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연천지점의 ‘10-1=0’

‘10-1=0’. 한전 연천지점에 게시된 ‘우리 지점의 약속’이라고 쓰여있는 구호다. 열가지 일을 잘하다가 한가지 일을 잘못하면 헛일이라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고객에게 열번을 친절하게 대하다가 한번의 불친절로 고객을 잃게되거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다거나 어떻게 할 예정이라며 현수막을 내걸거나 팸플릿을 만드는 열띤 홍보전을 펼치는 여타 공익기관과는 아주 다른 이색적인 구호이다. 이렇게 고객을 위해 남모르게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양질의 전기공급을 위해 한번의 실수도 허락치 않고 열심히 일하려는 한전 연천지점 직원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러한 직원들의 헌신적인 업무추진은 최상학지점장이 부임하면서 영업과장과 배전과장 등 전직원 25명이 혼연일체로 침묵속에서 실천해오고 있어 더욱 빛이 난다. 또한 이들은 매월 5천원씩의 박봉을 털어 독거노인들이 기거하는 ‘안나의 집’(신서면 대광리)과 ‘효도의 집’(연천읍 통현리) 등을 매월 위문하고 봉사활동까지 펼쳐오고 있다. 봉사활동도 남들이 하기 힘든 일들만 골라 집안청소와 쓰레기를 치우고 생활주변을 소독까지 해주며 때로는 노인들을 위한 수지침을 놓아주는등 건강을 돌보는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이와함께 송전되는 전력(3만3천kw)이 부족한 탓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당연한 비상근무에 돌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전 직원들이 있기에 연천의 밤은 결코 어둡지 않다. /장기현기자<제2사회부/연천> khjang@kgib.co.kr

성희롱 조사

성희롱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가령 봄철 새옷으로 화사하게 차려입은 동료여성보고 “오늘 예뻐보이네요!”하는것도 성희롱일수가 있다. 반대로 여성이 동료남성보고 “오늘 멋지네요!”하는것은 성희롱이 아니다. 이래선지 직장의 남녀동료간이 많이 삭막해졌다고 한다. 좀 삭막해져도 좋으니 성희롱은 추방돼야 하는것은 맞다. 남성들도 여성가족이 있어 성희롱은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간접피해가 될수 있으므로 남성들 또한 성희롱은 삼가야 하는것이다. 성희롱실태조사가 다른곳도 아닌 관가에서 실시되고 있어 그렇게도 할일이 없는가 생각된다. 행자부가 16개 시·도 본청 전체와 24개 시·군·구를 표본으로 전 여성공무원을 소집, 20개사례 항목에 걸친 설문조사로 벌이고 있는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공무원들이 근무중에 성희롱이나 일삼는것처럼 보일것 같아 걱정된다. 성희롱 금지는 마땅히 강조돼야하지만 실태조사라는것 자체가 되레 성희롱같은 생각이 든다. 여성공무원들중에도 적잖게 불쾌하게 여기는 것으로 들린다. 성희롱은 보편적 상식과 도덕속에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나면 사안에 따로 구체적으로 응징하는것이 순리다. 여성미 과시속에 남성이 성적 농담 한마디쯤 못하는것이 힘들지 몰라도 그런 농담은 자제돼야 하는것이 정상적인 사회다. 싱가포르를 다녀온 여행객들 말을 들으면 그곳은 더 철저하다. 심지어는 술집 여종업원들에게조차 성희롱이 금지된 모양이다. 남성외국인 관광객이 어쩌다 취흥에 겨워 가슴을 접촉하면 곤장감이라는 것이다. 여종업원이 경찰에 신고해서 붙들려가면 조선시대의 곤장과 비슷한 곤장으로 볼기를 맞는다고 한다. 우리는 곤장을 때리지 않아 싱가포르 정도로는 아직 엄격하지 않은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공무원 사회의 성희롱 실태조사는 아무래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白山

