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와 사회통합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경영이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빌 게이츠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태어난 자본주의를 의미한다.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부자였던 톨스토이는 평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한 덕분에 러시아 혁명 때도 해를 당하지 않았으며, 수백 년 동안 주위에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던 경주의 최부잣집은 동학혁명 당시 농민들이 건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부가 증가할수록 가난하고 도태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 양극화가 심해지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나눔과 기부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돈이 아닌 지식과 재능 나눔이 시대의 공공선 창출에 나눔만큼 울림이 큰 것도 없어 보이며 나눔에는 좌우 이념이 따로 없다. 그동안 기부라는 것은 금전적, 물질적 지원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나만이 갖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나누는 프로보노(Pro Bono, 재능기부)가 회자되고 있다.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식이라면 프로보노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로마 시대 지도층의 공익을 위한 헌신과 기부를 강조하기 위해 쓰인 프로보노는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보수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관습으로 뿌리를 내렸다. 개인에서 시작된 재능 기부는 기관으로 발전했고, 다시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학교와 연구소로 확대되며, 사회 공헌 활동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프로보노는 법무의료교육경영노무세무전문기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벌이는 봉사활동을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유명인이나 대기업,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평범한 일반인까지 범위가 넓으며 전문 기술이 아니더라도 취미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 프로보노 참여자들은 자기 분야의 경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재능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식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프로보노와 자원봉사가 다른 점은 개인 능력의 차이를 더욱 존중하는 데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어려운 운영에 자신의 재능이나 전문지식으로 도움을 주는 프로보노 활동은 서로 다른 계층들을 연결하고 사회 변혁을 유도하는 창조적 집단지성 활동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물고기 잡는 법 전수로 사회 변혁활발한 프로보노 활동의 정착을 위해서는 프로보노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격려받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의 정착과 어려운 개인이나 사회적 기업이 필요한 프로보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체계적인 매칭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공감의 시대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이를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포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공감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일차적 특성이며 이러한 공감이 인류를 진화시켜 왔으며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도 공감의 문화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를 위해 행동하는 리더가 진짜 리더이다. 진정한 사회 통합은 빈 자와 소통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활발한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 이영해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한양대 교수

열린 세상이어야 희망이 있다

법무부 변호사 시험 관리 위원회는 지난해 12월7일 로스쿨(법학 전문 대학원) 학생들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75 %로 확정했다.현재 로스쿨 학생은 한 해에 전국적으로 모두 2천명 정원이므로 그 중 1천 500명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셈이다.로스쿨은 3개년 과정으로 1년 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와별도로 오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사법 시험이 존치되고 있는 바 2011년 말에 사법 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인원이 약 1천명이다.결국, 2011년 말에는 2천500명의 새로운 법조인이 탄생하게 된다. 그 숫자는 현재 변호사 누계 숫자가 약 1만1천명임에 비추어 볼 때 가히 폭발적인 증가 추세라고 할 수 있다.변호사 수의 증가가 국민의 권익을 증진하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당장 그 많은 변호사 수를 수용할 수 있는 법률 수요 시스템이 확충돼 있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다.결국은 그 많은 변호사를 유지해야 하는 비용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수요 측면의 고려 없이 갑자기 많은 법률가를 양산하는 것이 반드시 국민의 법률 서비스 개선 내지는 법률 비용 절감과 비례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로스쿨 졸업생만 변호사 시험응시로스쿨을 시행하는 미국은 변호사 숫자가 많아 변호사 자체의 문제점도 많이 발생하고 국민들이 부담하는 법률 비용이 너무 무겁다.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법률적인 문화가 다를 뿐만 아니라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노무사, 공인중개사 등 법률유사직역이 존재하고 있어 실질적인 법률업무 종사자는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현제도에 대한 개선 방향에 대하여 필자의 생각을 두 가지만 피력하고자 한다.먼저 대학들의 로스쿨 진입 장벽의 문제이다. 현재는 정부 당국이 전국 대학 별로 로스쿨 인가와 그 정원을 미리 정해두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학교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형평성의 문제를 들어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선거때마다 유력 지역 인사가 공약으로 내걸게 되어 그 인가 수 및 정원은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학에게 로스쿨의 물적, 인적 기준을 정해두고 그 요건만 충족되면 로스쿨인가를 해주되 변호사 시험을 통하여 그 숫자를 조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차피 다른 분야의 공개경쟁 원리와 형평상 부합되고 대학 간 정원 확보 전쟁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스쿨 학생의 질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가장 심각한 것은 변호사 시험 진입 장벽의 문제이다.돈없어도 법조인 될 길 마련돼야사법시험도 곧 폐지되므로 법조인이 되기위해서는 오직 로스쿨 졸업생만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로스쿨 입학을 위해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또 거액의 학비를 들여 3년의 로스쿨 과정을 마쳐야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이같은 제도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과정, 로스쿨 과정을 마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원천적으로 그 진입을 가로 막는 장벽이 된다. 법률적 소양이 우수하고 열정적인 노력이 있는 사람이 돈 때문에 로스쿨 학교 과정을 마치지 못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면 그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비록 그 숫자를 제한된 적은 인원이라고 할지라도 위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문호만은 열어두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고 한층 건강하고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다. 과거 사법 시험의 경우, 학력 제한이 없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청운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고, 실제로 열악한 환경에서 노력하여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돈과 힘이 없는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지역인종계층성별과 상관없이 항상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제도적 좌표가 되어야 한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여성유망직종 따로 있나요

지금부터 약 5년 전, 한 인터넷 저널에 텔레마케터, 여성유망직종?이라는 글을 실은 적이 있다. 텔레마케터는 노동부가 지난 1999년 발표한 여성유망직종 70선에 포함돼 있었고, 여성부가 2004년 여성신직업페스티벌에서 발표한 여성직업 100선에도 포함돼 있는 의심할 여지없는 여성에게 유망한 직종이었다.당시 필자가 쓴 글의 요지는 텔레마케터로 표방되는 여성유망직종은 여성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취업 가능한 직종이라는 점에서 유망한 직종이며 스스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직업일 수는 있겠다고 밝혔다.그러나 고객만족을 위한 지나친 감정노동의 요구, 그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의 강화, 그럼에도 낮은 보상체계, 높은 이직률 등을 통해 볼 때 괜찮은 일자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취업 가능에 초점 둔 여성유망직사실 여성유망직종이라고 소개되는 직종들을 보면 유망하다는 개념이 매우 혼돈스러워진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유망하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라고 돼 있다.그런데 여성유망직종이라고 소개되는 직종들을 보면 유망하다는 개념보다는 여성이 취업 가능한 직종이라는 개념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 실제로 지금까지 소개된 여성유망직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취업이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그나마 여성들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그런데 여성들이 진입이 가능한 직종은 안타깝게도 저임금(또는 불안정한 임금)이고, 이직률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저임금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높은 이직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높은 이직률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여성들이 유망직종의 꿈을 안고 해당 직종에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많은 여성들이 여성유망직종에 진입하지만 보상에 비해 너무 힘들고, 전혀 유망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간 자리에 또 다른 여성들이 유망직종의 꿈을 안고 진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유망직종에 성별분리 사라져야사실 필자 또한 정책연구원에서 여성고용 관련 연구를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여성유망직종을 제안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여러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여성유망직종을 제안하는데 이때 해당 직종에 여성이 취업 가능한가라는 현실적인 조건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일단 여성들의 진입이 가능해야 희망을 찾을 가능성이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이처럼 우리에게 여성유망직종은 매우 익숙하지만 남성유망직종은 매우 낯선 개념이다. 굳이 남성유망직종을 선정할 이유가 없는 것은 여성유망직종을 제외한 모든 유망직종은 남성에게 유망하기 때문인가? 그런데 일반적인 유망직종은 여성유망직종과 큰 차이가 있다. 무엇을 유망직종이라고 보는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업의 안정성과 보상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볼 때 이른바 유망직종은 사실 남성에게는 물론 여성에게도 매우 유망한 직종이다. 현실적으로는 여성유망직종으로 분류된 직종보다 여성이라는 글자가 빠진 유망직종이 여성에게도 진정 유망한 직종일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남성에게 유망한 직종이 여성에게도 유망한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건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적 기제로 작동하는 성별직종분리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노동시장에서 여성일자리는 여성친화직종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여성직종과 여성에게 비전통적 직종이라고 분류되는 남성직종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비전통적 직종으로 불리는 남성직종이며 이러한 직종에는 여전히 여성들이 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노동시장에서 성별직종분리가 사라져서 여성유망직종을 굳이 따로 분류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정형옥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 양극화

