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醫保인상 안된다

금년도 의료보험에서 예상되는 적자가 약 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없다면 의료보험재정은 파탄을 맞을 것이며, 그 동안 정부에서 자랑하던 의료보험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될 것이다. 대책 마련이 얼마나 어려우면 정부·여당의 준비 미흡으로 국회보건복지위가 회의 자체를 연기시키겠는가. 정부는 현재의 의보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하여 우선 의료보험료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니겠는가. 일단 월급쟁이들의 봉급에서 자동으로 공제하는 의료보험료를 인상하면 일정기간 원성은 듣겠지만 그 이상의 안이하고 효율적인 대책이 있겠는가. 항상 봉급쟁이들을 ‘봉’으로 알고 있는 관료들의 무책임한 발상이 새삼 되새겨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더 이상의 의료보험료 인상은 절대 안된다. 지난 7월과 금년 1월에 걸쳐 두차례나 보험료를 인상하여 월급봉투가 얼마나 얇아졌는데, 또 손쉬운 보험료 인상이나 하려고 한다면 이는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다. 그 동안 건실하게 운영되던 직장의보를 통합시켜 부실하게 운영하고 이제 와서 다시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이는 지극히 잘못된 발상이다. 만약 이번에 또 보험료를 인상하게 되면 정부는 격렬한 저항을 면치못할 것이며, 나아가서 조세저항도 예상된다. 이번 의보재정 파탄은 정부의 정책실패이다. 정부는 의료분쟁이 야기되었을 때 재정문제에 대한 심각한 검토없이 분쟁 해결 그 자체에 초점을 두어 의료계의 의보수가 인상요구를 받아주어 이와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정책수행에 있어 재정적 고려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가.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의료파동때 국회에서 의보재정을 추궁했을 때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고 이제 와서 변명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부는 부당하게 월급쟁이로부터 손쉬운 보험료나 인상하려하지 말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을 통하여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도 과감하게 수술하여 전문성 있는 인사로 교체해야 된다. 총체적 정책 실패의 표본인 의료보험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시급한 것은 개각이 아니라 파탄직전에 있는 의보재정 대책마련이다.

실업대란, 땜질 처방 안된다

제2의 실업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실업자수가 11개월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국민 10가구당 1가구는 실업의 고통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중 실업자수가 106만9천명으로 전달보다 8만7천명이 증가했다. 실업률도 4.6%에서 5%(경기 4.7% 인천 5.5%)로 크게 높아졌다. 실업자가 또 다시 100만명 시대에 진입한데다 당분간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용 불안 심화가 염려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고용동향 통계에서 걱정되는 부문은 청년층 실업의 급증현상이다. 107만명에 가까운 실업자중 고졸·대졸자 등 청년(만15∼24세)실업률이 12.3%를 차지, 지난해 1월(14.0%)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대졸자 취업률이 53%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젊은이들이 ‘실업’이라는 엄청난 벽에 부딪혀 느꼈을 좌절감 등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구조적 실업의 고착화도 심각한 문제다. 구직기간이 1년이상인 장기실업자가 2만8천명에 달해 1월보다 7천여명이나 늘었다. 이 결과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지난해 10월(13만명) 이후 계속 늘어 지난달 15만 3천명으로 늘었다. 가계를 꾸려 나가야 할 이들이 겪는 실업의 고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정부의 자세는 너무 낙관적이고 안이하기만 하다. 정부는 2월중 실업자가 급증한 것은 계절적 요인 때문이어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업자가 최근 넉달 만에 무려 30만명이나 늘어 계절 탓으로 돌리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또 정부의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여서 신빙성도 낮다. 기업퇴출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정부는 올 2월달 실업자수를 96만명(4.4%)으로 전망하고 취업알선·직업훈련 등의 대책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정부는 100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며 전망을 수정, 청년실업자의 IT(정보기술) 인력화라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실업자수 전망 수정을 거듭하면서 그때마다 보완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석에 기초한 대책이어서 단기 대증적 요법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제 기존의 대책들을 그때그때 복사해서 내놓는 것으로 그치기 보다는 그 대책들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는지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또 효과 분석을 엄밀히 해서 개선해야 할 점은 즉시 보완해야 한다. 정부의 실업대책이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로인해 공연히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고마운 물

