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을 보는 시각

오늘 김대중민주당총재와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청와대에서 여야총재회담을 갖는다. 아울러 국회가 정상화된다. 정기국회 회기 100일중 40일을 허비한 국회가 남은 회기나마 충실하기 위해서는 총재회담이 잘 돼야 한다. 지난 6월 24일 의약분업때문에 만났다가 선거부정공방으로 국회가 파행에 들어간 이래 약 3개월반만에 만나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는 여섯번째 갖는 총재회담이다. 오늘의 총재회담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관계법개정 및 경제청문회개최, 인위적 정계개편중단 및 여야경제협의회구성, 상생의 정치구현, 남북문제의 초당적 협력 등은 과거 수차 가진 총재회담의 합의사항이었으나 결과는 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약분업분쟁은 최악의 고통을 국민들이 겪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은 의제나 합의문등에 철저한 사전조율이 있었던 과거회담과는 달리 현안전반에 터놓고 논의하는 허심탄회한 자리가 될 것을 서로 다짐하고 있어 다른 점은 있다. 김총재는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4대부문 개혁, 남북관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정치권의 협력등을 당부할 것이고 이에 이총재는 구조조정의 투명성, 시장원리존중의 촉구와 함께 유연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제기할 것으로 보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국경색의 발단이 된 한빛은행사건 등 3대 쟁점의 구체적 해법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자민련의 교섭단체문제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 또한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떳떳하다. 여야총재가 가진 두·세시간의 회담으로 국정 전반에 걸친 상호 조율이 가능하고 정기국회가 꼭 순탄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서로간에 얽힌 감정의 앙금이 말끔히 씻길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내치의 안정없이는 남북관계도 대외신인도도 어려운 것이 집권여당의 입장임을 알아야 한다. 야당도 국민이 용인하는 장외투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성찰할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형식적회담이 아닌 실질적회담이 돼야 한다. 회담결과를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밝혀 쌍방의 책임을 국민에게 담보해둘 필요가 또한 있다. 이에대한 능동적 노력이 김대중총재에게 요구된다고 보는 것은 평소 강조한대로 정국주도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집권여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큰 정치는 생산적인 정치이며, 이는 상생의 정치에 있는 사실을 총재회담, 그리고 정기국회에 일러둔다.

한글날

우리나라 법률은 2천개가 넘는다. 시행령등까지 합친 법령은 3천여개다. 이가운데 가장 짧은 법률이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이다. 1948년 10월 9일 법률 제6호로 공포된 이 법은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 부칙,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단 세마디가 전문이다. 짧은 법률로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들수 있으나 전문3조로 된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관련 법률보다 훨씬 더 짧은 것이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인 것이다. 공문서의 한글전용이 이루어진 것은 제3공화국시대인 1960년대다. 그러니까 그 이전의 50년대는 법률이 정한대로 필요에 따라 한자를 병용했던 과도기 기간이었다. 그러나 해석에 의미가 다를수 있는 일부 분야의 전문용어는 뜻을 분명하게 하기위해 아직도 한자를 더러 병용하는 수가 없지 않다. 알기 쉬운 우리말로 고쳐 표기하는 연구가 더 필요한 것이다. 오늘은 조선조 세종 28년(1446년) 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리는 한글날이다. 훈민정음 서문 끝의 ‘정통 11년 9월 상한’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3일이다. 공문서의 한글전용시대는 종이문서가 이제 전자문서화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한 전자결재의 법적근거마련을 위한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법률(가칭)안’이 입법예고 됐다. 한문문화권에 속하여 한문을 전적으로 배제할수는 없으나 일상생활 용어는 한글표기만으로 가능한 것은 우리의 자랑이다. 일본만 해도 자기네들 글만으로는 상용어를 다 표기하기엔 불편이 많아 한문을 병용하고 있다. 표음문자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이면서 아름다운 한글에 컴퓨터시대 들어 더욱 긍지를 갖는다. /백산

