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지역주의 극복 모델과 사회협약

지역간의 갈등을 둘러싼 지방의 소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사회계약론적 협약정신의 확산과제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한다. 소지역주의는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전통적인 도덕적 방법으로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지역주의에 관한 담론은 먼저 구역 주민들의 권리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지역 주민들을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지역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를 낳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는 철저히 개인주의적 토대에 의한 계약론으로 반공리주의적 성향을 갖는다.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아니라 각 개인의 주권적 효용판단이다. 사회계약론에서 국가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은 자유를 제한하는 정치적 질서가 피지배자의 자발적 자기제한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토대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는 절대적인 자유끼리 해결책없이 투쟁만 벌이는 자연상태를 벗어나, 공존을 보장하는 정치질서를 세우는 게 모든 개인의 자기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그 역할이 드러난다. 국가는 이제 필요한 개인들의 자유제한은 오직 상호성이라는 합리성의 조건 하에서만 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상호성의 합리적 조건은 자연상태의 개인들이 서로서로 자연상태의 자유를 포기하고 정치적으로 복종할 책임을 지게되는 계약을 토대로 해서만 가능하다. 이렇게 사회협약(cooperative governance)이 중요한 것은 사회계약에서와 같이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우선시하는 자연상태적 입장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줄 공존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이해관계와 주장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협력 파트너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회협약은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갈등(자연상태)을 전제로 하여 각자의 실제적 이익이 협약의 성립과 준수(국가상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기적 개인을 출발점으로 하는 사회계약으로서 사회협약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부안 지방의 핵폐기장 설치문제를 둘러싼 지역간의 갈등 등은 결코 부당한 요구라고 할 수 없다. 그간의 지역 정책결정과정의 실패원인을 무엇보다도 사회협약의 투명성의 결여와 지역주민의 참여배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투명성은 사회협약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상호신뢰를 위해 요구되며, 주민참여는 주민들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하게 파악하고 이를 문제해결의 과정에 반영함으로써 자발적인 자기구속으로서의 협약준수를 담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은 오직 주민들의 배제가 아닌 참여를 통해서만 그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시도로써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시민합의회의’의 방식은 참여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시민합의회의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깊이있는 설명을 듣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스스로 정책의 방향을 내놓은 것은 참여민주주의의 중요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례는 일반시민들이 합의회의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협약 파트너와 대화와 협상을 수행할 역량을 갖출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지역주의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협약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은 모델로 여겨진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

경기시론/개혁 시급한 경기도 예산

경기도 재정확대의 잔치는 끝났다. 2005년도 경기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감축에 있다. 이러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방세 수입이 5조7백억원으로 작년대비 5천2백억원이 감소하는데 기인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세입의 감소 때문인 것이다. 재정여건이 좋을 때는 재정규율을 확립하고 개혁을 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재정개혁은 재정위기나 재정적자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경기도는 기존의 관행을 재검토하고 재정규율을 확립해야 할 절박한 시기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긴박한 심정으로 경기도 예산안의 쟁점을 보면서 과제를 살펴본다. 첫째, 내년도 세입감소는 단순히 경기순환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의 연장에서 거래세는 줄이고 보유세는 강화하게 될 때, 결국 기초자치단체의 세원은 늘고 광역자치단체의 세원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역자치단체 재원의 감소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때 기초자치단체와의 기능재배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어야 한다. 둘째, 중앙으로부터 지원되는 재원의 전면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당장 2천8백억원 규모의 지방양여금이 폐지된다. 경기도의 경우 지방도로 건설에 많은 지원을 받았던 만큼 재정충격이 발생할 것이다. 일단은 균형개발특별회계를 통해 보전되었지만, 장기적으로 도로 건설 사업과 관련한 재원에 큰 충격이 올 것이다. 셋째, 복지, 문화, 환경 등의 영역에서는 중앙의 보조금에 대한 통과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가 주는 보조금에 돈을 얼마간 보태어 기초자치단체로 보내는 역할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보조금이 늘면 경기도 복지예산도 늘고 중앙의 지원이 줄면 경기도 예산도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체적으로 지역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럴 경우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는 공무원보다 해당 이해관계자나 시민이 더 잘 안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예산제가 절실히 필요한 영역이다. 넷째, 불요불급한 예산을 전면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외여비의 경우 경쟁적으로 각 과에 계상하면서 약27억원이나 되고 있다.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사례를 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도 사업별로 책정되어 약 23억원이 되고 있다. 이런 항목들은 차라리 국별로 총액계상을 해두고 필요에 따라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를 제고할 수도 있다. 다섯째, 산하기관에 출연금으로 약 1천3백60억원이 지출되고 있는데 적정한 규모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출연기관이 있으면서 또 일반회계에서 유사한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여섯째, 예산을 총액으로 계상하고 공모를 통해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몇 개 사업을 주어진 예산의 범위에서 무조건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평가를 통해 몇 점 이상인 경우에만 지원을 하도록 방식을 변화시켜야 된다. 몇 개의 기관에 준다고 하면 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노력보다 로비에 매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매년 들어오는 세입으로 매년 나누어 쓰면 된다는 관행과 관습에 얽매인 예산이 아니라 재정압박의 시기에 개혁의 마인드로 예산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

경기시론/본질적 교육개선 필요하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문제가 된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부정행위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이용에서 대리시험으로, 대물림과 금전 수수까지 그리고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전파차단, 탐지기 동원, 감독교사 확대, 문제 유형의 다양화, 부정행위 연루자에 대한 응시기회 박탈강화 등 여러 대비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대비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학진학을 위한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한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유난스럽게 높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열을 조그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 교육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일류대학 진학열의 문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교과 학업성취도 평가에 기초한 입학전형에 의해, 일단 대학에 진학을 하기만 하면 이후 4년간은 적당히 하여도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이다. 항상 어떤 일을 계획할 때는 다단계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대학진학 문제에서는 교과 성적이 곧 입학이라는 한 단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들에게 도적적인 비난을 가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본질인 대학교육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와 국민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우선,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에 발생된 부정행위가 본질적으로 학생선발권을 누가 갖고 있는가의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입학제도에 대해 권리는 정부가, 책임은 대학이 지는 불균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권리가 있으면 책임이 함께 동반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가장 원초적인 윤리 덕목이다. 선발권을 과감히 이양하되, 책임은 강하게 묻는 방식으로 대학입시방법에 근본적인 변혁을 고려하여야 한다. 대학들도 손쉽게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교과 위주의 성취도 반영보다는 잠재력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식을 개발하여야 한다. 뜻이 있어도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염려하여, 교과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교육의 본질은 우수한 학생을 우수하게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비록 당장은 성취도가 떨어져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학에게는 선발권도 중요하지만, 선발된 학생을 어떻게 질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이하의 학교도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들에게 기본적인 도덕심과 윤리의식을 조금만 더 강조했더라면, 그리고 내신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수학능력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극히 개인의 문제로 제기되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되지 않았을 뿐이지, 고등교육의 본질적 목적과 내용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 자신들에게도 도덕적인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들에게 온갖 유형의 형벌이 주어짐에도 계속해서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미 1903년에 당시 프랑스 판사였던 가브리엘 타드는 ‘모방의 법칙’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강력한 창이 나오면, 이를 막으려는 방패가 개발되고, 이에 반응하여 더 강력한 창이 다시 개발되는 것과 같이, 대증(對症)적인 처방으로 부정행위 방지책을 세우더라도, 이를 피해나가는 수단과 방법을 또 다시 만들어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의 본질을 고쳐야 하는 것이 이번 수능 부정사건의 교육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경기시론/동방무례지국

