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와 사회통합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경영이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빌 게이츠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경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태어난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부자였던 톨스토이는 평소에 사회봉사를 많이 한 덕분에 러시아 혁명 때도 해를 당하지 않았으며, 수백 년 동안 주위에 좋은 일을 많이 베풀었던 경주의 최부잣집은 동학혁명 당시 농민들이 건드리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부가 증가할수록 가난하고 도태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 양극화가 심해지는 자본주의 현실에서 나눔과 기부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돈이 아닌 ‘지식과 재능’ 나눔

 

이 시대의 공공선 창출에 나눔만큼 울림이 큰 것도 없어 보이며 나눔에는 좌우 이념이 따로 없다. 그동안 기부라는 것은 금전적, 물질적 지원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나만이 갖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나누는 ‘프로보노(Pro Bono, 재능기부)’가 회자되고 있다.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물에서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식이라면 프로보노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시대 지도층의 공익을 위한 헌신과 기부를 강조하기 위해 쓰인 프로보노는 서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보수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관습으로 뿌리를 내렸다. 개인에서 시작된 재능 기부는 기관으로 발전했고, 다시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학교와 연구소로 확대되며, 사회 공헌 활동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프로보노는 법무·의료·교육·경영·노무·세무·전문기술·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벌이는 봉사활동을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유명인이나 대기업, 전문직 종사자에서부터 평범한 일반인까지 범위가 넓으며 전문 기술이 아니더라도 취미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

 

프로보노 참여자들은 자기 분야의 경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재능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식’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프로보노와 자원봉사가 다른 점은 개인 능력의 차이를 더욱 존중하는 데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의 어려운 운영에 자신의 재능이나 전문지식으로 도움을 주는 프로보노 활동은 서로 다른 계층들을 연결하고 사회 변혁을 유도하는 창조적 집단지성 활동으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물고기 잡는 법’ 전수로 사회 변혁

 

활발한 프로보노 활동의 정착을 위해서는 프로보노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격려받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의 정착과 어려운 개인이나 사회적 기업이 필요한 프로보노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체계적인 매칭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공감의 시대’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이를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포용을 뜻한다’고 말했다. 공감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일차적 특성이며 이러한 공감이 인류를 진화시켜 왔으며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도 공감의 문화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공감의 능력을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를 위해 행동하는 리더가 진짜 리더이다. 진정한 ‘사회 통합’은 빈 자와 소통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활발한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  이영해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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