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기초질서가 엉망이다. 지난 총선 때 이완된 분위기에 편승, 문란해진 기초질서가 아직도 바로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지금 우리 생활주변을 둘러보면 눈에 거슬리는 무질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몹시 역겹고 짜증스럽다. 도내 도심은 물론 주택가는 행인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버린 껌, 휴지, 담배꽁초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도로에 떨어진 각종 홍보전단지가 바람에 어지럽게 날리고 있으며 교외의 야산엔 몰래 버린 생활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웬만한 도로엔 아예 1개 차선이 불법주차장으로 변했고 과속 신호위반차량의 배짱운전자가 늘고 있으며 달리는 차량에선 담배꽁초 버리기가 예사다. 도심 이면도로엔 술집과 음식점 입간판이 인도와 차도를 점유, 행인들의 통행불편은 물론 운전자들이 애를 먹기 일쑤다. 그런데도 남북정상회담에 들떠서 그런지 행정기관이나 경찰의 단속은 좀처럼 볼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지금 준법정신이 마비되는 못된 질병을 앓고 있다. 특히 IMF관리체제 이후 우리 전래의 고유한 덕목들을 잃고 올바른 가치관이 흔들린 채 무질서·무분별 속에서 배금주의가 극도로 팽배하고 있다. 그런데다 총선과정에서 벌어진 시민단체의 불복종운동과 대통령마저 이들의 위법활동을 부추긴 사례들로 사회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졌다. 특히 국회의원 후보들의 개인신상 공개로 드러난 몰염치와 부도덕성은 우리 사회의 병리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기초질서를 위반한 시민들조차 단속공무원에게 지도층의 부도덕성을 들먹이며 ‘왜 힘없는 시민만 들볶냐’며 단속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도층들의 솔선수범이다. 이제 우리는 기초질서를 지키고 확립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안락한 삶을 누리며 화합하는 민주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따라서 기초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위반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신고체계의 운영, 그리고 시민들의 왕성한 고발정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모든 부문들이 공권력에 의한 질서확립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에 바탕한 자율적 기초질서가 자리잡도록 도덕률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민주주의가 완숙할 수 있으며, 밝고 건강한 사회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쿠바의 유명관광지 바라데로 해변은 해외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춘단지다. 달러박스인 것이다. 지난 1995년 처음 번창할 무렵 단속이냐 방관이냐를 놓고 고민한 쿠바정부는 유감스럽지만 달러 획득을위해 어쩔수 없는 관광산업의 부산물로 단정지었다. “쿠바엔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매춘여성들이 있어야 한다”고 카스트로는 말했다. 수년전, 정치인과 귀족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해온 고급 매춘조직이 파리당국에 의해 적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젊은 여성의 모델 가수 배우 등과 관계를 가진 남성은 거의가 저명인사들 이었다. 프랑스 국내는 말할것 없고 아랍왕자, 영국의 거물언론인, 스페인 멕시코의 실업인 등 외국인들도 많았다. 이들의 대가지불은 시간당 1만2천프랑(160만원), 하룻밤을 지내는데는 12만프랑(1천600만원), 주말을 같이 지내는데는 50만프랑(7천만원)이었다. 엄청난 화대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밀려 캐나다 스페인 스웨덴 이스라엘 러시아등지의 모델이며 연예인들을 고용할 정도였다. 고객 가운데는 18개월 동안에 무려 150만프랑(2억원)을 탕진한 인사가 있었다. ‘싱클레이 남작’ ‘마담질’로 통한 두 조직의 50대 포주들은 고객 관리에 철저한 신변 보호로 번창을 누렸으나 결국 철창을 면치 못했다. SBS-TV가 어젯밤 11시, ‘뉴스추적’ 프로를 통해 폭로한 일부 여성 연예인 매춘 실태는 충격이었다. 하룻밤 꽃값이 1천만원이고 백지수표까지 거래한다니 연기가 본업인지 매춘이 본업인지 구분이 안된다. 매춘은 구약성서에도 나온다. 쿠바같은 사회주의 국가조차 직업아닌 직업으로 인정할 만큼 오랜 직업이지만 오랜 지탄의 대상이 되어온 사회악 이다. 파리의 거액 매춘파동의 한국판이라 할 서울의 거액 매춘파동에 관련된 손 큰 위인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白山