스산한 가을 비바람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는데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지금쯤이면 경쾌한 캐럴속에 한해를 보내는 뿌듯함이 앞서야 함에도 주변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비단 먹고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가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너무나 한심하고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자고 나면 데모가 끊이지 않고 사람다치는 험한 기사가 신문을 메운다. 정치는 정치대로 제 갈길을 못잡고 있고,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사회는 사회대로 각계각층의 배타적인 목소리만 넘치고, 눈을 씻고 보아도 국민통합이나 미래의 비전을 얘기하고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나라가 잘 되려면 교육이 탄탄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인성교육(예의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너나없이 자기 편할대로 사는 세상이다. 남에 대한, 남을 의식하고 남을 위한 배려는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사회가 험악하게 변했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근본을 지탱하는 질서, 예의가 무너져 버렸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류학에서는 보통 동양과 서양을 나누면서 서양문화는 죄악의 문화(Guilty Culture)로, 동양은 염치의 문화(Shame Culture)로 구분한다. 서양에서는 매사의 기준을 죄가 되느냐 아니냐에 두고 있는 반면에, 동양에서는 체면과 염치를 우선시한다는 분석이다.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은 그러한 기독교적인 가치관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면 빠르다. 반면에 우리는 결과의 죄의식보다는 남과의 관계에서 체면을 우선시하는 문화풍토속에서 자라왔다.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중국을 제치고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받은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민주주의와 공자식의 예의는 어찌 보면 상충되는 대립개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공자나 맹자보다 더 공자적이고 맹자적인 전통을 견지해 왔었다. 민화 문자그림의 주된 소재는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로 충효사상과 예의,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도덕적 가치관을 지배했던 논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적 줄서기 ‘수능시험’으로 온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시험 때문에 출근을 한시간이나 늦게 하고 비행기마저도 피해가야 했다. 성적이 좋으라고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조직적인 부정을 저지르기까지 법석을 떨었다. 이 아이들이 크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까 겁부터 난다. 시험의 결과만 따지는 성적우선주의야말로 오늘의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무서운 이유일 것이다. 수치로 따지는 시험만큼 인격시험, 도덕시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혼자만의 상념은 아닐 것이다. 예의란 사람과 사람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단 공간적인 거리뿐만이 아니라, 인격적인 거리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 공중속에 던져지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는 만성이 되다시피 하여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무례함이 도를 넘친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방무례지국’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도가 지나친 것중 으뜸은 핸드폰 사용이다. 심리학자의 분석에 의하면,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어야 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사방을 둘러보는 이유는 공간이 침해받지 않나 하는 동물적인 방어본능 때문이다. 핸드폰의 무례한 사용은 남의 공간을 무차별 침범하는 꼴이 된다. 그럼에도 아무런 제지나 가책을 받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핸드폰 사용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음은 도덕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종 선 경기도박물관장

경기시론/부시의 북핵정책과 해법

북한의 핵무기개발 배경은 1990년 소련의 붕괴로 인한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자위수단의 확보, 에너지원의 확충 그리고 김정일 체제에 대한 충성심 및 자긍심 고양으로 분석된다. 1989년 평안북도 영변 핵 단지 내의 시설들이 미국의 정찰위성과 프랑스의 상업위성에 의해 외부에 공개됐고 북한이 지난 85년 12월 NPT(핵확산금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에 가입했음에도 핵안전협정(Safeguard Agreement)을 체결하지 않은 채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미국과 서방국들이 제기하면서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9년 7월 제33차 IAEA(국제원자력 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총회 개막 전에 비공개 이사회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안전협정 체결의무를 이행하고 핵사찰을 수용하도록 촉구하면서 북·미간 마찰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북한이 IAEA가입후 8개월 이내에 핵안전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데에는 국제원자력기구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핵문제는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관심사로 되어왔다. 북한은 북미간 불가침조약체결을 통한 생존권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영변 핵시설의 동결해제 및 재가동, IAEA 사찰단의 추방, NPT 탈퇴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였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보유를 인정함으로써 북한 핵문제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북미 두 나라는 지금 팽팽한 긴장상태에서 정치적 대결을 계속하고 있다. 북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이 제기한 동시행동의 원칙과 미국이 제기한 순차행동의 원칙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 속에서 국제사회에는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의 미래에 대해 양분된 시각이 존재한다. ‘비관론’과 조심스런 ‘낙관론’의 입장이다. 낙관론은 1990년대 초이래 북한의 계속되는 핵문제 제기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북한지도부의 대미협상전략 차원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미국의 호응이 있는 한 한·북·미관계의 타협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시대통령은 클린턴정부의 핵무기 개발포기와 체제보장 등을 일괄 타결하기 위한 정책을 뒤바꾸어 놓았다. 포괄적 접근이 아닌 북한의 ‘고사(soft collapse)’ 등 ‘대담한 접근(bold approach)’의 방법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혔다. 핵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armament)’로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재정적인 보답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리비아식 선핵포기 제안에 대해서도 동시행동순서의 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Package deal)방식과 ‘동결 대 보상’이라는 종래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북미간의 갈등은 협상에 임하는 기본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작금에 한반도 체제의 전환을 국제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6자 회담이 열리고 있다. 6자 회담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중국의 중재전달의 담합의 산물로 남쪽으로서는 최악부터 최상의 경우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상으로는 북핵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공존의 논리와 윤리에 기초한 공존지향성, 주변 4국과 협력관계구축을 위한 평화지향성, 남북화해협력 및 통일과정에서 우리의 주도적 책임성, 그리고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통일을 추구하는 창의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통일정책과 비전을 정립하여 제시해갈 필요가 있다. 한국민족주의에 대한 정치교육과 민족세력의 결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정치학

