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마당극제 시위유감

“전자파 유해성 우려 등으로 주민 생존권이 걸려있는 와중에 무슨 마당극 축제를 합니까” 23일 오후 3시30분께 정부과천청사앞 잔디큰마당. 새천년 첫 ‘과천마당극제 2000’시작을 알리는 막이 오르고 있었다. 이성환 과천마당극제 2000조직위원장(과천시장)이 개막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서고 있던 같은 시각 주민 50여명이 갑자기 ‘청계산 송전탑 건설반대’라고 쓴 피켓 등을 들고 각종 구호를 외치며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급해진 시청직원들과 주민들 사이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20여분동안 벌어지면서 축제의 행사장은 어수선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화합의 장을 위해 마련된 잔치마당에 찬물이 뿌려지는 순간이었다. ‘관객과 더불어, 삶과 놀이를 하나로, 열려진 세계’란 주제로 열리는 마당극제. 국내 작품뿐아니라 호주, 콜롬비아, 중국, 프랑스, 몽골 등 해외 5개국 공연단까지 초청됐다. 마당극제에 초대된 많은 해외 예술인은 이날 돌발(?)적으로 일어난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켜봤을까. 민주국가에선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고 다양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표현의 방법과 장소 등에 대한 고려는 최소한 있어야 한다. ‘잔치 상에 재 뿌린 꼴’이 돼버린 이날 주민들의 의사표현방법이 과연 정당하고 옳은지 다시한번 되새겨 봐야 할 것같다. /이동희기자<제2사회부/과천> dhlee@kgib.co.kr

神弓의 나라, 코리아

우리 한민족은 옛날부터 ‘동이(東夷)’라고 불릴만큼 큰(大) 활(弓)을 쏜지가 반만년 가까이 된다. 국내양궁의 기본은 국궁(國弓)의 8개 사법(射法)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국궁의 비법인 비정비팔(非正非八)을 원용하고 있는 게 그중 하나다. 오른손 잡이의 경우 과녁을 향한 왼발을 조금 뒤쪽으로 빼 중심을 지탱하는 비정비팔의 원리는 세계양궁선수들에게 하나의 모범이 됐다. 또 양궁인들은 최면술, 참선, 마인드컨트롤을 이용해 심리적인 면을 수련하는 과정을 필수코스로 여긴다. 양궁경기는 관중 입장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역도선수 못지 않은 힘을 필요로 한다. 활 시위를 한번 당길 때 드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의 경우 활시위를 최대한 당길 때 필요한 힘은 22.7㎏∼25㎏정도의 무게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고 여자는 16∼18㎏이다. 그러나 올림픽 라운드 랭킹라운드에서는 여자 남자 구분없이 72발을 쏜다. 여자선수들의 경우 이때 드는 힘은 100㎏짜리 역기를 12번 내지 14번을 들어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한 궁사가 쏘는 화살 총수는 무려 90발이나 된다. 단체전에서는 결승까지 오를 경우 1인당 27발을 쏜다. 따라서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려면 모두 2,592㎏ 내지 3,016㎏의 역기를 드는 엄청난 힘이 들어 간다. 시드니 올림픽 여자양궁개인전에서 금메달·은메달·동메달을 모두 차지한 윤미진 김남순 김수녕 선수가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그야말로 역사적인 쾌거를 이룩했다. 시속 200㎞짜리 화살이 70m 거리의 과녁에 꽂히는 데 불과 0.7초밖에 걸리지 않는 양궁경기에서 코리아를 세계만방에 빛낸 신궁(神弓)들이 정말 참으로 자랑스럽고 훌륭하다. 올림픽 개인전에서 5연패, 단체전에서 4연패를 이룬 여궁사들의 위업은 신화(神話)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淸河