주민자치 ‘선거조직’인가

국회에 제출한 행정자치부의 자료를 통해 밝혀진 주민자치위원회의 ‘비자치적’구성은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읍·면·동장과 기초단체장의 사조직이나 다름 없는 주민자치위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다. 현 정부가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한 주민자치위는 전국 읍·면·동의 행정기능을 점차 축소하면서 주민자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또는 읍·면·동장의 친위조직으로 변질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6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2000년도말 기준 ‘주민자치위원 경력별 구성’자료에서 자치위원 절대다수가 소위 관변단체의 전·현직 관계자 또는 전직 동장, 전·현직 통장, 기초의원 등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역에 따라 주민복지위원회 등의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주민자치위는 지난해 1월 행자부의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준칙’에 따라 설치가 시작돼 현재 94%가 구성을 마쳤고 31개 읍·면이 우선 시범실시되고 있는 상태다. 읍·면·동장의 위촉에 의해 15∼25인으로 구성되는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위원회가 문제시 되고 있는 이유는 위원들이 읍·면·동장 및 기초 단체장과의 인적·정치적 관계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주민자치활동 강화 등 주업무보다는 선거조직화할 우려가 더욱 깊은 것이다. 더구나 자치위 위원장이나 고문이 대부분이 전·현직 지방의원이어서 사전선거 운동 개입이 용이해진 점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행자부 운영조례는 ‘주민 각계각층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균형있게 위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해 12월 국회 행자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원회에서 심의중인 지방자치법개정안에 공정한 구성원칙을 명문화하고 자치법 개정안 통과후 대통령령으로 인선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공직선거법을 개정, 주민자치위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명확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기초 단체장이 ‘내 사람 심기’에 치중하고 있는 주민자치위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을 촉구한다.

沈수원시장의 수뢰혐의

심재덕수원시장에 대한 특가법상의 뇌물수수혐의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번에는 지방 수부도시 자치단체장의 독직사건이 사법처리 됐다. 공동주택사업과 관급토목공사의 승인 및 편의 명목으로 두업체로부터 2억원과 3천만원, 도합 2억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선 앞으로 법원이 판단할 일이므로 지금은 본란이 언급할 성격이 아니다. 그러나 민선단체장의 상당수가 독직사건으로 이미 물러났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것은(그중엔 이례적 항소심 무죄도 있지만) 민선의 취지를 위협하는 심각한 현상이다. 관선단체장때보다 더욱 현저한 민선단체장 비리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사소한 추문만 있어도 신상의 위협을 느끼므로 처신에 조신했던 관선에 비해 민선의 임기 보장을 능사로 아는 독선적 경향을 지적할 수가 있다. 또하나는 엄청난 선거운동비용이다. 재임기간의 보수보다 몇배나 더드는 선거운동비용은 국회의원과 마찬가지이지만 (수원시장의 경우 국회의원보다 더든다) 국회의원과 달리 단체장은 모금이 불가하다. 국회의원은 가능한 후원회모금을 단체장이 해선 안되는 것은 지방행정 업무성격상 당연하다. 개인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덕시장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역시 막대한 선거운동 비용에 기인했을 것으로 볼수가 있다. 단체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각종 인·허가사무는 곧 이권과 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의 인·허가 민원처리에 단체장이 객관적 판단의 초연성을 갖지 못하고 주관적 정실에 치우치면 타락할 수 밖에 없도록 돼있다. 행정능력 못지않게 요구되는 것이 민선단체장의 높은 도덕성이다. 공식, 준공식부패와 지하부패 등 모든 부패로부터 해방돼야 하는것이 단체장을 민선하는 본연의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장선거운동을 더욱 철저한 공영제로 전환, 선거운동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는 제도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뢰한 천만원짜리 자기앞수표 20장은 7개월의 자금세탁과정을 거쳐 현금화 한 것으로 됐다. 심재덕수원시장에 대한 이같은 검찰수사를 전해들은 지역사회는 충격속에 착잡하다. 본인의 신중한 사려가 요구된다. 유죄확정판결로 자격 상실의 불명예를 겹칠 것인지, 아니면 공직의 진퇴를 분명히 하여 일말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무엇이 지역사회를 위하는 길인가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은폐된 일본만행

