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1억1천만원 기부’…고예나씨 “작은 기부, 세상 바꿀 수 있어”

“평소 달리기나 마라톤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성취감이 오잖아요. 기부도 그러한 만족감을 주곤 합니다.” 13일 남양주시에서 만난 고예나씨는 기부를 10년 이상 해온 원동력으로 기부가 주는 즐거움을 꼽았다. 고씨는 “매년 주기적으로 하다 보니 이제는 일상이 됐다”며 소감을 밝혔다. 남양주시에서 음향 업체를 운영하는 고씨는 지난해 연말 동아프리카 빈민 국가 말라위 찬다웨 클러스터 마을에 위치한 희망보건소에 약 1천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2012년부터 이어진 ‘12년째 기부’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고씨가 지금껏 희망보건소에 기부한 금액만 1억1천만원이 넘는다. 그가 기부한 금액은 자립프로젝트를 운영하는 NGO단체를 통해 전달되며, 말라위 희망보건소 운영에 주요하게 쓰이고 있다. 고씨의 도움의 손길로 말라위 찬다웨 클러스마 마을에는 꾸준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기부한 금액은 마을의 공중화장실 개조 사업에 쓰였다. 이후에는 말라리아로 아이들이 죽어간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듣고 기부금을 보건·의료분야에 쓰이게 하고 있다. 고씨가 기부를 이어온 데에는 평소 경쟁 관계에 있던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힘이 컸다. 연말마다 이들과 함께 음향기기 자선경매 행사를 진행하고, 수익금의 10%를 어려운 국가와 어려운 이들에게 쓰고자 하는 데 함께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는 “동종업계 사람들과 평소 쓰지 않고 쌓아두는 장비들을 기부받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경매하고 있다”며 “이렇게 음향인과 함께하는 자선경매 ‘러브라우드니스 경매’를 시작, 새로운 나눔의 형태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향후 기부액을 더 늘릴 방법을 찾고 있다. 남들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 경제 사정이 힘든 국가를 돕는 데 쓰고 싶다는 포부다. 지금까지 1억원 이상 기부한 ‘기부왕’이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은 베풂이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데서 기부의 동기를 얻는다. 동시에 기부 문화와 나눔의 즐거움을 함께 얻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고씨는 “기부는 시작이 어렵지만, 한번 시작한 뒤에는 기부가 하나의 일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는 데 힘쓰고 싶다”고 전했다.

문동철 문식품 대표 “수제 초코파이 통해 나눔 실현”

“더 많은 학생에게 꿈을 심어주고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요. 더불어 사회적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주민 가까이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주식회사 문식품을 이끄는 문동철 대표(62)에게 기부와 봉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다. 지난 2018년 5월 안양에서 문을 연 문식품은 수제 초코파이 제품 등을 제조·생산하는 기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지역과 함께 나눔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사회적기업’이다. 문식품 공장 내부 그의 사무실로 들어서면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운 감사장과 표창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문식품은 3년 연속 지역사회 공헌 인정기업(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으로 선정됐고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 능동적인 봉사활동을 벌여 왔다. 그가 갖고 있는 직함은 일륜장학회 수석부회장, 의왕시 청소년지도위원, 의왕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고려인마을 경기지부장, 안양과천지역사회교육협의회 이사, 안양시 예절강사회 강사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대기업 제과회사에서 20년, 제과재료 유통회사 등에서 6년여의 경력을 쌓은 그는 신장암을 이겨내고 잠시 쉬고 있을 당시 지인을 통해 어렵게 지내고 있는 학교 밖 아이들과 고려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 대표는 “이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고 그대로 방치하면 잠재적 빈곤의 대물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안양과 군포, 