1957년에서 63년까지 영국 총리를 지낸 맥밀란은 아내 도로시의 간통을 30년동안 감쌌다. 도로시가 정부 부스비와 놀아나 낳은 딸아이를 자신의 딸로 호적에 입적시켰다. 맥밀란은 도로시의 이혼요구를 단호히 거부했다. 먼훗날 이렇게 말했다. “아내의 이혼요구를 거부한 것은 정치생명에 가해질 치명적 타격도 타격이지만 무엇보다 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라고. 미국사회에서도 대통령후보의 이혼경력은 치명적이다. 다만 레이건은 이를 극복하고 재선에까지 성공한 유일한 케이스다. 건국한지 일천했던 1950년대에 군·관계에서 벼락출세한 이들이 미모의 지식층 여성들과 재혼하기 위해 조강지처와 이혼하는게 유행이 되다시피 한 적이 있다. “이상이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선 지도층의 이혼경력이 별 흠으로 여기지 않는 그릇된 풍조가 아마 이에 연유하지 않았는가 싶다. 이혼은 무명의 서민층에서도 점점 더 심화하는 것 같다. ‘경기도 2000년 도정 주요통계’에 의하면 95년 한해동안 1만2천66쌍에서 97년 1만6천658쌍, 99년 2만1천938쌍으로 해마다 2천2백여쌍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아는 잘못된 생각은 가정의 불행일 뿐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요즘 부부들은 중매도 아니고 연애 끝에 결혼한다. 부부로 만난데 대한 서로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아무리 상대를 잘 알았다해도 결혼하고 나서는 미쳐 몰랐던 단점을 서로가 알게 되는 것이 부부다. 그렇긴 하나, 선택한 책임감속에 세파에 시달리며 미운정 고운정 들면서 살게 마련인 것이 또한 부부이기도 하다. 이혼의 유혹은 악마의 속삭임이다. 이혼은 지도층뿐만이 아니고 민초들에게도 품성의 도덕적 가치기준이 된다. 서로가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상의 마음가짐이 부부의 참 사랑이다. /白山
건설교통부는 지난 4월 26일 오는 7월 1일부터 그린벨트내 주택 건축 허용면적을 30평으로 늘리고, 3천평당 20가구 이상이 들어선 그린벨트 취락지구에는 90평까지 주택 증·개축이 가능케 하는 등 규제가 완화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발제한 구역 지정·관리 특별조치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여 그린벨트내 주민들은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반시민들이 대단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발표된 그린벨트내 규제완화 조치는 지금까지 발표된 어느 조치보다도 획기적인 그린벨트 완화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상기 조치 외에도 땅값이 주변땅값 평균치보다 50% 하락할 경우 국가를 상대로 매수를 청구할 수 있으며, 외지인도 땅을 사서 최대한 90평까지 주택을 지을 수 있고, 자연환경복구 차원에서 9홀 이상의 대중 골프장 건설도 허용된다. 이번 조치로 인하여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았던 그린벨트내 지역민들은 법적으로 재산권 행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더구나 매수청구권 행사라는 차원에서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민원해결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점이 어느때보다 많다. 그린벨트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발표할때마다 그린벨트를 잠식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조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그린벨트 완화 조치를 발표하자마자 그린벨트 내의 땅값이 치솟고 있으며, 각종 투기꾼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는 건교부 내에서도 너무 획기적 조치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잘못하면 그린벨트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까지 제기될 가능성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환경운동 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치로 인하여 정부가 그린벨트 보존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린벨트 정책이 시대에 따라 변해야 되겠지만 그러나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입법 예고기간을 통하여 환경단체들과 진지하게 토론 등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하여야 하며, 동시에 그린벨트 보존에 대한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문용린 교육부장관의 저소득층 과외비 정부지원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사교육이 필요없는 공교육의 내실화를 기해야할 최고 책임자가 과외수요를 들고 나선 것은 충격이다. 