경기시론/누가 分道를 주장하는가

무한하게 흘러가는 자연현상에 대해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경계를 지어놓고는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장치들이 많다. 그리고는 그 경계의 틀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시간이 그러하다. 무심히 흘러가는 무한의 시간에 초, 분, 시, 일, 월, 년이라는 단위를 붙여놓고는 숨 가쁘게 살아간다. 행정구역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그 시대의 사회경제적 필요성과 정치적 이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구역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행정구역은 기본적으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틀을 가지고 있어 통치에 적합한 것이지 자치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논거가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그리고 학계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되어 왔고 또 현재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도 매우 스펙트럼이 넓어서 극단적인 견해들이 오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에 적합한 형태로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기초자치단체만 두는 단층제가 주장되기도 한다. 반면 광역자치단체가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숫자를 늘려서 행정단위를 줄이자는 주장도 있다. 지금 제주도의 경우 특별도로 추진하면서 마지막 단계의 조율에서 산통을 겪고 있는 것도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광역단위의 단층제로 해야 한다는 행정계층 구조 개편의 방안을 도민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자치가 도입되어 선거를 하고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없앤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슴 졸이며 신행정수도의 진행을 지켜보던 경기도민의 입장에서 겨우 한 숨을 돌리자 말자 경기 분도(分道)론이 대두되어 긴장하고 있다. 그간 남부 지역의 발전에 비해 각종 규제에 묶여 있기만 하고 홀대 받는다고 생각한 북부지역의 주민 입장에서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북부지역 주민은 수도권정비계획, 군사보호시설, 상수도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숨통을 조이고 있다. 주민들은 도지사가 행사가 있을 때 간혹 들르기만 하고 주민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제2청사를 만들어 위로를 했지만 행정절차만 하나 더 생긴 것이라는 불평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분도론은 시기적으로 그리고 그 목적을 생각할 때 적절하지 못하다. 우선 경기도의 힘을 빼고자 하는 다른 지역의 입장에서 볼 때 반대를 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만약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한다면 쉽게 과반수를 넘게 될 것이다. 수도권의 힘 빼기 작전에서 애꿎게 경기도만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경기북도를 신설하여 도지사 자리를 하나 더 만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경계해야 한다. 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치의 단위를 작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지금과 같은 행정기능의 배분 실태에서 광역단위를 신설하는 것은 행정단계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분도반대론자들이 흔히들 주장하는 논거처럼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자립할 수 없다는 논거도 북부 주민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다. 31개 시군에 포함되어 있기에 조정교부금을 통해 남부의 재원을 북부에서 활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한다면 중앙정부의 재원을 얻어다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치단위 내에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분도를 통한 분단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세계지도와 역사 속에서 한국의 비전을 생각하고 그리고 경기도의 방향을 생각하면서 논의를 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북부지역 주민이 가슴아파하는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을 표의 단위로 계산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행정학>

경기시론/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는 수도이전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전에 자율적 협상이 아니라, 일종의 타율적 해결책인 법률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해결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시민단체의 수가 많아지고, 개방적 통신수단이 활용되면서 사회현상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봇물처럼 제기됨에 따라 과거에는 단순한 사회현상이었던 사안들이 사회적 쟁점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쟁점이 민주화라는 한 가지로 수렴되었기 때문에 쟁점의 본질에 대한 진단이 비교적 쉬웠지만, 최근에는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마녀재판식의 여론 조성 등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세력을 과시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이 한 가지 쟁점도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에 4대 법안과 같은 굵직한 쟁점들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문제해결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학, 언론, 과거사, 국가보안법의 주요 쟁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큰 이론이 없는 듯하다. 다만, 그 개혁이 지금 이루어져야 하는가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판단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한편, 이러한 사회적 쟁점들이 제기된 배경에는 법안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제공한 부분도 있다. 소수의 문제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형태가 되었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집단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정화하지 못하면 외부의 힘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가진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규모 집회를 마련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학교를 폐교하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 투쟁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굴복시키려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 타협의 정신은 사라지고,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만 탓하는 주장들이 남발되면서 수단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그 결과는 사회적 통합이 와해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형상이 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구성원간의 갈등은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러한 갈등이 관행적인 것인지 또는 파행적이 될 것인지는 각 사회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쟁점이 자유롭게 제기되고, 다양한 쟁점을 사회체계에서 소화해낼 수 있다면 이는 이른바 ‘역동적 균형의 상태’로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발전의 축이 된다. 그러나 쟁점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만,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누가 무엇을 주장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세의 과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모든 주장과 행위에 대한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온갖 시빗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잠정투표제를 무리 없이 도입하여 운영한 미국의 대선에서, 백중지세로 끝난 자신의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승자에게 국민통합을 요구하는 모습은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국민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와 행위양식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경기시론/박찬호와 이치로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의 우방인가, 적인가, 잠재적인 경계의 대상인가. 이런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인접국들, 특히 중국,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는 데에 비해 우리의 자세는 너무도 안이하다는 현실에 있다. 우리 국민의 자존심 박찬호가 올해에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야구의 영웅 스즈키 이치로에게 금년은 꿈같은 한해였다.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한국은 기울고 일본은 일어나고 있다. 정녕 스즈키는 뜨는 해요, 박찬호는 지는 해인가. 과연 그런가. 일본은 오랜 장기불황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불안한 정치정세와 각계각층의 어지러운 요구의 소화라는 걸림돌 때문에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정녕 일본은 다시 일어나고 한국은 가라앉고 있는가. 과연 그런가.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무작정 일본을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는 일본에게 당한 치욕의 역사를 보상받으려는 잠재심리와, 전통적으로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멸시하여 온 문화우월감에서 비롯된 뒤틀린 감정의 소산이다. 때문에 우리 국민들에게 박찬호의 우울한 침몰과 스즈키의 화려한 浮上은 너무나도 가슴 죄는 경험이다. 우리 국민의 단점은 매사에 너무 조급하고 즉흥적이라는 데에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인은 매우 꼼꼼하고 준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박찬호가 20승 가까이 올리면서 축배를 들고 있을 때, 스즈키는 골프공을 연습볼로 때리며 꾸준히 앞날을 대비해 왔다. 스즈키가 메이저 리그 신기록을 세우면서 야구의 종주국 미국을 크게 놀라게 한 밑바탕에는 일본식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들어 있었다. 일본의 저력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함께 치밀한 계산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도 이제 그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워 본받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주변의 강대국-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네 마리의 코끼리들로부터 우리를 지킬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시점에 와있다. 타산적인 일본은 즉흥적인 우리에게는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스즈키식의 훈련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금년 들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참여정부 들어서면서부터 국민경제가 삐걱거리고 우리사회의 화합에 금이 가고 있다. 박찬호처럼 우리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는 해나 무너지는 탑을 바로 잡을 길은 없지만, 애써 불안을 떨쳐 버리려는 것은 책임회피이다. 일단 추락하고 나면 다시는 회복하기 어렵다. 한국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없어지고 ‘나’만 존재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국가’나 ‘사회’라는 ‘우리’는 실종되고 ‘小我 小集團의 우리’, 즉 ‘확대된 나’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해당사자끼리는 부딪치기 일쑤이고 파열음만 진동한다. 걱정스러운 이러한 모습이 어쩌면 백년전 왕조말의 망국시기와 그리도 닮아 있을까. 우리 주변에 우방만 있으리라는 어설픈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일본도 우리의 우방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이나 러시아, 심지어 오랜 맹방인 미국도 자국의 이익에 충실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이 내부갈등속에 설익은 자신감을 내어 보여 오지나 않았는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단점을 빨리 버리고 우리가 혐오해 왔던 민족의 장점을 배우고 닦아서 다가올 앞날의 시련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찬호가 화려했던 어제의 박찬호가 아니듯이, 우리 민족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지금 정신 똑바로 차리고 크게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이제 와서 다시 어두운 60년대의 그늘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종 선 경기도 박물관장

