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건설 신중해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일고 있다. 건교부 용역의뢰로 개발계획을 마련한 국토연구원은 수도권의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정부의 일관된 수도권 과밀화 억제시책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엊그제 개최한 공청회에서 성남 판교와 화성 중부 그리고 아산만권 배후지역등 3곳에 수백만평 규모의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연구원은 또 중장기적으로 파주 고양 의정부 등 경기북부와 김포 남부, 화성 남·서부지역에도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난을 감안하면 새로운 택지개발과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은 불가피하다. IMF이후 주택건설이 큰 폭으로 줄어 최근 수도권의 전세가가 크게 오르고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월세전환까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주택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 비대화를 막기 위한 개발억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였음에도 주택공급 확대 등을 이유로 신도시 개발이 무계획적으로 추진돼 왔고, 그로 인한 도시기능 기형화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80년대말 건설된 신도시가 그렇듯 새로 들어설 신도시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하고 단순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되면 수도권 전체의 환경과 교통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도시 자체의 교육 복지 문화 치안 공공서비스 등의 생활여건도 문제가 된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신도시 건설 방안은 기존의 고밀도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용적률을 낮추고 녹지율을 높여 환경친화적인 주거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도시건설계획은 주택정책 차원만이 아닌 수도권 균형개발과 정비계획까지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도시기반 및 생활편익시설은 물론 산업과 상업기능을 함께 갖춘 자족도시여야 한다. 당장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신도시를 건설하다 보면 과밀 혼잡의 수도권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러브호텔 규제책 火急하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러브호텔 대책을 위해 경기도가 위락지구 지정 및 특정용도 제한지구 신설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주거지까지 파고드는 러브호텔의 병폐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가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상위법 개정을 촉구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러브호텔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는 조례개정안을 마련중인 것은 비록 늦기는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야 할 중대현안이다. 경기도가 도시계획조례를 고쳐 특정용도 제한지구를 신설하면 시·군에서도 위락지구 지정 및 도시계획조례를 제정, 러브호텔을 단일지구화하고 건축위원회 사전심의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신규숙박시설의 건축을 제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요즘 러브호텔이 사회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자못 심각하다. 본보가 심층취재하여 보도중인 ‘우후죽순 러브촌’ 기사내용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대로 남한강변인 양평군 강상면·강하면 일대의 호텔, 시흥시 월곶동 러브촌, 화성군을 비롯한 경관이 수려한 농촌지역의 모텔들, 양주군 장흥면 장흥관광지 계곡의 호텔, 심지어 학교주변과 주택가까지 들어선 모텔은 이제 ‘러브호텔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의 대상까지 되었다. 경기도내 시장·군수협의회도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 조선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회의 및 세미나에서 시장·군수, 구청장이 숙박시설 등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건축법 조항을 신설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학교주변과 주택가에 러브호텔이 난립한 이유는 일선 지자체와 정부 관련 부처들이 제각각 땜질식 처방만을 제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번에 경기도가 건교부 및 교육부 등 중앙정부에 개정을 촉구한 상업지역내 숙박시설 이격거리 확보와 용도제한 그리고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확대 및 동구역내 숙박시설 금지 등이 관철되어 러브호텔대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 특히 러브호텔 문제는 도시계획법 및 관련 인허가규정, 행정편의주의,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생긴 사회문제이므로 반드시 일관된 법령강화와 인허가 실명제 등이 시행돼야 한다.

은행 社外理事가 돈창구?

경제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사외이사(社外理事)제도의 난맥상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및 종금사 등 18개 금융기관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빌려준 대출잔고가 지난 6월말 현재 7천7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자문을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은 견제와 감시인데도 금융권의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이 은행과 자금 대차관계에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을 위한 대출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만도 한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개혁과정에 있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 등이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규모가 153억7천900만원에 이르는 것은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러고서는 금융도 그렇고 기업 모두 개혁과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직을 이용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토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마땅히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이다. 설사 재벌그룹회장이나 주주가 이미 돈을 빌려 쓴 여신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경우에도 비록 선임자체가 적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도입정신이나 국민정서에 비추어 볼때 온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 함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차관계기업의 대주주 등에 사외이사직을 제공하는 것은 마땅치 않는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쓴 기업의 경영자나 주주가 은행의 사외이사로서 핵심적 기능인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이제라도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옳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활동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사외이사를 대체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은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의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할 것이다.