헌재의 과외 전면허용 결정이후 고액과외바람이 벌써부터 불고 있다. 정부의 엄단방침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듯 한다. 고액과외를 노리는 교사들의 이직현상 조짐마저 보인다. 이런터에 교육책임자가 정부예산의 과외비지출을 들고 나섰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상호보완이라는 변명은 궁색하다. 공교육이 충실하면 과외나 사교육수요가 득세할 수 없다. 문교육의 돌출발언은 과외소외계층에 대한 무마책인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과외소외계층이 어느 정도인지나 알고 그러는지 의아스럽다. 중산층이 붕괴되다시피한 사회구조에서 소수의 상층구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민이 해당한다 할 것이다. 기껏 생활보호대상자를 사례로 든 것은 이만저만한 단견이 아니다. 또 무슨 재원으로 공교육이 사교육비를 부담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수 없다. 2부제수업 및 콩나물 교실같은 열악한 교육환경개선이 예산난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교육 등 정보교육이 시설 및 교사부족으로 인해 겉돌고 있다. 결국 실효성없는 저소득층 과외비지원은 되레 과외소외계층의 불만을 증폭시키면서 공교육저해의 난맥상만 드러내기 십상이다. 교육부는 과외비를 학원이나 학생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과 유능한 강사를 학교에 초빙해 교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나 타당성이 없기는 두가지 방안 다 마찬가지다. 대저 문교육의 발상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한 부처의 시책은 장관의 관념으로만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다. 시책입안이 검증되지 못하고 관념적 발상으로 정해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과외비 지원발언은 심히 황당스럽긴 하지만 설마한들 공교육포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문교육의 발언은 즉각 취소돼야 할 성격으로 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공교육강화로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종전의 기본정책에 더욱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각 부처 장관들 이름을 아는게 상식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장관이름은 고사하고 부처 명칭마저 정확하게 아는 이들이 드물 것이다. 아마 전 부처의 명칭과 장관들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국민이 백명이면 한명이나 있을지. 오히려 장관 이름보다 청와대 비서들 이름이 더 귀에 익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비서실을 줄이고 직급도 낮추었다. 국정의 중심을 내각에 둔다고도 했다. 비서실운영의 폐단을 막는 것으로 환영받았던 군살빼기가 2년여가 지나면서 다시 군살이 배겨 비대해졌다. 국정의 중심 또한 내각보다는 비서실에 있는 인상이 다분하다. 대통령 비서실은 정책결정기관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공표능력이 있는 기관장도 아니다. 그저 대통령을 음지에서 묵묵히 보필해야 하는 보조기관이다. 음지에서 말없이 일해야 할 비서들이 양지로 뛰쳐나와 설치는 것은 대통령을 지근에 둔 위세로 보이기 십상이다. 관련부처에 앞에 무슨 시책을 청와대 비서가 먼저 밝히는 것은 국정의 난맥이다. 말도 많다. 말이 많다보니 엉뚱한 소리가 나오곤 한다. ‘소수의 단결은 정의이나 다수의 단결은 불의’라는 말을 한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이 구설수에 올라있다.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는 정의이고 한나라당의 영남 싹쓸이는 불의라는 뜻의 ‘정의·불의론’은 소피스트적 궤변이라는 지탄이 높다. 대통령 비서실은 옛날 왕명의 출납을 맡고 있었던 승정원과 같다. 승정원의 승지들이 설쳐대서 잘된 때가 없었다. 비서실의 비서들은 직급이 고하간에 어디까지는 비서다. 자유당 시절에는 경무대(당시 청와대 명칭) ‘비서정치’란 말이 있었다. 자고로 승지나 비서는 모름지기 몸을 낮추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자중해야 하는 것이다. /白山