지난 1999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100여개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물부족 대책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아브제이드 의장은 “아프리카·중동 등지에서 3억명이 심각한 물부족을 겪고 있다”며 “2050년에는 10억∼24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20세기 국가 분쟁의 원인이 ‘석유’라면 21세기는 ‘물’이 될것이라고 지적했다.이 ‘물부족 우려’는 아프리카·중동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한국을 ‘물부족 국가군’으로 분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2004년부터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 2011년에는 연간 20억t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과 5년 후인 2006년에는 연간 4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물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물절약과 함께 해수의 담수화,인공강우, 중수도(中水道) 등 대체 수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중이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해수의 담수화’는 국내에서도 전남 홍도, 경남 진해 등 40여곳에 시설이 있다. 인위적으로 구름씨(cloud seed)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했는데 국내에서는 1963년 양인기박사 이후 30여년간 중단됐다가 1995년부터 수자원공사가 주축이 돼 다시 착수했다. 한번 쓰고 난 물을 깨끗하게 해서 허드렛물로 다시 쓰는 ‘중수도’는 일종의 ‘자원재활용’이다. 중수도는 수원 삼성전자, 서울 롯데월드 등 대형건물들을 중심으로 일반화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선진국의 40% 수준인 수자원 기술수준을 2010년까지 80% 이상으로 개선하는 한편 기술격차를 5년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수자원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기본은 물을 아끼는 생활습관이다. 물 절약이야말로 댐 건설보다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리고 수질보호다. 지금 이 지구상에서 더러운 물로 죽어가는 어린이의 수가 5천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죽어가는 하천을 살리는 일은 사람의 피를 맑게 하는 일과 마찬가지다. 마실 물이 없는 상황은 상상만해도 숨이 막힌다. 물 문제는 우리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다. 3월22일,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이 사람은 물론 모든 생물의 생명임을 재삼 인식하는 날이다.고마운 물을 주는 자연에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淸河

안양시 공무원들의 하소연

안양시 시설관리공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최모씨(67)가 재임기간중 직원들로부터 거액을 빌린뒤 갚지않아 경찰에 고발되고 급기야는 구속됐다. 최씨는 안양시 고위직을 지냈고 95년말부터 2년11개월동안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재임기간중 농협 등을 통해 대출받은 금액은 8억원대. 이밖에도 직원들이 직접 대출을 받아 최씨에게 빌려준 돈까지 포함한다면 10억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씨는 금융관계자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고 교묘하게 이곳저곳에서 직접 대출 또는 보증을 세워 10억대에 가까운 돈을 빼냈다. 경찰수사에서 최씨는 본인이외에도 부인, 직원 뿐아니라 직원들끼리도 서로 보증을 서고 받은 대출금을 빌려쓰는 수법을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는 이미 자신의 집을 저당잡아 7억원대의 대출금을 받아 사용하고도 채권자들의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으면 ‘집을 팔아서 갚겠다’는 답변으로 채권자들을 회유했다. 보증을 섰던 한 직원은 힘겹게 마련한 16평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졌고 급여마저 압류당하는 지경에 처하는등 가정파탄에 이르렀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이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들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쓴 것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갚지못해 이 지경이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안양시 공무원들은 “한사람으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최씨에게 돈을 빌려주고도 신변의 문제로 돈을 빌려줬다고 말 못하는 직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최씨의 구속소식에 낙담했다. /홍성수기자<제2사회부/안양> sshong@kgib.co.kr