王建

‘고려사후비전’에 기록된 태조 왕건의 아내는 28명이나 된다. 신혜왕후 柳씨(貞州사람 부호 柳天弓의 딸), 장화왕후 吳씨(羅州사람 吳多憐의 딸) 등 두 정실을 비롯, 전국 각지출신의 여성을 부실로 두었다. 어느 왕조의 군왕보다 많은 정실(왕후)과 부실(부인)을 둔 것은 창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략혼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신혜왕후 柳씨는 왕건이 잠룡시절에 궁예의 폭정을 보다 못한 신숭겸 복지겸 배현경 등이 쿠데타를 주장했으나 남편이 주저하자 “仁으로 不仁을 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며 갑옷을 가져다가 입혀 역성혁명을 일으키게 한 사람이다. 그러나 왕건에 이어 吳왕후의 아들 武가 제2대왕 혜종이 되고 이어 제3대 정종과 제4대 광종이 왕후반열이 못되는 劉씨부인(충주사람)의 소생인 것으로 미루어 柳씨에게는 아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吳씨왕후와 왕건의 만남은 드라마틱하다. 기록에 의하면 왕건이 궁예밑에 있으면서 나주를 공략할적에 용이 날아와 뱃속으로 들어온 꿈을 꾸고 또 왕건은 빨래터의 吳낭자에게 오색서기가 서린 것을 신기하게 여겨 동침하게 됐다. 하지만 그 무렵 왕건은 정주의 柳낭자와 혼인은 안했으나 이미 인연을 맺었던 터여서 체외사정을 시도했지만 吳낭자가 재빨리 수습하여 임신한 것이 지용을 겸비한 武로 부왕사후 자리를 계승하게 됐다. 후일 자신의 아들인 武를 태자로 삼을때 당시 조정의 실력자였던 박술희를 회유했던 것을 보면 여장부의 기질을 타고났던 것 같다. K-1TV 주말 대하사극 ‘왕건’ 드라마에서 왕건이 금성(나주)공략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吳낭자가 나주지방 호족의 딸로 벌써 송악(개성)으로 왕건을 찾아가 이미 만나기까지 했다. 기록과 다른 것이 픽션인지 아니면 史實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白山

도자기축제 기싸움

“남의 잔치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상급기관이라도 말이 되지 않는다” 2001년 세계도자기 엑스포를 앞두고 오는 10∼22일까지 13일간에 걸쳐 열리는 ‘제3회 광주 분원 왕실 도자기축제’명칭과 행사진행을 놓고 도예인들과 세계도자기 엑스포 조직위간에 기싸움을 벌이면서 나온 말이다. 경기도와 도엑스포 조직위는 군예산을 들여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번 축제 명칭을 내년 도자기 엑스포에 대비, ‘프레 엑스포’란 명칭으로 바꿔 행사를 치루도록 지시했고 도예인협회가 지난 6일 명칭을 ‘프레 엑스포’로 바꿀 경우 도예인협회가 주관해 행사를 치루는 것을 도엑스포 조직위로 이관하고 참여만 하겠다고 맞서 명칭을 합쳐 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또 이번 행사가 군과 도예인협회 주최로 개최하는 지역축제임에도 도예인들은 배제된채 대회·환영 치사를 조직위원장과 부군수, 도지사만 하도록 짜여져 2차 기싸움끝에 도예인 협회장이 치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도예인협회가 남의 잔치에 참견을 하던 엑스포 조직위를 상대로 자기 몫을 찾고 있는 것에 반해 군은 자기 돈을 쓰면서도 상급기관이라는 힘에 억눌려 행사일정마저 도 엑스포 조직위로 보내 검열(?)과 조정을 받고 있으며 예년 식전행사와 같이 오후 2시에했던 행사 개회식 선언도 이번에는 같은 행사를 치루는 이천·여주 개회식에 참석한뒤 마지막으로 이곳을 들르는 임창열 도지사 일정에 따라 오후 4시30분에서야 갖기로 하는등 연전연패의 모습이다. 이번 일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무조건 상급기관이라는 ‘힘의 논리’로 하부기관을 억누르고 하부기관도 힘에 눌려 무조건 따르려는 ‘정글의 법칙’이 사라지는 그날이 우리에게 진정한 지방자치의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일까. /김진홍기자<제2사회부/광주> jhkim@kgib.co.kr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도 제대로 할줄 모르는 것을 가끔 본다. 몇가지 예를 들겠다. 남의 부부를 존대해 일컫는 말로 양주(兩主)란 말이 있다. “그래! 양주분(부모님)께서도 잘 계시고…”하는 인사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있다. 잘쓰지 않는 말이라 그런다고 치자. 부인이란 말도 잘못 쓰여 심지어는 자기 아내를 가리켜 ‘부인’이라고 말한다. 남의 아내의 높임말이 부인이다. 텔레비전 토크쇼같은데 나온 사람이 “우리 부인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가관스런 장면이 그대로 방영되기 일쑤다. 발음을 잘못 표현하면 어휘가 달라지는 말이 있다. 감사(監査)와 감사(感謝), 간부(幹部)와 간부(姦夫) 등으로 이밖에도 많다. 감독하고 조사하는 감사는 짧게, 고마움의 감사는 약간 길게 발음한다. 텔레비전 뉴스진행자마저 짧게 발음해야 할 주요직책자의 ‘간부회의’ 간부를 길게 발음하는 ‘간부(姦夫)회의’로 표현, 간통한 사내들 회의로 둔갑시킨다. 물론 잘못 발음한 것으로 알고 새겨 듣곤 하지만 언어공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파미디어의 이같은 무책임은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겐 맞는 것으로 오인시켜 그대로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말은 어휘가 풍부하다. 그만큼 의의와 정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외래어는 곧잘 구사하면서 우리말엔 잘못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의 말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노력을 갖는 것은 나라사랑이다. <고침>어제 본란 ‘한글날’ 제하의 본문가운데 3일을 9일로 바로잡습니다. /白山

