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처음으로 문제가 된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부정행위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이용에서 대리시험으로, 대물림과 금전 수수까지 그리고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전파차단, 탐지기 동원, 감독교사 확대, 문제 유형의 다양화, 부정행위 연루자에 대한 응시기회 박탈강화 등 여러 대비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대비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학진학을 위한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한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유난스럽게 높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열을 조그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 교육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일류대학 진학열의 문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교과 학업성취도 평가에 기초한 입학전형에 의해, 일단 대학에 진학을 하기만 하면 이후 4년간은 적당히 하여도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이다. 항상 어떤 일을 계획할 때는 다단계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대학진학 문제에서는 교과 성적이 곧 입학이라는 한 단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부정행위를 한 수험생들에게 도적적인 비난을 가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본질인 대학교육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와 국민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우선,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에 발생된 부정행위가 본질적으로 학생선발권을 누가 갖고 있는가의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입학제도에 대해 권리는 정부가, 책임은 대학이 지는 불균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권리가 있으면 책임이 함께 동반된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가장 원초적인 윤리 덕목이다. 선발권을 과감히 이양하되, 책임은 강하게 묻는 방식으로 대학입시방법에 근본적인 변혁을 고려하여야 한다. 대학들도 손쉽게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교과 위주의 성취도 반영보다는 잠재력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식을 개발하여야 한다. 뜻이 있어도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염려하여, 교과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교육의 본질은 우수한 학생을 우수하게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비록 당장은 성취도가 떨어져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을 우수한 인재로 만들어내는 것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학에게는 선발권도 중요하지만, 선발된 학생을 어떻게 질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이하의 학교도 이번 사안에 대해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들에게 기본적인 도덕심과 윤리의식을 조금만 더 강조했더라면, 그리고 내신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수학능력시험에서의 부정행위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극히 개인의 문제로 제기되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되지 않았을 뿐이지, 고등교육의 본질적 목적과 내용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우리 자신들에게도 도덕적인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들에게 온갖 유형의 형벌이 주어짐에도 계속해서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미 1903년에 당시 프랑스 판사였던 가브리엘 타드는 ‘모방의 법칙’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강력한 창이 나오면, 이를 막으려는 방패가 개발되고, 이에 반응하여 더 강력한 창이 다시 개발되는 것과 같이, 대증(對症)적인 처방으로 부정행위 방지책을 세우더라도, 이를 피해나가는 수단과 방법을 또 다시 만들어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의 본질을 고쳐야 하는 것이 이번 수능 부정사건의 교육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오피니언
경기일보
2004-12-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