집권 프리미엄

대학은 여권 실세를 좋아한다. 명예박사 수여는 실세들 환심사기에 가장 좋은 선물. 지난 1998년 이 정부들어 국내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정치권 인사는 52건(42명), 그중 여권이 41건(33명)이며 야권은 11건(9명)에 불과하다. 여권은 김대중대통령이 고려대와 경희대, 부인 이희호여사가 이화여대 덕성여대 동아대, 김홍일의원이 배제대, 권노갑씨가 동국대 경기대, 김중권민주당 대표는 영남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명지대 공주대 동의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야권보다 4배가까운 다수의 박사가 나왔다. 이 정부는 훈장주기도 좋아한다. 집권후 무려 4만6천여개의 각종 훈장을 수여했다. 노태우정권 2만5천175개, 김영삼정권 3만3천309개로 이들이 5년 재임동안 각각 준 훈장보다 훨씬 더많은 훈장을 벌써 주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많은 훈장이 사태날지 모르겠다. 상은 많이 줄수록 좋다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래가지고 훈장의 권위가 제대로 설것인지 의문이다. 명예박사 남발 역시 권위를 의심케 한다. 이 정부의 여당은 돈도 잘 받는다. 민주당의 지난해 후원금이 정당사상 처음으로 천억대를 넘어선 1천7억원으로 중앙선관위는 공표했다. 이에비해 한나라당 후원금은 277억원에 머물었다. 민주당은 전년에 비해 363억원이 증가하고 한나라당은 63억원이 느는데 그쳤다. 정치자금 후원이란 것이 원래 염량세태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여부야빈’(與富野貧)현상을 굳이 탓할것 까지는 없지만 1천억대 기록은 정말 대단하다. 이때문에 대권을 잡고보자며 그토록 염치, 체면불구하고 설치는지 모르겠다. 권력을 잡으면 명예박사도 풍년들고 훈장도 마음대로 주고 정치자금도 풍성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런 것들이 기준에 과연 합당한지는 객관적 판단에 맡겨야 할것 같다.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자’에게 수여토록한 명예박사 규정(고등교육법시행령)과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자’에게 주도록 한 훈장규정(상훈법)에 얼마나 합치되며 또 진실로 순수한 의미의 정치자금 헌금 인가를…. /白山

산불예방에 전국민이 나서야

매년 이맘때 쯤이면 발생하는 산불이 벌써부터 전국 각지에서 산림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강릉, 고성, 삼척, 동해시 일원에서 4월7일부터 9일간 계속된 유사이래 최대의 동해안 산불로 인해 무려 2만3천448ha의 귀중한 산림을 단숨에 잃은 재앙을 겪었다. 불타버린 그 산에 의지해 살던 많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는 물론 수십년간 숲을 가꿔온 국민과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으며 무수한 생명을 포함한 생태계의 파괴, 토양 유실 등 산림 기능이 마비됨으로써 감소된 공익적 혜택까지 추산하면 약 1조5천억원 상당의 자산이 사라졌다. 동해안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처의 산불로 인한 피해액을 합치면 가히 기하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도 지난해 123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해 3억5천300여만원에 이르는 피해를 보았다. 산불발생으로 입은 피해가 이렇게 막심한데도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불의 악몽을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실제로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전역에 건조주의보가 계속되고 산불 발생위험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인데도 예방대책이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우려를 더해 주고 있다. 관악산, 수리산, 광교산 등 도내 주요 등산로에 있는 등산객의 화기점검·보관 초소들의 문이 굳게 잠겨 있는가 하면 상당수 등산객들이 입산금지 구역에서도 공공연히 흡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낙엽이 쌓인 등산로 주위에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들이 널려 있다니 개탄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산불은 감시 활동 및 초동진화 체계 확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산불관련 형벌을 대폭 강화하여 방화범 및 실화자를 엄격히 처벌할 수 있도록 산림법을 개정한 바 있지만 입산자들의 의식전환과 협조없이는 산불 예방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일이다.산불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이 가능한 재앙이다. 자연발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거의가 사람들의 실화가 원인이었다. 전체 산불의 65%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봄철에 일어나므로 산이나 산림주변에서 흡연행위, 취사행위, 논밭두렁 태우기 등을 자제하면 산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귀중한 산림을 순식간에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산불의 예방을 위하여 당국의 철저한 산불감시 활동과 신속한 초동진화 체계 확립, 현대적인 진화장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입산자들의 산불에 대한 경각심과 각별한 주의를 재삼 당부해 마지 않는다.