무상급식으로 인한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미봉적인 타결을 본 셈이지만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극단적인 대립을 하고 있다. 시의원들이 시장을 직무유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시장은 시의회가 의결한 무상급식에 관한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의원총회를 열어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한다. 또한 무상보육과 대학생 반값 등록금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반값 등록금, 반값아파트를 공약한 적이 있어 공짜복지 행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또한 좌파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보편적 복지라는 구호아래 공짜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복지정책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한정하지 않고 전국민에게 확대하여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이에 대해서 우파 정치권과 시민사회, 학계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한다. 즉, 복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한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무상급식 관련 충돌 여전무상급식의 수혜대상 범위를 둘러싼 복지이론의 충돌은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전면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격차를 표현하는 양극화라는 말이 이제는 복지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적인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면 복지논쟁은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선거판의 지축을 흔드는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이는 결국 좌파와 우파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초래하여 국가를 두 조각으로 갈라놓고 반목과 대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나라를 두 동강내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복지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복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하고 종합적인 인식을 필요로 한다.우파가 자유와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한다면 좌파는 분배를 통한 형평을 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좌파는 결과의 평등을, 우파는 과정의 평등을 강조한다. 어느 이념이 타당한지는 절대적이지 않다.곳간이 텅텅 비어 있다면 곳간을 채우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빈 곳간에서 분배를 주장하는 것은 굶주림의 공유를 의미하는 공허한 주장이 된다. 좌파정책이 설 자리가 없다. 반대로 곳간이 넘쳐흐르는 데도 불구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을 위해 곳간에 쌓기만 할 뿐 곳간의 문을 열지 않으려고 한다면 탐욕스러운 우파정책이 된다. 주어진 여건과 사안에 따라 우파정책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좌파정책이 요구될 수도 있다. 좌파건 우파건 시대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자신의 정책을 절대시하여 다른 정책을 힘으로 누르려고 한다면 전체주의를 초래한다. 좌파전체주의로 공산주의와 우파전체주의로 파시즘을 들 수 있다.항상 공존하며 균형점 찾아야20세기에 우리는 좌우의 타협없는 절대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는지를 경험으로 확인했다. 상호간에 사생결단하는 절대적 좌파와 절대적 우파는 공히 우리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인간성에 대한 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비싼 댓가를 치르고 배운 셈이다. 좌파정책이든 우파정책이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를 갖는 것이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약간 무게의 중심이 이동할 수는 있지만 항상 공존하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좌파는 발전 내지 성장을 고려한 배분을 추구해야 하며, 우파는 형평 내지 배분을 함께 고려한 성장과 경쟁을 생각해야 한다. 복지를 논의함에 있어서도 좌파와 우파는 절대적인 교조적 이념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하면서도 자유와 성장을 동시에 보장하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마음을 열고 논의해야 한다. 공산주의나 파시즘의 전체주의 망령이 자유로운 논의를 위협하는 경우에는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튼튼한 안보 위 행복한 선진사회로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나라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새롭게 인지하게 됐다. 더구나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희생됐는데도 일부 좌파세력은 정부 발표를 부정하거나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고 나섬으로써 국론 통일을 힘들게 하고 안보체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1인당 GDP 2만 달러, 무역규모 세계 9위, 경제규모 세계 13위, GDP무역규모주식시장 시가총액이 모두 1천조를 넘는 트리플 1천조 시대를 열었고 G20정상회의 개최 등 경제적인 면에서 대한민국은 크게 성장했다.하지만 국민들은 아직 행복을 크게 느끼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약 3배로 성장한 기간에 행복을 느끼는 국민의 수는 오히려 10% 줄었다. 또한 행복지수(Happiness Index)에 대한 해외 기관들의 조사에서도 한국은 언제나 꼴찌 그룹이다. 왜 자살률과 이혼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지, 얼마나 외국 사람들이 이민 와서 살고 싶은 나라인지에 대한 답변이 궁색하다. 안보 없이는 행복한 개인도 없어경쟁사회를 살아온 한국인은 행복은 매우 주관적인 개념인데도 순위를 매긴 후 남들보다 뒤처지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안보에 대한 불안과 재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것이 최근 조사 결과다. 또한 한국인의 물질주의에 대한 집착은 정말 강하다. 미국인의 3배, 일본인의 2배에 달한다. 돈과 행복이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가장 낮다. 가장 행복한 나라 중의 하나인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전쟁을 상상하지 않고, 부자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작가인 퐁트넬은 행복론에서 행복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 하나는 과도한 행복을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행복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덴마크가 국민의 행복도가 높은 이유는 덴마크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행복을 얻는 방법을 제시하는 행복학의 결론이다. 국민들에게 분수를 알고 느끼게 교육하는 것이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국민들의 소득은 올라가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삶의 환경이 갈수록 나빠진다고 느낀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대응책들 중 하나로 나라의 품격(品格)을 높이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항상 삼가고 절제하는 게 필요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조금 유리하다고 의기양양하거나 조금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않은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경제 수준에 걸맞은 품격 있는 삶과 국가의 품격에 대해 모든 국민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행복을 위협하는 실업, 노령, 질병, 환경파괴 등 사회적 위험에 맞서 서로 돕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개인은 충분히 행복할 자격을 갖췄다 해도 행복은 개인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선진 사회 없이는 행복한 개인이 만들어질 수 없다. 대비태세 구축외교노력 강화를최근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행복학이 최고의 인기 강의 중 하나이며 영국프랑스캐나다 정부도 큰 예산을 들여 행복 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2009년 12월에는 100개국이 참가한 국민행복지수 국제회의가 브라질에서 개최됐다. 이제부터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국민들의 행복지수 제고에 관한 정책과 제도,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안보에 대한 불안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튼튼한 안보 없이 번영과 행복은 있을 수 없다.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는 허술하고 방관적인 대북정책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재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가 안보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강력하고 튼튼한 안보 없이는 행복도, 경제도, 복지도, 정치도 있을 수 없다. 이영해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한양대 교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제도 이대로 좋은가?