음주 문화 이대로는 안된다

최근 가을단풍 놀이 등과 같은 행락철을 맞이하여 한국인의 음주문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주말만 되면 전국의 유원지는 행락철을 맞이하여 인파들로 넘치고 있으며, 이곳에는 반드시 술이 있어 술타령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술취한 취객들의 고성방가가 난무하여 모처럼 즐기는 휴일 나들이를 망치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담배와 더불어 인간의 기호품인 술은 인간사에 있어 스트레스 해소나 타인과의 의사 소통 등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친 과음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파괴는 물론 사회질서 자체를 훼손시키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음주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교통사고와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이다. 한국은 아직도 교통사고 최다국의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바, 이들 사고의 대부분이 음주와 관련된 예가 많다. 지난 해 우리 나라에서는 무려 38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이는 전년보다 6.1%가 증가된 것이며, 거의 충남 천안시 인구와 비슷하다. 음주운전은 죄없는 타인에게 희생시키는 범죄행위이며, 음주자 스스로도 파멸의 길을 가는 것이다. 경찰이 음주단속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지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음주로 인한 산업현장에서의 피해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공사장과 같은 산업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70%가 음주 때문에 야기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놀라운 사고율이다. 작업장에서의 음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심지어 물놀이 사고나 화재 사고의 경우도 무려 70∼80% 정도가 음주로 인한 사고라고 하니 결코 간과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외에도 음주로 인한 사고는 너무도 많아 염려된다. 음주로 이러한 사고율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니,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에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건전한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교육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 등에서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과음으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입기 전에 건전한 음주문화 확립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된다.