경기시론/지역발전의 정치경제학

경기를 비롯한 지역에서 외국어 마을 운영, 부산이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등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해왔던 일들을 지방정부가 맡아 함으로써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발전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지방의 세계화로 정기적인 대화채널을 통하여 한반도의 긴장완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동북아중심(Hub)국가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잘 유대를 맺어 남북의 경제협력 등 참여정부의 청사진이 완성될 수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이해의 기반하에 지방자치가 경제외교와 안보외교를 유의하면서 한·중·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열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한편 중앙정부를 넘어서 지방정부가 세계화로 나아가는 소위 세방화(세계화+지역화)는 국민국가가 제대로 건설될 때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민족정부를 기반으로 비정부단체(NGO)가 활동하여 다원 민주주의사회를 열어가듯이 이제 지방정부도 더욱 더 지역의 삶이 윤택해지기 위해 지방 스스로 관료화를 배제하고 자발적이며 민간교류를 활성화하여 세방화를 성공시켜 가도록 하는 정치경제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의 신자유주의(Economic Liberalism) 노선에 밀착하여 일본식 정치경제학으로 하여 국가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과학사회주의(Marxism)에 기초한 신중국건설의 정치경제학을 수립하여 21세기 중엽에는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한국도 이미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로드맵이 나와 있지만 민족의 정치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해 한국식 정치경제학의 정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경우 정치경제학의 모델은 영·미와 비교한다면 오히려 프랑스와 유사하다고 본다. 영국이 자유주의 경제무역정책으로 근대국가건설에 성공하였다면, 독일은 리스트(Friedrich List)에 의한 중상주의의 민족주의 보호무역정책을 표방함으로써 후발 자본주의 국가건설에 성공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양 선진국의 사이에서 영국의 개인주의(개인의사)의 특징을 기조로 하는 자유주의의 장점과 독일의 전체주의(전체의사)의 성격이 포함되는 민족주의의 장점을 결합한 공동체주의(일반의사)를 이념으로 프랑스식 사회주의 정치경제학을 정립하여 근대국가건설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후 한민족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에 의해 독립국가가 수립되지 못함으로써 남은 미국식 자유·자본주의로 북은 사회·공산주의로 하여 우리의 민족의사와는 무관하게 양극체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리하여 우리는 지금이라도 지역화로 세계화, 즉 세방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구선진국들의 근대화 정치경제학 모델을 변증법적 으로 지양하면서 弘益, 人乃天의 상생원리로 한국민주주의의 파라다임을 모색하여 민족공조를 위한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해 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세방화에 성공한 화란의 경우등 서구와는 달리 종족, 종교 등이 모두 동일한 종족민족주의가 바로 통일민족국가 건설의 한국민족주의가 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방이 중앙과 긴밀한 협력에 민간합작의 가버넌스(공동의사결정)를 잘 활용해 가면 국가주의와 시민사회가 잘 결합됨으로써 지역화(지역발전)는 물론이고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

시론/판문점관광 변해야 한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유엔군(주한미군)이 맡아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업무가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합의에 따라 다가오는 11월 1일 반세기 만에 완전히 종료됨으로써 그동안 유엔사에서 관장했던 판문점관광의 진행업무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대치상황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유엔사 군정위, 중립국감독위원회 및 대한적십자사가 한반도의 안보를 보장하고 화해를 촉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인 북한측과 접촉을 할 때 그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작전지역이지 결코 관광명소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판문점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의 실체를 볼 수 있는 특수지역으로 한반도 지역에서 서울과 평양에 이어 전세계적인 유명한 지역이다. 또한 한반도의 남과 북을 찾는 관광객들이 빼 놓을 수 없는 방문지가 되었고 DMZ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이에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중 많은 인원이 판문점 관광을 희망하고 있으나 판문점 출입 인원 제한으로 북한 남침야욕 현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당국에서는 판문점관광에 대해 군사보안상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원증원을 비롯한 판문점 개발에 대하여 유엔군사령부에 건의한 바 있으나 위험성의 상존 등의 이유로 어려움이 따랐다. 이런가운데 11월 1일 한국군에 JSA 공동경비구역 경비 책임을 넘기기로 한 현 시점에서 판문점 관광통제업무와 관련 기존대로 유엔군사령부에서 판문점관광 업무를 계속해서 맡든 또는 한국측으로 이관하든 판문점관광은 분명히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판문점 관광안내 책임이 유엔사에서 한국측으로 업무 이관 시점에 맞춰 판문점 방문 및 관광의 관련기관인 통일부, 국방부, 문화관광부, 국가정보원, 유엔군사령부 군정위 그리고 판문점관광을 처음으로 주도하였던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관광업계와 해당지자체인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 파주시까지 포함해서 판문점 방문의 개선사항 및 활성화를 위해 충분히 협의가 있어야 한다. 판문점관광의 활성화 차원에서 개선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판문점 방문규정을 개정하고 그리고 제도적인 운영을 보완해 판문점 방문객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 등이다. 예를 들면 변화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방문규정에 아직도 청바지를 입고 판문점 방문은 안 된다. 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권 및 동구권 외국인 관광객이 판문점을 방문하려면 약 20일전에 유엔사에서 지정한 여행사에 신청해야 하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많은 규정이 너무 오랫동안 적용되고 있다. 둘째, 제도적인 운영면에서 판문점방문 절차의 간소화를 통한 내국인들의 판문점 방문 확대와 편의를 위해 방문업무를 정부기관에서 민간단체로 이관하여 국민들에게 쉽게 방문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가칭)‘판문점관광안내센터’를 현대식으로 신축, 센터내에 사전교육장을 비롯한 휴게실, 식당, 기타 편의 시설 등을 한곳으로 통합하여 내·외국인의 판문점 방문객 편의를 위한 명실공히 ‘판문점관광안내센터’역할을 하였으면 한다. 끝으로, 20~30 년전에 만들어진 판문점 방문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유엔사 판문점 방문규정의 비현실적이고 실제 상황에 동떨어진 내용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를 맡게 됨에 따라 판문점 방문규정을 새롭게 개정하여 판문점 관광 업무의 제도 현실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된 판문점관광의 모습을 기대한다. /장승재 DMZ연구소장

