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북극 한파… 얼어붙은 경기도

‘북극 한파’로 불리는 맹추위가 경기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살을 에는 듯한 한파에 난방기기가 풀가동 돼 경기남부지역 전력 사용이 폭증하고, 얼어붙은 수도계량기가 동파하는 등 피해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24일 수도권기상청과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북극한파가 몰아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경기지역 역시 연천 영하 24.8도, 파주 영하 18.9도, 가평 영하 18.5도, 포천 영하 18.2도, 의정부ㆍ동두천 영하 18.1도, 수원 영하 14.7도를 기록하는 등 동장군의 매서움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전력 사용량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전 경기지역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남부지역 최대전력이 1천260만8천㎾로,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최대전력이란 1시간 평균전력이 최대인 전력 수요 값을 말한다. 한전 측은 오전 10시∼11시께 공장과 사무실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데다 출근한 직장인들이 난방기기를 틀어 이 시간대에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겨울 최강 추위가 찾아오면서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고 수도 계량기가 동파하는 등 이날 경기지역 곳곳에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자동차보험 긴급출동서비스는 말 그대로 폭주했다. 평소보다 신고가 급증해 서비스센터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만 2만 건이 넘게 접수되는 등 전주 대비 200% 정도 늘었다”며 “접수된 신고 대부분이 배터리 방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동파 사고도 이어졌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는 23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도내에서 45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가 신고됐다. 소방 당국은 강추위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계량기 동파 사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도 당부했다. 강추위에 출ㆍ퇴근길 시민들은 외투와 목도리, 마스크 등 방한용품을 최대한 착용하고 거리로 나섰다. 수원역 버스정류장에서는 조금이나마 열기를 내보려고 제자리 뛰기를 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고, 대부분이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평소 풍경은 손이 시린 탓에 사라지기도 했다. 서울로 출ㆍ퇴근하는 시민 K씨(30)는 “평소 길을 가다가도 수시로 휴대전화를 꺼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했는데 오늘은 손이 얼 것 같아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빨리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가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기온이 매우 낮아졌다”며 “이번 추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며, 26일쯤 경기지역에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성봉ㆍ김승수기자

한파로 소비 심리 ‘꽁꽁’… 상인들 겨울나기 힘겹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장사는 커녕 개미 한마리 보기도 힘드네요” 최저 기온 영하 15도를 기록한 23일 수원 지동시장. 손발이 저릴 만큼 추운 날씨 탓에 이곳에는 외투 옷깃을 꼭 붙잡은 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만 3∼4명 보일 뿐, 물건을 살펴보거나 구매하는 이들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그래도 상인들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고 얼어붙은 손을 수시로 녹이며 매대에 물건을 내놓고 정리하는 등 분주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채소가게 대부분은 식료품이 얼어붙을 것을 걱정해 매대를 비운 채 가게 안에만 상품을 진열해 놓았다. 일부 채소가게는 시장을 찾은 손님들을 잡기 위해 매대 위에 채소를 올려놓고 그 옆에 온열기구를 연신 틀어 놓는 등 채소가 얼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인근 못골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찾는 이가 없어 한산한 시장 분위기 탓에 삼삼오오 상인들이 온열기구 앞에 모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늘 열려 있는 가게 문도 이 날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한파가 이어진 이날 오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소재 한 고물상에서 노인 3명이 각자 유모차나 리어카에 담은 폐지나 고철더미를 내려놓고 있었다. 새벽 4시부터 폐지를 주웠다는 A씨(68)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도 얇은 외투에 여름용 운동화만 신고 있었다. A씨가 이날 수거한 폐지와 고철은 총 48㎏에 달했지만, 손에 쥔 돈은 고작 7천200원 남짓이었다. 이 고물상에는 평소 60∼70명의 노인들이 폐지와 고철을 팔기 위해 찾지만, 이날은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A씨를 포함해 노인 10여 명이 찾아온 게 전부였다. 날씨에 매출영향을 크게 받는 푸드트럭 사장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야외에서 햄버거나 커피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의 특성상 점주들은 손님들을 위해 트럭에 온풍기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는 모습이었지만, 손님의 발길을 잡지 못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용인지역의 일부 푸드트럭은 한파가 시작되자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푸드트럭에서 라면을 판매하는 장명훈 사장은 “강추위에는 매출이 4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온열기구도 설치하는데 이 마저도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날씨에 매출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추위가 얼른 물러가고 따뜻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기상청은 오는 26일까지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를 넘나드는 등 경기지역에서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봉기자

중서부·내륙 오늘도 미세먼지 기승…동해안 건조특보

금요일인 19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상당수 지역에서 여전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경기북부·강원영서·충북·부산·경상도는 '나쁨' 수준을, 서울을 비롯한 그 밖의 권역은 '보통' 수준을 보이리라고 국립환경과학원은 예보했다. 다만 충청권·호남권·제주권은 오전에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은 전날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에 대기정체 등으로 국내 대기오염물질이 더해진 탓이다. 일부 중서부 지역은 아침과 밤에, 일부 중부내륙·남부지역은 오전에 농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오전 5시 현재 전국 주요 지역의 수은주는 서울 -1.4도, 인천 -1.2도, 수원 -0.5도, 춘천 -3.9도, 강릉 2.4도, 청주 -1.3도, 대전 -2.5도, 전주 -1.3도, 광주 -0.4도, 제주 5.7도, 대구 -0.4도, 부산 2.6도, 울산 1.8도, 창원 2도 등을 가리키고 있다. 낮 최고기온은 3∼11도로 전날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에는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안개가 끼고 낮에도 옅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어 교통안전과 건강관리에 유의가 필요하다. 속초·고성·양양 등 강원북부 동해안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그 밖의 동해안도 차차 건조해질 것으로 예상돼 산불 등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 앞바다와 먼바다에서 각각 0.5∼1.5m와 1∼2m로 일고, 서해 앞바다와 먼바다에서 0.5m와 0.5∼1.5m로 일겠다. 남해 앞바다와 먼바다의 예상 파도 높이는 0.5∼1m와 0.5∼2m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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