1945년 8월 24일 발생한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이라는 참변이 있다. 일본 북방경비의 중추역할을 맡았던 혼슈(本州)섬 최북단 아오모리(靑森)현 시모키타(下北)반도에 강제징용당한 조선인 7천여명을 태우고 인근 오미나토(大湊)항을 출발해 한국 부산으로 향하던 4천730t급 일본 해군함 우키시마호가 일본 교토(京都)시 근방 마이즈루(舞鶴)항 근해에서 폭발, 침몰하면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해난사고다.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군측 기뢰에 의한 촉뢰사고로 한국인 524명과 일본 해군승무원 2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은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을 짐승처럼 혹사시키며 죽음으로 내몬 전력을 은폐하기 위해 패전직후 징용자들을 반강제로 배에 태운 채 갑판에 폭발물을 설치, 수천명을 한꺼번에 일본 바다에 수장시킨 만행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었다. 일본 해군이 계획적으로 갑판에 폭탄을 설치한 폭침음모가 확실한 근거로는 폭발소리가 나기 10분전에 일본 해군 300여명이 소지품을 모두 바다에 버린채 구명보트로 탈출한 점이다. 촉뢰사고일 경우 나타나는 50∼60m의 물기둥이 없었으며 1954년 10월 오사카(大阪) 국제신문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에 철판이 바깥쪽에 부풀려 있는 것도 배안에서 폭발한 증거이다. 우키시마호 침몰 지점이 해안에서 겨우 300m로 육지까지 헤엄쳐 10분정도 걸리는 곳에 미군이 기뢰를 부설한 까닭이 없다는 등 고의적 폭침의혹을 제기하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변명 잘 하는 일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수상하다. 일본은 지난 6일 개회된 제58차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제네바)에 제출한 보고서에까지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중이다. 재일한국인의 역사적 배경에서 강제징용 등의 사실(史實)을 생략하고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 거주하게 됐다고 얼버무렸는가 하면, 한반도 식민지배도 ‘이른바 통치’쯤으로 호도한 것이다. 이러한 때에 ‘ 우키시마호 폭침사건 ’은 ‘ 미시스카 학살사건 ·1945년 8월18일 경찰서 유치장 방화로 징용자들을 불태워 죽인 사건 ’및 ‘ 미지호 학살사건· 1945년 8월19일 징용자들을 냉장고에 넣어 얼어죽여 바다에 던진 사건 ’과 병행하여 남북한이 정부차원으로 힘을 합쳐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일본의 만행이다. /淸河

‘北’이 실체적 변화 보일 차례

신뢰가 검증되길 바라는 것은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자존심을 버리라는 것도 아니다. 대립과 투쟁위주의 벼랑끝 외교실리는 이제 한계점에 왔다. 화해와 협력위주의 질서속 외교실리가 추구되는 시대다. 서구 여러나라와 잇달아 국교관계를 트고 중국의 개방개혁 성과가 선망돼 고민하는 변화적 현상을 모르진 않는다. 그러나 국력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세계 5위의 군사대국인 점은 평화에 위협적인게 사실이다. 사거리 340㎞의 스커드B미사일 400∼500기를 비롯, 사거리 500㎞의 화성6호, 사거리 1천300㎞의 노동, 사거리 2천200㎞의 대동1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데 이어 사거리 6천㎞의 대동2호를 개발중인 것은 국제사회가 우려할만 하다. 6·15 공동선언과 경의선 개통을 위한 첫 남북군사분야의 공조라할 DMZ 공동규칙합의에도 평양∼원산선과 휴전선 사이에 전체 군사력의 60%가 배치됐던 것이 70%로 증강되고 군단 규모의 전례드문 큰 동계군사훈련을 가진것은 우리로써도 역시 눈여겨볼 대목인 것이다. 공동선언이 민족의 자주적 통일을 염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폐쇄적이거나 가령 제2의 6·25가 나도 6·25때와는 달리 동일국가의 내전이 되어 외국이 개입할 수 없는 연방제가 돼서는 안된다. 공동선언이후 부쩍 늘고있는 자주적 통일이란 말이 이같은 의미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이또한 믿기엔 아직 심히 어려운 단계다.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예컨대 제네바합의 파기위협같은 말은 안하는 것이 좋다. 미국이 가장 꺼림칙하게 여기는 미사일 문제는 장차 북·미 회담때 알아서 할 일이지만 남북관계의 평화신뢰구축이 곧 국제사회에서 신뢰가 검증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젠 냉전이 생존의 수단이 되는 시대가 아니고 전쟁으로 냉전을 해결하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남과 북, 북과 남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이룩하는 동반자 관계가 성숙해야 민족이 살고 새로운 21세기 조류에 맞추어 웅비의 나래를 펼수가 있다. 북측이 수령론과 현체제를 옹호하는 것은 우리가 상관할바가 아니다. 다만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신사고’를 내세운 것은 주목된다. “지금은 60년대와 다르므로 지난날의 낡은 일본새(근무자세)로 일하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단 경제뿐만이 아니고 정치, 사상까지도 변화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실체적 변화를 기대하고 싶다.