경기시론/평택항의 미래

평택항은 정부가 약 2조9천억원의 예산으로 1989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사업이다. 흔히들 평택항을 동북아 시대의 물류 중심이라고 이야기하며 경기도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하기도 했다. 태평양 시대를 벗어나 중국을 넘어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평택항은 평택만의 것이 아니라 당진이 일부 소유해야 한다고 하여 지역 사회에 혼란을 주고 있다. 1997년 서부두 제방 1만1천여평이 준공되자 평택시가 평택시의 지번으로 신규 등록을 했다. 이에 당진군은 ‘아산만 해역에 있는 제방 중 당진군 공유수면에 위치한 제방 자치권은 당진군 소유’라는 주장의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기존에 있던 해상경계를 기준으로 하여 당진군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평택항 전체 면적 648만평 가운데 평택시는 257만평에 대한 관할권만 행사하고, 당진군은 350만평에 대한 관할권 행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종전에 평택시의 부두가 60개 선석이고 당진시쪽이 37개 선석이었으나 이제는 평택시의 부두가 37개로 축소되게 되었다. 사실 현재 바다위에 설치된 부두는 평택의 육지를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당진은 바다를 건너 있기 때문에 평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평택의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당진의 입장에서 보면 해상 경계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지금 지역사회에서의 실망감은 매우 크다. 평택에서 용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당진으로 소유권 등기가 된 부분을 당진이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노의 목소리도 있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지역이 불안한데다 기존에 개발된 구역까지 다른 지역에 빼앗긴다고 생각하여 지역주민의 실망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좀더 냉정하게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항만의 명칭을 조정하자는 당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에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게 된 측면도 있다. 결국 제로섬 게임의 입장으로 치달은 끝에 평택만 상처를 입은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궐기대회는 시민의 감정을 분출하는 일회성의 행사는 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접근은 아니다. 차분히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현명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헌재의 판결은 지극히 민사상의 법 형식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정책적 판단을 배제한 것이고 향후 이러한 변수를 고려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판결문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필요하다면 행정자치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주도할 수도 있다. 헌재의 판결과 관계없이 평택항은 개발되어야 한다. 물론 그 개발의 효과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파급될 것이다. 다만 다른 주체의 소유지 위에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고 그 소유권에 대한 이용료는 지불해야 한다. 이럴 경우 당진이 소유권만을 주장할 것인지 이용권까지 주장할 지는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 광역단위의 개발주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지역간 연합을 통한 개발 조합을 결성한다든지 별도의 연합체로서 공사를 발족시켜 개발시켜도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의 평택항 경계 구역 설정 사례는 지방화 시대에 협력체계를 통한 정책과정의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의 주관으로 매년 2회씩 ‘부산항 시민대학’을 개최하고 있다. 직장인, 주부, 학생, 공무원 등 1백여 명을 대상으로 이론 학습, 현장실습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다. 평소에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지역 사회의 협조를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평택항을 통해 경기도의 물류 체계를 재설계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 만큼 경기도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행정학>

시론/농업통계는 우리의 귀한 재화

통계의 효용과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통계의 품질을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품질관리를 하고 있듯이 좋은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비용과 인력 그리고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예로 지난 2000년에 실시된 인구 총 조사에 투입된 조사비용은 800억원 이상의 비용과 연 15만여 명의 조사인원이 동원되었다. 통계의 정확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통계의 생명은 곧 정확성과 신뢰성에 있기 때문이다. 농업분야에 관련된 조사는 농업 총 조사를 비롯하여 38개에 이르며 그 중 ‘작물통계조사’는 우리의 주식인 벼의 생산량조사를 통하여 해당연도의 쌀 생산량을 추계하는 조사로 매우 중요한 조사 중의 하나이다. 쌀 생산량조사로 얻어지는 결과는 벼 파종면적과 생산량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토지이용의 개선, 쌀의 수급 및 증산계획과 가격안정, 농업경영개선 등 농업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생산자에게는 쌀 생산의욕을 고취시키는 자료로, 소비자에게는 식생활 향상을 위한 정보로, 국제적으로는 국가간의 무역자료와 비교통계로 활용되고 있다. 작물통계조사를 위한 표본설계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모집단은 시군구의 지적도와 토지대장 등을 참고로 하여 지번에 따라 2㏊ 내외로 묶은 101만5천개의 단위 구로 구성하고, 이를 다시 지역별 특성에 따라 10개의 층으로 층화하여 각 층의 크기에 비례하여 표본을 추출하는 층화비례추출 하고 있다. 표본의 크기는 목표오차를 정하여 그 목표오차를 충족하는 정도의 수로 결정하고 있다. 표본조사구 수가 결정되고 나면 표본 조사구를 대상으로 실제 생산량을 측정하고 측정된 결과를 이용하여 조사구 단위당 생산량을 구한다. 단위당 생산량이 구해지면 이 값을 전체 벼 재배면적에 곱하여 당해 연도 벼 생산량을 추정한다. 물론 재배면적 또한 정확히 조사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작물통계조사는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이뤄지고 있어 조사방법자체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조사도구나 조사원들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질의 작물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사원의 노력과 정성이 요구되며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사용해야한다. 아직도 통계에 대한 불신이 불식되고 있지 않는 이때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주관으로 10월 7일 6번째 ‘쌀 생산량 통계조사시연회’가 경기미(米) 생산의 본 고장 여주군 능서면 신지리에서 경기도 관내 농민대표, 시군구청 및 농협 등 유관기관, 대학교수, 언론사 기자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게 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농업통계 중 작물통계조사의 핵심인 ‘쌀 생산량 조사’의 과정을 시연하여 조사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농업통계를 이해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더욱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이번과 같은 통계품질을 높일 수 있고 농업통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유익한 행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은 물론 유관단체 및 농민, 조사원 그리고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협조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부단한 연구와 노력 그리고 관심만이 정확한 통계를 만들고 정확한 통계는 통계의 신뢰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정보의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해용 성신여대 통계학과 교수

경기시론/고교등급제를 바라보며

일부 사립대학의 편법 고교등급제를 통한 학생 선발이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다. 관계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분으로, 그 반대편에서는 차별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대학이든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 우수한 학생을 입학시켜 정상적인 교육을 시키면 취업률을 높일 수 있고, 학교의 사회적 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다 부딪치는 문제들, 예컨대 표준화된 의견을 정답인 것처럼 여긴다든지, 토론식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의 문제들은 고등교육의 정상화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에, 고교등급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학진학이 학생 개인의 능력이 아닌 학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여러 가지 폐해가 있다는 것이다. 선배들의 성적이 후배들에게 영향을 주고, 늘어가는 신설 학교는 점수를 받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사교육이 활성화된 지역의 고교가 혜택을 입는 것은 결국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에 따라 자녀들의 장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목표가 대학진학, 그것도 학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주로 취업이 잘 되는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으로 변질되었고, 과도한 사교육비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고교평준화 정책이 결국 질적으로 하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 정책도 질적 수준의 향상보다는 양적 성장에 초점을 두어온 것은 분명하다. 대학설립의 기회와 입학정원의 확대 등을 통해 1990년 33.2%였던 고등교육 진학률이 2004년에는 무려 81.3%로 급격하게 확대되어, 학업능력과는 관계없이 원하기만 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권 자유화나 3불 정책(고교등급제, 논술고사 외 필답고사, 기여 입학제 금지)의 폐지 등이 제시되지만, 대학입시와 관련된 여러 교육적 처방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을 법하다고 본다. 즉 자녀의 능력과 적성을 무시하고 모두가 일류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어 하는 기성세대들의 희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본다. 일단 좋은 대학에 입학을 하면 대충 공부를 해도 졸업장을 받고,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에 의해 좋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 자신들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이 풍요로움을 생산한 세대이지만, 자녀들은 소비하는 세대임을 알아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성세대들이 가졌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나 열의와 진지함도 현재 세대들에게는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회가 발전할수록 고등교육 진학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직업을 찾고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최저 생계를 국가에서 어느 정도 보장하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학문의 길에 들어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도 이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교육의 문제를 대학입시와 동일시하거나, 교육적 처방만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기에는 부족하다. 학력이나 좋은 직장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노력 여하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보장되는 사회구조로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부터 자녀들의 대학진학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어야 하고, 교육문제를 사회구조와 제도와 함께 고려하여 접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이 세 다리만 건너면 누구나 수험생과 연결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입시철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난리를 없앨 수 없다.

