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국정 후반기 운영 기조를 ‘공정한 사회’에 맞추면서 요즘 ‘공정의 기준과 적용’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게는 불이익을 주지 않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의미와 기득권층이나 사회적 강자에게는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평한 사회적 기회와 법률 적용
공정성은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 원리다.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경우 사회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할수록, 빈부 격차가 확대될수록 사회의 공정성은 낮아진다. 공정성이 낮아지면 경쟁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어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그리고 복지사회의 동시 달성은 시장경제와 ‘공정한 사회’의 결합을 통해 가능하다. 삶의 기본 수단과 균등한 교육 기회의 제공 그리고 낙오자에 대해 사회안전망 제공은 ‘공정한 사회’의 최소 조건들이다.
우리 사회는 예전부터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이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명목상 환경은 형성돼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탄탄한 실력을 갖춰도 명문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차별을 받는 사회였다. 또 재력이나 권력으로 사회적 계급이 형성되는가 하면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룰로 양형이 현격히 달라지기도 했다.
공정한 사회가 정착되려면 공직자는 공과 사를 가릴 줄 알아야 하고, 공동체가 정한 법과 룰을 앞장서서 지켜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법치주의 국가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유와 권리를 누리되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질서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남이야 어떻든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질서 준수 의무도 도외시하는 생활의식으로는 공정한 사회 구축을 통한 선진화는 기약하기 어렵다.
불법적 투기를 해서라도 자신만 풍요한 삶을 살면 그만이라는 시대 착오적 발상은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동시에 ‘공정한 사회‘의 뿌리를 내리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타락한 능력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정, 개인 도덕성과 윤리관을 더 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룰’ 지키는 데 앞장서야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주창한 ‘공동체주의’는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좋은 방책이다. 개인의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가족, 계급, 국가 등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애착을 통해 구현되며 따라서 공동체적 가치에 기초한 덕성의 함양이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공정한 사회’는 법외 특권을 용인하지 않는다. 회기 중인 국회의원의 불체포 법률의 취지는 정치적 탄압으로부터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방탄국회를 계속 열면서 체포를 막으라는 것은 아니다. 최근 외교부장관 딸의 특별 채용 사건을 보면 공직자로서의 염치가 없다. 공직자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국민들이 어찌 나라의 법과 지도층의 언행을 따르겠는가.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는 높은 도덕성에 기초해야 하므로 ‘공정한 사회’의 룰을 어긴 사람들은 공직자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공정한 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한 기초를 탄탄히 다져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법치주의 국가의 질서의식 정착과 공동체 의식의 함양, 사회적 기회의 공평한 부여와 법률 적용의 형평성,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도층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과감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영해 한양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사>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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