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국민대화합 특별단화 발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9일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100만명규모의 대규모 가석방을 실시하고 금융거래 정지자에 대한 제재완화 및 생계형 범죄로 인한 기소중지자 선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TV로 생중계된 ‘20세기 송년 특별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여야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화합하고 협력하는 큰 정치를 열어가야 한다”면서 “문제가 된 사건들에 대해 원칙있는 처리를 통해 최대한 관용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고소고발 사건, 세풍사건 등 여야간의 정쟁 원인이 됐던 각종 현안들에 대해 법적절차를 거치되 대통령의 사면권 등을 통해 관용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또 남파 간첩 장기수 2명과 노동관련 및 시국사범 구속자 7명을 석방하겠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장기수가 없는 나라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배려로 대규모의 가석방과 가출소, 보호관찰의 해제를 실시하고, IMF체제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로 금융거래상 제재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경중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해 경제발전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10분간 진행된 담화에서 또 “담합 등 잘못된 관행으로 각종 행정제재를 받고 있는 건설관련 업체 및 건설기술자들에 대해서도 제약을 풀어 새로운 각오로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생계형 범죄로 기소중지가 된 사람에 대해서도 자수를 유도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선처하겠다”며 이번 조치로 약 100만명의 국민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또 “작금의 우리 정치는 소모적인 정쟁과 대립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발전의 가장 큰 장애가 되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여야간에) 뒤를 돌아보며 서로의 잘못을 들춰내는 데 소진했던 기운을 새천년의 대한민국이 앞으로 매진하는 데 모아야 할 시점”이라며 ‘화합과 생산의 정치’를 호소한 뒤 “나는 이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뿌리깊은 지역갈등과 부정부패, 이기주의, 그리고 정치적대립과 혼란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굴레”라고 지적하고 “각자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과오에 대해 속죄하고 과감히 결별을 선언하며, 국민 모두가 서로를 용서하고 감싸안는 대화합의 역사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아듀! 1999년

거짓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어두운 과거를 묻고 정의와 희망이 살아 숨쉬는 새천년을 일구자. 20세기가 저물고 새로운 천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말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였다. 끔찍하고 기억에도 담기조차 싫은 메가톤급 사고가 줄줄이 이어져 우리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어른들의 무사안일과 욕심이 빚어낸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사고와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로 채 피지도 못한 어린생명들을 떼죽음으로 몰고가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넘어 썩은 고기를 보고 몰려드는 하이에나 수준의 검은 유착관행이 어김없이 존재해 공직비리의 현주소를 반영했다. 옷로비 사건을 둘러싸고 거짓말을 밥먹는듯 하는 고관집 여인들의 거짓말 시리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현상과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 산적한 민생문제는 제쳐둔채 정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 정보기관 수장의 ‘헤픈 입’ 으로 빚어진 정치권의 공방전은 우리 정치수준의 잣대를 가늠케 해줬다. 그나마 우리에게 다소 희망을 주는 것은 IMF라는 괴물과 싸워 경제회생의 숨통이 트였다는 점이다. 이제 아픈 기억들을 훌훌 털어버릴때가 됐다. 그리고 희망의 새역사를 힘차게 일궈나가야할 때다. 경희대 사회학과 황승연교수(40)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걸쳐 남을 헐뜯고 꼬투리 잡는 식의 그릇된 관행이 새해에는 사라졌으면 한다”며 “특히 책임질줄 아는 사회, 남을 칭찬해주는 사회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지방변호사회 이상용변호사(40)는 “올 한해는 불신과 반목으로 점철된 한해였다”고 전제한뒤 “새해에는 고질적인 부패의 사슬을 끊고 유리알처럼 맑은 사회, 정의가 물흐르듯 흐르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상공회의소 박노호 사무국장(56)은 “시장경제가 정치적 논리에 떠밀려 표류하는 폐해만큼은 새천년을 계기로 가정 먼저 없어져야 한다”며 “그동안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던 무사안일과 지역이기주의도 밀레니엄시대에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다”고 말했다./심규정·류제홍·신동협기자 kjshim@kgib.co.kr