화염병 재등장을 경계한다

근로자의 시위 집회에 화염병이 재등장한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특히 엊그제 심야에 20대 청년 10여명이 수원노동사무소를 기습, 돌로 유리창을 깬뒤 수개의 화염병을 던져 사무실 책상 등 집기와 서류를 태운 사건은 법과 법치를 거부하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행위로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은 이들이 화염병 투척과 함께 뿌린 유인물 내용으로 보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관련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관공서 화염병 기습사건이 재발하자 큰 충격을 받은 시민들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렸다. 지난 96년 8월 한총련이 통일대축전 집회를 불허하는 경찰과 맞선 과격행동으로 연세대 자연과학관이 불에타고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불행한 사태가 아직도 시민뇌리에 큰 충격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동사무소 기습에 앞서 지난달 20일엔 농성중인 대우차 노조원의 강제해산에 항의하던 민노총 및 대우차 노조원 3천여명이 부평역 광장에서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500여개의 화염병을 던져 전경버스 1대가 불타고 차안에 있던 전경 2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같이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동원한 대우차 노조의 집회는 서울 신촌로터리와 인천교대 등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시위 및 파업현장에서 폭력이 사라져 평화적 시위가 자리잡았다고 믿었던 시민들의 놀라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염병·쇠파이프의 재등장과 폭력적 시위의 재발은 피해상황을 떠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경찰은 벌써 2년여째 시위진압 현장에서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시위때마다 화염병 수백개를 던진 시위대의 행동은 시위의 범주를 넘은 것이다. 노동자들의 시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며 도시기능을 마비시키고,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주면서까지 과격한 시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화염병 투척은 평화적 시위 정착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더 우려되는 일은 그것이 변화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같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구하는 상황에선 시위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평화적 시위까지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시절 이에 맞서 등장한 화염병 시위는 권위주의정권 시대의 유물로 이제 사라져야 할 폭력범죄다. 경찰도 유념할 일이 있다. 과격시위를 유발할 과잉진압이 없도록 공권력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

8일 백악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남북문제 해결에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주목할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과제였던 한·미 양국간의 대북정책 조율은 그동안 추진해온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간다는 ‘큰 틀’의 총론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미 제네바 합의 수정논란에 쐐기를 박은 한편 한·미 두 정상간의 개인적 신뢰를 구축하고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둘러싼 한미간 오해의 소지를 없앤 점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의 전통적 우호를 과시하기 위한 ‘의례적’인 성격이 강하고 ‘선언적’의미가 짙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대북 포용정책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미국의 공식 지지 표명은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 노력이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임을 뜻하는 것이다. 이제 한·미양국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총론적인 대북정책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긴밀하게 조율해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가 신중히 대처해야할 것은 회담 후 부시 대통령이 ‘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투명성 검증 ’을 강조한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미간에 큰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정상회담 이후인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과제를 안았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미국이 새 대북정책을 수립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능한한 설득과 협상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시켜 나가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펴나가야 한다. 특히 한미 양국간의 긴밀한 정책 조율을 위해 신중하고 세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설득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화병