이대엽 전 성남시장이 지난 12월2일 뇌물수수, 국고 등 손실혐의, 제3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달 20일 검찰의 발표에 의하면 이 전 시장을 비롯해 그의 조카 등 일가 6명이 민선 3, 4기 8년에 걸쳐 각종 이권에 개입해 뇌물을 챙겼고 심지어 성남시 공무원들도 공무원 승진 및 건축허가 청탁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이 전 시장과 관련해 총 13명이 구속 기소되고 7명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8 명은 약식 기소됐다. 성남시는 민선 시장이 출범한 이래 제 1, 2, 3, 4기 시장이 모두 구속됐다. 또 광주, 안산, 화성, 오산, 안성 등의 지역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선거제도의 보완점을 공론화해 문제점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지방자치 단체장이 문제되는 선거법 위반과 직무수행 중 독직행위이다. 62 지방선거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 시점을 기준으로 본인 또는 선거 책임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 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단체장은 37명으로 전국 228명 시군구청장 가운데 16%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징역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거나 회계책임자와 선거사무장이 벌금 300만원 이상 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단체장 16% 선거법위반 조사 중현행 선거법상 선거 운동방식이 돈 없어도 유능하고 양심 있는 사람이 선거 운동을 통해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식으로 충분한지 재검토해야 한다.선거운동 폭을 합리적인 범위로 넓히고 선거비용의 적정성을 살펴보아 그 한계점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선거법 위반 단속에 있어서도 어느 후보나 공평한 잣대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해야 할 것이다.법 따로 현실 따로 놀면 규범의 권위만 무너진다. 직무 수행 중 독직행위는 관급공사 및 인사비리와 관련해 뇌물을 받는 것이 주요행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후보로 낙점 받는 과정에서 공천 비용이 들어갔다거나 선거과정에서 법정 선거 비용 이상이 지출됐을 경우, 재선 비용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선거과정에서 도와준 건설업자나 공무원이 접근 할 경우,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악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공천 선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제도 폐지를 재검토하든지, 아니면 공천을 몇몇 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할 것이 아니라 당원 및 주민들의 여론 조사 등을 통하여 투명한 방법으로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돈도 안 들고 비리 없고 훌륭한 사람을 선출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투명한 공천제도로 후보 결정그렇게 할 때 유능한 목민관의 진입을 자유롭게 하고 부정부패도 줄일 수 있다. 또 관급공사에 관하여도 입찰 방법을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해 특정 공무원 개인이나 지방 자치 단체장이 자의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인사에 있어서도 인사 위원회 등을 통해 객관적인 인사 기준, 근무 평정 자료를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업 공무원 제도 확립,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행정의 전문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지방의회의 견제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올 2월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로 인구 30만명 이상의 지자체에 2년 임기가 보장되는 감사책임자를 둘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그 제도가 종래의 감사원 감사 제도를 뛰어넘는 기능을 할지는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이은 구속에도 불구하고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무엇보다도 예방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경력, 인품을 꼼꼼히 살펴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을 선출하고 직무 중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결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패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지방자치제도의 개선이 실현돼 지자체 단체장이 퇴임한 후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행정가였다고 칭송을 받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여성들이여, 정말 시간제를 원하는가?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 유연근로제 등과 같은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오래 전부터 여성고용과 관련된 정책방안에서 빠지지 않던 것이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인력을 활용한다는 것이었다.굳이 여성에게만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본 이러한 정책기조의 핵심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것이다. 요즘에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은 대부분 가족친화 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이라는 보다 고상한 수식어와 함께 등장하고 있다.과거처럼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는 생계부양자인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 이러한 주장을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여성들이 시간제를 원한다는 것이다.여성들은 정말 시간제를 원하는가? 최근 필자는 화성시를 중심으로 지역여성의 자녀양육 및 취업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결과 현재 미취업상태이지만 향후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이 원하는 고용형태는 시간제 취업이 54.0%로 가장 높았다. 시간제를 원하는 여성 10명 중에 9명은 그 이유가 역시 자녀와 관련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여성들이 시간제를 원한다는 통념이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시간제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의 기대소득이다. 조사결과 시간제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의 기대소득은 월평균 128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소득은 현재 취업여성의 소득에 비추어 볼 때 노동시장에서 실제 받을 수 있는 소득과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조사대상 여성 중에서 현재 시간제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시간급여를 기준으로 보면 5천원이 46.2%로 가장 많다. 시간당 5천원을 기준으로 시간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이 기대하는 월평균 소득 128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월 256시간 정도를 일해야 하는데, 이는 주당 50시간 이상 일해야 가능한 것이다. 사실상 전일제 근무라고 볼 수 있다. 화성지역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위와 같은 조사결과는 단순히 여성들이 시간제를 원한다는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인식에 기반해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시행할 경우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원하는 시간제와 실제 노동시장에서 창출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월 20일, 하루 5시간, 시간급 5천원을 받고 일한다면 월소득은 약 50만원이 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시간제 일자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며, 고용안정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의 조건에서 시간제 근로가 여성들이 원하는 일자리로서 기능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인력을 활용한다는 정책방향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된다.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이 의미있는 여성고용정책이 되려면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이 많다. 우선, 시간제 일자리 = (최)저임금 일자리 라는 등식이 사라져야 한다. 임금은 일자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데 현재의 시간제 일자리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저임금 일자리 이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 = 비정규직 이라는 등식도 사라져야 한다.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안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사라져야 한다. 시간제가 현재와 같이 대부분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현재와 같이 발생하는 조건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창출을 정책방안으로 추진하기 전에 위와 같은 전제조건을 만드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면 진정 여성들이 원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자격시험 본질 반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한

