기들이 오가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보를 관리하며 수문의 개폐 여부를 결정하는 화성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애초에 올해 초부터 비가 많이 오지 않았던 데다 화성 매송면 등 상류에 있는 마을에선 수문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문을 열게 되면 상류 지역에 가둬 놓고 사용하던 물이 흘러나가 상류 지역도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원은 “안산시 갈대습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물 부족’이 아닌 ‘물 관리 소홀’”이라며 “해당 수문에 대한 관리 주체가 바뀌며 안산시가 갖고 있던 노하우가 사라진 것도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안산시가 다시 전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성시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그간 농업용수 부족과 관련된 민원은 주로 상류 지역에 위치한 마을들에서 접수돼 하류 지역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동화천 쪽 수문을 여는 방법을 포함해 장전마을 등 하류에 있는 마을들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구재원·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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