의왕 아동보육원과 노인·장애인복지관, 고려인 마을 등에 케이크와 초코파이를 후원하고 심화체험과정으로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하고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제품을 납품하는 등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이 휘청일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2020년 11월 안양시사회복지협의회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문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의 장점 100가지 쓰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손글씨로 적어 보내면 초코파이 한 박스를 선물로 나눠주는 것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공헌 인정 기업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린 데는 문 대표의 이 같은 ‘나눔’ 경영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오래오래 직원들과 함께 가는 회사’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평생 봉사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남주 김포시어린이집연합회장 “교사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시킬 터”

“저출생과 유보(유치교육·보육)통합이라는 보육패러다임이 바뀌는 혁신의 시기에 놓여있습니다. 영유아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보육환경을 만들고 보육교직원들에게도 미래의 보육비젼을 심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제10대 김포시어린이집연합회장에 선출된 이남주 연합회장(66)의 취임 각오다. 이 회장은 최근 유보통합이라는 보육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여건에 어느 때보다 걱정이 크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관리를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이 공포되고 오는 6월말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유보통합은 어린이집이 유치원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생애 출발점부터 모든 영유아에게 질 높은 교육과 보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며 유보통합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보육계에선 심각해지는 저출산 현상에 대응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현재 취원율과 충족율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를 예측한 결과, 앞으로 4년 후인 2028년에는 1/3가량 수가 줄어 2만6천637곳에 그칠 것이란 게 이 회장의 예상이다. 그는 “김포시 읍·면지역 어린이집은 저출생 문제의 타격을 100% 맞는다. 아예 대기 영유아 입소 신청이 없기에 부모상담조차 할 기회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해당 지역은 대도시나 신도시가 아니어서 영유아 등·하원시 차량운행이 필수다”며 “열악한 환경에 기사급여 및 차량유지비, 차량지도시 교사 동승자 탑승 등에 대해 읍·면의 어린이집일수록 우선 정책으로 영유아가 안전하고 차별 없는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연합회는 특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400여개의 어린이집에 1만2천여명의 영유아와 3천500여명의 보육교직원이 함께하는 김포시 보육계를 위해 보육관련 단체들 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저출산으로 보육현장의 애로점과 관심을 이끌어내어 연합회 지원세력을 확대,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변호사, 자문 병원, 자문 노무사 등 자문단을 확충, 교직원들의 권익과 건강에 증진하며 문화적 욕구충족을 위한 교사를 위한 음악회 등을 개최해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을 고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육현장의 어려운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정책입안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연합회에서 제시한 정책의 제도화가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싱 전도사 파주경찰서 박경운 경감 “맨발걷기로 건강 회복”