변호사단체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간에 첨예한 대립이 긴장관계를 조성하고 있다. 변호사단체가 이미 변호사 숫자가 포화상태이므로 로스쿨 졸업생의 50%만 변호사 시험에 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되어 로스쿨 재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하고, 정부종합청사에서 집단적인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갈등관계가 고조되고 있다.로스쿨 재학생들은 졸업생의 80~90%의 합격률을 요구하고 있다. 변호사단체와 로스쿨 재학생들의 대립이 심해지자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2012 년 합격자수를 로스쿨 졸업생의 75%를 합격시키겠다고 결정해 발표했다.2013년 이후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결정하는 방법은 추후 따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법무부의 발표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더 큰 분쟁과 갈등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미봉책에 불과하다.우리나라 변호사 수 많지 않아오랜 진통 끝에 출범한 로스쿨들이 201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변호사 시험을 치게 된다. 로스쿨의 출범당시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로스쿨의 전체 정원을 2천명으로 제한했고, 뚜렷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학교에 따라 각각 150명 내지 40명씩 차등적으로 배정했다.다양한 전공출신들이 변호사로 진출해 법률문화를 향상시키고, 전문화된 법률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목표로 출범했다. 실제로 로스쿨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지만 한의사, 배우, 시민운동가, 약사,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재학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예상되고 있다.로스쿨이나 변호사제도의 취지를 살펴보면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을 설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 합격률은 변호사의 총수를 제한하려는 발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합격률을 제한해서 변호사 전체의 숫자를 제한하려는 것은 변호사를 정원제로 운영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시험은 더 이상 자격시험이 아니라 임용시험으로 변질된다. 공무원시험은 임용을 전제로 하므로 당연히 정원이 있어야 하고, 이에 맞추어 합격률을 조정해야 한다. 변호사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하여 사회에 기여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직업인이다. 다른 직업인과는 달리 변호사만 정원을 제한해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불가피한 공익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변호사는 최소의 능력과 품성을 갖추면 활동을 허용해야 하는 자격에 불과하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우리의 변호사 숫자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분야에 따라서는 변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곳도 적지 않다. 미국에는 변호사 1명당 인구 260명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변호사 1명당 인구가 5천명을 넘는다. 결코 변호사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 변호사 시험 자격제로 운영해야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업을 한 변호사들은 좋은 시절이 다 갔다라거나 변호사는 희망이 없는 직업이다는 말을 하곤 한다. 변호사가 되면 독과점 시장에서 각자가 사무실을 열고, 2~5명의 직원을 두고, 최고급 자가용을 기사에게 몰게 하는 직업상(職業像)을 기준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오늘날 사회는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는데 비해 유독 법조시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대형 로펌들이 법조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주된 활동의 분야는 여전히 소송관련업무가 주류를 이룬다. 변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분야가 적지 않다. 특히 정부영역, 기업영역, 시민사회영역은 여전히 변호사의 숫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이제 변호사들이 변해야 한다. 변호사의 직업상을 바꾸어야 한다. 정원을 묶어 독과점이익을 누리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법조활동 영역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 변호사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다 보면 경쟁을 통하여 법조서비스의 품질도 개선되고, 활동영역도 넓어져 결국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변호사 시험은 더 이상 합격률이 아니라 일정한 능력과 품성을 갖추면 합격시키는 자격제로 운영되어야 한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일시대를 대비한 강력한 안보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폭격은 북한의 대남침략 야욕이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재차 증명하였으며 이제까지 보여준 민족화해평화분위기 조성 등의 행위들이 모두 위선과 거짓에 불과하였다. 남한을 상대로 오랜 세월 동안 이 같은 무력도발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은 온갖 협박과 공갈을 해도 먹혀들어간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제 남북 간에 힘을 바탕으로 하는 구도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북한의 도발이나 공격은 우리가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중지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도발 의지를 꺾으려면 도발 즉시 가공할 위력의 반격을 가해야 한다. 세종 때 출몰하는 왜구에 대해 대마도 정벌이 있었기에 평화를 유지하고 무역도 가능했다. 누구나 바라는 평화를 위한 강경책과 온건책은 별개의 정책이 아니다. 힘이 바탕이 될 때 온건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도발 즉시 가공할 위력 보여줘야적이 무력도발을 해와도 즉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중차대한 국가안보 앞에서 상투적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군 지휘부는 군인이라기보다 정치를 하기에 바쁘고, 장교들은 좋은 보직과 진급에 더 관심이 많고, 사병들은 국방부 시계만 돌아가면 된다는 것이 우리 군대의 자화상이다. 상하, 고참의 구분이 없어진 지도 오래고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 벙커에서 대책만 논의했지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강력한 응징은 단 한 번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많은 국민들 역시 이 나라의 안보가 어떻게 돼 가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 좀 비굴하더라도 북한에 퍼주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쪽이 더 현명하다는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이번 북한의 공격으로 남한 사회에 안보의 중요성과 대북 반격의 거대한 흐름이 형성됐다. 북한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고 적개심과 응징의 의지는 커졌으며 애국의식의 기세가 높아졌다. 반공을 국가 이념으로 삼자는 견해가 절대 다수(최근 여론조사에서 85.5%)가 됐다. 이번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자수가 오히려 늘어났다.정부, 안보문제 전력투구 할 때지금부터 김정은 세습체제의 안착까지 도발은 이어질 것이다. 군사적 응징, 핵 대응, 대중국 외교전, 민심 통합은 아주 정교해야 한다. 현 정부는 환골탈태하여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아마추어적인 국방, 정보, 외교안보 라인은 예외 없이 군복무를 한 인물로 교체하고 안보 문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또한 친북종북 세력의 활동에 종지부를 찍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부정 세력을 국가의 이름으로 응징하는 건 정부의 정당한 권리다. 또한 서해 5도 등 접적지역과 수도권에 대한 방위 전력을 증강하는 등 맞춤형 대비가 필요하며 기습 공격 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할 방안을 강구하고 정규군 강화와 함께 예비군과 민방위 조직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위기가 고조되고 장기화될수록 우리 내부, 특히 정치권의 단합이 요구된다. 야당은 이 시점에서 햇볕정책에만 매달리는 자세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하고 여당도 안보 부실을 지난 정권에만 책임을 돌리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략과 분쟁으로 안보를 흔들고 있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안보는 산소에 비유된다. 산소가 없어지면 생명이 죽듯이 안보가 날아가면 나라가 망한다. 안보를 경시하게 만든 사회적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행동없는 안보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또한 오늘의 시점에서 강력한 안보가 매우 중요하지만 안보 대비책이 소극적 방어적 안보에만 끝나면 남북한 분단 현상의 유지에 불과하다. 이제 분단이라는 비극적 민족상잔을 단절하고 통일을 통하여 선진화된 한민족의 웅비를 도모하는 통일시대의 비전을 가지고 조국과 동포와 후손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로 모든 대책을 마련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영해 21세기 분당포럼 이사장한양대 교수