경기시론/고구려 테마공원을 만들자!

국력은 국토의 넓이에 비례한다. 고구려가 가장 부강했을 때, 영역은 북은 송화강에서 남으로는 한강에 이르렀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백제와 대치하였고, 신라는 고구려에 인질을 파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충청도에도 고구려의 유적이나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고, 온달장군이 싸우다 전사했다고 전해지는 산성도 있다. 경주 호우총 고분에서는 광개토대왕의 장례를 추념하는 기념용기가 발굴되기도 하였고, 영토의 확장을 보여주는 비석들도 도처에 남아 있다. 고구려의 주 활동무대는 초기에는 만주 벌판이었고, 후기에는 평양이 중심이 되었다. 돌무지무덤이나 계단식 피라미드를 비롯해서 벽화로 유명한 무용총등이 만주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고, 평안도 황해도 일원에는 궁궐유적을 비롯한 많은 고구려유적들이 남아 있어서 고구려문화의 화려 강건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경기도에도 고구려의 남단 전진기지로 중간성이나 산성보루등이 60여곳이상 남아 있고, 일부 고분이나 생활유적들도 간간이 확인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존하는 유적이나 유물들로 분명하게 증명되는 고구려 역사를 한낱 중국의 일개 변방사로 조작하려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순진하게 ‘단순한 역사왜곡의 차원’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는 한국과의 물리적 충돌에 대비한 영토선점의 선수를 치는 행위이며, 조선족 동포 수백만을 완전하게 한(漢)족화하려는 치밀한 합병음모를 깔고 있다. 한발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는 무언가 치밀한 계획을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못지 않은 엄청난 준비와 체계적인 실행계획들이 수반된 ‘고구려공정’ 내지 ‘동북아특별전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경우 학술적인 준비 못지 않게 심리적·전략적·외교적인 준비가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역사의 본 줄기인 고구려의 기상을 되살리고자 하는 국가적인 장기계획이 수립되고 하나하나 착실하게 대비해 나가야 한다. 우선 고구려연구 현황에 대한 종합적인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학자의 업적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 등 제3국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집약하고, 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근래의 연구업적은 물론 과거 국내외 사료에 등장하는 고구려사의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에 정부의 지원하에 설립된 고구려연구재단이 이러한 학술작업에 대한 지원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크게 기대해볼 일이다. 경기도일대에 집중되어 있는 고구려 南界유적들의 대대적인 기초조사와 함께 필요한 유적에 대한 학술적인 계획발굴이 이루어져야 하겠고, 동시에 유적의 현상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장단기 보존조치도 절실하다. 일반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고구려문화의 보급을 위한 대규모 특별기획전을 활발하게 개최하여야 한다. 또 만주지역에 남아 있는 거대한 석조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비석이나 벽화고분을 포함한 대규모 고구려박물관-고구려테마공원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안으로 국사교육 강화차원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교육해야 한다. 밖으로는 국제적인 협력관계속에서 ‘고구려사=한국사’라는 공인을 받을 수 있도록 뛰어야 한다. 국사의 외국어 번역작업이나 외국에 한국학을 장려하고 외교라인을 통한 고구려사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하여, 중국이나 일본의 엉뚱한 역사왜곡이 발붙일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사업은 이제 정부에게만 맡겨서는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낼 수 없다. 고구려를 잃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도둑맞는 것이고 우리의 영토가 잠식되는 수치스런 일이다. 일제의 침탈을 고발하기 위해서 전국민이 성금을 모아 독립기념관을 건립할 때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국민 모두가 ‘고구려성금’을 거두어 고구려를 지키고 고구려역사를 되찾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남남갈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국가관을 심어야 할 때이다. /이 종 선 경기도박물관 관장

경기시론/한국정치의 소용돌이

왜 우리는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해 인정을 받으며 스스로 만족하면서 인생을 영위해가지 못하는가? 그리하여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정치로, 그리고 서울로 소용돌이처럼 한 곳으로만 쏠리고 마는 것인가? 혹자는 그래서 한국정치의 특징을 ‘소용돌이(Vortex)’로 표현하고 있다. 정치만이 아니고 경제, 교육, 사회, 종교, 과학과 기술 등 어느 분야에서도 남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책임감과 도덕성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면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다 행복이 되고 영광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선진국이 될텐데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각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사람이 종국에 가서는 정치권력과 복잡한 서울에서 무모한 모험을 하여 패가망신한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아왔다. 그 소용돌이의 원인을 조선조부터 시작되는 유교의 사대교린적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에서 찾고 있으나 앞으로 한국정치의 연구과제가 된다. 그러므로 선진국이 되려면 자신의 다양한 전문 직능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장인정신으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이웃과 나라를 위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국가사회가 풍요롭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수준높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건설되어 더 이상 대통령이나 권력자가 조금도 부럽지 않은 시민사회가 뿌리내리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참여정부는 이 나라를 현대화된 통일선진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선 정치권력을 분산시켜 서울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과 지방의 중·소 도시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에서는 인구의 포화상태로 더 이상 기업이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교통이 막혀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의 끝에서 끝으로 한번 왕래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는 것이다. 서울을 뉴욕처럼 비지니스의 서울로 만들고 대전지역을 워싱톤처럼 정치의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나라 전체가 균형 발전을 이루어 통일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우선 남한 내부만이라도 명실상부하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선진 유럽 그리고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민주국가를 보라. 도·농간의 격차가 벌어져 농촌이 공동화되어가고 있는지? 지방과 중앙이 권력의 분권을 두고 얼마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자치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는지를 우리는 비교정부론의 시각으로 분석해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정치의 폐단이자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용돌이의 단면을 지방화시대와 관련해 살펴보자. 그 일례로 신도시의 개발로 경기지역의 중심 명문교로 발돋움하고 있는 K대학의 총장선출과정을 통해서도 관·학 유착의 회오리를 발견할 수 있다. 교육부 감사이후 새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구성되는 재단 이사진들의 면면들을 보면 전 총장 재직시 학교행정의 파행에 무위도식하면서 현실에 안주해왔던 사람들이 여전히 거명되고 있는 것이다. 뼈를 깍는 환골탈퇴의 자기 반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데도 말이다. 따라서 차제에 족벌재단과 제왕총장의 사금고식 대학운영의 독단과 전횡을 막고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민과 일반시민이 관심을 갖이는 도립대학이나 시민대학의 건설을 제안해보고 싶다. 경기인 스스로 구국교육의 기치로 독점과 부정, 부패로 점철된 한국정치의 소용돌이를 끊어버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