정부가 못난 ‘의·정’파행

끝간데 없는 의약분쟁속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은 정부에 그 책임을 묻는다. 1년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선 더 물을 생각이 없다. 도대체 석달동안에 의료파업이 서너차례나 자행되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치료를 못받는 암환자들이 일본과 미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줄을 잇대는 지경이다. 돈 있는 환자들이야 그럴수 있지만 돈 없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검만 기다려야 할 판이다. 의료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가고 있다. 의사들은 이를 모르지 않으면서 파업을 일삼고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끌려만 간다. 의·정 대화가 겉돌고 있는 것은 결국 정부의 무능이다. 의약분업을 위해 국민은 내년까지 1조5천억원을 추가부담한다. 정부가 의료계 주장대로 약사법개정을 다짐하는데도 의료계는 이를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도대체 진료권의 한계는 무엇이고 조제권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오죽하면 의사들이 정부의 의약분업시책에 기를 쓰고 반대하겠는가 싶어 이해하려 했던 국민들도 이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보편화 됐다. 지금 이 마당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약분업의 전반적 추진에 잘못이 있으면 과감하게 인정, 고쳐야 할 것은 고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의료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데도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 그대신 국민을 위한 의약분업에 객관적 확신이 서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파업의사들에 대한 행정대응으로 면허취소도 불사한다고 하지만 그 말이 곧이 들리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물며 의사들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정부의 공권력이 이토록 실추된 것은 사회공익을 위해 유감이다. 의료계 또한 이번 파업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이었는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인명을 다루는 의사는 직업상 그에 상응한 예우를 물론 받아야 하지만 의료계 내부문제를 의약분업과 연계시키는 비약이 없지 않았나 돌아보기 바란다. 당초 파업률이 전보단 낮고 파업 참여율 역시 당초보단 점점 낮아지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나 하루라도 빨리 전 의료계가 정상화되는 자체노력이 요구된다. 파업은 어떤 이유로든 더이상 안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납득되는 대타협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치단체장 예산집행 정당해야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예산집행 행태에 제동을 걸게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다. 감사원이 만들어 재정경제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국회통과 즉시 시행된다는데 ‘상급자의 위법한 자금 지출 지시에 대해 회계관계직원이 이유를 명시해 거부했음에도 다시 지시한 경우 상급자가 단독 책임을 진다’는 조항(제8조)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단체장이 규정을 어기거나 변칙적으로 집행한 돈은 변상해야 한다. 즉 불필요한 보상, 시가보다 과다한 지출, 다른 항목의 예산을 특정 항목에 끌어 쓴 경우 단체장이 변상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의 모든 長으로도 변상책임을 확대시켰지만 사실상 초점은 자치단체장이다. 1995년부터 민선으로 뽑힌 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기위주의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업무지침을 묵살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혈세를 잘못 쓴 책임에 대해선 자기 돈으로 물게 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법을 고쳤다는 것이다. 현행법엔 ‘규정위반으로 인정되는 회계행위를 명령했을 때는 상급자가 연대책임을 진다’(제7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단체장이 책임을 진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감사원으로부터 변상 판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으로 79억원의 변상액을 모두 회계직원에게 부과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계직원들은 기관장 등 상급자의 부당한 자금지출 지시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어 ‘억울한 변상’ 사례는 없어질 전망이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착돼 가는 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 정당한 시책을 위해 예산을 집행토록 지시하는데도 만일 잘못될 경우를 생각한 회계직원들이 지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한다면 지자체장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민선임을 내세워 국민의 혈세를 주머니돈 쓰듯 한 일부 지자체에 국고의 소중함을 자각시켜준다는 점에서 환영을 한다. 아울러 하급자가 거부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수 있도록 ‘거부의견 표시로 인사 등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총재회담을 보는 시각

오늘 김대중민주당총재와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청와대에서 여야총재회담을 갖는다. 아울러 국회가 정상화된다. 정기국회 회기 100일중 40일을 허비한 국회가 남은 회기나마 충실하기 위해서는 총재회담이 잘 돼야 한다. 지난 6월 24일 의약분업때문에 만났다가 선거부정공방으로 국회가 파행에 들어간 이래 약 3개월반만에 만나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는 여섯번째 갖는 총재회담이다. 오늘의 총재회담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관계법개정 및 경제청문회개최, 인위적 정계개편중단 및 여야경제협의회구성, 상생의 정치구현, 남북문제의 초당적 협력 등은 과거 수차 가진 총재회담의 합의사항이었으나 결과는 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약분업분쟁은 최악의 고통을 국민들이 겪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은 의제나 합의문등에 철저한 사전조율이 있었던 과거회담과는 달리 현안전반에 터놓고 논의하는 허심탄회한 자리가 될 것을 서로 다짐하고 있어 다른 점은 있다. 김총재는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4대부문 개혁, 남북관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정치권의 협력등을 당부할 것이고 이에 이총재는 구조조정의 투명성, 시장원리존중의 촉구와 함께 유연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제기할 것으로 보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국경색의 발단이 된 한빛은행사건 등 3대 쟁점의 구체적 해법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자민련의 교섭단체문제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 또한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떳떳하다. 여야총재가 가진 두·세시간의 회담으로 국정 전반에 걸친 상호 조율이 가능하고 정기국회가 꼭 순탄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서로간에 얽힌 감정의 앙금이 말끔히 씻길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내치의 안정없이는 남북관계도 대외신인도도 어려운 것이 집권여당의 입장임을 알아야 한다. 야당도 국민이 용인하는 장외투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성찰할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형식적회담이 아닌 실질적회담이 돼야 한다. 회담결과를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밝혀 쌍방의 책임을 국민에게 담보해둘 필요가 또한 있다. 이에대한 능동적 노력이 김대중총재에게 요구된다고 보는 것은 평소 강조한대로 정국주도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집권여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큰 정치는 생산적인 정치이며, 이는 상생의 정치에 있는 사실을 총재회담, 그리고 정기국회에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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