“어싱(Earthing·접지)을 통해 마음과 육체가 회복하면서 주어진 업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땅과 접지(接地)한다는 뜻의 어싱은 이른바 ‘맨발 걷기’로 불린다. 파주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의 ‘긍정폴’ 박경운 경감(55)은 어싱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일이 즐겁다는 어싱 전도사다. 긍정폴은 박 경감이 민원인 및 동료 선후배 입장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의미로 스스로 만든 별명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집 앞 호수공원에서 맨발로 걷던 70대 할머니의 권유로 어싱을 시작했고 근무시간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에 어싱을 하고 있다. 어싱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어싱 효과를 블로그에 꾸준히 올리고 ‘미라클어싱’이란 전자책을 쓰고 있다. 맨발걷기 전문지도자 자격증을 땄고 파주시 의원들의 도움으로 맨발걷기 권장 및 장소 제공과 관련한 파주시 조례 제정에 앞장섰다. 기타를 치며 어싱을 강의하는 그는 파주의 어싱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주위에서 어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아예 어싱 모임을 만들었다. 어싱 마니아 모임 ‘해바맨’은 ‘도전해봐 어싱, 맨발걷기’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요즘 같은 겨울철엔 황토비닐하우스에서 어싱을 하고 있다. 모임엔 경찰, 전직 교장, 유치원장 등 다양한 직군의 중장년층이 나오고 있다. 그는 ‘맨발박수’를 고안해 모임에 보급하면서 해바맨 식구들의 심신건강 회복을 돕고 있다. 박 경감은 올해 경찰에 입문한 지 31년 차의 중견 경찰관이다. 정보, 형사, 교통 등 분야에서 근무하며 늘 긴장 속에 살았다. 수면장애를 달고 살았던 그가 회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천연신경 안정제’로 불리는 어싱을 만나 활기를 찾았던 것이다. 그는 지난 2016년부터 경찰청 자살예방강사 1기로 선발돼 강의하면서 정신과 육체건강이 필요한 동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가 어싱 전파에 힘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경감은 접지, 지압, 아치 등 어싱의 효과로 세 가지를 들었다. 박 경감에 따르면 접지효과로 충전되는 자유전자를 통해 몸속에서 문명병을 불러들이는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심심건강에 도움을 준다. 어싱을 하면 아치(발바닥의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가 스프링작용을 해 근골격계 통증들을 자연스럽게 해소한다고 한다. 그는 어싱으로 수면장애에서 벗어났고 전립선 약 등을 더는 복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좋아하던 축구, 족구, 테니스 대신 어싱만 하고 있다. 긍정폴 박경운 경감은 “소통, 신뢰, 건강 회복이 공존하는 어싱을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비무장지대(DMZ)가 있는 파주를 어싱 평화 성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삶’…전통수의 만드는 임미숙씨

임미숙씨는 오늘도 ‘한상길 전통수의’에서 혼자 작업한다. 그 흔한 음악도, 말소리도 들리지 않고 서걱서걱 가위 소리와 재봉틀 소리만 조용히 울린다. 망자의 평안을 바라는 작업실의 고요는 적막하기보다 평화롭다. ◆ 어머님이 물려주시다 임미숙씨(70)는 평택시 현덕면에서 2대째 ‘한상길 전통수의(壽衣)’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고 그에 맞는 값을 받고는 있지만 ‘운영’이라는 표현이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1년에 15벌 남짓, 그것도 윤년이나 윤달이 낀 해 생산량이 이 정도다. 임씨 역시 생업보다는 명맥을 잇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주문이 많지는 않았어요. 대부분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를 치르다 보니 수의를 따로 준비하는 일도 줄었습니다. 그래도 환갑을 앞둔 분들이나 특별한 경우엔 더러 찾으시더라고요. 이렇게라도 전통 방식의 수의를 제작하는 걸 다행으로 여깁니다.” 상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임씨의 시어머니 한상길씨(2022년 작고)가 오랫동안 수의를 제작하던 곳이다. 1999년 경기으뜸이로 선정되며 평택시의 수의장(壽衣匠)으로 지정된 바 있는 한씨는 어린 시절 집성촌에 살며 예닐곱 살부터 동네 어르신들의 어깨너머로 바느질을 배웠다. 동네에 장례가 있으면 어르신 6~7명이 모여 해가 지기 전까지 수의를 지었고 그 옆에서 심부름하며 수의 짓는 법을 익혔다. “워낙 손재주가 좋고 손으로 곰실곰실 무언가 만드는 일을 즐기셨어요. 작업실에 있는 바구니 같은 것도 어머님이 만드신 것들이고, 평상복에 쓰이는 매듭단추도 나중에 저 쓰라고 많이 만들어 두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어머님이 수의 짓는 기술을 물려주고 가셨잖아요. 