법원 이전문제 신속히 확정돼야 한다

법원은 언제 이사 가는가요? 법원은 어디로 옮기는가요?라는 질문들이 쏟아진다.요즘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건물들이 철거되고 거기 있던 변호사, 법무사 등 사무실들이 변방으로 이사 갔다. 법원 앞 지하차도는 철거되고 거기에 몽공하우스 같은 구조물이 가설되었으며 도로들은 철재빔 등으로 임시 설치돼 혼란스럽기만 하다.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사장 빈터에는 흙먼지가 날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다. 광교신도시 건설공사를 위한 것이니 당연히 감내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지금 정해도 이전까지 5년여 걸려광교신도시 사업구역 내에 법원 청사 부지가 별도로 확보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지내정 이래 상당한 시일이 경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원 이전 청사진은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다.대법원은 현 수원지방법원 부지에 대한 보상조로 737억원을 받아서는 광교신도시 법원 예정지 땅값 1천592억원의 반값도 못 치르니 나머지 땅값 건축비 등 소요 예산을 마련할 수 없으므로 광교신도시 예정부지로 이전하는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사정 때문에 대법원은 한때 옛 서울대 농생대 부지를 물색하기도 하였으나 그곳은 비행기 소음 등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와 그 지역구 의원은 환영하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그런데 최근에는 위 두 곳 외에 대법원이 북수원 소재 지방행정연수원 자리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반면 경기도시공사는 광교신도시 법원부지 예정지 땅값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감액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경위야 어찌됐든간에 당국은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이 있고 불편 없는 행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 국민 및 이해관계인들은 법원 청사이전이 왜 지연되는지 그 속사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사유를 불문하고 현실적인 불편사항만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경기도시공사, 예산당국,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입장이 따로 있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관계기관의 조화로운 타결안이 확정되어 신속한 집행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 당장 법원 이전 계획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준비하고 새로운 청사를 건축한 후 이사 가기까지는 최소한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들 한다. 국민 권리보호 위해 신속 결정돼야아울러 신 법원청사 이전을 고려함에 있어 관계당국이 고려해야 할 점이다. 새 법원부지에는 경기고등법원, 경기가정법원청사 부지까지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고등법원 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경기도뿐이다. 인구는 전국 시도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1천200만명을 자랑하고 있지만 경기도에는 고등법원이 없다.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므로 신청사 건축 시에는 경기고등법원 공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고 그 사이에 국회에서 경기고등법원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민이 합심해서 노력해야 한다. 가정법원 역시 전국 고등법원 소재지에만 신설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원칙이므로 경기도에 가정법원을 수용할 입지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광교신도시에는 본래 경기도청, 법원, 검찰청 등이 입지해 행정타운이 형성될 것이라는 계획이 입안되었고 광교신도시 내 부지를 분양받은 이해관계인들은 위 행정타운 이전계획을 믿고서 토지를 매수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청사 이전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이해관계인들이 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형국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법원검찰청은 어느 관청보다도 많은 민원인이 왕래하는 곳이고 또 그 이전계획을 신뢰하고 부지 예정지 주변에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신뢰보호의 원칙상 위와 같은 투자자들의 입장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요컨대 법원청사 이전문제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국민의 권리 보호 측면이 우선 고려되어야 하며 이전장소, 시기, 범위 등이 신속히 결정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관계기관들은 머리를 맞대어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하여 그 입장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 각 기관의 입장 차이가 더 이상 국민권익보호의 장애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육아휴직을 허(許)하라

최근 육아휴직급여 월 최고 100만원이라는 신문 헤드라인 기사에 아이가진 부모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요즘에는 주변에서 간간이 육아휴직한 여성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교사인 여성들의 육아휴직은 제법 눈에 띄는데 이는 고용안정이 육아휴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육아휴직제도는 근로자가 고용상태를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자녀양육을 위해 휴직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하면서 최초로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다.당시에 육아휴직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가 있는 여성 근로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육아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이 법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1995년에는 육아휴직을 남성 근로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남성은 물론 여성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후 지난 2001년 이른바 모성보호 3법 개정 당시 육아휴직과 관련한 법제도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육아휴직급여가 신설됨으로써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현실화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육아휴직급여는 초기 월 20만원에서 조금씩 확대돼 2010년 현재는 월 5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이외에도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다양한 조항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육아휴직 신청자가 조금씩 증가했으나, 제도의 실효성을 논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변화는 느끼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에는 전일제 육아휴직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도입됐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도 초기에는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에서 2006년에는 생후 3년 미만 된 영유아, 2010년에는 만 6세 이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로 확대됐다. 다만, 육아휴직기간은 1년 이내이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을 확대한 것은 육아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육아휴직제도의 발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1년부터는 육아휴직급여가 현 50만원의 정액제에서 육아휴직 전 통상임금의 일정비율(40%)로 지급하는 정률제로 변경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상한액은 월 100만원이고 하한액은 월 50만원이다. 이외에도 육아휴직 시 건강보험료 경감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도입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상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정규직이라도 육아휴직으로 인해 승진, 배치 등 향후 직장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염려한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경우 휴직이 해고로 이어질까 싶어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 육아휴직제도는 진일보했으나,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제도와 큰 간극이 있다. 육아휴직이 법적으로는 허용되었으나, 사회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급여 신청자는 2002년 3천763명에서 2008년 2만9천145명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2008년의 경우 취업자는 총 2만3천577천명이고, 이 중 30~40대 취업자는 1만2천558천명이다. 육아휴직제도의 효과를 논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한 숫자이다.지금까지 육아휴직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해온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집중해야 할 일은 육아휴직제도가 실현되는 사회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근로자들이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것이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 특히,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정 형 옥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분권의 역사와 시대적 요구

미래학자인 토플러는 지방분권을 미래의 정치질서라고 했다. 시대적 변화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이고 하향적인 지배체제 대신에 지방의 다양한 정책과 상향적인 거버넌스체제가 필요하다. 세계화로 인하여 국가의 조정적인 기능이 약화되고 국경을 넘는 지역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역에서 지역문제에 대한 결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중앙에서 지역문제를 결정하는 중앙집권적인 체제로는 지역적인 여건에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정의 속도에서 따라갈 수가 없다.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인 결정보다는 지역 간의 경쟁 속에서 유발되는 혁신이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문제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지방분권적인 정치체제에 대해서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과거에 제기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그토록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선두를 유지해 온 것은 지역 간의 경쟁과 다양성에 뿌리를 둔 지방분권적 정치체제가 일조를 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로마제국의 번성도 그 뿌리에는 다양성과 지역적 특성을 존중하는 지방분권적 정치체제가 있다. 대다수 선진국이 선택한 지방분권오늘날 시대를 앞서가는 선진국은 대체로 고도의 지방분권체제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은 오래전부터 지방분권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해서 비교적 중앙집권적인 전통이 강한 프랑스도 헌법개정을 통하여 지방분권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적지 않은 논자들이 이들 분권국가들은 봉건시대부터 여러 제후국으로 나눠져 있어서 지방분권의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지방분권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중앙집권적이고 단일국가로 살아왔기 때문에 지방분권국가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왕권강화를 위한 중앙집권적인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대한민국 건국 후에도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는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집권적인 전통을 가진 나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지 않는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를 고수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지방분권적인 국가는 독립된 국가들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기 위한 양보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고도화된 중앙집권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으로 도입된 경우도 적지 않다. 2차대전 이후 나치의 중앙집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에 속한다. 우리가 분권적인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데 그만큼 용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적인 전통이 약하다고 하여 시대적인 요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여기에 지방분권의 어려움이 있고, 분권적인 전통이 강한 국가보다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우리도 국가경영 변화가 필요할 때그렇다고 우리에게 지방분권적인 전통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신라, 고구려, 백제의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독립된 국가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한반도에 집착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에 걸치는 방대한 제국을 경영하고 풍성한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삼국이 서로 경쟁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후삼국시대, 고려 말의 지방호족의 등장 등을 통하여 간헐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도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역주의는 이러한 지방분권적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대적인 요구에 걸맞는 국가경영체제를 도입하는 데 있다. 지방의 세세한 일까지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하향적인 정치질서로는 다양성과 창의성, 효율성이 요구되는 시대의 국가경영을 할 수가 없다. 이제 지방의 문제는 지방이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분권적인 국가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삼국시대부터 뿌리 깊은 우리의 지역주의는 더 이상 망국병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 활국소(活國素)가 될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진화와 통일’ 위한 정치개혁운동