한글

“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고 섭섭 무료하기 가이없어 하노라. 너도 우리를 생각하느냐. 이 병풍은 오늘 보내마 하였던 것이라. 마침 아주 만든 것이 있으매 보내니 치고 놓아라. 날 춥기 심하니 몸 잘 조리하여 기운이 충실하면 장래 자주 들어올 것이니 밥에 나물것 하여 잘 먹어라.” 조선조 제18대 임금 현종(顯宗·1641∼1674)이 셋째딸 명안(明安)공주에게 보낸 한글편지이다. 어린 나이에 시집간 딸의 안부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이 눈물겹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1월5일까지 열리는 ‘겨레의 글, 한글’전(展)을 보면 현종과 왕비인 명성(明聖)황후, 명안공주 사이에 오간 3통의 한글편지(보물1220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일가의 한글편지 등 130여점이 전시돼 있어 양반계급이 언문(諺文)이라 천시했다는 그동안의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통념상 서민사회의 문화유산으로 알려진 한글을 조선시대에 뿌리 내리는데 큰 역할을 해온 계층이 서민보다는 왕실과 양반이었음을 보여준다. 한글의 소중함이 더욱 돋보이는 ‘겨레의 글, 한글’전이 열리는 때를 맞춰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이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문자창제는 국가 건립일과 같은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한글은 우리 문화를 담는 그릇이자 민족문화의 요체인 만큼 국경일로 승격시켜 민족문화를 개화시키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 제안 이유다. 백번 옳은 말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자는데 만일 이론이 있다면 애석한 노릇이다. 한글이 우리나라의 글자이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며 창제년도와 창제자를 알고 있는 문자가 세계적으로 한글밖에 없음을 모른다면 아마 반대할 것이다. /淸河

‘러브호텔족’ 누구인가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 하면서 부천시에서는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반면에 옹진군에서는 섬지역까지 허가하는등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양 일산주민들은 러브호텔 출입차량번호의 인터넷공개를 들고 나서 주목을 끈다.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한 것은 그 연유가 환경파괴에 있다. 자연환경파괴로는 남한강등 산자수명한 자연을 형질변경, 막심한 폐수공해등을 유발한다. 육지의 강변으로도 모자라 이젠 해상의 섬까지 러브호텔이 상륙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주거 및 교육환경 파괴 또한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륜현장의 온상으로 각인된 러브호텔은 인격형성과정의 자녀, 학생들에게 적절치 못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들로선 마땅히 경계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도대체가 독버섯처럼 번진 그 하고많은 러브호텔이 왜 생겼는가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 러브호텔이란것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을 턱이 없는 점에서 일부 기성사회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대저, 러브호텔을 그토록 애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호텔 종업원의 눈까지 마주치는 것을 꺼린 고객성향을 틈새삼아 무인봉사 시스템을 둔 러브호텔이용은 두가지를 생각해볼수 있다. 그 하나는 불륜의 사안이다. 불륜에 경중을 가리는 것은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미지거나 무인시스템의 러브호텔을 굳이 이용해야 할 정도의 불륜이라면 사회의 지탄을 받아도 엄히 받아야할 대상으로 볼수 있다. 또 하나는 서민대중과는 거리가 먼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 고객임을 생각할 수가 있다. 권세깨나 있고 재력깨나 지닌 이들이 가치관 전도의 이면생활을 탐닉하는 장소가 바로 러브호텔인 것이다. 결국 러브호텔족은 상류층 또는 지도층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충격적인 현상은 도대체 러브호텔 소비계층의 성문화가 얼마나 심히 타락했으면 그토록 많고 많은 업소가 성업을 누리겠는가 하는 점이다. 외국 어느나라에서도 러브호텔은 고사하고 숙박업소가 우리만큼 범람한 나라는 없다. 사회의 성도덕 문란도 문란이지만 행세계층의 우심한 성문화 타락상을 보여주는 것이 러브호텔의 호황인 것이다. 지도층부터 자각하는 기성사회의 각성이 크게 요구된다. 일산주민들의 러브호텔족 차량번호의 인터넷 공개는 이런 각성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의 하나로 볼수가 있다.

지방자치권 확대 시민운동

경기 인천지역 등 전국 20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지방분권 확대와 자치정착을 위한 시민운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최근 정부가 지자체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과 단체장에 대한 서면경고 및 대리집행제 등 단체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단체장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때에 전개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설정한 핵심과제는 ▲주민투표법 제정 ▲주민감사청구 요건 중 필요 청구인수 하향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주민의 조례개정 및 개폐청구에 필요한 인원수 축소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자치입법권 확대 등 4개항이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목표들은 그동안 지자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경영 등 문제점을 주민들의 감시·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독창성의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진취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자주입법권 자주조직권 자주행정권 자주재정권 등 소위 자치4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주민들로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 있어야 완전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위의 자치4권중 어느 것 하나 자치단체들이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은 없다. 또 현행 지자법은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없어 반쪽자치란 비판을 들어 왔다. 주민감사청구도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50분의1 범위내’로 되어 있고, 조례개정 청구는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20분의1’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청구권 행사가 어렵다. 그런만큼 시민단체가 주민감사청구권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의 주요현안을 주민이 직접나서 결정하는 주민투표제의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행자부와 국회는 시민단체의 이같은 요구를 검토, 법제화 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행정의 독창성과 자율성이 강화되고 자치권이 확대되어야 지방자치의 본질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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