옷을 지을 때마다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 망자를 대접해 드리는 마음 수의는 죽을 때 입고 가는 마지막 옷이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가져가는 유일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승의 모든 인연과 소유욕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도록 단추도 주머니도 없다. 바느질은 되돌아박기를 하지 않고 실을 이어 쓰거나 매듭을 짓지 않는다. 저승에 도착한 망자가 이승과의 끈을 쉽게 풀 수 있도록 잘 풀리도록 묶는다. 한상길씨는 수의가 갖는 이런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망자에게 늘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임씨는 “어머님에게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망자를 대접해 드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머님은 작업 중인 수의를 넘어 다니는 걸 용납하지 않으셨어요. 작업 중엔 TV는 물론이고 라디오도 틀지 말도록 하셨습니다. 소리가 나면 산만해지고 그러다 보면 실수가 생긴다는 뜻이죠. 바느질을 하기 전에 꽂아둔 시침핀 하나도 행여 망자에게 해가 될까 빠뜨리지 않고 뺄 것을 강조하셨는데 함께 일하던 직원이 ‘죽은 사람인데 뭘 알겠냐’는 농을 쳐서 어머님과 저 모두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론 힘들어도 저희 둘이 작업을 했고요. 그만큼 철저하셨고 망자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셨습니다.” ◆ 삶과 죽음, 정성껏 대하길 인간은 누구나 늙고 죽는다. 어느 하나 슬프고 아쉽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한평생 성실히 살다가 크게 괴롭지 않게 숨을 거둘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으로 여길 만하다. 임씨도 “환갑쯤에 수의를 마련해 두면 오래 건강하다는 말에 부부가 손을 잡고 주문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만큼 삶을 더욱 정성껏 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며 미소를 띤다. 그러나 늙지 못한 죽음도 있다. 사고로, 병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사람들. 임씨도 젊은 손님들의 수의를 지을 때 더 애달프다고 말한다. “어머님 계실 때였는데 40대 여성이 자신의 수의를 주문하러 온 적이 있습니다. 유방암 말기인데 가족 없이 혈혈단신이라더군요. 마지막 가는 길에 아무거나 입고 싶지 않아 준비하러 왔다는 말에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또 한번은 한 어머니가 사고로 죽음을 눈앞에 둔 20대 아들의 수의를 부탁하러 오셨어요. 아들의 탄생을 기다리며 배냇저고리를 마련했듯이 세상을 떠날 아들의 옷도 준비해주고 싶다고요. 한 번씩 ‘다들 잘 갔겠지….’ 떠오르곤 합니다.” 2022년 세상을 떠난 한상길씨도 임씨의 남편이자 자신의 아들의 수의를 직접 지어 입혔다. 또 자신보다 몇 해 먼저 떠난 남편과 자신의 수의도 예순이 되는 해에 지어 뒀다. 며느리 임씨를 위해선 수의를 만들진 못했지만 좋은 삼베 천을 마련해 두고 갔다. 임씨는 요즘도 혼자 바느질하다가 문득 “어머니 고마워요” 혼잣말을 하곤 한다.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한동안 그 적적함이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어머님 모시고 병원 다닐 때면 한 번씩 ‘미안하다, 고맙다’ 하셨어요. 그런 말을 들으면 ‘내 고생을 알아주시는 구나’ 할 것 같은데 ‘우리 어머님 많이 약해지셨네’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척 아파요.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한 일만 가슴에 남네요.” 임씨는 스스로 “손재주가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상길씨가 그랬듯이 어깨너머로 수의 짓는 법을 익혔는데 족히 10년은 걸린 것 같다고. 처음 시집와서 풀을 잔뜩 먹인 삼베를 가마솥에 삶아 천근만근 무거워진 천을 널고 말려 옷을 지을 수 있는 옷감으로 만드는 일부터 배운 임씨. 당시엔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전통방식의 수의 짓는 법을 배우고,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크다. 3남매 중 할머니를 닮아 손재주가 좋은 둘째 딸이 이 일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강요하긴 힘들다. “지금 당장은 싫다고 하지만 절대 안 한다고는 안 했으니 지켜봐야죠. 조만간 어머님께 배운 기술을 글로 풀어 자식들이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생전에 한상길씨는 ‘관혼상제’를 허례허식으로 여기며 인간이 살고 죽는 부분을 축소하는 세태를 아쉬워했다. 임씨도 같은 생각이다. “삶을, 또 죽음을 정성껏 대해주면 좋겠어요. 누구나 맞는 죽음인데 터부시하기보다는 준비할 수 있는 현재를 감사하면서 말이죠. 죽음을 생각하는 삶은 고귀합니다.”