브루셀라 방역 포기했나

축산농민들의 시름이 가실날 없다. 광우병과 구제역 공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화성에서 소 브루셀라병이 잇따라 발생, 축산농민들을 또 긴장시키고 있다. 브루셀라병이 화성에서 첫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로 최근까지 관내 10여개 축산 농가로 번져 감염된 젖소 40여마리를 포함 50마리가 도살 폐기처분됐다. 브루셀라병은 우유를 통해 배설되는 브루셀라균에의해 소 돼지 산양 개 및 기타 동물에 감염되며 이 질병에 걸리면 생식기관 및 태막의 염증과 유산 불임 등의 증세를 보이는 1종 가축전염병이다. 이 질병이 발생한지 이미 3개월이 지났고, 인근 축산농가로 계속 번지고 있는데도 당국이 그동안 이렇다할 방역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더욱이 브루셀라병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브루셀라균이 인체에 감염되면 파상열과 함께 뇌막염 골수염과 유산 및 고환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역학조사와 방역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당국이 아무런 방역대책도 없이 그저 감염된 젖소를 도살 폐기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그나마 행정당국은 이번에 감염된 소를 처분할 매몰지를 물색하다 병든 소 20여마리를 20여일간이나 방치한 끝에 처분하는 어이없는 행태도 보여줬다. 행정당국이 가축전염병에 대해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으니 축산농민들이 울분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 특히 브루셀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지난 98년 엉터리로 만든 예방백신 접종으로 1만7천여마리의 소가 유산 또는 조산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 이후엔 가축방역당국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소 백신 파동 이후 3년간 뭘하고 예방백신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는지 당국의 백신 개발수준이 한심하기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구제역 발생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축산농민들은 당국의 이같은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대응에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지 않을까 공포와 불안감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반 국민도 브루셀라병이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점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마찬가지다. 당국은 당장 허술한 방역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브루셀라병이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소독을 철저히 하고 병든 소는 신속하게 처분토록 해야한다. 아울러 예방백신 원료인 각종 종균을 정부가 통합관리하는 체제도 갖추고 연구기관에 자금을 지원 해서라도 하루속히 새로운 예방백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인천공항 부분개항 고려를

불과 9일 밖에 남지 않은 인천공항개항을 앞두고 공항이 제대로 차질 없이 전면 개항될 지 염려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외국 용역회사는 이미 개항일을 늦추는 것이 좋겠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으며,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 등도 무리한 개항보다는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정부는 예정대로 오는 29일 개항키로 지난 16일 총리 주재 하에 개최된 최종 점검회의에서 결정하였으니, 더 이상 연기문제는 논의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의 준비상황을 보면 정부의 최종 결정에도 불구하고 과연 전면개항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공항자체가 해결해야 될 수하물 처리 시스템 등과 같은 각종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승객 수송을 위한 교통망등 산적한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싼 통행료 줄다리기도 끝나지 않았고, 안전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공항의 안전문제는 최우선과제이다. 지금은 공항 개항을 연기할 상황도 아니다. 항공사의 일정이나 경제적 이유에서 연기는 사실상 어렵다. 개항을 연기할 경우 국가신뢰도까지 하락될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노출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면 개항을 하는 것은 더욱 문제가 아닌가. 개항의 연기도 어렵고 또한 전면 개항도 문제가 있다면 차선책은 부분 개항이 문제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 부분 개항 문제는 도내출신 이윤수 국회의원도 제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인천공항 당국으로부터 받은 외국컨설팅 회사의 용역보고서를 검토 후 이 보고서에서도 운항편수를 제한하는 것을 권고하였다고 하면서 부분 개항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동국제공항도 초기에는 적은 편수로 개항하여 문제가 없었다는 사례를 들면서 부분 개항을 주장했다. 아시아 지역 중심공항의 역할을 할 인천공항이 개항날 예기치 못한 혼란이 야기된다면 허브공항으로서 이미지를 살릴 수 있겠는가. 무리한 전면 개항을 하여 망신을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운행편수를 줄여 일정기간 부분적으로 개항하다가 전면 개항을 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가.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전면 개항 일정에 맞추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엔 ‘한완상작품’인가‘