최근 1∼2년 사이 기업경영 악화와 취업난을 빌미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여성고용불평등 관행은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 졸렬하기 짝이 없는 고용불평등 행태도 당장 사라져야 한다. 작금 벤처창업 붐 등을 타고 임시직 및 계약직이 크게 늘면서 여성근로자에게 불공평한 입·퇴사조건을 강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모 회사의 경우 지난해 말 계약직 여사원을 채용하면서 미혼여성에 대해 ‘입사 후 1년 내에는 결혼하지 않는다’, 기혼여성에 대해서는 ‘2년안에 임신하지 않는다’는 구두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또 다른 회사는 올 2월 1년 계약직 신입여사원을 뽑으면서 구두로 ‘결혼과 동시에 퇴사한다’는 확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시키는가 하면 결혼과 임신, 출산을 이유로 사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회사측의 부당한 퇴사강요 앞에서 현실적으로 저항할 수단이 거의 없는 속수무책상태이다. ‘싫으면 나가라’는 이러한 행태는 지금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가 운영하는 ‘평등의 전화’에 결혼과 임신, 출산에 따른 퇴직압력과 해고·비정규직으로의 강제전환 압력 등에 대한 상담이 증가하는 사실이 여성고용불평등 현실을 입증하고 있다. 현행 ‘남녀고용 평등법’에는 혼인이나 임신·출산을 퇴직사유로 하는 근로계약이 엄연히 금지돼 있는데도 극심한 성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근로현황이 이러한데도 여성권익을 보장한다는 당국은 무엇을 지도·단속하고 있는지 한심스럽다. 남녀고용 평등법 시행령같은 것을 각 지방관서에 내려 보내 계도하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불이익 조항만 있는 각종 ‘구두계약’을 일삼는 기업체는 물론 퇴사를 강요하는 간부사원의 압력행사 등을 의법조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 여성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나홀로 소송의 제한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진다. 민사소송의 변호사선임 강제주의 도입을 비록 1심재판에는 적용치 않고 항소 및 상고 사건에 한해 적용한다 해도 기본권 침해이긴 마찬가지다. 서민들은 돈이 없어 변호사선임을 못하는 것도 서러운 판에 재판마저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가 된다. 민사소송의 남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법취지는 사리에 맞지 않다. 법률생활의 보편화, 사회생활의 다양화추세가 자연 소송증가를 가져온다고 보아야 한다. 패소하면 상대측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민소제기를 남발로만 단정하는 것은 합당하다 할수 없다. 또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소송당사자주의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는 원용이 가능하다. 소송당사자가 갖는 법률다툼의 적극적 의사를 변호사선임을 필수적 요건으로 들어 규제할수는 없다고 믿는다. 본란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변호사선임 강제주의보다는 대법원이 사법발전안으로 제시한 적이 있는 민사조정전치주의가 활성화되기를 더 기대한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이 방안이야말로 모든 민사사건에 대한 재판전 조정을 의무화함으로써 시일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지는 것이다. 변호사선임 강제주의 도입은 물론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부터 법조계 일각에서 간헐적으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기본권 침해라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왔다. 법률소비자연맹 등 47개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로 결성된 ‘소비자보호와 사법개혁을 위한 공동추진협의회’는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안일한 발상”이라며 “각 단체와 학계, 시민의 힘을 모아 총력저지하겠다”고 밝힌바가 있다. 민사소송의 기간을 줄이고 재판을 효율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오히려 법률소비자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쇠뿔을 고치려다 소 죽인다’는 속담과 비유가 된다. 민사소송은 ‘법정화해가 최상’이라는 법언이 있다. 앞서 밝힌 대법원의 민사소송전치주의는 이런 점에서 사법제도 발전안으로 거듭 평가할만 하다. 법무부는 변호사선임 강제주의 도입을 철회하는 재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방영되고 있는 KBS-TV의 주말사극 ‘태조 왕건’을 보면 신라 제51대 임금 진성여왕(재위 887∼897년)과 진성여왕의 삼촌이며 각간(角干·진성여왕 당시 가장 높은 벼슬)인 김위홍(金魏弘)의 통정(通情)이야기가 나온다. 