경기시론/미군기지 이전 해법없나

7월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제10차 회의에서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하며 공여면적을 349만평으로 하였다는 결정이후, 평안하고 윤택한 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평택의 들판이 연일 뜨거운 논쟁에 휩싸여 있다. 미군재배치 전략의 일환으로 아마 그렇게 전개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있던 주민의 입장에서는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게 되었다는 불신이 증폭되었다. 왜 이전하는지, 왜 평택으로 오는지, 상상은 하지만 설명은 없다. 외교관계를 고려한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허망한 사과의 이야기는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설득은 없다. 정부가 현행 법체계에서 나름대로 각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은 있다. 그러나 일단 불신의 감정에 휘말려 있는 주민의 입장에서 그런 논의 구도 자체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또 다른 불신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전과 관련한 법 조항은 ‘하여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고 지원과 관련한 조항은 ‘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이다. 법 기술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한시법으로 되어 있는 법의 기한이 2008년으로 되어있는 것도 불안하다. 이전까지만 존재하고 실제 지원을 해야 할 시기에는 법이 폐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은 결국 미군이전을 위한 촉진법이지 주민을 위한 특별법이 아니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 8월 24일과 25일에 지역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했으나 일부 파행으로 끝나고 만 것도 이런 불신 정서의 연장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9월 1일 평택대학교에서 보다 냉정하게 이 문제를 보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이미 불안감에 휩싸여 있고 우리 자신 말고는 아무도 우리의 생존권을 대변해주지 않고 있다는 주민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주민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형식적인 법적 절차를 거치기 위한 면피용이지 당초부터 진지하게 주민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정부는 차분한 마음으로 이 문제를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되어 있는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은 주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군사작전을 하듯 이미 설정된 계획을 밀어붙이는 식의 접근은 해서는 안 된다. 지원특별법 설명 이전에 FOTA 결정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예컨대 무혐의자가 재판의 결과 유죄가 선고되었는데, 수감생활을 편안하게 해 주겠다는 여건 개선의 조건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미군기지 이전이 이런 상황과는 다르다. 국익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이해하려는 주민도 있다. 차제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보자는 이야기도 있다. 배후도시로 건설될 국제평화도시를 통해 주한미군의 관계를 문화적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하여 보자는 논의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의 해체를 경험해야 할 주민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끈기 있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가슴에서 우러나는 상호존중의 정신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입씨름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책기획단과 주민의 관계는 ‘피아(彼我)’의 관계가 아니라 ‘우리’의 관계라는 생각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행정학>

경기시론/개발도상국을 공략하라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기존 노동시장에서 해직되어 실업자가 된 경우와는 달리 일하고자 하는 의지나 능력이 있음에도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일할 기회 자체를 구조적으로 가지지 못하는 신규 실업자를 의미한다. 7월 말 현재 청년 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 3.5%의 2.2배 수준이고, 그 숫자는 38만 6천여 명 정도인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실업의 문제는 연령에 관계없이 한 개인이나 가족의 생존과 관련된 원초적 욕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청년 실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도 가장 활동이 왕성하여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인 좌절을, 국가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국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만들어 예산을 투입하고, 사회에서도 일자리 나누어 갖기 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노력의 일단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기에 취업을 원하는 개인들도 자신의 역할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IMF사태 이후 비정규직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기 때문에 이제는 평생직업의 관점에서 취업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이는 자신의 전문성을 계속적으로 개발하여 취업이나 전직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도록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취업시장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하겠지만, 특히 취업시장을 개발도상국에서 찾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10~20년 전에 우리가 필요했던 기술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것은 우리 부모들이 살아왔던 생활사에서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한 취업지식이나 기술도 아직까지는 개발도상국에서는 훌륭한 자격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선진국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경력직이 우대받는 것처럼 준비할 수 있는 곳에서 경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의 활동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과거의 경험을 보상한다는 보람도 얻을 수 있다. 개발도상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국가의 언어를 배우고, 지도자와 친분을 쌓고, 봉사활동 경험을 통한 인성이 평가되어 해당 국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그 국가의 전문가로 취업되거나, 현지의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청년봉사단원들의 훌륭한 사례처럼, 해외에서의 인턴 생활이나 봉사활동과 같은 경험을 통해 특정 국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현상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할 때에는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미리 준비하며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취업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사회적 책임이 될 것이지만,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한 것을 사회구조적인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개인적 책임으로 귀속되어야 마땅하다. /협성대 교수 고 순 철

경기시론/고구려 지키기

중국의 집요한 역사조작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때문에 갑작스럽게 표면화된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절대로 적당히 타협해서 넘길 일이 아니다. 단군으로부터 이어진 우리역사의 뿌리는 북에서는 고조선에서 고구려로, 남에서는 삼한을 거쳐 신라, 백제, 가야 삼국의 역사로 뻗어내려 왔다. 요즘의 국경 개념으로 말한다면, 발해만 일대와 요동반도의 대부분은 고조선의 활동무대이자 국가영역에 해당된다. 통일신라와 남북으로 대치했던 발해는 주무대가 만주벌판이었으니 중국식으로 대처한다면, 요동반도와 만주일대는 모두 우리의 옛 영토라 해도 무방하다. 일본은 심심하면 독도 영유권문제를 걸고 넘어진다. 그들이 죽도(竹島)라고 부르는 독도가 일본영토에 속한다는 증거라고는 막부시절의 도해증서밖에 없고, 그것도 해석에 따라서는 역으로 우리의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기록이다. 그런 식으로 연고권을 주장한다면, 삼한의 후예나 가야 백제의 유랑민들이 일본에 건너가 나라를 세웠으니 일본땅 일부는 우리의 영역이 아닌가. 이종무 장군이 대마도를 정벌하고 공물을 받았으므로 대마도까지도 우리 땅이라고 우겨도 좋다.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나라(奈良)의 정창원보물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한반도의 문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깊이 새겨볼 일이다.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근거도 없이 남의 나라 땅을 자기 땅이라고 억지로 우긴다든지, 남의 나라 역사를 자기네 역사라고 견강부회하는 엄청난 무례를 결코 범하지 않는다. 중국 주변의 나라들 모두가 납작 엎드려 중국의 눈치만 살피지는 않는다. 중국이 세계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티벳이나 신강지역을 힘으로 무릎 꿇렸는지는 모르지만, 베트남이나 몽골 특히 우리 한민족은 그들과는 크게 다르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그들의 지방정권이라 규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책봉이나 중국식 연호를 오늘에 대입한다면,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의 식민지요, 따라서 미국의 영토가 되고 마는 셈이다. 사안이 민족의 사활문제에 걸린만큼 이제 우리는 침묵하면 안된다. 왜 북한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가? 아니 조용조용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가? 만주 벌판에 있는 고구려유적이 그들 표현대로 중국 변방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라면, 평양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고구려 유적이나 유물들은 변방 정권이 쫓겨 내려와 세운 것이란 말인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혀를 찰 노릇이요, 억지 생떼주장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오히려 만주지역이 과거 명백한 우리 영토였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설 일이다. 중국 역대정권의 고구려에 대한 콤플렉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였으면 고구려를 하구려(下句麗)라고 야만시하고 싸잡아 비하하려 했을까? 살수대첩의 영웅, 을지문덕 장군이나 안시성에서 당태종을 패퇴시킨 양만춘 장군등은 이름 그 자체가 중국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중국을 상대로 혁혁한 무공을 세운 우리 역사의 영웅, 이들이 중국을 받들어 모시는 신하의 나라 군인이었단 말인가? 중국은 아직도 남아 있을 한국에 대한 콤플렉스나 공포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가 뭐래도 고구려는 한국의 역사이고, 만주는 오로지 고구려의 옛터전이다. 우리 민족이여,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돌아 보라! 우리는 백년전의 오욕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면 안된다. 정치인들은 전근대적인 소모적 당파싸움에서 벗어나 국력을 결집시켜야 한다. 구한말 혼란기처럼 중국, 일본, 러시아가 우리 땅에 발을 붙일 구실을 또다시 주어서는 안된다. 경제인들은 다시 세계를 향해 돌진해야 한다. 우리가 살길은 해외로 진출하는 길뿐이다. 역사가들은 우리의 역사를 사수해야 한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이 멋대로 해석하게 하고, 독도문제로 일본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이 종 선 경기도박물관장