공교육강화 종합대책’이란 것이 나왔다. 그런 대책이 나쁜것이 아니고 절실한데도 세간의 냉소적 시각을 면치 못하는 것 같다. 장관이 바뀌었으니 으레 나오는 소리로 치부하는듯 하다. 또 종전의 유사대책 경험으로 미루어 그런 대책이 내실있게 추진될 것으로 믿는 이들도 물론 드물다. 미래형 학교, 자립형 사립교, 학교폭력 근절, 고급두뇌 유출방지, 교원사기 진작,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 등 종합대책이 포함한 주요내용중 그 어느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될 것으로 보는 확신또한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의 황폐화는 오랜 고질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 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 한것은 개혁의 이름으로 난도질한 조령모개의 무모한 권력남용에 있다. 공교육 종합대책을 세운다고 교육이민이 억제되거나 중산층의 살인적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 한완상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해도 지금의 구조에선 처방의 실효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교육의 기본이 바로 서야한다. 교육이 활성화하고 신뢰를 얻을때 모든 일이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간다. 교육의 기본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부터 의식의 혁신이 앞서야 한다. 관료적 행태로는 절대로 교육의 질을 높일수가 없다. 교육은 교단이 항상 중심이 돼야한다. 교육행정이나 교육정책이 교육의 중심이 아니다. 교육행정등은 일선교단을 지원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교단위에 군림하기 위해 있는것은 아니다. 이런데도 작금의 실태는 행정이 교단보다 우위에 서 제멋대로 지배해오고 있다. 교육이 처한 문제점 해결은 그 방안이 교단으로부터 제시되는 교권확보에서 시작돼야 정상이다. 정부의 탁상정책이나 지시는 그 내용이 아무리 화려해도 탁상공론에 그친다. 예컨대 한완상장관이 한건주의로 강조하는 창발교육이란 것도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창의적 교육이 없었던게 아니다. 공부는 있어도 수업은 없는 인성빈곤의 척박한 교실을 회생하는 길은 교권우대가 우선되는 교육의 기본이 바로서야 가능하다. 공교육강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만능의 고정관념에서 스스로 해방되고자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道 와 術

두 노비의 다툼에 “네말이 옳다” “네말도 옳다”고 하자 “하나가 옳으면 하나는 그른 법인데 어찌 둘다 옳을수가 있습니까”하는 말에 “네말 또한 옳다”고 한 것은 유명한 황희다. 조선조 태종때부터 관직에 60여년 있으면서 세종땐 영의정을 18년이나 지냈다. 마침내 관직을 물러나 병석에 누워 세종이 문병갔다. 허름한 집안에 청백리의 방바닥이 멍석인 것을 보고 왕이 놀라자 “늙은사람 등 긁는데는 멍석이 제격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네말도 네말도 옳다’고 한것은 사소한 시비에만 관대했을뿐 주관이 없는 무골호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요 국사엔 시비를 분명히 가려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앙녕대군 폐세자땐 극력 반대하다가 태종의 노여움을 사 유배됐다. 다섯번 좌천되거나 파직되고 귀양살이를 세번에 걸쳐 4년동안 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의정부 논의에 배석한 병조판서 김종서를 혼낸 일화가 있다. 그의 앉은 자세가 바르지 못함에 “병판대감 의자가 잘못됐나보다…여봐라 빨리 고쳐 드려라!” 하고 큰소리치자 김종서가 급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나중에 맹사성이 “왜 그에게 그토록 엄히 대하느냐”고 묻자 “우린 다 늙어 퇴물이고 그가 뒤를 이어야 할 것이니 바르게 인도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아랫사람의 시비는 곧잘 따져 강직한듯 하면서도 윗사람의 시비엔 이눈치 저눈치를 살펴 꽁무니를 빼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출세한 사람들은 마치 곡예사 같은 처세술의 달인으로 대개 행세한다. 원칙논리 보다는 상황논리를 앞세운다. 세상살이 방법엔 술(術)과 도(道)가 있다. 술은 재주고 도는 근본이며, 술은 가변인데 비해 도는 불변이다. 황희는 술보다 도를 앞세우며 살았던 분이다. 이에비해 역사에 나타난 간신배들은 하나같이 술에 치우친 위인들이다. 현세에 그 누구도 도를 지키며 산다고 말하긴 무척 어렵다. 그러나 조물주는 인간에게 반성할줄 아는 영혼을 주었다. 술의 해악에 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을 지배하는 권력을 지닌 이들일 수록이 더욱 그러하다. 술의 권력자는 권력을 놓을땐 허전하고 두렵다. 도의 권력자는 권력을 놓을때 빚을 갚은 것처럼 후련해 한다. 황희는 권력에서 물러나면서 노구를 편하게 해주는 세종의 성은에 진실로 감읍했다. /白山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