국무회의 노동관계법 개정안등 처리

정부는 28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오는 2002년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해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급여지급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모두 4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2002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노동조합이 자율로 교섭위원단을 구성해 단체교섭을 하도록 하되 교섭위원단을 구성하지 못할 경우 전체 노조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에 교섭대표권을 부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했다. 국무회의는 소득세법시행령 개정안을 의결, 내년부터 직계존속을 부양하기 위해가구를 합치거나 결혼으로 인해 1가구 2주택이 된 경우, 2주택이 된 날로부터 2년이내에 양도하고 양도주택의 보유기간이 3년 이상이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또 국무회의는 과세특례제도 폐지에 따라 자영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천800만원으로 정하고, 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사업자에 대해 일반과세를 적용받도록 하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지방세법 개정으로 휘발유 및 경유에 대한 주행세가 신설됨에 따라 소비자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 1월부터 교통세 세율을 휘발유의 경우 ℓ당 651원에서 630원, 경유의 경우 ℓ당 160원에서 155원으로 각각 인하하는 교통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국무회의는 지방자치법시행령을 개정, 지방의원에게 매월 지급하는 의정활동비를 시·도의원의 경우 월 6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시·군·구의원은 월 35만원에서 55만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국무회의는 이밖에 독립유공자 및 그 유족에게 지급하는 기본연금을 월 46만5천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고, 상이등급 7급 유공자가 신설됨에 따라 해당자 및 유족에 대한 기본연금을 월 15만원으로 정하는 내용의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道, 내년 물가인상 3%에서 억제키로

경기도는 연말연시 소비자 물가안정과 내년 물가인상 3%선 유지를 위해 개인서비스 요금을 인상한 업소에 대해 인상내역 자료 제출을 명령하고 부당한 가격 인상시 200만∼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보고·자료 제출명령권’을 강력 추진키로 했다. 도는 28일 오전 시·군 물가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물가인상 억제를 위한 대책회의’를 갖고 최근 가격담합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연말 1회, 연초 3회에 걸쳐 개인서비스요금 품목에 대해 시·군별로 가격을 비교 조사해 ‘보고·자료 제출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라고 긴급 시달했다. ‘보고·자료 제출명령권’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숙박 및 음식점업, 보관 및 창고업, 부동산임대업, 기타 서비스업에 대해 시장·군수가 사업자에게 원가 및 경영상황에 대한 보고 또는 자료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는 보고·자료 제출명령권을 발동했는데도 보고·자료제출을 이행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자료를 제출할 경우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200만∼1천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도는 이를위해 유급물가모니터 요원 320명을 동원, 농수축산물 가격 및 개인서비스 요금 동향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요금을 인상하지 않은 모범업소에 대해서는 상수도료 감면, 쓰레기봉투 지원 등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도는 이와함께 연말연시 분위기에 편승해 소비자물가 및 개인서비스요금의 부당한 인상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행정지도 및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단체 등과 연계해 가격표시제 정착 노력 및 물가안전에 대한 캠페인 등을 펼칠 방침이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자연재해 피해보상 보험제도 도입

수해복구공사의 조기집행을 위해 분할계약과 수의계약 제도가 적극 활용되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비서실 수해방지대책기획단이 마련한 이같은 내용의 ‘수해방지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관계부처와 전문연구기관 및 보험업계 공동으로 자연재해보험법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 200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수해 예방을 위해 국토.도시개발계획 수립시에는 수해방지계획을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했으며 수해 위험이 높은 지방하천은 국가하천의 배수위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까지 국가가 정비키로 했다. 정부는 또 수해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홍수예.경보시설 설치하천을 한강 등 8대강에서 최근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동문천(파주), 차탄천(연천),중랑천(서울) 등 모두 20개 하천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수해가 자주 발생하는 경기.강원 북부 지역의 수해 방지를 위해내년 우기전까지 연천 소수력댐을 철거하는 등 수해복구 및 긴급대책 사업을 완료하고, 임진강 유역 치수를 위한 근본 대책도 조속히 마련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여섯차례의 수해 현장 조사와 두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119개의 세부실천과제를 마련했다”며 “내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총 24조원을 투입,이들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도내 제조업체 종사자 전국 최고