경기시론/경기대사태 해결방안

경기지역의 명문인 경기대학이 지금 내홍을 겪고 있다. 경기 구성원들의 지혜와 슬기를 어떻게 모으느냐에 따라 임시 이사가 파견될 것인지의 여부가 금명간 판명되어질 것 같다. 지난 4월 27일 손종국 총장이 교수 임용비리로 검찰에 구속된지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손 총장은 구속과 더불어 총장직을 사임하였다. 그리하여 학교는 후임총장을 추대하기 위하여 서둘러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켰다. 그리하여 8월 16일에는 주요 일간지에 교외인사 총장후보 공고를 내고 또 그 날부터 교내 교수들도 3일간 등록을 받았다. 문제는 비대위의 정통성 문제로 학생들은 일찍이 이를 문제삼아 탈퇴하였지만 과연 이렇게 구성된 이 기구에서 만들어 놓은 총장선출방안이 얼마만큼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총장 유고로 인한 비상사태에 교협(교수협의회)과 같은 교수사회를 대표하는 기구가 반드시 참석이 되어야 했고 나아가서 미래와 세계로 나아가는 선진대학의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더욱더 최소한의 교협교수의 참여는 허용되어야 했음에도 기존의 교무위원회가 주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를 배제하였다. 그리하여 이렇게 만들어진 이 기구가 우리는 처음부터 얼마만큼 학교개혁의 의지를 견지하면서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애초부터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바로 그러한 우려가 비대위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많은 수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존의 사립학교법에 의해 재단이 선호하는 인물로 총장을 임명하는 것과 아무런 차이도 없는 신임 총장 선출 방식을 내놓고 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제의를 하고자 한다. 지금부터라도 교협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만들어 경기의 전 구성원이 지지하고 존경을 받는 학내외의 인물이 민주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독려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학교의 민주화가 경기구성원들의 지혜와 슬기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우리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현 재단과 비대위의 정세판단의 미숙과 대학개혁 의지의 결여가 원인이 되어 불미스럽게도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해 경기대 사태가 해결되는 것으로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차제에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현 사태의 위기를 극복해갈 수 있도록 수구보수 세력들의 총장 출마를 포기시키고 더 이상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도록 이상적인 대화기구를 통하여 더욱 더 구체적인 방안을 창출해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명실공히 깨끗한 이미지의 민주인사가 경기의 새 총장으로 선출되도록 함으로써 반세기가 넘는 경기학원의 전통과 역사를 두고 경기인 스스로의 자율적인 힘으로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내외에 천명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인 만큼 현재의 재단은 그 틀의 정통성은 유지하면서도 뼈를 깍는 자성을 통하여 거듭나는 노력을 다 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학교의 행정은 차제에 개혁의 마인드를 가진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21C 대학으로 우뚝 솟을 수 있도록 환골탈퇴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 태 구 경기대 정치학과 교수

경기시론/재산세 파동과 지방자치

이원희 한경대 교수 정책전환 부작용 자치구의회서 해결노력 바람직 최근 몇몇 경기도의 시와 서울시의 자치구 의회에서 ‘재산세 소급 감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재산세가 갑자기 증가하자 ‘재산세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등 주민들의 조세저항운동이 확산되었고, 이에 의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조례를 바꾸어 세율을 낮추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부 단체인 경기도와 서울시가 ‘조례무효확인소송’을 준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번의 사례를 보면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미리 장치를 구비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호들갑을 떠는 조급증의 정책과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4년부터 재산세 부과 기준을 면적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과 저항은 이미 예측되고 있었다. 물론 당시 재산세 부과 기준을 전환한 것은 강남에 있는 작은 평수의 비싼 아파트 보다 신도시에 있는 넓은 평수의 저렴한 아파트에 비싼 재산세가 부과되는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과이었다. 그러나 정책의 전환은 있었지만 제도적 기반을 검토한다거나 부작용을 검토하는 과정이 너무나 생략되어 있었다. 아직 전근대적인 우리의 부동산 시장에서 시가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여전히 지역별로 불공평한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갑자기 세금이 3배 정도 인상되는 것을 주민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우리가 원했던 것은 세금의 형평성이었지 세금의 중과(重課)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세금이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가 부동산투기 억제라는 명분하에 종합부동산 제도를 도입하는 등 소위 ‘가진 자’에 대한 족쇄가 강화된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과정이어서 중산층이 오히려 유탄을 맞았다고 피해의식을 갖게 되어 저항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나마 지방의회가 이러한 주민의 저항을 고려하여 감면안을 통과시킨 것은 중요한 지방의회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지방세법에서 탄력세율 제도를 채택하여 지역별 특성에 따라 지방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세율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는 권한은 부여하고 있는 바, 최소한 그 권한을 처음으로 활용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된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한다고 무효화하려는 행동은 스스로 지방자치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한편 주민도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부담하게 되는 요금, 즉 세금의 적정수준에 대해 공적인 책임의식을 느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보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사실은 가해자이고 원인제공자이다. 차제에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의회의 재산세 감면에 대한 찬성의 이유가 투기적 목적으로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왜곡된 시장의 의사결정을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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