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제정 등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6·2 지방선거 당시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었다면 선거가 끝난 지금은 지방의 살림살이의 문제이고 예산배정의 우선순위에 관한 현실문제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은 무엇이 주민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선거공약은 지켜져야 하지만, 선거공약에 문자 그대로 얽매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무상급식 확대 냉철한 판단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인 공약인 무상급식의 전면확대를 실시함에는 몇 가지 요소를 짚어보아야 한다.
첫째, 무상급식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상급식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의 방안인지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은 무엇보다도 급식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다. 복지국가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과잉급부 금지의 원칙’이다. 학부모가 학교급식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이른바 과잉급부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복지국가의 원리에 반한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해결해주는 경우에 개인의 의존성이 심화되고 도덕적인 해이가 발생한다. ‘공짜’에 익숙하다보면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미루게 되는 의타성이 생기게 되고 끊임없이 요구를 하게 된다. 이런 인간형을 학교가 앞장서서 길러내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급식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에게만 무상으로 하는 것이 순리이다. 현재 지급되는 무상급식의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면 이를 약간 확대하여 현실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해법이다. 전면 확대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둘째로, 무상급식의 전면실시가 저소득층의 교육복지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극심한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데 예산을 다 털어넣고 나면 교실환경개선이라든지, 교육기자재, 교육방법의 개선 등 정작 교육의 본래적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물적인 기초는 더욱 빈곤하게 된다.
다른 희생 없도록 신중히 검토해야
학교급식을 하느라 돈을 다 써버리면 학교교육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회비용의 문제이다. 무상급식의 전면 확대 실시가 다른 교육복지를 희생할 만큼 절박한 것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도입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부유한 가정출신의 학생들은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통해서 얼마든지 보충이 가능하지만 저소득층에서는 보완할 방법이 없다. 무상교육의 전면 확대는 저소득층자녀의 희생위에 실시되는 역설이 성립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자신이 선정한 사업을 자신의 비용으로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넘쳐나서 어떻게든지 써야 할 정도로 풍족한 재정상태에 있다면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여도 비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치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어리석은 결정이라도 할 수 있는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이 전혀 뒷받침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을 고집하는데 있다. 이는 자기책임의 원리에 근본적으로 반한다. 자신이 결정한 일은 자신의 비용으로 해야 한다. 남의 돈으로 자기살림을 살려고 하는 것은 개인이든 지방정부든 반자치적이고 무책임한 것이다. 결국은 학교교육 예산부족으로 공교육의 부실화가 심화되고, 사교육을 통하여 보완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피해를 입게 된다. 예산이 철철 넘치는 지역이 아닌 한 무상급식은 저소득층에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해법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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