경기도내에 있는 사업체수가 전국에서 서울시 다음으로 많았으며 제조업체 종사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도가 밝힌 경기도내 사업체 기초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도내에 있는 사업체수는 42만5천43개이며 종사자수는 203만6천899명이다. 이는 국내 총 사업체중 15.3%에 달하는 수치로 경기도가 서울시 23.8%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사업체가 많았으며 제조업 종사자는 전국의 23%(68만5천966명)를 차지, 서울의 19.3%(57만5천849명)보다 3.7% 포인트 높아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시·군별로 사업체수를 보면 수원시가 4만6천363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천시가 4만3천337개, 성남시 3만6천925개, 안양시 3만110개 등이며 과천시가 2천622개로 도내에서 사업체수가 가장 적었다. 사업체 증, 감소율을 보면 ▲고양 5.7% ▲시흥 4.7% ▲안성 4.8% 등 9개 시·군이 증가한 반면 군포, 의왕시 등 14개 시·군은 감소했다. 종사자수는 수원이 21만9천35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천 17만3천155명, 안산 17만2천272명, 성남 16만7천673명 등이며 용인, 고양 등 신도시는 종사자가 증가한 반면 수원, 평택 등 도내 주요 도시는 1년새 종사자수가 1만여명이나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한 남녀별 종사자수 조사에서 전체 종사자중 남성이 126만6천344명, 여성이 77만555명으로 여성의 경우 전년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사업체당 평균 종사자는 4.79명이며 300인 이상인 사업체도 356개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분별로 보면 공공 및 개인서비스업 등 단독 사업체가 41만3천159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장·지사가 1만577개, 본사가 1천307개 등이며 전년도에 비해 도내 업체수는 1.3% 포인트 감소했다. 조직 형태별로는 개인 및 비법인단체가 전체의 92.6%를 차지했으며 법인체는 7.4%에 불과했는데 이중 회사법인이 5.3%, 회사외 법인이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구분하면 ▲도·소매 및 소비지용품 13만4천972개 ▲숙박 및 음식점 9만2천893개 ▲제조업 5만7천901개 ▲부동산 임대 및 사업 서비스 2만5천248개 ▲운수·창고 및 통신업 2만4천446개 ▲교육서비스 1만6천841개 건설업 1만505개 등이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여야 선거법 협상 연내 타결 어렵다

여야의 선거법 협상이 연내 타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는 28일에도 3당 총무회담등 다각적인 채널을 가동, 선거구제 협상을 계속했으나 자민련이 요구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놓고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여권의 연내 매듭의지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협상은 새해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으며, 현행 선거법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를 넘겨‘연초 여야 총재회담’을 제의한 것이나 이부영총무가 27일 30일로 예정된 제209회 임시국회 회기를 다음달 19일까지 연기하자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현재 한나라당이 제시한 ‘정당명부제+œ’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면서도 공동여당의 한축인 자민련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날 이만섭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선거법 합의처리’라는 기존입장만을 재확인하는등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국민회의 한 관계자는 “자민련은 복합선거구제 관철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현재로선 마땅한 해법이 없다”며 선거법 협상이 새해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선거법이 조만간 타결되지 않으면 현행 법대로 가는게 아니냐”고 말해, 자칫 선거법이 ‘개혁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자민련 역시 박태준총재 주재로 당5역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복합선거구제 관철’당론을 고수키로 의견을 모았다. 영남권 의원들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복합선거구제를 추진중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당인 국민회의측이 어정쩡한 태도에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다. 전날 국민회의측에 복합선거구제로의 당론변경을 요구한 것도 이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러나 자민련 한 고위관계자는“복합선거구제가 마지노선”이라고 배수진을 치면서도“선거구제가 연내에 매듭되지 않으면 현행법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소선거구제로의 방향선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야가 입장차이를 빌미로 선거법 처리를 마냥 끌고 있는 것이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유지, 내년 총선에서 의원수 감축등 ‘제살깍기’를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이회창총재의 총재회담 제의배경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28일 신년 여야총재회담을 제의하고 나선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법 협상 등에 대한 국민의 비난여론을 비켜가고 신년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소한 여야 영수가 만나 국민을 안심시키고희망을 줄 수 있는 새 출발의 진솔한 다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뉴밀레니엄 총재회담의 명분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당초 모든 것을 털어내는 총재회담을 생각했으나, 선거법 협상과 ‘언론문건’ 국정조사에 대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회담을 새해로 넘겨 정국현안보다는 큰 틀에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자는 운을 띄운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총재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선거법 협상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던 이 총재의 조건없는 총재회담 제의는 섞연치 않은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테면 어차피 정국현안의 연내 타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총재회담을 연말에 열지 못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 굳이 연초에 열겠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거법 협상 등 정국현안을 미해결 상태로 남겨놓고 총재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새출발의 의지를 갖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겨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즉 시기적으로 연말에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선거법 협상 등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보다 새해에 여권을 압박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좀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이 총재가 신년 총재회담의 의제로 대통령의 당적이탈,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제자리 찾기, 국회의 위상제고, 여야의 정치관계 설정 등을 예로 든 것은 다분히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이 총재는 “총재회담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런 내용들이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총재회담 자리를 ‘듣기’보다는 뭔가를 말하려는 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 총재는 국민을 생각하는 야당 총재의 이미지 제고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대통령의 중립성 확보 등 명분과 실리를 두루 챙기기 위해 총재회담의 시기를 내년으로 넘겨 제의하는 ‘선수’를 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