권한슬 스튜디오프리윌 대표 “생성형 AI 활용, 독보적 기업 성장”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지난달 말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후보작에 오른 영화 ‘One more pumpkin’을 제작한 스튜디오프리윌의 권한슬 감독(32)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로 영상을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짤막한 쇼츠 영상에 그치고 있다”며 “하지만 저희의 생성형 AI를 통한 영상은 광고 등 상업적 용도로 쓰일 정도로 다방면에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는 챗GPT처럼 콘텐츠의 패턴을 학습해 추론 결과로 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권 대표의 스튜디오프리윌은 이를 영상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 후보작에 오른 영화 ‘One more pumpkin’ 역시 모든 화면과 음성은 순수 생성형 AI로만 만들어졌다. 그는 “이번 영화는 200세 이상 장수하는 한국 노 부부의 비밀을 담은 미스터리 장르 단편영화인데, 새로운 이미지를 뽑아내는 데 탁월한 생성형 AI의 장점을 활용한 작품”이라며 “기획 단계부터 영상 구현까지 단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는 한국 농촌 모습과 서구적 핼러윈 요소를 생성형 AI로 접목시켜 신선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완벽하지 않은 생성형 AI의 한계를 연출적 요소로 활용했다. 그는 “영상 제작 당시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AI가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는 장면들을 만들기도 했지만 되레 이러한 오류를 연출적으로 이용해 기괴한 이미지를 뽑아냈다”고 밝혔다. 권 감독은 지난해 6월 회사를 차린 청년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 새내기기도 하다. 같은 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초기창업기업 지원프로그램(MAP)에 참여해 사업화 자금과 컨설팅을 지원받았고, 이는 초기에 회사가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표이자 감독인 권 감독의 꿈은 무엇일까. 그의 꿈은 AI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독보적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하는 것과 각종 AI 사용법이 담긴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이다. AI 관련 정보와 가이드를 검색·추천 등을 통해 제공해 주는 플랫폼인 ‘AI-카이브’는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올해는 AI로 콘텐츠를 만들며 느꼈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방향에 집중을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서비스도 병행해 AI 콘텐츠 생산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경철 용인도시공사 사장 “용인을 명품 융복합 도시로 만들 것”

“용인특례시가 명품 융복합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동서 균형발전을 실현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신경철 용인도시공사 사장(57)은 반도체 국가산단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용인특례시가 전국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용인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있다. 신 사장은 지난 1990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입사한 이후 32년간 도시사업처장, 스마트도시계획처장, 국토도시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한 토목 및 건설 분야 실무 전문가다. 그는 공사 감독, 설계·인허가, 개발 사업 타당성 심의, 2·3기 신도시 총괄 등 다채로운 사업을 맡아 왔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용인도시공사가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마련하고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용인도시공사는 올해 용인특례시의 시정 현황에 맞춰 플랫폼시티와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등 동서 간 균형발전 과제에 따른 사업을 추진 및 계획하고 있다. 국가산단 배후도시 건설 참여, L자형 반도체 벨트 로드맵 연계 중점사업 신속 추진을 비롯해 첨단 산단 조성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의 부수 효과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건 기본이다. 삼가2지구, 국지도 82호선 비관리청 도로 개설 등 용인시가 직면한 현안에도 적극 참여한다. 신갈오거리·중앙동 도시재생사업 등 위수탁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 수요자 중심 공공건축물 사업에도 집중한다. 신 사장은 정부가 반도체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가운데 용인시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시점에서, 용인도시공사 역시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주도적인 시행자가 돼야 한다. 때로는 타 기관과 소통할 때 견제도 하고 아이디어도 내는 등 지금보다 더 존재감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용인도시공사는 용인시민들의 행복과 편익 증대를 위해 존재한다”며 “공사 본연의 개발 업무에 역점을 둔다면 용인을 명품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