울화병의 준말인 화병(火病)은 우리나라에서만 볼수 있는 독특한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분노를 억제하는 것은 한국적 정서인 한(恨)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화병은 1995년미국정신의학회에서 ‘한국민속증후군’이란 학술용어로 정식 규정된 바 있다. 화병의 근본원인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이다. 예부터 ‘화병으로 죽었다’는 말이 전해 오듯 치료하지 않은 만성적 화병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절대 예사로 넘기면 안되는 병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분노·불면·심한 피로감, 우을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인데 특히 가슴 속에 화(火)를 담아두고 사는 사람이 화병에 걸린다고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KBS TV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에 등장하는 궁예의 질환도 화병이라고 한다. 갑자기 가슴에 통징을 느끼며 독주로 견뎌 궁예의 병을 내는 정신분열증 같기도 하며 또 협심증이나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을 연상케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와 밀접한 질병인 ‘화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제국의 꿈을 이루려는 궁예의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그로인한 좌절과 불안은 폭음과 함께 소위 ‘관심법’을 써서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화병은 현대인들에게도 많이 발병하는 질환중 하나이다. 퇴출 등 은행대출빚에 경제위기로 인해 늘 불안에 떨고 있는 직장인, 신용카드나 밤낮없이 시달리는 서민들, 남편이나 시부모와의 갈등에 부대끼는 여성들,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 직장상사와의 마찰에 고민하는 사원 등 복잡한 사회구조와 생존경쟁 속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은 모두다 화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 화(禍)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등이 화병예방수칙 이라고 하지만 화병 환자들은 점점 늘어난다. 이나라 정치가 그렇고 실직자가 늘어나는 사회가 모두 화병의 근원이다. 나만 잘났다고 큰소리 치는 경거망언도 남에게 화병을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병에 걸리는 사람들도 대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억제하는 성향이 강하고 체면이나 가문, 전통, 규범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참는 것도 병이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淸河

사립학교법 개정 시급하다

경기·인천 지역의 많은 사립학교들이 새학기가 되었으나 학내분규로 인하여 대학가가 어수선하다. 이런 현상은 서울지역을 비롯한 전국 도처에서 야기되고 있다. 서울의 상문고와 덕성여대는 학내분규가 재연되어 어린 고등학생까지 분규에 휘말려 개학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였고 숭실대, 계명대 등도 재단과의 마찰로 인하여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 경·인지역에서도 아주대, 인하대, 경인여대 등이 총장퇴진 등 갖가지 문제로 인하여 캠퍼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사학의 학내 분규이기는 하지만 근본적 치유없이 미봉책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다보니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사학의 분규가 계속되는 주요 원인은 사학재단이 공익성을 무시하고 재단을 사유화하여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교수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재단이 인사와 재정에 관한 독점적 운영을 통하여 비민주적 경영, 비교육적 인사의 총장 선임, 재단비리 등이 발생함으로써 말썽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되는 근본적 원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현행 사립학교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사실 국회는 개혁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 그동안 수차례 제출되었고 현재도 지난달 21일 여야 개혁파의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국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들도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위하여 전국적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의 공익성·재정의 투명성·교육 주체의 자치권 강화를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학재단의 강력한 로비와 일부 구시대적 정치인의 비개혁적 정치행태로 인하여 무산되고 있으며, 현재의 국회 분위기로 보면 역시 이번회기에 통과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정치인은 경영권 침해, 사학 자율권 저해 등의 이유를 내세우면서 심지어 악덕 사학재단을 옹호하는 사례도 있어 시민단체들은 차기 총선에서 낙선운동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공금횡령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 되었던 인사가, 또는 비양심적 인사가 학교 책임자가 되어서야 어떻게 학생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가. 건전한 민주사학의 발전 없이 학교 교육의 미래는 없다. 국회는 이번 회기내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학내 분규의 근본적 요인을 제거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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