오늘날의 시대적 정신과 목표는 선진화와 통일이다. 지난 세기 독립의 실패가 근대화의 실패로 이어졌듯 통일이 실패하면 선진화도 실패하게 된다. 김정일 이후 반드시 통일에 성공해 신동북아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어야 한반도 선진화도 성공한다.건국의 시대,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는 각각 그 시대의 과제에 대한 역사적 주체세력이 있었다. 이들 주체세력들은 시대적 의식을 가진 정치세력, 정책세력, 시민사회세력, 그리고 이들을 엮어내는 지도자들이다.그러나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치세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선 진보적 정치세력은 20세기적 좌파로서 사회주의를 이상으로 보고 사고나 행동을 하는 구시대 좌파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포퓰리즘 극복하고 가치원칙 존중실패한 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은 지극히 유해하다. 평등과 균형, 나눔과 인권 등은 대단히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 실현 방식이 사회주의적이어서는 실패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또한 진보는 20세기형 사회민주주의 즉 20세기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버리고 글로벌화를 거부하지 않는 21세기형 사민주의의 모델을 개발하고 제시해야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진보가 될 것이다.영국 노동당이 추구하는 제3의 길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발전단계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실에 맞는 사민주의 모델을 개발해 제시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진보가 갈 길이다.보수적 정치세력은 현실에 안주하는 과거 세력이 아닌 나라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열어줄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20세기적 낡은 사고와 습관, 기득권에의 안주 등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전통, 자유, 시장, 법치 등의 보수 본래의 가치를 몸으로 던져 실천하는 개혁적 보수, 전투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지금까지 이익 지향의 보수는 많았지만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위해 몸을 던지는 가치 지향의 보수는 적었다. 합리적 진보개혁적 보수 거듭나야또한 보수는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재창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웃과 나누고 역사를 소중히 하고 자연생태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따뜻하고 덕이 있는 자유주의자가 돼야 한다.개인과 기업을 위한 정책만이 아니라 사회, 역사, 자연, 환경 공동체의 발전정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여당과 야당이 선진통일세력이 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공통의 병은 포퓰리즘이다. 이는 대중의 단기적 인기에 영합하고 편승해 국가이익을 저버리고 정파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다. 포퓰리즘이 존재하는 한 시대의 목표인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요구되는 올바른 제도와 정책을 개혁할 수 없다.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형성돼야 한다.이러한 노력들이 진행돼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 여야 정당 모두가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갖춘 효율적 국가경영을 생각하는 이념과 가치정당, 비전과 정책정당으로 태어나야 한다. 더 이상 이익정당이나 지역정당이 아니어야 한다. 더 이상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한 개인정당이 아니어야 한다. 그동안에 지역주의를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앞으로는 그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정치세력 간의 연대는 오로지 비전과 정책연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선거는 비전과 정책이 경쟁하는 장이 되고,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서로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 어느 비전과 정책이 보다 효과적인가를 경쟁하게 되는 생산적, 국민통합적 장이 돼야 한다. 진정한 협력 속에서 선의의 경쟁이 가능해 원칙 없는 야합과 죽기 살기식의 투쟁이 없어져야 하며,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면 협치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세력들은 선진화와 통일의 중추 세력이 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정치개혁운동이 활발히 일어나야 할 시점이다. 이영해 한양대 교수㈔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경기도 국회의원들은 무얼 하는가?

헌법 제61조 제1항에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 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에는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9월1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행한다고 정하고 있다.위의 법적 근거에 의하여 국회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상대로 국정전반에 관하여 매년 국정감사를 실시하게 되며, 2010 국정감사 역시 종료됐다.피감기관 불성실 답변비협조이번 국정감사를 두고서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1명당 질의시간이 10분 정도 밖에 안돼 충실한 국감이 되지 못하고 수박겉핥기식의 국감을 할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이 불성실한 답변을 하고 자료제출이 비협조적이다.피감기관이 우선 국감만 모면하려하고 국감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짧은 시간에 국감을 실시하다 보니 충분한 질의와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고 언론을 의식한 한건주의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등의 볼멘소리를 하였다.하지만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에 의하면 올해 피감기관은 481곳으로 작년보다 14곳 늘었는데도 오히려 국감 진행시간은 작년보다 38시간 줄어 든 것으로 드러났다.이번 국정감사를 통하여 피감기관들도 국회의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종전에 이미 해명된 것을 재탕 삼탕 질문을 한다, 엄청난 자료요구 때문에 민생업무에 지장을 준다, 막말질의 윽박지르기가 여전하다, 정책이 아닌 정략적 질의만 한다 등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많다.그러나 피감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의 국감요구에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하고 심지어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하여 대통령에게 확인하든지 하라는 성의 없는 답변을 하는 등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의시간도 짧아 국감 부실 진행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하여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복지를 위하여 현 국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잘 듣고서 그것들을 국정감사장에서 반영시켜야 할 사명이 있다.필자는 무엇보다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들의 부작위에 대하여 유감이 있다. 전국 국회의원 298명 중 경기도 국회의원은 51명으로 전체의 6분의 1이 넘는다. 위 5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 준 1천200만 경기도민은 경기고등법원의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최근 경기도민은 국회에서 경기고등법원 유치를 위한 공청회에서 뜨거운 염원을 보여 주었으며, 경기도중소기업센터에서는 경기도의 각 계 각 층의 도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기고등법원유치를 위한 범도민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궐기대회를 기진 바 있다. 현재 수원역을 비롯한 경기도 각지에서 경기고등법원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경기도민들의 위와 같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경기도 출신국회의원들은 경기고등법원 신설에 관한 질의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법원 측에서 혹시 경기고등법원설치에 관한 질의나 추궁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답변준비를 한 것으로 안다. 경기도출신 국회의원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국민들의 아픈 곳을 긁어주지 못한다면,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분주한들 도대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 본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군 가산점, 차별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지난 9월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군 가산점 재도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의 상황은 마치 재미없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지난 1999년 군가산점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내려진 지 어느새 10여년이 지났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확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대군인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가산점제도의 목적은 정당하나, 여성, 장애자 등에 대한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극심하므로 그 방법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며, 이 판결로 인해 가산점제를 규정하는 법조항이 즉각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군필자에게 채용시험에서 만점의 5%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우리 사회의 평등의식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군 가산점 제도를 둘러싸고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충분히 논쟁했다. 그리고 성숙한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였다.그런데 또다시 대통령 직속 기구가 나서서 군 가산점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단다. 2007년과 2008년에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국민들은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다. 가산점을 2.5%로 낮추고, 가산점 합격자의 상한선을 20%로 제한한다고 해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시작된 초기에는 차별이란 직접차별의 개념으로 이해됐다. 즉, 직접적이고 의도적으로 특정 집단이나 그 집단에 속한 개인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을 차별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사회적 변화에 따라 차별 개념도 확장되었다. 중립적인 기준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특성 집단의 구성원에게 불리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직접차별을 은폐하기 위한 구실로 중립적 기준이 활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군 가산점 제도는 제대군인이라는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장애인 등에게 불리한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차별이다. 군가산점 제도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군필자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최소한의 상징적인 보상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군가산점 제도는 제대군인이 군복무 기간 동안 겪은 희생과 사회적 상실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상한다는 취지와 달리 여성, 장애인 등 또다른 집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왜 특정 집단에 대한 보상이 다른 집단에 대한 차별을 근거로 해야 하는가.또한 군가산점 제도가 실질적 보상이 될 수 있는 대상은 사실상 79급 공무원시험이나 공공부문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일부 제대군인들뿐이다. 오히려 군가산점 제도를 통한 상징적인 보상만을 강조함으로써 제대군인들의 실질적인 보상에 대한 요구 제기를 가로막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07년 군복무에 대한 사회통합적 보상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 20~30대 남성 1천명을 대상으로 군 가산점 대안으로 필요한 제도를 질문한 결과 제대군인을 위한 취업지원 센터 운영(32.3%)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학자금 장기 저금리 융자, 국민연금 군의무 복무기간 반영, 세금 및 의료보험 할인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나라를 위해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군에서 보낸 젊은이들을 위한 보상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군 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군복무에 대한 보다 사회통합적이고 실질적인 보상 체계 마련이다. /정 형 옥 道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무상급식의 역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제정 등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62 지방선거 당시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었다면 선거가 끝난 지금은 지방의 살림살이의 문제이고 예산배정의 우선순위에 관한 현실문제이다.선거가 끝난 지금은 무엇이 주민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선거공약은 지켜져야 하지만, 선거공약에 문자 그대로 얽매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무상급식 확대 냉철한 판단을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인 공약인 무상급식의 전면확대를 실시함에는 몇 가지 요소를 짚어보아야 한다. 첫째, 무상급식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상급식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은 무엇보다도 급식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다. 복지국가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과잉급부 금지의 원칙이다. 학부모가 학교급식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이른바 과잉급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복지국가의 원리에 반한다.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해결해주는 경우에 개인의 의존성이 심화되고 도덕적인 해이가 발생한다. 공짜에 익숙하다보면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미루게 되는 의타성이 생기게 되고 끊임없이 요구를 하게 된다. 이런 인간형을 학교가 앞장서서 길러내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급식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에게만 무상으로 하는 것이 순리이다. 현재 지급되는 무상급식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면 이를 약간 확대하여 현실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해법이다. 전면 확대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둘째로, 무상급식의 전면실시가 저소득층의 교육복지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극심한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데 예산을 다 털어넣고 나면 교실환경개선이라든지, 교육기자재, 교육방법의 개선 등 정작 교육의 본래적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물적인 기초는 더욱 빈곤하게 된다.다른 희생 없도록 신중히 검토해야학교급식을 하느라 돈을 다 써버리면 학교교육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회비용의 문제이다. 무상급식의 전면 확대 실시가 다른 교육복지를 희생할 만큼 절박한 것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도입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부유한 가정출신의 학생들은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통해서 얼마든지 보충이 가능하지만 저소득층에서는 보완할 방법이 없다. 무상교육의 전면 확대는 저소득층자녀의 희생위에 실시되는 역설이 성립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이 선정한 사업을 자신의 비용으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넘쳐나서 어떻게든지 써야 할 정도로 풍족한 재정상태에 있다면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여도 비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치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어리석은 결정이라도 할 수 있는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이 전혀 뒷받침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고집하는데 있다. 이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근본적으로 반한다. 자신이 결정한 일은 자신의 비용으로 해야 한다. 남의 돈으로 자기살림을 살려고 하는 것은 개인이든 지방정부든 반자치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다. 결국은 학교교육 예산부족으로 공교육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사교육을 통하여 보완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게 된다. 예산이 철철 넘치는 지역이 아닌 한 무상급식은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해법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고등법원 신설 절실하다