지역의보노조의 업무복귀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지역의보노조가 불법파업 84일만인 지난 20일 복귀, 노사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막후협상이나 제3자중재없이 파업을 철회, 조건없는 업무복귀를 결정한 것은 노사양면으로 다같이 높이 평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한지 3개월이 되도록 파행운영을 면치못해 민원이 제기되고 있던 터여서 노사정상화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돌아보면 공권력투입, 이사장폭행, 노조원 무더기징계등 불행한 사태가 있어 이에대한 앙금이 아주 없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사 모두 이를 배제하는 이성적 대처가 요구된다. 오직 법과 원칙에 의한 노사협상으로 상호 신의와 관용을 보이는 면모를 보고자 한다. 노사분규의 악성화는 법과 원칙을 떠난 분쟁이 마지못해 타협되곤 했던 그릇된 일부의 관행이 빚은 고질이라 할수 있다. 모처럼 새 국면에 접어든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사는 신노사문화를 이룩해보이길 바란다. 이 점에서 노조측이 당·숙직명령 등을 거부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재파업하겠다’고 하는 것은 깊은 재고를 바라고 싶다. 물론 실행의지보다는 사측에 대한 압박카드로 보고는 있으나 지난 3개월간의 공백에 타격을 겪은 국민들로써는 그리 듣기좋은 것은 아니다. 또 원만한 노사협의에 도움이 될 것으로도 생각되지 않는다. “국민들 불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복귀한다”고 밝힌 초심 그대로 국민을 위해 배전의 노력으로 근무에 임하는 것이 도리라고 믿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끝없는 의약분업분규에 지칠대로 지쳐 있으면서 보험료 인상을 떠안고 있다. 이런 판에 의료체계의 중추를 이루는 국민건강보험공단마저 또다시 파행이 시작된다면 국민적 분노를 면키 어렵다. 통합공단은 노사가 힘모아 해야 할 일이 태산같다. 책임경영, 능률의 극대화, 보험서비스의 수준향상 등은 초미의 당면과제다. 노사관계를 대결구도로만 치달아서 잘될수는 없다. 협력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서로가 상대의 권능을 인정하는 가운데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 지역의보노조의 복귀를 거듭 환영하면서 노사화합차원의 원만한 협상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단이 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병원의 의보급여 부당청구

병·의원 등 의료기관들의 부당 의료보험 급여 청구 사례가 매년 늘고 있는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8년 1천216억원의 의료보험 급여가 부당·과잉 청구된데 이어 지난 해에는 34% 증가한 1천633억원이 부당청구됐고, 올들어 6월말까지는 732억원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인천지역 상당수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의 부당 청구율도 각 병원별 총 청구건수 대비 6∼6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의 이같은 의료보험 급여 부당 청구는 결과적으로 의료보험조합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불러오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켜왔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더구나 의약분업 갈등으로 야기된 의료계의 장기폐업으로 국민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밝혀진 이같은 병·의원들의 한심한 행태는 개탄의 정도를 넘어 분노를 끓어 오르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약값의 부정·과다청구가 문제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고가장비 이용진료비나 종합건강진단료 등을 멋대로 책정, 환자에게 부담시킨다든지, 의료보험 진료수가가 일정액으로 정해져 통제를 받자 진료와 의료 서비스품목을 확대, 마음대로 요금을 올려받아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 이밖에 출산때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은 제왕절개를 통해 입원기간과 약물투여를 늘려 진료수익을 보전하려는 의사들의 의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물론 의료계로서는 나름대로의 이유들을 제시하나 설득력이 없다. 이번 의료보험 급여 부당 청구 사례만 해도 그렇다. 의료계는 ‘부당’청구가 아니라 의료보험 급여의 산정방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달라 일어난 ‘착오’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의료기관엔 분명히 평가원으로부터 의료보험 급여 산정방식이 통지됐을 터인데도 평가원의 산정방식과 달라 생긴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의료행위 및 보험 급여를 둘러싼 부조리나 폭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의료계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함께 크게 훼손된 신뢰회복을 위해 분발해야 한다. 더욱이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원망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이제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룬다는 직업적 긍지와 사명감을 다시 다잡고 배전(倍前)의 노력으로 국민에 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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