진성여왕이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극 ‘태조 왕건’은 위홍과 진성여왕의 관계를 다루면서 이들이 삼촌과 조카 사이라 해서 이를 불륜으로 몰아갔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삼촌과 조카가 몸을 섞었다면 불륜을 넘어 패륜이지만 역사를 1천년 이상 거슬러 신라사회로 들어가보면 이들 사이는 불륜이 아니라 로맨스다. 왕을 중심으로 한 신라 지배층 사이는 근친혼이 대단히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들, 같은 어머니 밑에서 난 형제자매가 아니면 친인척 누구와도 혼인이 가능했고 그래야만 했던 사회가 바로 신라였다. 예컨대 제23대 법흥왕(재위 514∼540년)의 동생 입종갈문왕은 법흥왕의 딸, 즉 조카인 지소부인과 결혼을 해서 제24대 진흥왕을 낳았다. 또 김유신은 여동생인 문희와 김춘추 사이에서 난 딸과 혼인을 했다. 그러니까 김춘추는 김유신의 처남이면서 장인이고 문희는 김유신의 여동생이면서 장모인 것이다. 신라는 이처럼 근친혼이 성했다. 오히려 지배층에서는 근친혼을 해야만 했다. 이런 전통은 고려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극 ‘태조 왕건’에서 위홍과 진성여왕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한 것은 현대 유교적 도덕기준에 따른 것이지 신라인의 눈으로 본다면 귀족사회의 로맨스다. 위홍은 서기888년 대구화상이라는 스님과 함께 신라 향가를 모은 ‘三代目’이라는 시가집을 편찬한 인물이다. 그 ‘삼대목’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면 이런 시가집 편찬을 명령한 진성여왕이나 그것을 직접 만든 위홍이 색욕으로 가득한 인물들로만 혹독한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淸河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위헌 결정은 좀 이상하다. 교육을 받을권리 침해라는 것이 위헌결정 이유다.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기회균등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기회균등의 제한, 즉 불균형이 배움의 실력에의한 것이 아니고 과외비라는 돈때문이라면 과외수업을 과연 권리로 인정해야 할 것이지 의아스럽다. 헌재가 과외수업을 전면 허용하면서 현직교사 교수등을 제외한 것은 결과적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위헌결정의 논리에 비추어서는 자가당착이다. 고액과외를 제한하는 대체입법을 주문한 것도 이상하다. 위헌여부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대체입법을 주문하는 것은 헌재 결정이 스스로 내포하는 의문을 합리화 하려드는 사족이 아닐는지. 도대체 얼마를 고액과외로 보느냐는 것은 상대적이어서 기준이 모호하다. 단 10만원도 감당이 벅찬 고액인 사람도 있고 100만원 아니라 수백만원도 푼돈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고액과외 기준의 보편타당성을 찾기도 힘들지만 이런 제한을 두어 봤댔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과외비쯤 얼마든지 숨길수가 있는 것이다. 과외수업을 막는 것은 우리뿐 이라고들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볼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과외수업을 안막는것이 아니고 과외수업이 필요가 없어 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공교육의 부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이 결국 과외사태를 빚고 있는것은 교육부가 깊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공권력의 규제는 푸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풀것은 의당 풀어야한다. 하지만 과외비 때문에 계층별 갈등이 심화하고 사회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을 방치하는게 정당하다 할 수는 없다. 법률의 존엄성이 정의구현, 사회공익, 균등사회를 위해 있는것이 맞다면 규제할것은 마땅히 규제하는 것이 법익이라고 믿는 것이다. 헌재결정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켜 학교의 공교육, 학원의 사교육까지 부실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민들은 재연될 과외소동으로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의 공교육 충실화와 함께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탈피, 과외가 필요없는 건강한 교육풍토를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