헌법 제27조제1항에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위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 중의 하나가 사법접근성의 확보조치이다. 그런데 고등법원 재판 접근성이 가장 낙후된 곳이 경기도이다.현재 경기도민이 고등법원 관할 사건을 재판받기 위해서는 서울 서초동 소재 서울 고등법원까지 가야만 한다. 고등법원관할 사건은 민사가사 사건에서는 재산 가액이 많고 형사, 행정사건에서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국민의 권리 의무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경기도만 고등법원 설치 안돼안성에 사는 어떤 도민은 서울고등법원에 재판받으러 갔다가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법정에 도착하니 이미 재판이 끝나 버렸다면서 낭패를 맛본 경험을 털어놓고 푸념을 했다.또 어떤 도민은 도내에서 재판받을 때에는 법관이나 변호사가 경기도 지역 사정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사건 심리에 있어서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서울고등법원에 가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되니 모든 과정이 생소하고 불안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심지어 한 도민은 서울고등법원 2심 재판을 위해 서울 소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선임을 의뢰했더니 경기도 지역 사회보다 훨씬 많은 수임료를 요구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고 불만을 쏟았다.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경기도민은 재판상의 실적적인 불이익을 많이 입어 왔고 심지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을 포기하는 사례도 다반사이다. 전국의 고등법원 설치 현황을 살펴보면 이렇다. 서울, 대구, 광주 등 3곳에만 있었던 고등법원은 부산, 대전에 확대 설치됐다.도민들 시간경제적 손실 커또 사건과 인구 규모면에서 독자적인 고등법원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는 고등법원 원외 재판부 형식으로 고등법원 사건을 재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고등법원 원외 재판부는 제주, 전주(전북), 청주(충북)에 설치됐다가 최근에 창원(경남), 춘천(강원)에 신설됐다. 이렇게 되고 보니 현재 전국의 모든 도중에서 경기도만 고등법원이 없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기도 인구는 약 1천200만명에 이르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이어서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기도에만 고등법원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경우이다.이는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헌법상 보장된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광주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전주의 경우,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이후 고등법원 사건수가 꾸준히 증가해 광주고등법원 관내 전체 사건수의 약40%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또 올해 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신설된 춘천의 경우, 강원도에서 고등법원 관할사건을 재판하게 되자 벌써 약 20%이상의 사건 증가율을 보여 법원장의 재판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바람에 재판부 증설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위 사실은 지방의 서울로의 도로확충에도 상관없이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가는 불편비용부담 때문에 재판권을 포기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경기도민들은 소액사건, 단독사건은 관내에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합의사건의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까지 올라가야만 한다. 국민의 가장 아픈 곳을 긁어 주는 것, 이것을 잘 해결해 주는 것이 사법서비스의 본질이고,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로 가는 첩경일 것이다. 따라서 1천200만 경기도민의 숙원 사업인 경기고등법원 신설은 하루빨리 꼭 성취되어야 한다. 위철환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성희롱 예방교육으로 의식 변화돼야

국회의원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장, 교장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의 성희롱 사건이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한나라당은 소속 초선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제명 처리했다. 8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계약직 여직원에 대한 고창군수의 성희롱이 사실이라는 결정을 했다. 이후 민주당은 고창군수를 당에서 제명했다.한국 사회에서 성희롱이 국가 정책과 법이 개입해야 할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진지 약 15년이 지났다. 국내에서 성희롱이 사회문제화 된 것은 1993년 발생한 소위 S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민사소송으로 3심까지 가게 되는 기나긴 과정을 거치면서 그간 용인될 수 있는 일상적 행위로 치부되었던 것들이 불법행위로 판단됐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일반화됐고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명시됨으로써 법률용어가 됐다.사회에서 아직도 빈번한 성희롱성희롱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197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Sexual Harassment의 번역어이다. 이는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의 부과라는 의미인데 단순히 지나가는 말에서부터 포옹이나 육체적 접촉,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위들이 모두 포함된다.가장 핵심적인 것은 그것이 단순한 성적 욕구에 기초한 행위가 아니라 남녀 간의 권력 불평등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국제적 동향을 볼 때, 성희롱은 우선, 성차별의 일종으로 다뤄진다. 성희롱을 개인적인 사건, 남녀간의 성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남녀차별로 인식하게 된 것은 커다란 성과이다. 또한 성희롱은 여성에 대한 폭력(인권침해)의 일종으로 다뤄진다. 성희롱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던 시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지던 시대와 비교해 보면 성희롱 가해자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요즈음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여전히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희롱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으로 계약직 등 사회적 약자이며, 성희롱으로 인해 노동권 침해 등 심각한 피해에 직면한다. 가해자가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것만으로 피해가 보상되는 것도 아니다. 단순 교육 아닌 효과도 점검해야성희롱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예방이다. 최근 여성부가 발표한 2008년도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조치 추진실적 점검결과에 따르면 성희롱 예방 교육 대상 기관 856개 중에 96%에 이르는 기관에서 연 1회 이상 교육을 실시했다. 중요한 건 단순히 교육을 실시했는가가 아닌 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물론 교육을 받지 않은 것 보다는 백배 낫다. 최근 국회의원의 성희롱 사건이 문제가 된 직후 국회의원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희롱예방교육에 국회의원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지난 88 내각 내정자 3명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진사퇴했다. 이후 청와대는 보다 강력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자기검증서에는 가족관계에서부터 병역의무 이행, 전과 및 징계, 재산형성 납세, 학력 및 경력, 연구윤리, 직무윤리, 개인 사생활 등 관련 검증항목이 200개나 됐다. 이 중 개인 사생활 관련 항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성희롱 등 도덕적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적이 있습니까?다. 정형옥 道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장

시·군 통합지역 특혜조치 공정한가?

하버드 대학에서 명강의로 이름을 날리는 마이클 샌델은 정의(justice)라는 책을 출간했다.세계 각국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왜 그런가? 병이 나아야 약을 구하고 음식을 조심하듯이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만연될 때 처방을 구하게 된다.마침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집권후반기의 국정기조로 설정하고 공무원 특채논란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잣대로 삼고 있다.통합 비용 해당 지역서 부담해우리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불공정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된 선택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 정부가 과연 공정사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시민사회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법률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법률안은 시군의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통합지역에 대해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각종 특혜조치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통합에 따른 불이익을 배제한다는 명분으로 공무원의 정원과 교부세 등을 통합 전의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 정원을 줄여 경제성을 달성하겠다는 통합명분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재정부족액을 보전해 주는 교부세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와도 정면으로 모순된다.또한 교부세총액의 100분의 6을 10년간 통합지역에 교부한다든지 보조금이나 재정투융자 등 통합지역에 특혜를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도세의 10%까지를 통합시에 직접 교부토록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시군통합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돈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통합지역에 교부하는 각종 특혜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또한 통합지역 대한 특혜를 정당화할 만한 공익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군 통합으로 인한 이익과 손해는 통합된 시군에 한정된 문제이다. 그렇다면 통합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은 해당지역이 부담하는 것이 백번 옳다. 시군 통합으로 인한 효과와 비용을 저울질하여 해당 지역주민들이 통합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그래야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가능하다. 낭비없는 합리적 정책 나와야한때 외국에서도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자치단체를 통합한 경우도 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공무원은 오히려 증가하고 시설중복은 심화되었다고 한다.가까운 일본에서도 최근 시정촌통합을 강행했지만 결과는 농촌지역이 발전의 구심점을 상실하여 급속하게 쇠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5.16군사정변 직후 기초자치단체를 10여개로 통합한 군자치로 전환했지만 농촌의 붕괴와 이농이 급격하게 전개됐다. 공정사회를 국정지표로 삼은 이명박 정부가 다른 지역의 희생을 볼모로 정책적인 합리성이나 공익성도 검증되지 않은 특혜를 베풀기 위해 특별법안을 졸속하게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표리부동의 전형적인 사례이다.시군 통합지역 특혜법인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대신 이미 통합한 창원지역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창원지역특별법을 논의해 보는 것이 순리이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경실련 정책위원장

공정한 사회 구현의 최소 조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국정 후반기 운영 기조를 공정한 사회에 맞추면서 요즘 공정의 기준과 적용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게는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의미와 기득권층이나 사회적 강자에게는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공평한 사회적 기회와 법률 적용공정성은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 원리다.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경우 사회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할수록, 빈부 격차가 확대될수록 사회의 공정성은 낮아진다. 공정성이 낮아지면 경쟁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어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그리고 복지사회의 동시 달성은 시장경제와 공정한 사회의 결합을 통해 가능하다. 삶의 기본 수단과 균등한 교육 기회의 제공 그리고 낙오자에 대해 사회안전망 제공은 공정한 사회의 최소 조건들이다.우리 사회는 예전부터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이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명목상 환경은 형성돼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탄탄한 실력을 갖춰도 명문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차별을 받는 사회였다. 또 재력이나 권력으로 사회적 계급이 형성되는가 하면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룰로 양형이 현격히 달라지기도 했다.공정한 사회가 정착되려면 공직자는 공과 사를 가릴 줄 알아야 하고, 공동체가 정한 법과 룰을 앞장서서 지켜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법치주의 국가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유와 권리를 누리되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질서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남이야 어떻든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질서 준수 의무도 도외시하는 생활의식으로는 공정한 사회 구축을 통한 선진화는 기약하기 어렵다. 불법적 투기를 해서라도 자신만 풍요한 삶을 살면 그만이라는 시대 착오적 발상은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공정한 사회의 뿌리를 내리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타락한 능력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정, 개인 도덕성과 윤리관을 더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공동체의 룰 지키는 데 앞장서야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주창한 공동체주의는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좋은 방책이다. 개인의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가족, 계급, 국가 등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애착을 통해 구현되며 따라서 공동체적 가치에 기초한 덕성의 함양이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공정한 사회는 법외 특권을 용인하지 않는다. 회기 중인 국회의원의 불체포 법률의 취지는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방탄국회를 계속 열면서 체포를 막으라는 것은 아니다. 최근 외교부장관 딸의 특별 채용 사건을 보면 공직자로서의 염치가 없다. 공직자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국민들이 어찌 나라의 법과 지도층의 언행을 따르겠는가.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는 높은 도덕성에 기초해야 하므로 공정한 사회의 룰을 어긴 사람들은 공직자에서 배제해야 한다.이제부터라도 공정한 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한 기초를 탄탄히 다져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법치주의 국가의 질서의식 정착과 공동체 의식의 함양, 사회적 기회의 공평한 부여와 법률 적용의 형평성,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도층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과감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영해 한양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사>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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